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 파파파파, 파비아나님,  ;-)

언제 술 한 잔 같이 먹자 하실 때 전 농담하시는 줄만 알았더랍니다. 근데 진지하게 이 먼 곳까지 참이슬을 그것두 팩으로 살뜰하게 셋씩이나 싸보내시다니요!!!  소포를 뜯으면서 웃느라고 배가 찢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_______^*

오랜만에 저 진로 두꺼비를 보니 가슴이 뭉클했어요. 내 곧 너를 부둥켜 안고 마셔주리라, 속삭여주었답니다.
전 희한하게 술이 맥주두 와인두 양주도 안 맞어요. 오직 쐬주!!! 그렇지 않아두 진로 소주가 유통된다는 서부로 아예 이사를 가, 이러던 참이었어요. ㅎㅎㅎ (_ _) 꾸벅.

게다가 저 상큼한 두유팩 컨셉이라니 도저히 눈을 뗄 수 없어요. 소주팩들이 근데 물 건너 오느라 산전수전 겪은 모양입니다. ^ .^  아이구, 눈에 넣어두 아프지 않을 것들.



 

 

 

 

 

 

 

 

 

 

 

자상하게 안주까지 새우깡으로 한 봉지 넣어주시구, 파비아나님의 이 다정하신 마음에 몸둘바를 모르겠어요. ㅎㅎㅎ 제가 받아본 중에 최고로 유머러스한 소포였습니다.

아아, 그리구 제가 읽어보지 못한 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양식>까지 넣어주셨어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범우사나 삼중당 재고도서를 우편주문해서 많이 봤거든요. 그래서 옛날 책들을 보면 무척 정겨워요. 요건 문예출판사 88년 판이네요. ^^  당시 정가가 1800원이라구 인지 자리에 대신 박혀 있구, 번역자는 김붕구 교수라구 되어 있어요. <지상의 양식>과 김붕구 교수 모두 전혜린의 수필집에 자주 등장하지 않았었나요? 와아, 너무너무 신기합니다. 그 넘의 <명동백작>이던가 그 드라마를 어떻게든 구해서 봐야 하는데 말예요. ^^;;;

88년이면 제가 중학생일 때네요. 그 때쯤 전혜린의 수필집을 열심히 탐독하던 기억이 새록새록합니다. 아버지한테서는 젊어서 죽은 여자가 쓴 쓸데없는 글은 뭐하러 읽냐고 타박을 받았었지요. 서점에 가서 전혜린의 책을 골랐다가 퉁산이 엄청 먹었었다는.



아니, 근데 아무리 찾어봐두, 파비아나님의 카드가 없어요!!!

허둥지둥하며 박스를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어 보건만.

우어어~~~~ 어디루 간 걸까요??? @.@
박스가 오면서 고생을 좀 많이 한 거 같드라구요. 설마 분실된 걸까요? 무척 속상했어요. --.--;;;;  




파비아나님, 잘 읽구, 잘 마실께요!~!!!~~!!!!!

정말루 파비아나님하구 원격으로 한 잔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째집니다.

^________^


댓글(17)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물만두 2005-11-30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전 달랑 카드 하나뿐인데 ㅠ.ㅠ 넘 좋으시겠어요^^

paviana 2005-11-30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카카카드가 안 갔어요? 본책은 안가고 부록만 간 셈이네요.ㅠㅠㅠ
어쨋든 전혜린 책에 나온 지상의 양식이 맞아요.저도 그래서 그 책 읽은거거든요.ㅎㅎ 제대로 책을 알아보는 주인을 책이 만났네요..
저는 저 책을 사서 읽었고, 동생은 생일 선물로 받아서 집에 2권이 있어서 문학적 소양이 풍부한 님에게 가는게 좋을거 같아서요..(카드에 쓴 말인데, 그넘이 가출을 해버렸으니.)그래도 소주가 한팩이 없어졌거나 새우깡이나 책이 사라진것보다는 카드가 사라진게 제일 낫네요.^^

줄리 2005-11-30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좋으시겠네요. 정말 낭만적이고 정가는 소포네요. 쐬주 한잔 마시고 필발을 올려보시길 바래요~~

검둥개 2005-12-01 0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_________^V
생일날 알라딘을 마비시킨 분에 비견될 수 있겠습니까요. =3=3=3

