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모르겠는데 나는 스트레스를 받아서 속에서 끓어야 글이 써지니 이상한 성격이다.
어제 너무 열을 받아서 잠까지 설쳤다. 나이는 중년인데 민감하긴 아주 사춘기가 울고 가겠다.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뭐든지 완전 틀어지는 사람들이 있다. 내 생각에는 완전 무례하다고 생각하는 그런 질문을 초면에 얼굴색하나 안 변하고 속사포처럼 쏟아대는.
대학은 나왔어요?
결혼은 했어요?
애는 있어요?
거기선 몇 년이나 일했어요?
어떻게 댁을 한 번도 못 봤지?
오분만 더 이야기했으면 연소득은 얼마냐고 물을 판이다.
'어머 질문 많은 아줌마, 누구야?' 이렇게 천연덕스럽게 답할 수 있어야 했는데... 못했다...
나는 갑자기 인생의 패배자가 된 것 같은 열패감에 사로잡혔다. 분명히 과민반응이다. 대학도 나왔고 결혼도 했으며 애는 없지만 (근데 있든 없든 그게 댁이랑 뭔 상관이냐) 나름대로는 이 직종에서는 알아주는 사람들도 있는데, 엉뚱하게 구멍 난 남비처럼 갑자기 형사법정에서 무죄를 증명하라는 요구를 받은 듯 당황했던 건 왜일까? 트위터에서 무식한 소리하는 당사자는 뻔뻔하기만 한데 읽는 내가 속이 상해서 혼자 쩔쩔매는 것과 비슷한 이유일까. 내가 아무리 궁리해도 말로 정리가 안 되는 그 이유란 도대체 뭘까?
이런 사람들하고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섞여 살아야 하는 거겠지. 그런가?
난 섞이는 건 바라지도 않고 그냥 폭발하지 않고 조용히 물과 기름처럼 떠가며 살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