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 꼭지를 두 개로 정리했다. 아, 속이 시원하다. ^^

일 년 전 쯤 읽었던 실비아 플라쓰의 저널이 다시 읽고 싶어진다. 이렇게 말하면 촌스러운가? 그녀의 극적인 개인사에도 그녀의 천재적이라는 시에도 별로 감정이입이 되지 않지만 (그러고보니 평범하고 범상한 나의 모습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드러나는군. 쩝.), 글을 쓰는 것이 두려워 부엌에 가서 빵을 굽고 집안 청소를 했던 작가의 고통은 읽는 사람의 가슴을 치는 데가 있다. 그로부터 도망쳐야 할 부분이 자신 안에 그토록이나 많았던 작가.

The Journals of Sylvia Plath

비슷한 스토리인데 나에게 훨씬 와닿았던 작가 이야기는 제인 캠피온의 수작, <내 책상 위의 천사>였다.
(차마 그 이유가 플라쓰는 미인이라서라고 말할 수는 절대 없지만. -- .--;;;)  동숭아트홀에서 오래 전에 한 번 개봉했었다.  동숭아트홀에서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도 봤었다. 이런 기억만 떠올려보면 내 청춘이 돌연 호빵처럼 정겹게 느껴진다. 오오, 이 포스터는 정말 기절하게 멋있다. 처음 보는 것 같다.

  

색감이 기절할 정도로 좋았다.
(그 때 마침 지면에 빵꾸 나서 대타로 학보에 썼던 글로 칠만원 받아서 뭐 했는지 전혀 생각 안 남. )

 

그리구 갑자기 알모도바르 영화가 무지하게 보고 싶네. 도대체 왜???

   

내가 첨으로 목돈을 쥐어본 건 첫 과외비를 받았을 때였는데 그 때 그 돈으로 산 것이 비디오였다. 그 전까지는 학교에서 단체로 관람하러 간 것과 홍콩 배우 열혈팬 친구 손에 이끌려 몇 번 간 것 외에는 영화관에 간 적이 거의 없었다. 지금은 기억 안 나는데, 아마 문화에 굶주려 있었던 모양이다.

동아리에서 보라는 대로 열심히 봤던 영화들은 '아트' 영화 아니면 'B급' 영화였다. 이걸 합치면 '인디' 영화가 된다. 머리 속에서 뉴런이 질서정연하게 줄을 지으며 뭔가 정리가 되기 시작하는군.  지금 생각해보니 뒤늦은 깨달음이 머리를 치는데, 알모도바르의 영화 중 하나에 나왔던 그 피카소 그림에나 나올 법한 얼굴을 한 여자는 쉐어였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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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5-11-29 0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잖아도 아까 왔다가 카테고리 몇 개가 없어져서 놀랐잖아요. 엉엉. 바보들의 정원은 어디간 거예요? 난 그 제목이 넘 좋은데... 무슨 짓을 하신 거예요? 검둥개 님.

검둥개 2005-11-29 0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u님 새벽에 모 하심? *^^* 새벽형이신지 올빼미형이신지 분간이 안 가옵니다.
헤헤, 모처럼 서재 청소 좀 했더니만 웬 타박이시우? =3=3=3 ;)

panda78 2005-11-29 0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책상위의 천사, 분명히 봤는데, 빨강 곱슬머리의 통통한 여자애가 눈에 선한데,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나네요. ^^;;;; 거 참.
실비아 플라쓰의 일기가 새삼 궁금해집니다.

panda78 2005-11-29 0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앤 어쩌구 하는 미국 시인이랑 너무 헷갈려요. ;;

검둥개 2005-11-29 0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nn Saxton 요? ^ .^ 저두 이름만 아는 시인. ㅎㅎ

진주 2005-11-29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둥개님, 저도 리뷰쓰는게 두려워 부엌에 들어가 빵대신 고기를 굽고, 청소와 설거지를 했답니다^^:

blowup 2005-11-29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비아 플라스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벨자>를 읽고 우울했던 기억이.

마태우스 2005-11-29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제 책상 옆에는 어느 분이 주신 실비아 플러스의 일기가 놓여 있어요. 겁나게 두꺼워서 시작을 못하고있어요

검둥개 2005-11-30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전 아무 쪽이나 내키는 대로 펴서 읽었어요. 꼭 첫장부터 마지막장까지 읽어야 하는 건 아니잖어요? ^^ (산 책의 반은 완독하지 못하는 검둥개 ^^;;;)

나무님, 요절한 작가들은 우울의 망토를 두르고 다니는 듯해요. 그렇지 않나요? ^^

진주님, 대작가가 되실 조짐이 마구마구 ^^ 엿보이시는 코멘트!

산사춘 2005-11-30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모도바르 영화는 제 어줍짢은 가치관을 뒤흔들어요. 초기작들은 못봤는데 포스터를 보니 마구 궁금해집니다.

검둥개 2005-11-30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사춘님, 전 하이힐과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를 무척 좋아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내용은요, 머릿 속에서 몽롱하구요... ㅎㅎㅎ

hanicare 2005-11-30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거 참 이상하네요. 어제 무척이나 내 책상위의 천사가 생각나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지 뭐에요. 게다가 알모도바르의 옛날 영화(최근의 영화는 어떤 영화든 거의 안 봤음.요 몇 년간 영화 자체에 별로 흥미를 못 느껴서..현실이 더욱 비현실적인 세상에 사노라니)는 저도 좋아했답니다. 특히 신경쇠약직전의 여자는 그 제목이 어째 가슴을 띠리링 울려서. 저같이 범속한 위인 생각으로는 돈많고 미인이고 재능있고 그러면 가만 있어도 즐거울 거 같은데 또 그런 것도 아닌가 봐요.
*내 책상위의 천사- 이 영화의 색감은 마치 오래된 채색엽서같기도 하고 삭은 만화경의 그림같기도 합니다.

검둥개 2005-11-30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의 색감이 맘에 드셨다는 거겠죠? 저는 무척 좋아했어요. ^^*
저와 뭔가 통하는 게 있으신 걸까? 우째 비슷한 때 님과 제가 같은 영화 생각을 했으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