파비아나님, 글쎄 말예요, 부, 부록만 -- .--;;; (무, 물론 부록도 겁나게 좋지만 ^ .^)
박스가 구석이 약간 터져서 왔던데 잘못해서 중간에 빠졌을지도 모르겠어요. 흑흑. 그런데 저는 전혜린 책만 열심히 읽구 정작 지상의 양식은 안 읽었는데 거의 20년만에 읽게 되니, 기분이 묘하군요. 밀린 공부를 하는 기분이랄까. ^^
한 팩씩 마시면서 즐겁게 읽도록 하겠습니다. 아자!!! 파비아나님, 감사해요! *^^*

검둥개 2005-11-30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줄리님 그렇죠? ㅎㅎㅎ 거기는 쐬주 배급되나요? 부럽다는 ^^

진주 2005-11-30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마맛....박스가 심히 고생한 흔적이.......

(카드 잃어버리신 거 안타깝네요...그래도 이슬이 있으니까눈.....)

진주 2005-11-30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그리고 줄리님, 주제넘지만 님께는 제가 이슬을 배달하오리까?

검둥개 2005-11-30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그죠, 박스가 많은 수난을 겪은 듯한... 이럴 때마다 갑자기 동네 우체국 직원들이 왤케 미워보이는지. ^^;;; 어떻게 이슬루 카드를 대신할 수 있겠어요. 흑. 물론 이슬이 좋기는 좋지만두요 =3=3=3 ^ .^

깍두기 2005-11-30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파비아나님, 그야말로 '지상의 양식'을 보내 주셨군요!
검둥개님 무지 좋으시겠다!^^

검둥개 2005-11-30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하여 <지상의 양식 패키지> 되겠습니다. ㅎㅎ 무지 좋아요. *^^*

날개 2005-11-30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나 던져댔으면 상자랑 팩이랑 저렇게 되나요..ㅎㅎ (카드 아까워라~)
아.. 너무 기분 좋으시겠어요..^^ 재치있는 선물이네요..

히나 2005-11-30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둥개님, '명동백작' 드라마 ebs 홈페이지에서 vod 서비스로 공짜로 보실 수 있답니다. 저도 종종 그렇게 봐 왔어요. 그리고 전 맥주, 양주, 막걸리 등등 다 잘 마시는데 소주만 잘 안 받는답니다 흑..

로드무비 2005-11-30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저는 왜 저런 생각을 못했을까나!
책만 달랑 보냈으니, 지송해요. 검둥개님!
청국장을 한 덩이 넣어 보내고 싶은 생각은 굴뚝 같았는데
검열(?)에 걸릴까봐!=3=3=3

panda78 2005-11-30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아- 정말 지상의 양식 패키지! ^ㅂ^
멋진 소포네요. 받고 정말 기쁘셨겠어요. ^^

마냐 2005-11-30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맛..........엄청 부러븐 소포당...^^ 저두 이슬이가 그리워용용.

검둥개 2005-12-01 0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 와서 한 잔 하시죠. ^^ 쪼까 나눠드리리이다. ㅎㅎ

검둥개 2005-12-01 0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님 ^ㅂ^
우헤헤헤, 기뻤어요.

로드무비님 무슨 말씀을! ^ .^
책보다 더 좋은 게 세상에 뭐가 있다고요!
근데 청국장은 정말루 검열에 걸릴까요? ㅎㅎ 그럴 꺼예요. ^^

켈리님, 그렇죠 ㅎㅎㅎ

스노드랍님 저두 소싯적엔 글케 생각했는데, 역시 사람의 본색은 나중에 드러나는 법이더만요. ㅎㅎㅎ 아, 그렇게 볼 수 있나요? 신기하네요. 꼭 해보겠습니다. 감사! ;)

날개님, 우체국에서 일어나는 일은 오직 그 동네 사람들만 아는 거 같아요 그죠?
너무 궁금해서 취직해보고 싶은 생각까지 들어요. ㅎㅎ 혹시 소포가 딴 나라에 갔다 온 건 아닐까 이런 의심이! ^^
 

올리브님의 엽서가 드디어 도착했어요!!!

제가 예측했던 대루 추수감사절 연휴가 끝나니까  우편물이 몰아서 왔네요. 그 중에 크리쑤마쓰!  홍콩! 일케 스탬프가  꾹 찍힌 카드 봉투를 받아드니, 엽서라면 사족을 못 쓰는 검둥개의 마음이 팔딱팔딱 뜁니다.

