이런 책을 읽으면 대단한 내용이 아니라도, 아 참 좋다 아 참 좋아 이러면서 읽게 되고 책을 덮을 때 쯤엔 도쿄를 가야겠어, 불끈, 책방 탐사를 다녀야겠어, 불끈 하게 마련이다. (나만 그런가?) 그래서 이런 책을 고를 때는 좀 망설여질 때가 있다. 지금 어딜 갈 형편이 아닌데, 이거 읽고 어디 가겠다고 짐부터 꾸리면 안되는데 하면서... 꼼지락꼼지락.

 

우리나라도 이제 각지에 작은 책방들이 많이 생겨서 다닐만 하다고 하지만 역시 도쿄가 좀더 많은 책방들이 잘 자리잡고 있다 싶다. 역시 거기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라서 있다가 없어지고 하는 게 다반사인 것 같지만. 이 책방이라는 게, 그냥 한번 해보지 하는 심정으로 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라는 건 이제 잘 알게 된 사실이고.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꾸준히 찾아오는 손님들이 저희를 지탱해주고 있어요. 하지만 그분들이 '와, 여기는 언제와도 재밌는 곳이네'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저희는 항상 새롭기보다는 그저 그분들의 일상에 스며들고 싶어요."

- 시부야 퍼블리싱 앤 북 셀러즈 가스가와 유키

"저희도 리뉴얼을 앞두고 고민을 많이 했지만 역시 최소한만 바꾸기로 결정했습니다. 손님들의 추억과 함께 일하는 사람의 추억도 담겨 있는 공간이니까요."

- 아오야마 북센터 호리우치 아키라

"사회적 약자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그들을 우리의 잣대로 규정짓는 것부터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 화장실 거울을 보면 아시겠지만 위쪽에 그림을 그려놨어요. 그 그림을 그린 펜을 만드는 회사가 '일본이화학공업'이라는 곳인데요. 직원의 70퍼센트가 지적장애인입니다. 그들은 법으로 정해놓은 최저급여 이상의 급여를 받으면서 자신의 능력에 맞게 일하고 있어요. 실제로 저 펜을 사용한 사람들의 만족도도 아주 높고요. 그런데도 그들을 '약자'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 사진집식당 메구타마 도키타마씨

"누구나 마음 편하게 오는 책방이요. 아, 혹시 센다이 가 보셨어요? 거기 '가세노니와'라는 북카페가 있는데요. 동일본 대지진 때 가세노니와가 사람들의 도피처 역할을 했어요. 집이 피해를 입지는 않았어도 왠지 가족끼리만 있으면 불안하고 고립된 것 같잖아요. 동네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서 같이 밥 해 먹고 잠도 자고, 그런 책방이 되면 좋겠어요."

- 고서 호로 미야지씨 부부

후타고노라이온도는 일주일에 나흘만 영업한다. 백 년 책방을 꿈꾸고 있어서일까. 서두르지 않고 착실히 자리를 지켜 나가는 분위기가 찾아오는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책방 문을 닫는 사흘간 다케다 씨는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다. 보다 오래 안정적으로 책방을 유지하기 위해 확실하게 재정적인 기반을 쌓으려는 것이다. 책방 영업일에 강연 등 다른 일이 들어올 경우에는 다케다 씨의 부모님이 가게를 봐주신다. 어머니는 명랑하며 우아하게, 아버지는 온화하고 차분하게 손님을 맞이한다. 그 두 분은 온라인 헌책방을 만들 때부터 지금까지 묵묵히 믿고 지지해 주시는 훌륭한 후원자다. 온 가족이 함께 만들어가는 책방, 그래서 후타고노라이온도는 따뜻하다. 마치 친구의 방에 놀러가 책 구경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 p271

 

... 망설이지 말고 훌쩍 떠나볼까. 날 그지없이 유혹하는 책이다. 도쿄의 책방을 이곳저곳 다니고 추천하는 식당에서 호젓이 밥을 먹고..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이 아주 많이, 정말 많이, 드는 일요일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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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8-09-02 19: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혼자 아무런 준비없이 훌쩍 떠나고 싶을 때가 있네요. 마음 내키는데로 있다가 동네 돌아다니는 것처럼 ㅎ
근데 아직 나홀로여행은 한번도 안해봤다는ㅋ 워낙 게으르고 여행따위 귀찮아해서요^^
언젠가는 하다가 ㅋ 결국 못해볼 것같은 불길한 예감이~~

비연 2018-09-02 22:54   좋아요 1 | URL
저는 홀로여행을 자주 가는 편이었는데 나이가 좀 드니 그게 참 외로와서 싫어지더라구요 ㅠㅠ 어디 훌쩍 떠나고 싶은 맘은 굴뚝같은데..

2018-09-02 2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02 2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