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5
황석영 지음 / 민음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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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예전부터 해오던 버릇대로 숨었다. 숨어 있는 사이에 일은 지나가기 마련이었다. <종노>-103쪽

산머리로부터 만월이 떠올라 왔다. 달이 구름에 가려질 때마다 마을을 더욱 멀리 끌어갔다가는, 다시 환히 앞으로 끌어당겨 오는 듯했다. <밀살>-128쪽

눈이 찰지어서 걷기에는 그리 불편하지 않았고 눈보라도 포근한 듯이 느껴졌다. <삼포 가는 길>-2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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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5
황석영 지음 / 민음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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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가난과 육체노동, 리얼한 전쟁터 얘긴데,                                                                                                            그게 너무 솔직해서 소설이라기보단 작가의 기행문 같은 느낌.

조금의 미화도 하지 않고 이렇게 다 까발려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녹록한 삶의 냄새가 책 읽는 내내 느껴져서 조금은 불편하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부자는 커녕 평균치의 서민도 될 수 없는 노동자들의 인생을 황석영의 책이 아니면 어디에서 느낄 수가 있을까. 황석영만큼 그들의 인생에 동화되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이 책을 읽고 감정만이라도 공유해 볼 일이다.

아홉개의 단편 중 특히 <삼포 가는 길>, <몰개월의 새> 강추.

그리고. 

낯선 단어들이 참 많다. 예전엔 일상에서 쓰였겠지만 지금은 이렇게 그 시절 책을 뒤적여야, 혹은 사전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말들이다. 100여년 전 책도 아닌데, 불과 몇십년 전일 뿐인데. 밑줄 하나하나 그어놓는 것만으로 위안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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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5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박찬기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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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그녀를 처음 본 순간에도
     이미 그녀는 다른 남자의 아내였었지
     하지만 그건 내게 별로 중요하질 않았어
     왜냐하면 진정한 사랑은 언제나
     상상속에서만 가능한 법이니까
     난 멈출수가 없었어 
     이미 내 영혼은 그녀의 곁을 맴돌고 있었기 때문에
           
     가려진 커텐 틈 사이로 처음 그댈 보았지
     순간 모든것이 멈춘 듯했고 가슴엔 사랑이
     꿈이라도 좋겠어  느낄수만 있다면
     우연처럼 그댈 마주치는 순간이 내겐 전부였지만
          
     멈출수가 없었어 그땐
     돌아서야 하는것도 알아
     기다림에 익숙해진 내 모습뒤엔 언제나 눈물이       

     까맣게 타버린 가슴엔 꽃이 피질 않겠지
     굳게 닫혀버린 내 가슴속엔 차가운 바람이 

     오늘밤 내방엔 파티가 열렸지
     그대를 위해 준비한 꽃은 어느새 시들고
     술잔을 비우며 힘없이 웃었지
     또 다시 상상속으로 그댈 초대하는거야 (조관우의 '늪')

고등학교 때 좋아하던 안군이 즐겨부르던 노래가 바로 조관우의 '늪'이었다. 다른 노래도 잘 불렀지만 유독 그 노래가 기억에 남는 건, 어린 내가 이해하기엔 너무 어렵고 아름답고 애달픈 가사 탓이리라. 이미 결혼한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의 마음. 상상 속에서만 해야 했던 슬픈 사랑... 열일곱의 감수성은 안군을 좋아하는 나의 러브러브모드와 결합해(^^;;;) 조관우의 '늪'을 최고의 노래로 떠받들게 했는데...

십여년이 지난 후 읽게 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사실 그렇게 쉬이 손이 가는 책은 아니었다. 왠지 모르게 <고전=재미없다, 어렵다, 고리타분하다>라는 등식이 성립해 있었기 때문. 하지만 얼마 전부터 혼자서 시행하고 있는 <이름만 들어보고 읽어보지 못한 책 독파하기 캠페인> 때문에 큰맘먹고 사버렸다. 그리고 산 지 2주일도 더 지난 후에야, 다른 책들 다 읽고 난 후 마지막으로 펼쳐들게 된 이 책에서, 나는 십여년 전 조관우의 노래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내가 하면 사랑, 남이 하면 불륜"이랬던가? 이 말, 베르테르에게는 해당 안 된다. 베르테르의 사랑은 도덕적 기준에서 보면 용납할 수 없는 불륜이지만, 베르테르 자신에게는 물론 나를 포함한 많은 독자들에게는 엄연히 "사랑"이다. 1700년대의 아름다운 사랑. 전화나 인터넷이 없어서 하인을 통해 편지를 전달하고 먼 거리를 마차를 타고, 혹은 오랫동안 걸어가야만 만날 수 있었던 사랑. 굉장히 아름답다. 낭만적이다. 어렵지 않다. 열병을 앓다가 죽는 것과 사랑에 실패해 스스로 죽는 것은 똑같은 거라고 베르테르가 열변하는 부분에선 절로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게 된다!! 아! 그래서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노란 조끼에 파란 연미복을 입은 채로 거리를 활보하고, 실연의 슬픔을 못 이기면 자살을 했구나!  이해가 된다!!!!

