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느덧 2006현 한 해가 다 지나갔다. 올 한 해 회사의 뉴 브랜드 런칭이다 뭐다 해서 바쁜 일도 많았지만, 무엇보다도 첫 아이를 낳은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7월 3일 아침 세상으로 나온 이놈이 커서 뭐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만큼은 나에게도 아내에게도 참 천사 같은 존재이다. "진욱아 착하고 건강하게 자라다오." 아빠의 새해 인사란다.

  2.

  알라딘 서재에 오랜만에 들어와보니, 한동안 참 무심했었다는 생각이다. 어쩔 수 없는 일. 바쁜 것도 문제지만,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하는 이에 게을러진 나를 책망하는 수밖에. 하지만 지난 한 해 바쁜 중에도 음악만큼은 조금이라도 더 들으려고 노력했었던 것 같다. 새해에는 책에 대한 관심도 다시 살려볼 생각이다.

  3.

  며칠 전 오랜만에 CD를 몇 장 샀다. 케틸 뵨스타드의 "Floating", 키스 자렛 트리오의 "Still Live", 턱 안드레아스의 "Reckless Precision", 데이빗 베누아의 "Full Circle". 오랜만에 아내와 소파에 앉아 1시간 가량 음악을 같이 들었다.(아들놈 덕에 음악 듣기가 쉽지 않다 ^^) 아내 왈, "피아노 소리 좋다" 케틸 뵨스타드의 음악은 올 댓 재즈 2에 새로 올렸고, 내친김에 데이빗 베누아의 크리스마스 앨범도 소스를 다시 찾아 살려놨다. 한 해 따스한 마무리를 위하여.

  4.

  변변찮은 서재, 관리도 제대로 못하는 데도 어느새 즐겨찾기한 분이 또 서너 명 늘었다. 머쓱한 느낌. 베누아의 앨범 소스를 살려놓고, 뵨스타드의 앨범을 새로 올린 것으로 면피(?)나 해야겠다. 제 서재에 오시는 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행복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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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6-12-31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욱이를 비롯, 가족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빌겠습니다.
브리즈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stella.K 2006-12-31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아드님을 보셨군요. 늦었지만 축하해요. 건강히 잘 놀죠?
브리즈님도 새해 복 많이 받아요.^^

브리즈 2006-12-31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야의 종소리가 울릴 시간이 다가옵니다.
한 해를 보내며 감사와 더불어 아쉬움도 많이 있습니다만, 이제는 이 모든 것이 내가 노력한 대로, 내가 잘못한 대로 이루어진다는 범박한 진리라는 점을 가슴에 새기게 됩니다.
두 분 모두 새해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1.

  알라딘 서재를 쉰 지 거의 1년이 다 되었다. 내가 유일하게 열었던 블로그인 알라딘 서재를  닫은 게 작년 12월 말이니 11개월이 다 된 듯하다. 당시에 블로그를 쉬게 된 것은 두어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블로그를 통해 많은 것을 얻었지만, 또한 한편으로는 적지 않은 것을 잃었던 때문이고, 또 하나는 회사 일이 좀더 바빠지면서 마음의 여유가 없어졌던 탓이다. 블로그를 그만두면서 허전하기도 해서 버릇처럼 며칠 만에 한 번씩 혼자만 들여다보고 가곤 했는데, 그마저도 두어 달 지나니까 그럭저럭 허전함을 달랠 만해졌던 기억이 난다.

 

2.

  지난 1년 동안 내 개인적으로 적지않은 변화가 있었다. 먼저, 지난 4월에 결혼을 했다. 늦은 나이에 좋은 반려를 만났고, 개인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결혼 이야기는 다른 기회를 빌리기로 한다) 그리고 회사 출장 건으로 금강산과 남서 유럽을 다녀왔다. 금강산은 8월 말, 남서 유럽은 10월 말에서 11월 초.(이 역시 다른 기회를 빌려 정리하고자 한다) 그리고 회사 일은 지난해에 비해 좀더 바빠졌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일 욕심이 많은 것 같기도 한다. 그밖의 변화를 들자면 다음 카페 활동이 줄어들었고, 1월 말부터 음악 링크 걸기가 금지되면서 인터넷 음악 듣기도 줄어들었다. 이마트에서 사온 아령을 다섯 번 정도 하다가 그만두기도 했다.

