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 (기형도)


그는 말을 듣지 않는 자신의 육체를 침대 위에 집어던진다

그의 마음속에 가득 찬, 오래된 잡동사니들이 일제히 절그럭거린다

이 목소리는 누구의 것인가, 무슨 이야기부터 해야 할 것인가

나는 이 곳까지 열심히 걸어왔었다. 시무룩한 낯짝을 보인 적도 없다

오오, 나는 알 수 없다, 이곳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보고 내 정체를 눈치챘을까

그는 탄식한다, 그는 완전히 다르게 살고 싶었다, 나에게도 그만한 권리는 있지 않은가

모퉁이에서 마주친 노파, 술집에서 만난 고양이까지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중얼거린다, 무엇이 그를 이곳까지 질질 끌고 왔는지, 그는 더 이상 기억도 못 한다.

그럴 수도 있다, 그는 낡아빠진 구두에 쑤셔박힌, 길쭉하고 가늘은

자신의 다리를 바라보고 동물처럼 울부짖는다, 그렇다면 도대체 또 어디로 간단 말인가!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플레져 2005-11-28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다면 대체 어디로.....................!

검둥개 2005-11-28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벌써 일어나셨어요.............!!! 무지하게 부지런하세요. ^^

가시장미 2005-11-28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신기하네요. 배경이 검은색이고, 글자의 배경색은 흰색이예요? ^-^; 배경이 온통 검은색이라서 인지... 글자가 더 눈에 잘 들어와요. 왠지 알아들을 것 같은 시네요. 시적표현은 제 마음을 투사시켜서 읽어내는 편이라. 제가 의미하는 것이 시인이 의미하는 것인지 통.. 헤깔려요. 시를 읽을 때면 늘 그렇죠. 으흐흐흐
저 이제 웃어요. ^-^ 제 자리를 찾아야 할 시간이 된 것 같아서요. 즐겁고 행복하고 사랑하면서 살아도 모자란 시간들이죵!! 힘낼께요. 언니도... 힘내세요!!! 아자!

검둥개 2005-11-29 0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두 신기한데,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겠구, 안 고쳐지길래 그냥 냅뒀어요. ^^*
웃으니까 얼마나 좋아! ^___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