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중에서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뻥슛'도 아니고,

'기쁨 두 배 축협'도 아니고, '이천수의 몽니'도 아니다.

바로 '숙제 또는 과제'이다.

숙제와 과제는 축구팀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을 수 있다.

경기 후 매번 쏟아지는 언사이다.

우리는 언론을 통해서 축구를 보지만,

축구가 언론에 얼마나 왜곡되고 있는지 알게 된다.

때문에 직접 축구장에 가고 싶고, TV중계는 보기도 싫어질 때가 많다.

 

예전에는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과제' 때문에 위안을 삼았다.

하지만 축구팀은 '언제나 과제를 제출하지 않는 학생'이었다.

선생님에게 매를 맞아도 한참을 맞았을 아이였다.

대한민국을 공무원공화국이라고 하는데,

축구만큼 공무원 냄새가 나는 곳이 또 있을까?

 

축협은 철밥통, 공무원의 상징이며,

어제 우루과이전에서의 한국축구는 전형적인 '공무원 축구'를 보여주었다.

누구도 모험을 해보려고 하지 않고, 공간을 만들려는 욕구를 가진 선수들이 없었다.

멀뚱히 공만 쳐다 보다가 번번이 공을 빼앗기고 기회를 내주었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2:0이라는 스코어는 참으로 관대한 점수가 아닌가 생각한다.

 

축구가 끝나면 또 하나의 말잔치가 펼쳐진다.

먹이를 따라다니는 파리떼 근성을 가진 것이 언론의 생리이지만,

저마다 축구에 대한 전문가를 자청하는 언론이

축구경기에 대해서 하는 논평들은 왜 그렇게 하나같이 똑같을까?

나는 축구 열혈팬도 아니고,

축구발전을 위해서 입장료를 지불한 적도 없다.

하지만 가끔 한국축구를 위해 '시간을 지불'하기는 한다.

축구보다 더욱 현란한 수사의 개인기가 싫어서라도

한번 축구장을 방문해 보고 싶다.

개인적으로 이천수 선수가 골을 넣지 못한 것은 잘된 일이라 생각한다.

넣었으면 또 팀과 싸우려고 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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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3-25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당하신 말씀들이네요.
잘 읽고 갑니다 :)

마태우스 2007-03-26 0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님 말씀에 동의해요 질 때마다 같은 진단을 내놓고, 그 진단이란 것도 십년 전과 똑같은 걸 보면 참.... 제가 축구 팬이 아닌 게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요.....

승주나무 2007-03-26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셔고양2 님//반갑습니다. 축구를 '지당'하게 해줄 순 없을까요. 티비팬이지만, 관심을 끊을까 고려중입니다.
마태 님//정말 오랜만입니다. 뭐 재밌는 거 없나요. 간만에 축구 보고 맘 상했어요 ㅠㅠ

맑음 2007-03-26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밖에 있다가 후반전이라도 보려고 고등학교 친구들이랑 친구집에서 후라이드 치킨에 맥주를 곁들여 봤는데, 여자 4명이 보면서 나온 말들... 1. 어, 우린 이제 보려는데 박지성이랑 이영표가 교체된다. 2. 상황 스코어 2 : 0으로 지고 있다. 또 인터넷 댓글에 온통 난리나겠군. 3. 우리 나라 사람은 축구 자체를 즐기는 게 아니라, 승부욕에 집착한다. 4. 좌영표 우지성 사이에 앉은 저 귀여운 아핸 누구냐? 5. 우리 중에 한 명이 자기 남친(축구를 보고 있는 게 아니라 일하던 중인, ㅋ~)에게 전화해 백지훈의 실명을 알아내는 통화에 집중하고 있을 때 갑자기 나타난 훌리건을 본 반응, 뭔데 뭔데 벌써 경기 끝난거야?

오늘도 일간지에 동메달 딴 김연아 기사는 콧구멍만하게, 금메달 딴 박태환 기사는 얼굴만하게 나왔던데. 뭐 기자는 기사를 써야하고. 짜릿한 역전승의 풀 스토리가 실수해서 넘어진 사진 한 장보다 분량이 많은 건 어쩔 수 없고. 진 팀에게 다음엔 잘 해란 말 외엔 달리 해줄 말도 없지 않나란 생각. 전 이번 축구에서 우루과이 선수들이 안 보이던데요. 전부 특수 코팅된 벽이야, 공이 다 튕겨져 나와요. 골문 안으로 들어갔던 공마저 뻥뻥~ 도로 나와버려요.

antitheme 2007-03-26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제는 과제도 답도 다 알고 있으면서 정반대로 행정을 해나간다는 점이겠죠. 저도 작은 아이 때문에 축구를 봤는데 결과는 아쉬워도 전반에는 축구처럼 하더군요. 후반은 영~~
차라리 K-리그나 열심히 보는게 건강에 좋을 듯 합니다.

승주나무 2007-03-26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맑음 님//정말 특수 코팅된 벽이었던 것 같아요. 갠적으로 기현이는 한 골 넣어줬음 했는데.. 지성과 영표 형아가 일찌감치 교체된 것은 두고두고 아쉬웠어요. 산소탱크와 열정의 본을 보여주었으면 좋았겠는데..
antitheme 님//저는 후반부터 봤어요.ㅠㅠ 전반에 정말 그랬단 말이에요. 나중에 녹화라도 봐야겠군요. 케이리그 사수해야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