 

3.

  이제 다시 블로그로 돌아오고자 한다. 뭐 거창하게 돌아온다 어쩐다 할 게 없을 것 같기도 하다. 굳이 이유를 달자면, 알라딘 서재를 통해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주고 싶다는 것, 이다. 또 다른 이유를 달자면, 알라딘 서재의 고마움을 기억했다고나 할까. 지난 2000년과 그 이듬해 내 마음은 많이 건조했었다. 개인적으로 사람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던 때였고, 그러한 시기를 알라딘 서재는 잘 견디게 해주었다. 그리고 알라딘 서재를 통해 알게 된 많은 지인들이 있어 작지만 고마운 행복을 맛보곤 했었다. 이러한 이유로 알라딘 서재 문을 다시 열고자 하는 것이다. 예전과 다른 게 있다면, 이제는 어려움을 견디기 위한 서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행복한 나를 만들기 위한 서재이다.

 

4.

  알라딘 서재를 다시 열려고 하니 예전에 서재에서 알았던 지인들의 안부가 궁금하다. 지난 1년 가까이의 세월 동안 나보다 더 많은 변화를 겪었던 분도 있을 것이고, 어쩌면 나처럼 서재 활동을 그만둔 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여전히 알라딘 서재에서 일상을 반추하고, 미래를 위한 꿈을 그리며, 지인들과의 교감을 통해 세상살이의 따스함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고 믿고 싶다. 한편으로는 블로그가 일상화된 이즈음 예전만큼 지인들의 활동이 활발할 것 같지 않고, 다시 서재를 열어도 지인들이 많이 찾아오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예전에도 내 서재에는 많은 분들이 오지는 않았다.

 

5.

  지난 연초 인터넷 음악 걸기가 금지되면서 사실 인터넷 하는 재미가 크게 줄어들었다. 지금도 음악 링크 걸기 금지에 대한 나의 견해는 "합법화하라"이다. 어쨌든 이러한 이유 때문에 앞으로 서재 활동을 하면서 음악 링크 걸기는 일부 페이퍼에만 적용할 생각이다. 아울러 기존에 운영했던 여러 페이퍼룸을 그대로 두고 몇몇 페이퍼룸만 새로이 운영하고자 한다. 그중에는 "고야의 그림들"이란 방이 있음을 미리 알린다. 이밖에 할 말은 많지만, 오늘은 여기까지이다. 한 가지 걱정이 드는 것은, 예전에도 그리 손놀림이 빠른 서재 주인이 아니었지만, 앞으로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어떡하겠는가. 내가 손놀림이 빠르지 못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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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아 2005-11-14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아오셔서 기쁩니다. 그간의 여정이 행복으로 충만하셨기를, 그리고 앞으로 이 공간에서도 많은 소통과 희망과 평안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저도 손님이면서, 환영합니다.

조선인 2005-11-14 0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가와요.

로렌초의시종 2005-11-14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 브리즈님 반갑습니다~~~!!!^^ 기뻐요

로드무비 2005-11-14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리즈님, 반갑습니다.
그동안 결혼도 하셨다고요?
축하드립니다!^^

플레져 2005-11-14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가워요, 브리즈님.
어느날 갑자기 사라지셔서 궁금했더랬습니다.
유부남 되신 거 축하드립니다 ^^

stella.K 2005-11-14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알라딘에 총각 하나 줄었네요. 아쉽지만 그래도 브리즈님 다시 뵙게되니 반갑군요. ㅎㅎ.

