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동안 서재를 방치해 두다가 얼마 전부터 재즈를 비롯해 좋아하는 음악을 페이퍼에 올리기 시작했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어느 쪽이냐면, 내 생활에서(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내 생에서 -.-a..)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음악을 여기에 조금 소개하는 것도 서재의 취지에 맞을 것 같아서이다.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음악을 좋아하는, 특히 재즈를 좋아하는 이들이 간혹 들러서 머리도 식히고 음악도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2.
요즘은 음악을 듣는 일이 예전보다 훨씬 더 쉬운 일이 되었고(MP3, MP3폰, 컬러링까지!), 그만큼 좋은 음악을 대할 기회가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돌이켜보면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레코드샵에서 돈을 치르고 한두 장의 음반을 고르는 일이었고, 커다란 레코드샵에나 가야 그나마 몇 장이라도 미리 들어볼 수 있었기 때문에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막대한 지출과 발품을 파는 노력이 필요했다.
거기에 뮤지션에 대한 정보를 얻는 방법도 몇몇 잡지나 라디오가 고작이어서 한두 곡이 좋아서 구입했던 음반이 전체적으로는 실망스러웠던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90년대 말 이후 음악은 인터넷을 통해 거의 무한정 들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고, 그만큼 음반을 살 일도 발품을 팔 일도 적어졌다.
3.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렇게 인터넷이 없어서 레코드샵에 가야 하고, 뮤지션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서점으로 가야 했던 때가 그립기도 하다. 오랜 기간 망설임을 거치고 경제적 제약(?)을 넘어서 구입한 음반에 대해 갖게 마련인 애정은 말할 것도 없다.
결과적으로, 근래 들어 구입하는 음반들은 과거에 비해 손때가 많이 타지 않는 편이다. 예전에는 좋은 음악이 있으면, 한 달이고 두 달이고 LP판이 휠 때까지 듣곤 했는데, 요새는 그런 경우가 아주 드물다.
거꾸로 생각해볼 때, 그럼 예전처럼 음반을 구해서 듣는 방법만 있는 것이 좋은 것인가. 그건 물론 아니다. 어느 쪽이냐면, 많은 음악을 접하게 되면서 내 귀가 권태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4.
여기 페이퍼에 올리는 음악은 대략 발표 연도가 2000년 이후인 곡들을 제외하고는 예전에 무척이나 아끼던 곡들이 많다. 마음 같아서는 각 곡마다 뮤지션에 대한 설명과 내가 가지고 있는 느낌들을 적고 싶지만, 역시 시간이 모자르다. ^^;;
다행스러운 것은 페이퍼에 음악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나 역시 새삼 음악을 들을 기회가 많아졌다는 것이고, 서재에도 다시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바라건대, 부지런하고, 진실하게 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