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필하신 책이 아무것도 없다구요?"
예전에 <지난 10년, 놓치지 말아야 할 아까운 책>의 공동집필에 참여하면서 출판사 담당자에게 들었던 말이다.
책이 나와도 진작은 나왔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마음이 안 흔들린다면 거짓말이다.
리뷰어가 직업은 아니지만, 10년 넘게 리뷰를 쓰다 보니 직업의식이 생겼다.
리뷰어는 책을 읽는 사람이지 쓰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리뷰어가 글을 쓰는 것은 '책을 읽는 행위' 중의 하나이다.
나의 이번 책에서는 '리뷰어'의 자세를 그대로 가져갔다.
나는 '쓰지' 않았다. '읽었고 들었다'
이번에는 책이 아니라 가족들, 엄마들의 마음을.
그래서 나는 이 책의 정체성을 '듣는 책'으로 삼았다.
'책 놀이 책'이라는 나의 책을 펼쳐보면 알겠지만,
내가 먼저 꺼내는 이야기는 거의 없다.
이 책의 주인공은 내가 만난 200여명의 가족이다.
여기서 나는 '각주'처럼 등장한다.
강의도 듣는 강의가 되어야 했다.
내가 말을 줄이고 들으니 길이 보였다.
책도 역시 내가 글을 줄이고 들었다.
그래서 나는 첫 번째 책에 만족한다.
한 가지 더 맘에 드는 점은 현학의 기름이 빠졌다는 점이다.
이것은 가족들의 이야기를 듣고, 배우면서 얻은 소중한 보너스다.
이 책을 읽고 가족의 문제해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나는 축복 받은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