kimji 2005-11-14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이런 인사를 드리는 날이 올 거라 믿고! 있었어요^^
그래서 즐겨찾기를 그대로 두었더랬죠. 가끔, 들어와보곤 했었어요. 오시지 않을까, 오실 때도 되었는데, 이러면서 말이죠.
글 잘 읽었어요. 무척 반갑고요, 결혼 소식도 축하드립니다! (저는 곧 아가엄마가 됩니다^^;; 시간이란 참 빠르고, 또한 놀랍지요?! )

이제, 알라딘에서 뵐 수 있으니 기뻐요. (올려주시던 음악을 못 듣게 된 건 슬픈 일이지만요^^ )

브리즈 2005-11-15 0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셨죠?
예전의 지인들인 로렌초의 시종 님, 로드무비 님, 플레저 님, 스텔라 님, kimji 님, 그리고 처음 인사하게 되는 두 분까지 모두 반갑습니다.
제가 서재를 떠나 있어서 그랬는지, 서재에 많이들 계실까 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반겨주시네요.
즐거운 한 주 되시고요. :)
 

 

1.

  오늘 어머니 산소에 다녀왔다. 해마다 봄가을에 간다고 해도 일년으로 치면 두어 번밖에 안 되는 일인데, 오늘도 어머니 산소에 가서 느낀 건 엊그제 왔다가 또 온 것처럼 얼마 안 되었다는 느낌. 요 몇 년 전부터 시간이 부쩍 빨리 간다는 생각인데,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아마도 지난 며칠 전부터 어머니 생각을 자주 해서 그랬나 보다. 어머니의 얼굴, 어머니의 미소, 어머니의 목소리, 어머니의 걸음 같은 것을.

2.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만으로 17년, 햇수로 18년째이다. 당시에는 아직 고등학교에 다닐 때였으므로 어미니의 때이른 별세로 인해서 많은 아픔과 깊은 그늘을 갖기도 했었지만, 이제 어머니를 떠올릴 때면 가급적 좋은 기억만 하려고 노력한다. 어머니가 즐겨 드시던 음식, 어머니가 나직히 부르시던 노래, 어머니가 볼펜으로 적으시던 가계부, 소풍 때 같이 오셔서 지켜 보시던 모습, 이불 빨래를 하시며 땀을 훔치던 모습, 이사를 가신 후 뿌듯해하시던 모습 같은 것들을.

3.

  어릴 때 어머니가 자주 하신 말씀은 "너는 커서 교수가 되어야 한다"였다. 그렇게 말하실 때면 회초리를 들고 무섭게 다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치 '그렇게 되어 있단다'라는 투로 심상한 목소리셨는데, 나는 지금도 당신께서는 그렇게 생각하고 믿고 계셨는지 궁금하다. 왜냐면 나는 교수가 되고 싶었던 적은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고, 나이가 든 지금 교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는 하지만 나는 어머니께 "교수가 되고 싶지 않아요"라고 말한 적은 없다. 만약에 어머니가 건강하셔서 내 장래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어머니의 기대에 따랐을까.

4.

  나는 예전의 물건을 별 쓸모가 없는데도 여전히 갖고 있거나, 예전에 애착을 가졌던 일에 대해서 자주 생각하고 많이 기억하는 편이다. 이를테면 나는 군대에 있을 때 받았던 편지들을 (비록 몇몇 편지들은 물에 젖어 울거나 했어도) 거의 갖고 있다. 그걸 펼쳐보는 일은 거의 없지만, 서랍을 정리하거나 이사를 할 때 나는 그것들을 버리지 않았다. 어떤 면에서는 버리지 못했다. 버릴까말까 갈등도 잠시 했었으니까. 하지만 버리지 않았고, 간직하기로 하자 마음은 한결 편해졌다. 그게 나라는 사람이다.

5.

