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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미래인가 - 위기 이후 세계를 위한 토플러의 제언
앨빈 토플러 지음, 김원호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앨빈 토플러라고 하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래학자이다. 그 분이 쓴 책의 제목은 여럿 들어보고 인용된 것도 보기는 했지만, 저서를 읽어본 적은 없었다. 그러던 차에 이번에 신간이 나왔다고 해서 읽어보게 되었는데,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 많은 책임에는 틀림없다. 일단 앨빈 토플러 혼자서 쓴 책이 아니라, 인터뷰 형식으로 되어 있는 책으로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어와 어투로 쓰여있다. 우리들의 일상 생활에서 일어나는 사회 현상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사상가이기 때문에 미리 겁을 먹고 책을 펼쳐보지도 않을 필요가 없다. 오히려 이 책을 읽음으로서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지금의 사회 현상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책의 대부분 내용은 각 주제별로 앨빈 토플러와 지식인 단체간의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고, 뒷부분에는 앨빈 토플러 본인의 배경에 대한 이야기와 알고 있으면 좋을 이론에 관련된 내용들이 모두 대화체로 쓰여있다. 앞 부분도 물론 좋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뒤쪽의 앨빈 토플러의 간단한 일대기 정리한 부분도 꽤 마음에 들었다. 처음부터 학자인 줄 알았는데, 청년기에는 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하다가 기자로 변신,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다가 '미래쇼크' '제 3의 물결' 이라는 책을 내면서 단번에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있는 미래학자, 사상가가 되었다. 이렇게 논리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사회 현상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그것을 논리적으로 해석하고자 하는 본인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실 그를 어떤 한 가지 명칭으로 규정하기에는 조금 난해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그를 어떻게 규정하느냐 보다는 어떤 식으로 사회 현상을 해석하고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게 될 방향은 어떤 것인지를 예측해보는 것이 보다 의미가 있다고 본다.
솔직히 말해서 요즘 트렌드나 미래 예측에 관련된 책이나 기사들을 꼼꼼히 챙겨보고 있는터라, 앨빈 토플러의 책에서 뭔가 특별한 것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했었는데, 정말 처음 들어본다는 내용은 없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인상이 깊었던 것은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사회 현상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그 과정 속에서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예측하는 것이 굉장히 논리적이라는 사실이다. 그 전에 읽었던 다른 사람들의 글에서는 한 두가지의 사례로 자신의 이론을 뒷받침하는 정도였는데, 이 책에서 볼 수 있었던 앨빈 토플러의 통찰력은 과연 세계적인 석학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흥미로웠다. 그 또한 사회가 단번에 변하지는 않겠지만, 지금 현대 사회는 산업사회에서 정보화 사회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현상이라는 것에는 절대적으로 공감했다. 애매모호한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비교적 자신의 논리가 확고한 상태에서 사회 현상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어설픈 논리로 대중을 현혹시키는 학자들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특히 나 또한 상당히 좋아하는 분야인 기술과 경제적인 논리를 바탕으로 설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다소 이들 분야에 대한 신봉자적인 모습이 보일 수도 있으나, 아마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가 바로 이런 배경이 아닐까 싶다.
재미있게 보았던 내용 중에 몇 가지를 추려보면, 앞으로의 사회는 개인 단위로 분권화될 것이며 더이상 비대한 중앙정부가 모든 것을 책임질 수 없는 사회가 된다. 인터넷과 컴퓨터의 발달로 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정보를 쏟아내고 공유할 수 있는 사회가 되면서 정부가 정보의 흐름을 통제할 수 없다. 또한 소유에 대한 의미보다는 지금 내가 사용하는 경험에 대한 가치가 더 높아진다. 지금 나의 삶을 풍요롭게 살 수 있다면 반드시 내가 그것을 소유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정보를 잘 활용하는 사람들이 주도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물론 노동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앞으로의 사회에서는 물리적인 부분은 대부분 로봇이 대체할 수 있고, 사람은 머리를 써서 하는 일에 높은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게 된다. 또 여성의 위치도 남성과 동등해지는 것이 사회가 발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성 역할의 경계는 모호해지며, 획일화된 역할 분배가 아닌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인종 차별 문제도 언급하고 있는데, 산업사회에는 백인들이 모든 사회와 정치를 주도하는 역할을 맡았었지만 이제 태평양을 중심으로 아시아의 역할이 대두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이를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며, 함께 협력해나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한다. 최근 일본의 방송사와 작업을 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일본에 관련된 이야기도 무려 한 장을 할애했는데 내가 보는 시각과 조금 상이한 부분이 있어서 굳이 언급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세계적인 석학의 목소리를 지면으로나마 이렇게 들을 수 있는 경험을 하는 것은 무척 즐거운 일이었다. 지금 전 세계가 경제 위기로 굉장히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이 또한 어떻게든 극복이 될 것이다. 그 이후의 세계 권력의 구도가 어떻게 짜여질지는 아직까지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분명 이런 위기를 잘 헤쳐나간다면 앞으로 상당한 위치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대부분의 기업 경영자들과 그에 관련된 사람들은 미래의 기회를 위해 지금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비록 평범한 회사원이지만, 이런 책을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논리와 사회적 현상에 대한 해석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앞으로 일어나는 사회 현상들의 움직임을 잘 보고 나 또한 나름대로 시장을 예측할 수 있는 혜안을 가질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겠다. 이 책은 앨빈 토플러의 최신 사상을 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극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