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계속되어감에 따라서, 브레알은 진보적인 기호학과 신화학에 대한 자신의 야심을 잃어갔다. 그는 명상적인 관찰에만 몰두했고, 관찰되는 사람들의 빈약한 변명들만을 얻었을 뿐이다.(목적 자체가 그 관찰을 중립적으로 만들었다.) 오직 도자기로 된 찻잔의 뚜껑을 벗기는 손가락들의 리듬과 수증기를 내뿜는 꼭지에 핀 구멍이 있는 작은 찻주전자들이 있을 뿐이었다... 단 한 번의 분절 속에서, 여러 요소들 사이의 관계 속에 자리를 잡는다는 기쁨... 감각의 논리. 영원함 자체.

  행복은 말이 없다.  - 1권, 248쪽.

*

  1980년 12월

  정열이란 나이를 먹는다고 그 힘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더욱 투명해진다. 매정하게도 말이다. 정열은 과거를 모두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또한 피할 수도 있다. 당신은 그것을 제어할 수도 있다. (...) 그러나 나는 그러기를 원치 않는다. 나이는 쾌락을 즐기는 데 있어서 능숙함을 준다. 나이가 들면 숨을 돌리기 위해 멈출 수가 있는 것이다. 그것은 나이 때문일까, 분석 때문일까? 매순간은 팽창되고, 영원을 감싼다. 매순간은 또한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 같은 속도로, 마치 늘어난 인생의 맛이 그것을 극도로 단축시켜버린 것처럼, 사라진다.  - 2권, 163쪽.

*

  1981년 6월

  행복은 완성된 현재이다. 그것은 어떠한 기다림도 아니다. 전적으로 지금, 이곳에서의 문제이다. 완벽한 원은, 그것이 크고 작든간에, 행복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올바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예술의 지고한 증거를 요구했을 때 지오토가 그린 원처럼 말이다. 행복은 질(質)이다. 나는 그것을 양(量) 속에 가두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 2권, 167쪽.

  - 줄리아 크리스테바, <사무라이>, 홍명희 옮김, 솔,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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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Goya, "Little Giants", 1791~2, Oil on Canvas, 137*104, Museo del Prado, Madrid.

 

Govi_Torero

 

  1746년 출생한 고야는 본래 아버지가 도금장이인 미천한 집안 출신이었다. 그런 환경 속에서도 고야는 어려움을 딛고 당시 귀족들 사이에서 환대받는 대화가로 컸다. 봉건시대에 있어 이런 출세는 대부분 당사자의 철저한 현실도피적 보신주의로 귀결되곤 하지만, 고야는 이와 달리 자신의 출신 배경을 늘 화폭에 담아내고자 했다. 그는 당대의 어떤 화가보다도 민중의 삶에 관심이 많았다.

  이 그림은 고야의 중기작으로, 어린아이들이 무등을 타며 놀고 있는 모습을 유쾌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선을 끄는 무등을 타고 있는 소년들은 귀족의 아이들이며, 그들을 태워주고 있는 것은 하인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즉, 이들 어린 하인들을 고야는 거인들로 보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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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11-17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천한 집안 출신이었던 것이 예술가들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 되는 게 아닐지.
물론 살 때는 죽도록 고달펐겠지만......

브리즈 2005-11-19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술가로서는 자산이었겠지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고야는 당시 국왕이었던 카를로스 4세 등 왕족과 귀족들로부터 총애를 받았다고 해요. 작품 곳곳에 이들에 대한 비판을 숨겨놓기는 했지만, 이러한 총애가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가 고야의 작품을 볼 수도 있는 거겠죠.
 

 


F. Goya, "Blind Guitarist", 1778, Oil on Canvas, 260*311cm, Museo del Prado, Madrid.

 

Paco de Lucia, John McLaughlin, Al Di Meola_Manha de Carnaval

 

  고야의 초기작 "맹인 기타리스트"의 화풍은 그의 후기작들과 크게 다르지만, 초기작인 이 작품에도 그가 평생을 두고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약하고 누추한 민중에 대한 관심이 드러나 있다. 두 귀족 부부와 자식의 앞에서 연주를 하는 맹인 기타리스트와 그를 둘러싼 군중들, 그리고 이들과 달리 황금빛으로 빛나는 귀족의 대비가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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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11-15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대비가 두드러지는군요.

브리즈 2005-11-16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
고야의 그림은 항상 대비가 뚜렷하고, 이러한 단순성이 그림을 더욱 힘있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1.

  알라딘 서재를 쉰 지 거의 1년이 다 되었다. 내가 유일하게 열었던 블로그인 알라딘 서재를  닫은 게 작년 12월 말이니 11개월이 다 된 듯하다. 당시에 블로그를 쉬게 된 것은 두어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블로그를 통해 많은 것을 얻었지만, 또한 한편으로는 적지 않은 것을 잃었던 때문이고, 또 하나는 회사 일이 좀더 바빠지면서 마음의 여유가 없어졌던 탓이다. 블로그를 그만두면서 허전하기도 해서 버릇처럼 며칠 만에 한 번씩 혼자만 들여다보고 가곤 했는데, 그마저도 두어 달 지나니까 그럭저럭 허전함을 달랠 만해졌던 기억이 난다.

 

2.

