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화곡동) 공원에 놀러 갔습니다.
주말에 너무 많이 먹어서 일찍 자려고 했지만 살이 찔까봐 산책을 하고 잘 요량이었죠.
그런데 공원 입구 계단에서 재밌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입구 담위 모퉁이에 하얀 물체가 보였습니다.
가까이 가 보니

고양이가 주무시고 있는 거였습니다.
사람들이 바로 옆을 지나면서 신기한 듯 멈춰서 구경하다 가는데도 눈 하나 깜짝 않고 자고 있었습니다.
디카를 가져가지 못해서 좀더 선명하게 찍지는 못했지만 그것도 재밌었습니다.
더군다나 '폰카'는 찍을 때 소리가 장난이 아니기 때문에 고양이가 깰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멀리서 찍었습니다. 무서웠기 때문에.
마눌님은 공격할지도 모르니 조심하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더 무서워서 다가가지 못했죠.

고양이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자 겁이 없어져서 점점 다가갔습니다.
좀더 정확하게 고양이의 잠자는 얼굴을 찍기 위해 고양이 바로 앞까지 전진 또 전진했습니다.

플래시를 드디어 터뜨렸습니다.
플래시가 터지면 당연히 고양이가 깜짝 놀랄 거라 생각했는데,
플래시가 터지고 '찰칵' 하는 굉음이 들려도 고양이는 요지부동입니다.
저도 막말로 '겁대가리'를 완전히 상실해서 고양이 바로 앞까지 다가갔습니다.
이놈의 고양이는 얼굴에 카메라를 대도 눈 하나 깜짝 안 할 녀석이란 것을 안 거죠.
마눌님은 멀리서 재밌다는 듯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가장 가까이서 찍은 고양이의 자는 모습입니다.
성능이 좋지도 않은 폰카로 찍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선명하게 나온 것은
고양이 바로 앞에 다가가서 찍었기 때문입니다.
고양이의 단잠을 방해해서 미안하기는 했지만,
잠이 깨지는 않았으니 그나마 좀 다행이군요.
운동하러 나온 사람들이 남긴 댓글에 완전 뒤집어졌습니다.
"난 뭐 누가 인형을 갖다 놓은 줄 알았네"
"완전히 무아지경에 빠진 고양이로세."
"이야~ 정말 대단한 놈이구먼"
간만에 대단한 고양이를 만났습니다.
마치 자기 안방인듯 너무 편안하고 연륜이 묻어난 듯 나이 많은 터줏대감 고양이를 만나서
저녁이 참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