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사실은 종종 책을 훔치고픈 유혹을 느낀다. 하지만 이미 내일모레면 서른이라는 나이에 책을 훔치다가 걸리면 훈방조치로는 끝나지 않을 게 뻔하기 때문에, 사회적 체면을 생각해 유혹의 선에서 끝내고 마는데..
얼마 전, 책을 합법적으로 훔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다.
늦은 오전 출근길 전철 안. 모 출판사에서 나온 문고판 책을 읽다 보니 이상하게도 162페이지에서 몇 페이지 전에 나왔던 내용이 그대로 반복되길래,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출판사로 전화를 걸었다. 아주 공손히, 이러저러하니 책을 다시 보내줬으면 좋겠다 얘기했더니 뭐 별로 확인도 하지 않고 바로 책을 다시 보내준다는 게 아닌가. 내가 갖고 있던 책을 반품하라는 말도 없이... 그리고 이틀 후 우편함에 온전한 책 한 권이 담겨져 있었다.
그렇다면, 혹시....?
모든 출판사에 각 한 번씩 전화를 걸어 그 출판사에서 제일 갖고 싶었던 책 제목을 대며 제본 상태가 불량하다고 말한다면... 적어도 그 중 반절 정도는 책을 보내주지 않을까? 읽던 책을 반품하라면, 귀찮으니 됐다고 하면 그만일 테고..
설마 알아챌까? 나는 모든 출판사의 블랙 리스트에 오르게 될까?
소심해서 못 해보겠다. 해보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