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의 작은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했는데 이탈리아어 사전이었다. 외국어를 배우면서 느끼게 되는 애증의 심리를 그려놓았다. 모국어가 아닌 언어를 너무나도 정복하고 싶은 그 욕망을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 숨어있었던 영어 공부 본능(?)이 읽는 내내 살아났고, 그걸 넘어서 스페인어를 한번 배워볼까하는 긍정적인 욕망까지 불끈불끈...
언어란 무엇일까. 우리는 어찌보면 우리의 모국어안에서 사고하고 행동한다. 가장 편안하고 아주 미묘한 뉘앙스까지도 알아챌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을 여행하다 보면 그 나라 말을 몰라서 좋았던 점도 많았다. 온전히 풍경에만 집중할 수 있다던지 하는...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는 뜻이겠지? 생각만 해도 두근두근하다. 역시나 줌파 라히리 답게 훌륭한 에세이였다.
무쿠라는 떠돌이개를 집안에 들여와 죽을 때까지 키우면서 겪게 되는 일화를 그린 만화이다.
개에 대한 얘기들도 재밌지만 무엇보다 그림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고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과정이 짠하다. 이십대 중반에 무작정 도쿄로 상경해서 여러가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면서 자리를 잡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마치 나의 젊은 시절을 보는 것 같았다. 몇 번 울컥하기도... 불안하고 불투명한 미래를 헤쳐나가는 젊은이의 모습에 이래서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라는 말이 있는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꿈대로 직업도 갖게 되었고 여러 권의 책도 냈으니 저자는 참 행복하겠구나.
계속 해서 툴툴대는 할머니지만 왠지 속이 다 시원하다. 거침이 없는 노년의 모습을 재밌어 하며 읽는데 알고보니 저자는 암에 걸렸고 몇년전에 돌아가셨다는 것도 책날개를 통해 알게 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나약해지는 것이 인간인데.. 내 삶을 당당하게 이끌어줄 무언가가 내게도 있다면 죽을 때까지 이렇게 거침없이 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무언가를 찾고 싶어 고민인 요즘이다.
에이구.. 정말 사는 게 뭐라고!
이 소설을 읽노라니 얼마전 겪은 메르스가 생각난다. 전염병에 대처하는 당국의 태도가 그 당시의 우리와 많이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또 그것에 대응하는 개인의 태도들을 보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인생개선 도서목록이라니...
수년간 독서를 해왔지만 그래서 인생이 개선되었을까?
독서를 하여 어떤 효과가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므로, 독서를 해서 나에게 남은 것은 읽은 책의 목록뿐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 목록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면(특히 고전들) 뿌듯하다.
몇년동안 읽어야지, 하면서 시작하기가 엄두가 안났던 책들의 목록을 저자처럼 수시로 작성하곤 있지만 실행에 옮기기란 어럽다. 언제나 말랑말랑하게 읽히는 신간들이 유혹하고 있기 때문이다. ㅋ
마음을 다잡고 적게 읽더라도 꼭 읽어야할 것들을 읽는 해를 언젠가 정해서 실행에 옮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