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적으로 나는 직관적인 작가이고, 그 때문에 나로서는 내 작품에 대해 조리 있게 얘기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내 책들 속에 내 자신의 삶에 대한 언급들이 가득하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대체로 나는 일이 끝나기 전까지는 그러한 언급들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 198쪽.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내게 자꾸 나타나는 그 원료들, 내가 어쩔 수 없이 써야만 한다고 느끼는 그 원료들은, 나 자신의 기억의 심층으로부터 끌어올려지는 것들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원료가 내게 주어진 뒤에조차도, 그것이 어디로부터 왔는지 늘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 206쪽.

  - 폴 오스터, <굶기의 예술>, 최승자 옮김, 문학동네,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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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Hopper, "Elizabeth Griffiths Smith Hopper : The Artist's Mother", 1915~6, Oil on Canvas, 38*32 inches, P.C.

 

The Beatles_Mother Nature's Son

 

  호퍼가 그린 어머니의 초상은 화가의 어머니라는 부제가 달려 있으며, 1925~30년 경에 그려진 호퍼의 자화상과 유사한 면을 많이 갖고 있다. 호퍼의 그림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이 옆모습 혹은 표정이 잘 드러나지 않은 모습을 취하고 있는 데 비해 이 작품은 정면을 뚜렷이 응시하고 있으며, 이는 자화상에서도 그렇다.

  반면, 호퍼는 자신의 아내인 조 호퍼의 그림을 여러 점 그렸고, 아내는 호퍼의 대부분의 작품에서 모델 역할을 했는데, 그녀의 모습은 대부분 뒷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이유는 잘 알 수 없으나 아마도 호퍼는 아내를 전형적인 모델로 삼기보다는 개인적인 삶의 부분으로 남겨두고 싶었던 것 같다.

  이 작품을 보면 초로의 노모가 다소 완고한 표정을 지은 채 앉아 있다. 머리 모양도 세련되지 못했고, 그 표정도 모델로서의 격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굵은 손마디와 이어지는 팔은 노동으로 단련된 형태이며,  이에 반해 너무나 파란 드레스는 작품 전체에 정신적인 깊이를 더하고 있다. 특히 가만히 호퍼를 응시하는 노모의 눈동자에서 세월의 깊이와 슬픔이 함께 배어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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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Hopper, Queensborough Bridge, 1913, Oil on Canvas, 35*60 inches, P.C.

 

Charlie Haden & Gonzalo Rubalcaba_Nostalgia

 

  호퍼는 1908년 이래 계속 뉴욕에서 살았다. 세 번 유럽에 체류했던 때를 제외하고는 그는 거의 뉴욕에 있었으며, 세상을 뜰 때까지 50년 동안 뉴욕 맨해튼 빌리지의 워싱턴 스퀘어 노스 3번지 꼭대기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생활했다. 그리고 여기 소개하는 "퀸스버러 다리"를 비롯한 미국의 풍경과 사람들을 그렸다.

  이 작품은 그가 자신의 화풍을 완성시켜가던 1913년에 제작한 것으로, 인상주의 화법의 색채가 많이 남아 있다. 언뜻 클로드 모네의 1903년작 "Waterloo Bridge"와 유사한 구도와 화풍을 느낄 수 있으나, 인상주의적 화법에서 벗어나 세부를 상세하게 묘사하고자 하는 시도도 엿보인다. 이러한 노력은 향후 사실주의적 화풍으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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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11-21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 에드워드 호퍼의 책이 나왔길래 당장 샀는데 또 어쩌자고
읽는 건 미루고 있네요.
그러고보니 브리즈님 방에서 호퍼의 그림을 많이 감상했죠.^^

브리즈 2005-11-28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롤프 귄터 레너의 책은 93년 Taschen판으로 갖고 있었는데, 우연히 최근에 서점에 갔다가 번역돼 나온 걸 봤어요. 물론, 얼른 집어들었지요. ^^..
호퍼의 화집이나 관련 책은 국내 번역본이 드물어서 호퍼를 이해하는 데 좋을 것 같아요. 아쉬운 건 번역되면서 화집의 크기가 3분의 2 수준으로 줄었다는 것이지요. :)
 

 


E. Hopper, "Rooms by the Sea", 1951, Oil on Canvas, 29*40 inches, Yale Univ. Art Gallery, New Haven, Connecticut.

 

Pat Metheny_My Song

 

  이 그림을 처음 본 게 대략 10년 전쯤인 것 같다. 그후 마음에 들어서 회사 컴퓨터에 배경화면으로 넣어둔다든지 알라딘 서재에 걸어둔다든지 했었다. 아마도 호퍼의 그림들이 그렇듯 이 그림도 마음을 쓸쓸하게 하는 데가 있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색감이나 질감은 따스한 쪽이어서 어떤 때는 큰 위안이 되곤 한다.

  알라딘 서재를 다시 열면서 호퍼의 그림들이란 페이퍼룸을 다시 연다. 이 서재의 이름도 "호퍼의 그림이 걸린 서재"가 아닌가. 다시 열면서 이 페이퍼룸에 링크돼 있던 음악들을 일일이 다 복구하였다. 얼마 후에는 링크가 끊어지겠지만 말이다.

 

  :: 자료 출처 www.shumtoh.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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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Goya, Yard with Lunatics, 1793~94, Oil on Tinplate, 43.8*32.7, Meadows Museum, Dallas.

 

Medeski, Martin & Wood_Chubb Sub

 

  고야는 1792년경 병으로 귀가 멀게 된다. 이때 그이 나이는 47세. 고야는 귀머거리 신세가 되었지만, 더욱 왕성하게 창작에 몰두한다. 특히, 말년인 1819년경 '귀머거리집'을 사서 이사할 때까지도 궁정화가로 활약하는 등 이전과 다름없는 강인하고 활기찬 화풍을 유지한다.

  이 그림은 고야가 귀가 멀게 된 이후 얼마 안 되어 그린 것으로, 평소 스페인 왕정의 무능과 폭정을 혐오하던 화풍에 개인적인 고통까지 스며 있는 작품이다. "정신병자 수용소"란 제목이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이 작품은 고야의 주요작들이 걸려 있는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에 있지 않고, 댈러스 메도우즈 미술관에 있다.

 

  :: 자료 출처 www.shumtoh.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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