  어머니가 돌아가시고서 어머니의 물건들은 아버지에 의해 또는 몇 번의 이사로 인해 거의 없어졌다. 심지어는 어머니의 사진도 거의 남아 있지 않은데, 그것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몇 달 전에 당신께서 스스로 그것들을 한 장 한 장 다 없앴기 때문이다. 어느 날 내가 학교에서 돌아와 인사를 하러 안방에 들어갔을 때 어머니는 그것들을 계속 들여다보다가 찢기를 반복하고 계셨다. 나는 얼른 어머니 옆으로 가서 그러지 마시라고 했지만, 어머니는 하던 일을 멈추시고 사진이 꾲혀 있던 앨범을 장롱에 다시 넣으셨을 뿐이다. 그만 하겠다고 말씀하거나 화를 내거나 하지 않으셨다. 아마도 어머니는 그 이후에는 나나 다른 식구들의 눈을 피해 사진들을 없애셨을 것이다.

6.

  어제 오전에 비가 왔었다. '내일 어머니 산소에 갈 때도 비가 오면 어쩌나' 잠시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어제 오후에 비가 그치면서 오늘 날이 맑을 거라 해서 마음이 좋아졌는데, 아침에 나서면서 보니 비가 그친 후라 그런지 아주 맑고 하늘이 높았다. 어머니를 보러 가는 발걸음도 가볍고 마음도 한결 맑게 해주는 날씨였다. 벌초를 다 하고 허리를 펴서 하늘을 바라보니 멀리 흰구름이 하늘 언저리를 가볍게 미끄러지고 있었다. 그 하늘 아래에 서서 나는 어머니를 생각하였다. 아들은 어머니가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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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4-09-20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엄마도 항상 제게 무엇이 되라고 하셨지만, 저는 엄마가 바라는 그 무엇이 되지는 않았어요.
제가 바라는 그 무엇이 되기 위해 나름의 열정을 바쳤던 순간, 엄마는 따뜻한 우유 한 잔을
늘 제 책상 앞에 갖다 놓으셨죠.
신간 <친정엄마>를 샀어요. 수필집도, 더군다나 눈물샘을 뻔히 자극할 것 같은 친정엄마라는 제목도 제 취향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의 글로나마 내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가봐요.
엄마 라는 말 속에 담긴 뜨끈한 국물, 많이 드시고 오셨지요?
먹어도 늘 부족한 그 뜨끈한 국물...
가만히 브리즈님의 하루를 스케치하면서 슬프기도, 청아하기도, 평온하기도 하였습니다.

superfrog 2004-09-20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 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에는 종잇장처럼 마르셨어요. 사람의 얼굴이 저렇게 마를 수도 있구나, 하는 걸 놀라워하며 봤던 감각이 기억에 있습니다. 끝내 소통하지 못했던 애증의 관계에 그저 이렇게 끊어진 고리가 한 구석에서 안도의 숨을 쉬게 하기도 하는 걸 애써 감추며 웃는 낯으로 아버지의 기일을 한해 두해 맞고 있습니다.

stella.K 2004-09-20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버지가 안 계시는데...저도 어렸을 때 아버지가 피아노 한대 사 주시면서, 피아니스트가 되라고 말씀하시곤 했죠. 그 말이 어린 나의 귀에 왜 그리 생뚱맞게 들렸는지. 자식은 부모의 말을 듣지 않는 청개구리인가 봅니다. 지금도 엄마는 내가 당신 말을 듣지 않는다고 성화시니까요.^^

2004-09-20 2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브리즈 2004-09-21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저 님 : 따뜻한 우유 한 잔, 그것도 어머니께서 가져다주신 우유라면 더 바랄 것이 없었을 듯싶네요. 왠지 나중에 플레저 님도 공부하는 딸을 위해 우유를 들고 가실 것 같은데요. 그리고 마음속으로 예전의 그 우유를 떠올리게 될지도요..

금붕어 님 : 엄마와 딸의 관계와 달리 아버지와 딸의 관계는 조금 틀린 것 같더군요. 조금 단순하게 말하자면, 엄마의 약점은 보듬으려고 하는 반면에 아버지의 약점에 대해서는 실망하는 것 같더라구요. 물론, 여자가 아닌 제가 다 알 수는 없지만요. 지난 시간을 지혜롭게 간직하시길 바랄게요.

stella 님 : 피아니스트가 되라고 하신 아버지의 바람이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아버지의 그 마음을 기억하는 딸은 여전히 그 기억을 갖고 있는걸요. ^^..