그런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편지모음이었다니... 맹물지식인의 최고봉인 나로서는 놀라울 따름이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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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5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박찬기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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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광석은 햇빛 속에 놓아두면 햇빛을 흡수하고 밤에도 잠시 동안 빛을 발한다고 한다. 내게는 이 젊은 하인이 바로 그런 형광석이었다. 로테가 그의 얼굴과 뺨, 윗도리의 단추와 외투의 깃에다가 시선을 던졌으리라고 생각하면, 이 모든 것이 내게는 아주 신성하고 귀중하게 느껴진다. 나는 그 순간 누가 천 달러의 돈을 준다고 하더라도 그 젊은 하인을 내놓지는 않았을 것이다. -66쪽

그런데 한 가지 바람이 있습니다. 제게 보내시는 편지지에는 앞으로 모래(번짐 방지용 모래)를 사용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오늘 편지를 받자마자 입술에 갖다 대었다가 그만 모래를 으드득 씹었답니다.-68쪽

그때 그녀의 애인이 그녀를 버리고 말았지요. 몸은 얼어서 굳어버리고, 넋을 잃은 채 높은 절벽 앞에 서게 될 수밖에요. 주위 사방은 온통 어두운 장막으로 둘러싸이고 희망도 없고, 위안도 없고, 기대도 없었어요, 자기 자신의 목숨처럼 생각하고 있었던 그 남자가 자기를 버렸으니 더 할 말이 없지요! 그녀는 눈앞에 놓인 넓은 세상도, 잃은 것을 메워줄지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도 찾아볼 생각을 않고 홀로 세상에서 버림받은 외로뭄을 뼈저리게 느끼며 눈이 뒤집혀서 앞을 못 보고, 아픈 가슴속에 억눌러둔 무서운 쓰라림을 머금은 채,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괴로움을 끊어버리려고 죽음에 몸을 던지고 말았어요. 보세요, 이것이 많은 사람들의 애달픈 사연이란 말입니다! 병이 든 경우에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인간의 천성이 얽히고 설키며 서로 다투고 싸우는 갖가지 힘의 미궁으로부터 빠져나갈 길을 찾아내지 못하면, 그 인간에게는 죽는 길밖에 다른 도리가 없어요.
이것을 옆에서 바라보고 있다가, <어리석은 여자야! 좀 기다렸다면, 시간이 흘러서 때가 오면 절망도 가라앉을 것이고 반드시 다른 남자가 나타나서 위로해 주었을 텐데>라고 태연자약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오히려 한심한 사람이지요. 그것은 마치 이렇게 말하는 거나 다름없어요. <열병을 앓고 죽다니 참 어리석은 놈이야. 체력이 회복되고 원기가 좀 생겨서 혈액의 혼란이 가라앉을 때까지만 기다려보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고 말이오. -82쪽

권총은 당신의 손을 거쳐서 왔습니다. 당신이 권총의 먼지를 털어주셨다고요. 당신이 직접 손을 대고 만졌던 권총이기에 나는 천 번이나 그것에다 키스를 했답니다. 그대, 하늘의 정령이시여! 당신은 나의 결심을 확고하게 해줍니다. 로테! 당신이 내게 무기를 내주었습니다. 나는 당신 손에서 죽음을 받기가 소원이었는데, 아아, 이제 이렇게 받게 되었습니다.-2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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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세일즈 하세요 - 이야기 산업이 부의 유전자다
정효신 지음 / 영림카디널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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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토요일, 이 책과 '배려'를 선물받았다. '배려'는 이미 읽었던 책이기에 고이 되돌려주고 이 책만을 받아들었는데, 도저히 못읽을 책이다. <저자의 잘난척 + 개념없는 논리>를 견뎌낼 수 있다면 사도 무방하다. 책을 읽다가 그만두는 경우가 별로 없는데, 이 책은 3분의 1을 참고 참고 읽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그만둬버렸다. 이 책을 읽는 시간조차 아깝다.

이 책이 영 꽝~이라는 걸 제대로 알 수 있는 한 대목. 책 뒷표지에 나와 있는 소개문이다.

이야기를 좋아하면 가난해진다는 말은 옛말이다. 그러나 이야기 산업이 기업과 개인의 부의 유전자를 만들고, 침체된 한국경제를 살리는 IT 트렌드의 키워드가 되고 있다. 세상은 드림소사이어트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겠는가? 중간에 '그러나'는 왜 들어간건가? 이 책에서 말하려는 주제는 분명 '이야기 산업의 중요성'일테지만, 3분의 1을 읽어나가는 동안 그 주제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혹시 내가 읽지 않은 뒷부분에 주제가 집약돼있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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