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제럴드 단편선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99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한은경 옮김 / 민음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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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에서 나온 피츠제럴드의 두번째 단편선.
첫번째 단편선은 3년 전에 읽었는데 나는 그 때 알라딘 리뷰에 이렇게 써놨었다.


미국인들에게 좋아하는 소설을 물어볼 때 제일 흔한 대답 중 하나가 바로 '위대한 개츠비'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소설이길래 이다지도 열광하나 싶어 읽어봤다가 '흥!' 소리만 연달아 냈었다.
생각보다 기대 이하였기 때문인데, 이상하게도 그 여운이 오래 남아 몇 달 지난 후 다시 한 번 읽어봤었고
그제서야 고개를 두어번 끄덕거릴 정도였으니 피츠제럴드에 대한 나의 애정은 정말 얕은 시냇물 수준.
단편을 꽤 썼단 얘기를 듣고, 그렇다면 과연 단편은 얼마나 큰 여운을 줄까 싶어 덥석 집어들었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흥!'.
번역할 때는 영어보다는 한국어를 잘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원서로 읽으면 멋진 구절일 수도 있겠는데 번역해 놓으면 영 딴판인 문장들이 간혹 있었을까봐(?) 아쉽다.
번역문장에 비해 플롯은 참으로 훌륭한 듯하다. 장편으로 죽죽 늘려도 부족함이 없겠다.
 

(2006년 12월 24일)

 


나는 되게 멍청한 편인데, 똑똑한 체 하는 건 꽤나 좋아해서 소설을 읽고 번역이 어쩌고 저쩌고 들먹거릴 때가 왕왕 있다.
그러면 차라리 원어로 읽으면 될 텐데, 문제는 또 내가 그렇게까지 똑똑하진 않을 뿐더러 부지런하지도 않다는 것.
오죽하면 영문학을 전공했으면서 원어로 다 읽은 작품이 <고도를 기다리며>가 유일할까.

이번 두 번째 단편선은 첫번째 이후 꽤 오랜만에 나왔는데
첫번째에 별다른 감흥을 못 느낀 주제에 두번째를 산 건 순전히 '벤저민 버튼' 탓.
아니 더 솔직히 말하자면 벤저민 버튼을 연기한 브래드 피트 탓.
도대체 합성을 한 건지 마법같은 분장 탓인지 할아버지인 브래드 피트까지 멋있을 정도였으니
피츠제럴드를 다시 한 번 읽어보자는 데까지 생각이 발전한 거다.

소설은 영화와 똑같진 않다.
영화 쪽의 결말은 너무나도 따뜻한 느낌이었는데 소설 쪽은 좀 쓸쓸하다.
그리고 생각이 참 많아진다.

특히나 머리에서 계속 떠나지 않는 생각은
어리게 태어나서 늙어가는 게 좋은지, 늙게 태어나서 갓난아기로 죽는 게 좋은지 하는 것.
물론 내가 아무리 머릿속에서 치열하게 논쟁을 벌인다 해도 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두 가지 경우 모두 처음엔 거동이 불편하고 마지막엔 기억이 사라진다는 점은 일치한다.
어머나, 인생이란 오묘해라.
나는 인생이란 '발전'의 과정이라고 생각했는데 곰곰 생각해 보니 인생이란 건 그냥 생성과 소멸일 뿐.
발전했다 싶으면 소멸을 향해서 곤두박질 치는 거다.
누구에게라도 가차없다.
그리고 대를 이어 반복된다. 생성 소멸 생성 소멸....
그런데 더 신기한 건, 그렇게 생성과 소멸을 몇 대에 걸쳐 반복하면서 인류 자체는 '발전'의 과정을 밟는다는 것.
어머나, 인생이란 오묘해라.

<벤자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 말고 또 다른 단편 <리츠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도 엄지 두 개 다 내밀 정도로 훌륭하다.
<해변의 해적>은 은근히 내 취향이다.
<위대한 개츠비>의 기억 때문에 피츠제럴드를 꽤나 사실적인 표현을 하는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나의 착각이었던 거다.
죄송합니다.
피츠제럴드의 상상력에 존경을. 

아, 이건 사족.
꽤 오래 전부터 <위대한 개츠비>를 영어 오디오북으로 들으면서 다니는데
너무 생략된 부분이 많아서인지, 내가 못 알아먹어서인지, 역시나 재미가 없다.
피츠제럴드를 좋아하고 싶으면 단편을 먼저 읽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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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ongmin2516 2023-01-09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생각이 넓으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