2004-09-22 0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9-23 2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딸기 2004-10-06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셨구나. 브리즈님, 오래도록 간수하고 기억하는 분이로군요.
눈물이 조금 나려고 했어요.

브리즈 2004-10-07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공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딸기 님도 언젠가는 어머니가 되실 테니 더 그러시지 않으셨을까 생각해보네요. ^^..

딸기 2004-10-09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리즈님, 저 지금도 어머니예요. 모르셨구나. :)

브리즈 2004-10-09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랬군요. 몰랐었네요. (사실 알 길이 없지요?!) ^^..
어쨌든 딸기 님이 대문도 바꾸시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걸 보니 기분이 괜히 좋아지네요.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요.. :)
 

 

1.

지난달부터 서재에 음악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과 기억할 만한 느낌을 알게 되었다. 먼저, 나는 평소에 재즈를 주로 듣고 있기 때문에 애초에 재즈를 90% 이상 올리고 나머지 음악들이 한두 곡 묻어올 것이라고 예상했었는데, 의외로 곡을 올릴 때면 재즈 못지않게 다른 음악들을 찾는 나를 발견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짐작건대, 변변찮은 내 서재에 음악을 들으러 오는 분들이 남겨놓고 가는 멘트 탓이 크다. 특히, 자주 멘트를 남겨주시는 몇몇 분들의 의견은 음악을 고를 때 중요한 참고 사항이 되고 있고, 해당 음원을 찾다가 결국 못 찾았을 때는 허탈함과 아쉬움을 느낄 때도 많다.

또 다른 이유는, 음악 올리기가 어떤 면에서 내가 그간 들어온 음악의 소사(小史)를 기록하는 역할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즐겨 듣는 음악만이 아니라, 과거에 내가 자주 들었던 음악들이 속속 기억 밖으로 걸어나와 주고 있어 음악을 들으면서 20대의 나로 돌아가는 일이 많다.

2.

특히, 며칠 전에 올린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오리지널 스코어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올린 음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악을 올리기 전에 보통은 10여 분, 길게는 며칠씩 생각을 하던 때와 달리, 이 음악은 바로 떠올랐고, 올리는 중에도 빨리 올리고 싶어질 지경이었으니까. 그 참에 서재 대문도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앨범 표지에서 잘라서 올리기도 했다.

조금 전에도 나는 문득, 마우로 펠로시라는 이탈리아 칸타토레(Cantautore : 싱어송라이터)의 곡을 찾았고, 긴 설명을 덧붙여 서재에 올렸다. 내가 갖고 있는 앨범은 지난 91년 라이선스로 나온 LP인데, 당시에 꽤 자주 들었던 음악이고, 아직까지도 내 서재(진짜 서재 ^^..)에 꽂혀 있는 운 좋은 경우이다. 오늘 서재에 올리면서 거의 7, 8년만에 들어본 마우로 펠로시의 음악은 여전히, 참 좋았다.

3.

끝으로, 페이퍼에 음악을 올리는 데 있어 참조하고 있는 기준 같은 것을 여기 공개하고자 한다. 우선, 페이퍼에 올리는 음악은 별다른 이슈(이를테면 뮤지션의 사망이나 내한 같은)가 없을 때는 그야말로 무순으로 선택하고, 올리고 있다.

둘째, 가급적 대중적으로 알려진 곡들보다는 다소라도 덜 알려져 있는 곡들을 올린다. 이유는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한데, 다만, 대중적이라고 해도 내가 좋아하는 음악까지 외면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 기준은 자주 어기는 편이다.

셋째, 음악에 대한 설명을 함께 올리기도 하는데,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주 못 넣고 있다. 그 대신 음악에 대한 설명이나 느낌은 특정 웹문서에서 퍼오지 않고, 대부분 내 방식대로 새로이 쓰고 있다(여기서 한 마디 뱀꼬리를 달자면, 페이퍼의 내용이 부실하더라도 자신만의 생각이나 느낌을 적는 것이 중요하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 때문에 노래만 올릴 때와 달리 이럴 때는 길게는 1시간 넘게 시간이 들기도 한다.

