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소중한 친구 하나를 얻었다. 직장동료와는 가벼운 토킹은 할 수 있어도 깊은 관계를 유지하기가 힘들다. 때로는 경쟁상대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뒤통수를 친다는 배신감도 맞보면서 점점 거리를 두게 된다. 물론 5명 이내이지만 내가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동료도 있기는 하다.
어제 비 오기 전날의 불쾌지수 때문이었는지 모든 일에 신경질 적이고, 지금까지 특별히 이루어 놓은 것이 없다는 조급함 같은 것이 있었다. 이렇게 또 40년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 짐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만난 친구. 코드가 맞기에 만나면 즐거워지는지라 작은 위로를 받고 싶었다.
동갑이고, 같은 종교를 갖고 있고, 큰 어려움을 겪었다는 동질감 때문인지 우린 참 잘 맞았다. 적어도 1주일에 2번은 만나고, 시간이 나면 누가 먼저라고 할것도 없이 문자와 전화를 한다. 어제도 그렇게 해서 만났다.
"나 힘들어! 재미없어" 이런 말이 끝나자 마자. "난 참 감사하며 산다. 부족한 능력이지만 경제력을 갖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해! 집에서 살림만 할땐 내가 이렇게 살꺼라고 생각이나 했니? 시어머니의 시집살이도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증권회사에 근무하던 신랑이 억대의 빚을 지고 회사 그만둔 뒤, 방통대 영문과를 나왔지만 실력을 인정 받아 고액을 받는 개인 과외와 중학교 영어강사로도 뛰고 있으며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다)
그래 남의 아픔이 나의 아픔이라고 하기엔 참 이기적이지만 이 친구에 비하면 난 행복하지. 그런데 왜 난 감사할 줄 모르고 사는 걸까?
매사 '감사하며 산다'고 하는 이 친구를 보며 난 힘이 난다. 친구의 긍정성에 기분이 좋아지고, 늘 밝은 웃음이 기분 좋다. 기분이 up되게 해주는 친구, 엔돌핀이 팍팍 생기는 친구. 그런 친구를 만나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해야지. 다행히 오늘은 비가 온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내 속에 있는 우울함도 함께 걷어지리라 믿는다. 고맙다 친구야! (이 친구에게는 아직 알라딘을 알려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