오오, "HANG IN THERE!" 카드 색이랑 디자인이 너무 예뻐서 올리브님의 인터리어와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절루 떠오릅니다. ^^* 서체두 너무너무 정다우세요. 카드에 동그라미 표가 박힌 것두요. 제가 상상하는 올리브님과 희한하게 비슷하지요? 

11월 중순인데 아직두 여름이란 말이셔요? ㅎㅎ 여기는 시월 말에 이미 눈이 함 왔답니다. 회사 근처 공원에 가면 야외 스케이트장에서 사람들이 스케이트를 타는 걸 볼 수 있어요.

홍콩 소인이 박힌 카드 봉투를 보면서 저는 상상에 빠져요. 이를테면 제가 보면서 동경한 모든 홍콩영화의 장면이 낡은 영사기에 걸린 필름처럼 스르르 스르르 돌아가는 거죠. 홍콩 영화 중에 인상깊게 본 것은 왕가위의 것이라 상상은 핸드헬드 풍이고 색채는 무지하게 찬란합니다. ^^ 저두 언젠가는 홍콩에 꼭 가보구 싶어요. 가서 주점에서 술을 한 잔 마시고 "불빛이 어른대는~~ 홍콩의 밤~~ 거리~~"를  앙앙진 목소리로 불러보렵니다아.  

크리스마스에 전, 특별한 계획이 전혀 없습니다요, 으하하, 배 찢어지게 먹구 늘어져 자는 꿈이 전부예요. 올리브님은요오?

올해 첨 받아보는 성탄카드예요. "MAY GOD BLESS YOU"에 형광펜으로 덧칠하신 거이 범종교인인 저의 가슴도 다 찡해요. ^^ 행운을 빌어주시는 올리브님의 따땃한 마음이 느껴져서요!!! ^^ 제가 말을 안 해두, 당연히 저의 크리수마쑤 내지는 축 새해 카드가 슝~~~~ 하고 갈 것을 아시지요?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merryticket 2005-11-29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이..성탄카드가 아니었어요^^. 그저 저번 엽서에 대한 답장이었어요.
그래서, 성탄 카드는 나중에 날아갈꺼랍니다..
앙앙진 목소리가 어떤 목소리인지 꼭 들어 보구 싶어요..
검둥개님, 얼른 날라 오셔요~~

검둥개 2005-11-30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의 앙앙진 목소리요? 그걸 잘 하는 친구 흉내를 내야 되는데 ^^;;;
저의 성탄카드도 금방 날아가요오!! ;)

merryticket 2005-12-14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댓글 써 놓곤,,성탄 카드,,하나도 안썼어요..

검둥개 2005-12-15 0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전 썼어요. ^ .^ 벌써 날라갔어요. ㅎㅎㅎ
 

페이퍼 꼭지를 두 개로 정리했다. 아, 속이 시원하다. ^^

일 년 전 쯤 읽었던 실비아 플라쓰의 저널이 다시 읽고 싶어진다. 이렇게 말하면 촌스러운가? 그녀의 극적인 개인사에도 그녀의 천재적이라는 시에도 별로 감정이입이 되지 않지만 (그러고보니 평범하고 범상한 나의 모습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드러나는군. 쩝.), 글을 쓰는 것이 두려워 부엌에 가서 빵을 굽고 집안 청소를 했던 작가의 고통은 읽는 사람의 가슴을 치는 데가 있다. 그로부터 도망쳐야 할 부분이 자신 안에 그토록이나 많았던 작가.

The Journals of Sylvia Plath

비슷한 스토리인데 나에게 훨씬 와닿았던 작가 이야기는 제인 캠피온의 수작, <내 책상 위의 천사>였다.
(차마 그 이유가 플라쓰는 미인이라서라고 말할 수는 절대 없지만. -- .--;;;)  동숭아트홀에서 오래 전에 한 번 개봉했었다.  동숭아트홀에서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도 봤었다. 이런 기억만 떠올려보면 내 청춘이 돌연 호빵처럼 정겹게 느껴진다. 오오, 이 포스터는 정말 기절하게 멋있다. 처음 보는 것 같다.

  

색감이 기절할 정도로 좋았다.
(그 때 마침 지면에 빵꾸 나서 대타로 학보에 썼던 글로 칠만원 받아서 뭐 했는지 전혀 생각 안 남. )

 

그리구 갑자기 알모도바르 영화가 무지하게 보고 싶네. 도대체 왜???