아무튼 서재에 음악을 올리기 시작한 이후 나는 좀더 음악에 가까이 다가선 꼴이 되었고, 책으로부터는 조금 멀어져버린 듯하다. 걱정하지는 않는다. 곧,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다시 책에 대한 리뷰를 올릴 것이고, 음악도 조금 덜 올리게 될 것이다. 그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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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6-25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서재질을 하면서 저의 변화 중 하나는 알리디너들이 올린 음악을 들으면서 음악을 듣는 폭이 넓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 사실 음악을 잘 안 듣는 편에 속하죠. 듣기 시작하면 듣는데 안 들으면 아주 안 들을 수 있는 그런 류요. 근데 알라딘에서는 그럴 수가 없더라구요. 특히 제가 즐겨찾기 한 분들이 올려주신 음악들은. 그중 한 사람이 브리즈님이시구요.
'페이퍼의 내용이 부실하더라도 자신만의 생각이나 느낌을 적는 것이 중요하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신다는 브리즈님의 생각 정말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전 음악에 대한 정보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음악을 올리신 분이 그 음악을 왜 좋아하는지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음악을 올리시는 그 정성이 남다르시다는 거 님의 서재 팬의 한사람으로서 벌써부터 알고 있었구요, 앞으로도 좋은 음악 많이 올려주시길 바래요. 좋은 책 리뷰와 함께.^^

브리즈 2004-06-25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tella 님의 관심에 감사드려요.
제 서재의 팬이라는 말씀에도 고마움과 함께 기분 좋은 부담감을 가져봅니다. :)

음악을 올리면서 아쉬움을 느끼는 부분 중 하나는 음원을 찾아서 링크를 거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에 링크가 없는 곡은 올릴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제가 갖고 있는 음악을 저장해서 올리면 좋은데, 그렇게는 안 되니까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만약에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 알라딘 서재에 붙어 있을 테니까요. ^^..

호밀밭 2004-06-25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서재에서 듣는 음악들 다 좋아요. 다 좋다는 말이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맘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곡이 없네요. 유행을 타거나 순간의 감흥이나 음에만 매달리는 곡들이 아니라 정성이 담긴 곡이라 그렇게 느껴지나 봐요.
음악 한 곡, 한 곡 올리는 정성도 잘 느껴지고요. 얼마 전에 <아웃 오브 아프리카> 음악을 듣는데 그동안 잊고 사는 듯하면서도 잊지 않고 있던 음악을 일깨워 주는 듯해서 더욱 좋았어요.
한동안 OST를 많이 샀던 이유도 음악을 들으면 영화가 생각나는 그 연상 작용이 좋아서였는데, 요즘은 참 음반을 안 사게 되네요.

님의 서재에 오는 사람들이 행복한 것처럼 님도 행복한 음악지기님이 되셨으면 좋겠어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브리즈 2004-06-26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악 한 곡, 한 곡 올리는 정성"이라고까지 하시니 감사의 마음만큼 무안함도 느끼게 됩니다.
어쨌든 제 서재에서 듣는 음악이 좋으시다니 다행이에요. 항상 호밀밭 님이 전해주시는 관심과 마음 씀씀이가 고맙습니다.

제 서재에 오셨다 가시는 분들이 잠시라도 기분이 유쾌해지거나 혹은 편안함을 얻어가시면 좋겠다는 바람이에요. 욕심을 내어 OST에도 좀더 시간을 할애하면 어떨까 생각 중이구요.
주말이네요. 좋은 계획 세우셨나요? 건강하고 시원한 주말 보내시기를..
 

 

1.

