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설렘
생각지도 못했던 여행의 일정이 잡혔다.
'예스24'에서 주최하는 2007 전라남도 문학캠프에 당첨된 것이다.
마눌님에게 전화를 걸어 의향을 물었다.
아니, 묻는 척했다는 것이 더 솔직하리라.
최근에 제주에서 올라온 조카들에게 봉사했던 3일이 휴가가 아니라 무엇이란 말인가.
제안을 받고 나서 고민을 좀 했다.
갈지 안 갈지 고민한 것도 있었지만,
나 같은 경우는 '무엇을 할지'와 '갈지 안 갈지'는 동시에 결정되어야 할 사항이다.
만약 할 일이 없다면 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여행의 이름을 "전화위복 프로젝트"라고 부르기로 했다.
일정이 다채롭다. 무엇보다 두 명의 중견 작가를 만난다는 것이 기대가 된다.
1일 : 천년고찰 선운사 관람,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고창 고인돌군 관람, 전통국악공연, 은희경 작가 강연회
2일 : 순천만 갈대밭 관람, 낙안읍성민속마을 관람(마눌님과 연애할 때 가본 곳~), 천불천탑 화순 운주사 관람, 전통 국악공연(이놈의 전통국악공연은 자꾸 해싸), 황석영 강연회,
3일 : 담양 소쇄원 관람, 내소사와 아름드리 전나무 숲길 관람, 해산
일단 여행을 하려고 할 때는 큰 의미를 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마치 허무맹랑한 방학 계획표를 만들듯이 복잡하게 꾸리기보다는 단순하고 선 굵게 하자는 원칙만 세운다.
나는 이 일정을 '기록'하기로 했다.
그곳에 인터넷이 된다면 현지의 생생한 기록과 사진을 남길 수도 있겠지.
얼마 전에 미친 척 하고 구입한 놋북과 동승하기로 하다.
사진을 제때 올리기 위해서 'USB 카드리더기'를 급매하다.
이번 여행은 속죄여행이 되기도 할 텐데,
한국의 현대소설을 너무 안 읽은 것이다.
문학기행이 있기 전에 '은희경'은 내 목록에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외부에서 들어오는 충격은 당연히 받아줘야 한다. 그래서 은희경의 신작과 출세작을 급 구매하다. 다행히 신작을 사니, 마이너그리그를 준다.



황석영은 어떻게 할 것인가. 별 수 없다. 신작이라고 구매하자. 그래서 바리데기를 급 구매

여기서 다시 샛길로 흘러가는데..
전역 후 2년 동안 착실하게 회사일하던 나의 생활이 4월을 기준으로 급변하게 되는데, 자물쇠를 열어놓으니 새로운 공기와 빛이 엄청나게 들어온다. 평생 읽지 않았을 책도 많이 읽게 되었다. 아마도 이번 기행도 그런 흐름의 하나겠지. 첫날에 은희경 강연이 있으니, 은희경 거를 먼저 읽자. 일단 신작만 읽고 나서 바리데기를 쳐다보고, 시간이 남으면 나머지 작품들을 읽자.
최소한 신작 두 편에 대해서는 리뷰를 어떻게든 써 보자. 읽은 것에 내 생각이 덧붙어야 무슨 말인지 알 것이 아닌가. 그래서 리뷰도 두 편 과제로 낸다.
내가 마눌님에게 빼앗은 디카가 요즘 말썽이다. 다행히 마눌님 회사 근처에 수리점이 있다고 해서 오늘 찾아온단다. 작동이 잘 되게꼬롬 고쳐 놓고, 밧데리와 충천기를 챙긴다.
하루 종일 찍어대면 아마 밧데리를 두 개는 써야 할 테니까.
그리고 중요한 것, 내가 가게 될 곳에 대한 간단한 정보를 살펴보자. 그냥 무턱대고 '좋네' 좋다'를 쓰기보다는 왜 좋은지는 알아야 할 것이 아닌가. 나쁠 수도 있고..
간만에 기자본능을 발휘해 보자. 알라딘 커뮤니티 용의 무리 없는 글과 인터넷 신문의 기사 형식으로 글을 만들어 보자. 나중에 스스로 검사 맡자.
그리고 살며시 한 가지 과제..
도시의 일상에서 멀어진 나의 소설을 좀 환기시켜 보자.
이번 참에 한번 제대로 된 냄새들을 맡고 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