  지난 1년 동안 내 개인적으로 적지않은 변화가 있었다. 먼저, 지난 4월에 결혼을 했다. 늦은 나이에 좋은 반려를 만났고, 개인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결혼 이야기는 다른 기회를 빌리기로 한다) 그리고 회사 출장 건으로 금강산과 남서 유럽을 다녀왔다. 금강산은 8월 말, 남서 유럽은 10월 말에서 11월 초.(이 역시 다른 기회를 빌려 정리하고자 한다) 그리고 회사 일은 지난해에 비해 좀더 바빠졌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일 욕심이 많은 것 같기도 한다. 그밖의 변화를 들자면 다음 카페 활동이 줄어들었고, 1월 말부터 음악 링크 걸기가 금지되면서 인터넷 음악 듣기도 줄어들었다. 이마트에서 사온 아령을 다섯 번 정도 하다가 그만두기도 했다.

 

3.

  이제 다시 블로그로 돌아오고자 한다. 뭐 거창하게 돌아온다 어쩐다 할 게 없을 것 같기도 하다. 굳이 이유를 달자면, 알라딘 서재를 통해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주고 싶다는 것, 이다. 또 다른 이유를 달자면, 알라딘 서재의 고마움을 기억했다고나 할까. 지난 2000년과 그 이듬해 내 마음은 많이 건조했었다. 개인적으로 사람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던 때였고, 그러한 시기를 알라딘 서재는 잘 견디게 해주었다. 그리고 알라딘 서재를 통해 알게 된 많은 지인들이 있어 작지만 고마운 행복을 맛보곤 했었다. 이러한 이유로 알라딘 서재 문을 다시 열고자 하는 것이다. 예전과 다른 게 있다면, 이제는 어려움을 견디기 위한 서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행복한 나를 만들기 위한 서재이다.

 

4.

  알라딘 서재를 다시 열려고 하니 예전에 서재에서 알았던 지인들의 안부가 궁금하다. 지난 1년 가까이의 세월 동안 나보다 더 많은 변화를 겪었던 분도 있을 것이고, 어쩌면 나처럼 서재 활동을 그만둔 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여전히 알라딘 서재에서 일상을 반추하고, 미래를 위한 꿈을 그리며, 지인들과의 교감을 통해 세상살이의 따스함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고 믿고 싶다. 한편으로는 블로그가 일상화된 이즈음 예전만큼 지인들의 활동이 활발할 것 같지 않고, 다시 서재를 열어도 지인들이 많이 찾아오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예전에도 내 서재에는 많은 분들이 오지는 않았다.

 

5.

  지난 연초 인터넷 음악 걸기가 금지되면서 사실 인터넷 하는 재미가 크게 줄어들었다. 지금도 음악 링크 걸기 금지에 대한 나의 견해는 "합법화하라"이다. 어쨌든 이러한 이유 때문에 앞으로 서재 활동을 하면서 음악 링크 걸기는 일부 페이퍼에만 적용할 생각이다. 아울러 기존에 운영했던 여러 페이퍼룸을 그대로 두고 몇몇 페이퍼룸만 새로이 운영하고자 한다. 그중에는 "고야의 그림들"이란 방이 있음을 미리 알린다. 이밖에 할 말은 많지만, 오늘은 여기까지이다. 한 가지 걱정이 드는 것은, 예전에도 그리 손놀림이 빠른 서재 주인이 아니었지만, 앞으로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어떡하겠는가. 내가 손놀림이 빠르지 못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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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아 2005-11-14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아오셔서 기쁩니다. 그간의 여정이 행복으로 충만하셨기를, 그리고 앞으로 이 공간에서도 많은 소통과 희망과 평안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저도 손님이면서, 환영합니다.

조선인 2005-11-14 0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가와요.

로렌초의시종 2005-11-14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 브리즈님 반갑습니다~~~!!!^^ 기뻐요

로드무비 2005-11-14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리즈님, 반갑습니다.
그동안 결혼도 하셨다고요?
축하드립니다!^^

플레져 2005-11-14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가워요, 브리즈님.
어느날 갑자기 사라지셔서 궁금했더랬습니다.
유부남 되신 거 축하드립니다 ^^

stella.K 2005-11-14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알라딘에 총각 하나 줄었네요. 아쉽지만 그래도 브리즈님 다시 뵙게되니 반갑군요. ㅎㅎ.

kimji 2005-11-14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이런 인사를 드리는 날이 올 거라 믿고! 있었어요^^
그래서 즐겨찾기를 그대로 두었더랬죠. 가끔, 들어와보곤 했었어요. 오시지 않을까, 오실 때도 되었는데, 이러면서 말이죠.
글 잘 읽었어요. 무척 반갑고요, 결혼 소식도 축하드립니다! (저는 곧 아가엄마가 됩니다^^;; 시간이란 참 빠르고, 또한 놀랍지요?! )

이제, 알라딘에서 뵐 수 있으니 기뻐요. (올려주시던 음악을 못 듣게 된 건 슬픈 일이지만요^^ )

브리즈 2005-11-15 0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셨죠?
예전의 지인들인 로렌초의 시종 님, 로드무비 님, 플레저 님, 스텔라 님, kimji 님, 그리고 처음 인사하게 되는 두 분까지 모두 반갑습니다.
제가 서재를 떠나 있어서 그랬는지, 서재에 많이들 계실까 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반겨주시네요.
즐거운 한 주 되시고요. :)
 
 전출처 : stella.K > The Painter to the Moon- 샤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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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29 2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브리즈 2004-12-30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귓속말 주신 님, 그림과 음악들이 마음에 드셨다니 저도 좋은걸요. ^^.. 샤갈의 푸른 빛 정말 좋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