한동안 서재를 방치해 두다가 얼마 전부터 재즈를 비롯해 좋아하는 음악을 페이퍼에 올리기 시작했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어느 쪽이냐면, 내 생활에서(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내 생에서 -.-a..)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음악을 여기에 조금 소개하는 것도 서재의 취지에 맞을 것 같아서이다.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음악을 좋아하는, 특히 재즈를 좋아하는 이들이 간혹 들러서 머리도 식히고 음악도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2.

요즘은 음악을 듣는 일이 예전보다 훨씬 더 쉬운 일이 되었고(MP3, MP3폰, 컬러링까지!), 그만큼 좋은 음악을 대할 기회가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돌이켜보면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레코드샵에서 돈을 치르고 한두 장의 음반을 고르는 일이었고, 커다란 레코드샵에나 가야 그나마 몇 장이라도 미리 들어볼 수 있었기 때문에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막대한 지출과 발품을 파는 노력이 필요했다.
거기에 뮤지션에 대한 정보를 얻는 방법도 몇몇 잡지나 라디오가 고작이어서 한두 곡이 좋아서 구입했던 음반이 전체적으로는 실망스러웠던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90년대 말 이후 음악은 인터넷을 통해 거의 무한정 들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고, 그만큼 음반을 살 일도 발품을 팔 일도 적어졌다.

3.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렇게 인터넷이 없어서 레코드샵에 가야 하고, 뮤지션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서점으로 가야 했던 때가 그립기도 하다. 오랜 기간 망설임을 거치고 경제적 제약(?)을 넘어서 구입한 음반에 대해 갖게 마련인 애정은 말할 것도 없다.
결과적으로, 근래 들어 구입하는 음반들은 과거에 비해 손때가 많이 타지 않는 편이다. 예전에는 좋은 음악이 있으면, 한 달이고 두 달이고 LP판이 휠 때까지 듣곤 했는데, 요새는 그런 경우가 아주 드물다.
거꾸로 생각해볼 때, 그럼 예전처럼 음반을 구해서 듣는 방법만 있는 것이 좋은 것인가. 그건 물론 아니다. 어느 쪽이냐면, 많은 음악을 접하게 되면서 내 귀가 권태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4.

여기 페이퍼에 올리는 음악은 대략 발표 연도가 2000년 이후인 곡들을 제외하고는 예전에 무척이나 아끼던 곡들이 많다. 마음 같아서는 각 곡마다 뮤지션에 대한 설명과 내가 가지고 있는 느낌들을 적고 싶지만, 역시 시간이 모자르다. ^^;;
다행스러운 것은 페이퍼에 음악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나 역시 새삼 음악을 들을 기회가 많아졌다는 것이고, 서재에도 다시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바라건대, 부지런하고, 진실하게 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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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i 2004-05-19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맨 처음 산 LP는 쇼팽의 즉흥환상곡이었는데, 88년이었고요, 2800원으로 기억을 한답니다. 맞아요, 야자를 끝내고서 부지런히 레코드샵에 가서 음악을 고르고, 같은 취미를 가진 친구들과 빌려듣거나 정보를 나누기도 했고요. 판이 휠 정도로, 더 이상 듣지 못할 때까지도 듣던. 때가 되면 바늘을 갈아줘야 했고, 용돈이 모아지지 않을 때는 바늘에 50원짜리나 100원짜리를 올려놓고 듣기도 했었던 시간들이 있었어요.
님이 선별해서 올려주시는 곡들, 참 좋습니다. 여기 팬 하나 있으니, 바쁘시더라도 계속 좋은 음악 올려주셨음 좋겠어요. 그럼 저는 그저 덤으로 좋은 음악, 그리고 그 음악이 만들어주는 좋은 기억들을 떠올리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거에요. 그리고 그건 이 서재를 들어오는 모든 분들, 그리고 님의 선별 음악을 즐겨듣는 분들 모두 그런 좋은 느낌을 가지고 나설 수 있을 거라고.

브리즈 2004-05-20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행이네요, 좋게 들으셨다니.. 감사드려요.
kimji 님의 부탁 덕분에 어깨가 무겁게 되었습니다.
어떤 곡을 골라야 하나..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