   

내가 첨으로 목돈을 쥐어본 건 첫 과외비를 받았을 때였는데 그 때 그 돈으로 산 것이 비디오였다. 그 전까지는 학교에서 단체로 관람하러 간 것과 홍콩 배우 열혈팬 친구 손에 이끌려 몇 번 간 것 외에는 영화관에 간 적이 거의 없었다. 지금은 기억 안 나는데, 아마 문화에 굶주려 있었던 모양이다.

동아리에서 보라는 대로 열심히 봤던 영화들은 '아트' 영화 아니면 'B급' 영화였다. 이걸 합치면 '인디' 영화가 된다. 머리 속에서 뉴런이 질서정연하게 줄을 지으며 뭔가 정리가 되기 시작하는군.  지금 생각해보니 뒤늦은 깨달음이 머리를 치는데, 알모도바르의 영화 중 하나에 나왔던 그 피카소 그림에나 나올 법한 얼굴을 한 여자는 쉐어였음이 분명하다.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blowup 2005-11-29 0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잖아도 아까 왔다가 카테고리 몇 개가 없어져서 놀랐잖아요. 엉엉. 바보들의 정원은 어디간 거예요? 난 그 제목이 넘 좋은데... 무슨 짓을 하신 거예요? 검둥개 님.

검둥개 2005-11-29 0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u님 새벽에 모 하심? *^^* 새벽형이신지 올빼미형이신지 분간이 안 가옵니다.
헤헤, 모처럼 서재 청소 좀 했더니만 웬 타박이시우? =3=3=3 ;)

panda78 2005-11-29 0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책상위의 천사, 분명히 봤는데, 빨강 곱슬머리의 통통한 여자애가 눈에 선한데,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나네요. ^^;;;; 거 참.
실비아 플라쓰의 일기가 새삼 궁금해집니다.

panda78 2005-11-29 0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앤 어쩌구 하는 미국 시인이랑 너무 헷갈려요. ;;

검둥개 2005-11-29 0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nn Saxton 요? ^ .^ 저두 이름만 아는 시인. ㅎㅎ

진주 2005-11-29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둥개님, 저도 리뷰쓰는게 두려워 부엌에 들어가 빵대신 고기를 굽고, 청소와 설거지를 했답니다^^:

blowup 2005-11-29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비아 플라스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벨자>를 읽고 우울했던 기억이.

마태우스 2005-11-29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제 책상 옆에는 어느 분이 주신 실비아 플러스의 일기가 놓여 있어요. 겁나게 두꺼워서 시작을 못하고있어요

검둥개 2005-11-30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전 아무 쪽이나 내키는 대로 펴서 읽었어요. 꼭 첫장부터 마지막장까지 읽어야 하는 건 아니잖어요? ^^ (산 책의 반은 완독하지 못하는 검둥개 ^^;;;)

나무님, 요절한 작가들은 우울의 망토를 두르고 다니는 듯해요. 그렇지 않나요? ^^

진주님, 대작가가 되실 조짐이 마구마구 ^^ 엿보이시는 코멘트!

산사춘 2005-11-30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모도바르 영화는 제 어줍짢은 가치관을 뒤흔들어요. 초기작들은 못봤는데 포스터를 보니 마구 궁금해집니다.

검둥개 2005-11-30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사춘님, 전 하이힐과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를 무척 좋아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내용은요, 머릿 속에서 몽롱하구요... ㅎㅎㅎ

hanicare 2005-11-30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거 참 이상하네요. 어제 무척이나 내 책상위의 천사가 생각나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지 뭐에요. 게다가 알모도바르의 옛날 영화(최근의 영화는 어떤 영화든 거의 안 봤음.요 몇 년간 영화 자체에 별로 흥미를 못 느껴서..현실이 더욱 비현실적인 세상에 사노라니)는 저도 좋아했답니다. 특히 신경쇠약직전의 여자는 그 제목이 어째 가슴을 띠리링 울려서. 저같이 범속한 위인 생각으로는 돈많고 미인이고 재능있고 그러면 가만 있어도 즐거울 거 같은데 또 그런 것도 아닌가 봐요.
*내 책상위의 천사- 이 영화의 색감은 마치 오래된 채색엽서같기도 하고 삭은 만화경의 그림같기도 합니다.

