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알라딘 서재를 쉰 지 거의 1년이 다 되었다. 내가 유일하게 열었던 블로그인 알라딘 서재를 닫은 게 작년 12월 말이니 11개월이 다 된 듯하다. 당시에 블로그를 쉬게 된 것은 두어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블로그를 통해 많은 것을 얻었지만, 또한 한편으로는 적지 않은 것을 잃었던 때문이고, 또 하나는 회사 일이 좀더 바빠지면서 마음의 여유가 없어졌던 탓이다. 블로그를 그만두면서 허전하기도 해서 버릇처럼 며칠 만에 한 번씩 혼자만 들여다보고 가곤 했는데, 그마저도 두어 달 지나니까 그럭저럭 허전함을 달랠 만해졌던 기억이 난다.
2.
지난 1년 동안 내 개인적으로 적지않은 변화가 있었다. 먼저, 지난 4월에 결혼을 했다. 늦은 나이에 좋은 반려를 만났고, 개인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결혼 이야기는 다른 기회를 빌리기로 한다) 그리고 회사 출장 건으로 금강산과 남서 유럽을 다녀왔다. 금강산은 8월 말, 남서 유럽은 10월 말에서 11월 초.(이 역시 다른 기회를 빌려 정리하고자 한다) 그리고 회사 일은 지난해에 비해 좀더 바빠졌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일 욕심이 많은 것 같기도 한다. 그밖의 변화를 들자면 다음 카페 활동이 줄어들었고, 1월 말부터 음악 링크 걸기가 금지되면서 인터넷 음악 듣기도 줄어들었다. 이마트에서 사온 아령을 다섯 번 정도 하다가 그만두기도 했다.
3.
이제 다시 블로그로 돌아오고자 한다. 뭐 거창하게 돌아온다 어쩐다 할 게 없을 것 같기도 하다. 굳이 이유를 달자면, 알라딘 서재를 통해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주고 싶다는 것, 이다. 또 다른 이유를 달자면, 알라딘 서재의 고마움을 기억했다고나 할까. 지난 2000년과 그 이듬해 내 마음은 많이 건조했었다. 개인적으로 사람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던 때였고, 그러한 시기를 알라딘 서재는 잘 견디게 해주었다. 그리고 알라딘 서재를 통해 알게 된 많은 지인들이 있어 작지만 고마운 행복을 맛보곤 했었다. 이러한 이유로 알라딘 서재 문을 다시 열고자 하는 것이다. 예전과 다른 게 있다면, 이제는 어려움을 견디기 위한 서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행복한 나를 만들기 위한 서재이다.
4.
알라딘 서재를 다시 열려고 하니 예전에 서재에서 알았던 지인들의 안부가 궁금하다. 지난 1년 가까이의 세월 동안 나보다 더 많은 변화를 겪었던 분도 있을 것이고, 어쩌면 나처럼 서재 활동을 그만둔 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여전히 알라딘 서재에서 일상을 반추하고, 미래를 위한 꿈을 그리며, 지인들과의 교감을 통해 세상살이의 따스함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고 믿고 싶다. 한편으로는 블로그가 일상화된 이즈음 예전만큼 지인들의 활동이 활발할 것 같지 않고, 다시 서재를 열어도 지인들이 많이 찾아오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예전에도 내 서재에는 많은 분들이 오지는 않았다.
5.
지난 연초 인터넷 음악 걸기가 금지되면서 사실 인터넷 하는 재미가 크게 줄어들었다. 지금도 음악 링크 걸기 금지에 대한 나의 견해는 "합법화하라"이다. 어쨌든 이러한 이유 때문에 앞으로 서재 활동을 하면서 음악 링크 걸기는 일부 페이퍼에만 적용할 생각이다. 아울러 기존에 운영했던 여러 페이퍼룸을 그대로 두고 몇몇 페이퍼룸만 새로이 운영하고자 한다. 그중에는 "고야의 그림들"이란 방이 있음을 미리 알린다. 이밖에 할 말은 많지만, 오늘은 여기까지이다. 한 가지 걱정이 드는 것은, 예전에도 그리 손놀림이 빠른 서재 주인이 아니었지만, 앞으로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어떡하겠는가. 내가 손놀림이 빠르지 못한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