검둥개 2005-11-30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의 색감이 맘에 드셨다는 거겠죠? 저는 무척 좋아했어요. ^^*
저와 뭔가 통하는 게 있으신 걸까? 우째 비슷한 때 님과 제가 같은 영화 생각을 했으까나요!
 

여행자 (기형도)


그는 말을 듣지 않는 자신의 육체를 침대 위에 집어던진다

그의 마음속에 가득 찬, 오래된 잡동사니들이 일제히 절그럭거린다

이 목소리는 누구의 것인가, 무슨 이야기부터 해야 할 것인가

나는 이 곳까지 열심히 걸어왔었다. 시무룩한 낯짝을 보인 적도 없다

오오, 나는 알 수 없다, 이곳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보고 내 정체를 눈치챘을까

그는 탄식한다, 그는 완전히 다르게 살고 싶었다, 나에게도 그만한 권리는 있지 않은가

모퉁이에서 마주친 노파, 술집에서 만난 고양이까지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중얼거린다, 무엇이 그를 이곳까지 질질 끌고 왔는지, 그는 더 이상 기억도 못 한다.

그럴 수도 있다, 그는 낡아빠진 구두에 쑤셔박힌, 길쭉하고 가늘은

자신의 다리를 바라보고 동물처럼 울부짖는다, 그렇다면 도대체 또 어디로 간단 말인가!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플레져 2005-11-28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다면 대체 어디로.....................!

검둥개 2005-11-28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벌써 일어나셨어요.............!!! 무지하게 부지런하세요. ^^

가시장미 2005-11-28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신기하네요. 배경이 검은색이고, 글자의 배경색은 흰색이예요? ^-^; 배경이 온통 검은색이라서 인지... 글자가 더 눈에 잘 들어와요. 왠지 알아들을 것 같은 시네요. 시적표현은 제 마음을 투사시켜서 읽어내는 편이라. 제가 의미하는 것이 시인이 의미하는 것인지 통.. 헤깔려요. 시를 읽을 때면 늘 그렇죠. 으흐흐흐
저 이제 웃어요. ^-^ 제 자리를 찾아야 할 시간이 된 것 같아서요. 즐겁고 행복하고 사랑하면서 살아도 모자란 시간들이죵!! 힘낼께요. 언니도... 힘내세요!!! 아자!

검둥개 2005-11-29 0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두 신기한데,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겠구, 안 고쳐지길래 그냥 냅뒀어요. ^^*
웃으니까 얼마나 좋아! ^__________^
 

시가 많이 걸린 웹 사이트에 들어가서 '튀김'이라고 검색어를 쳐봤다. 시가 하나도 안 떴다. '튀김'을 소재로 시를 쓴 시인이 없다는 것이 갑자기 목이 매이게 슬프다. 이럴 땐 나도 상당히 희한한 인간이다.

방문을 걸어 잠그고도 담배 냄새를 없앤다고 애매한 촛불까지 켜놓고 창가에서 담배를 피워대던 날들이 있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원래 멀쩡한 직장이 있는 사람보다 백수 활동하는 인간이 돈은 훨씬 더 필요한 법이다. 당연히 과외비 떨어지는 날을 목빠지게 기다렸다. 과외는 시간당 임금이 결코 낮다고 할 수 없는 일거리인데도 늘 마음에 물린 덫처럼 나를 절름대게 했다. 그 때 나의 자아상은 과외 활동 따위에 훼손될 정도로 형편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도대체 무슨 자아상이 있기나 하다고 생각하며 그 시절을 지냈을까 궁금할 정도다. 지나간 날들은 종종 거대한 기름종이처럼 눈 앞에 일렁인다.  

흰 봉투를 받아든 날이면 늘 내가 너무 장해서 상을 주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가는 좁은 길목에 미니 수퍼가, 그 건너편에는 초미니 튀김 가게가 있었다. 의자며 테이블이며 따위 같은 것 아예 있지도 않았으니 가게라기보다는 좌판이라고 해야 더 정확할 그 튀김 가게의 자산은 기름이 가득 담긴 튀김 솥 하나와 그 기름솥으로 밀가루 반죽을 튀기는 아줌마가 전부였다.  코흘리개들이 늘 한 둘씩 어슬렁거리는 그 튀김가게의 메뉴는 단촐했다. 고추 튀긴 것, 계란 튀긴 것, 오징어 튀긴 것. 동네의 할 일 없는 한량들이 그 곳에서 튀김을 사 가지고서는 그 옆에다가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허연 플라스틱 의자와  테이블을 놓고 앉아 소주잔을 기울이기도 했다.

미니슈퍼에서는 맥주 두 캔을 사고 튀김가게에 가서 고추 튀김을 여남은개를 산다. 집에 와서는 정말이지 나의 현실과는 실오라기 하나의 관련도 없는 이국 땅에서 만들어진 침침한 영화들을 비디오로 돌려보며 맥주를 홀짝이고 튀김을 씹었다. 종이봉지에 무지막지하게 배어나는 그 기름에도 별 감흥이 없었으니 그 때는 참으로 어둡고 칙칙하고 암울한 것이 맞춤복처럼 딱 맞던 시절이었나보다. 

맥주 한 잔 하고 싶은 생각이 난다. 맥주를 혼자서 마시던 버릇은 그 시절에 만들어진 것이라, 맥주 하면 거의 반사적으로 고추 튀김 생각이 난다. 지금 구해 먹어봐야 그 때 그 맛이 날리가 없건만, 칙칙한 영화를 보고 싶은 날이면 패키지로 맥주에 튀김까지 부둥켜 안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로드무비 2005-11-27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추튀김, 해물핫바 이런 거 맥주 안주로 죽이죠.
제가 시인이라면 '고추튀김'이라는 제목으로 시를 써서
검둥개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군요.^^

물만두 2005-11-27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추튀김 먹고 싶어요 ㅠ.ㅠ;;;

깍두기 2005-11-27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검둥개님 글이 너무 좋습니다.

지나간 날들은 종종 거대한 기름종이처럼 눈 앞에 일렁인다.
==== 저도 이런 표현을 생각해 내 보고 싶어요.

플레져 2005-11-27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요일은 튀김 혹은 전 부쳐 먹는날...^^
그 튀김가게의 애환과 나날들이 검둥개님 글 속에서 살아난 것 같아요.
저도 언젠가는 튀김 으로 시 한편 내지는... 쓰겠습니다 ^^

로드무비 2005-11-27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안 어울려요.=3=3=3

시흥이 오르는 날이 있어야 할 텐데. 마태우스님처럼!^^

검둥개 2005-11-27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핫바를 제목으로 써주셔도 좋아요. 핫바두 넘 맛있어요. (아앗, 어째 제가 시를 보는 안목이 주로 식료품 소재에 제한되는 듯한 ^^;;; 들통나는 듯한=3=3=3)

만두님 저두요. ㅠ.ㅠ;;;

깍두기님, 어머 저 멋있었어요? 사실은 고추튀김 봉지에 배이던 그 어마어마한 기름을 떠올리다보니 자연스럽게 ^^;;;

플레져님 제가 "튀김"을 치면 플레져님의 가슴 뭉클한 시가 튀어오를 그 날만을 학수고대하고 있겠습니다. ^_______^ 이왕이면 고추튀김으로 써주시면 더욱 좋구요. 우헤헤.

검둥개 2005-11-27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마마마 깍두기님의 소녀적 순수한 감성을 몰라보시다니!!! ^ .^
깍두기님, 무비님 좀 보래요~~~ =3=3=3

깍두기 2005-11-27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아니 이 아지매가!!!
여기까지 오셔서는 내 흉을 보시다니!
마태우스님의 시흥이라고요? .....아, 그 돈 킥 더 부루스타!!^^ 정말 명시였어요.

진주 2005-11-27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둥개님 슬퍼하지 마세요. 저라도 급조해 볼까요?

-금방
튀겨낸 튀김처럼
바삭거리던

청춘이여!-

오늘은 요거까정만^^;

날개 2005-11-27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동네는 시인이 너무 많이 기죽어 못살겠어요..잉잉~

검둥개 2005-11-28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ㅎㅎㅎ 저두 그 시 봤어요. ^^

진주님 와, 상당히 좋은데요! @.@

-튀김처럼
십 분 만에
눅눅해지고 말았네!-

로 마무리하면 너무 폼이 안 나겠죠. ㅎㅎㅎ =3=3=3

날개님 날개님이 마지막 연을 받으시면 어떨까요? ㅎㅎㅎ 간장을 도입해서다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