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준형이라고 해요. 지난번에 보내주신 편지는 잘 받았어요.

내일은 제 생일이에요. 엄마 아빠는 잃어버린 자전거를 다시 사 주시겠다고 하는데, 저는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게임시디가 갖고 싶어요. 그런데 엄마 아빠가 안 사주실 것 같아서 산타할아버지께 부탁드리는 거에요.

꼭 선물해주세요.

지금 자고 있는 아들놈이 머리맡에 곱게 편지를 써두고 잔다.

내일은 아들놈 생일. 세상에, 10살이나 된 놈이 아직도 산타할아버지께 편지를 쓴다. 것두 크리스마스도 아니고 생일인데... 진짜 산타에게 보내는 건지, 아님 엄마 보라고 써둔 건지 잠시 헷갈리지만, 워낙 순진한 놈이니(지 동생들에 비해) 혹시 진심일지도 모르겠다.

작년에 산타클로스마을의 홈페이지에 아이들의 주소를 올려두고 돈을 보냈더니 핀란드 우표와 소인이 찍힌 편지가 크리스카스 무렵에 도착했었다. 그 편지를 받고, 산타를 믿게 된 게 아닌가 싶다. 왜 친구들은 못받고 자기만 받았는지 궁금해하길레(친구들의 엄마는 돈을 안 보냈고, 니 엄마는 돈을 보냈다 가 정답이지만) 산타는 자기를 진심으로 믿는 친구들에게만 편지를 보내는 게 아닐까? 라고 답했었다.

어쩄든... 난 이미 이놈의 생일선물을 사버렸으니, 이를 어째야 할까 잠시 고민이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게임시디를 사러 나갈 수도 없다. 이미 늦었다.

그러다, 이렇게 하기로 했다. 일단 작년에 왔던 편지의 문투를 그대로 흉내내어서 편지를 썼다.

2004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북극에서

나의 사랑하는 친구에게
나의 고향인 이곳 코르바툰트리에서는 이제 막 크리스마스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요정들은 음악을 연주할 준비를 하고, 또 다른 요정들은 친구들에게 보낼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바쁩니다.
아직 때가 아닌데 어디서 날 부르는 소리가 나서 달려와 봤더니 친구로군요.
아, 오늘은 준형이의 생일인 모양이군요.
산타클로스는 친구들에게 크리스마스를 축하하기 위해 1년을 준비한답니다. 친구들의 생일도 축하해주면 좋지만 세상 모든 어린이들의 생일까지 기억하기에 나는 너무 늙었답니다.
조금 실망스럽지요?
허허...
그렇다고 나를 믿고 편지를 쓴 준형이를 외면할 수도 없으니 이를 어쩌면 좋지요? 지금 선물을 준비하기도 힘들군요. 내가 너무 늦게 왔거든요.
아, 어떻게 할까요... 자전거로는 안 되겠어요?
음...
그럼 내가 가진 돈을 놓고 가지요. 그 선물은 아마 준형이 어린이가 구할 수 있을 거에요. 3만6천원이로군요. 이마트에 가면 살 수 있을 거라고 하네요? 산타클로스가 준비해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그런데 준형이 친구에게 해 주기 시작하면 다른 모든 친구들도 아마 산타클로스를 불러댈 걸요? 그러면 난 크리스마스 준비를 못해요. 그러니 다른 친구들에게는 꼭 비밀을 지켜줘야 해요?

가만, 준형이 친구는 올해 차분하고 꼼꼼한 태도를 많이 길렀나요? 작년보다는 많이 좋아진 것으로 알려졌군요. 좋아요. 아주 잘 하고 있어요. 조금만 더 노력하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겠어요.

자, 그럼 산타클로스는 이만 가 봐야겠군요. 크리스마스가 아니라서 루돌프 썰매도 타지 못하고 왔거든요. 항상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는 친구가 되기를 바래요. 안녕.

당신을 사랑하는 산타클로스로부터

그리고 현금으로 넣어두었다.

난 절대로 게임시디는 안 사주는 게 원칙인데... 이게 과연 잘 하는 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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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4-09-12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산타 할아버지 짱이야...

호랑녀 2004-09-12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나라님... 안주무시나요? ^^
난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이게 잘 하는 짓인지...ㅠㅠ

starrysky 2004-09-12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호랑녀님은 너무너무 멋진 엄마세요!! >_<
근데..앞으로 뒷감당이 좀 힘들어지시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

갈대 2004-09-13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중에 산타가 없다는 걸 알더라도 준영이에겐 좋은 추억이 되겠네요^^

반딧불,, 2004-09-13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집니다.

아이에게 환상을 조금은 더 보여줘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특별한 아이라는 의식도 조금은....^^;;;

호랑녀 2004-09-13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타리님... 저도 그런 예감이 듭니다 ㅠㅠ 지 동생, 오늘 아침에 당장 엄마 의심합니다. 3일 후면 동생 생일인데 자기도 한번 써볼까 합니다. 헉...

갈대님... 추억이... 되겠죠? 오늘 아침 한 순간이라도 행복했기를 바랍니다.

반딧불님... 스스로 특별한 대접을 받으려고 하면 안 되겠지만, 자기존중감 이런 건 필요하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엄청 헤매면서도 이나마 제가 살고 있는건 그거였거든요. 부디 우리 아이들도 그런 마음을 갖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불어, 세상의 촛불과 같은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무탄트 2004-09-13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정말 특별한 선물이 되겠군요. 그리고 호랑녀님도 특별한 어머니세요. 핀란드에서 날아왔다는 그 편지 얘기를 읽고, 흥분해서 제 친구에게도 떠들어댔습니다. 정말 근사한 생각이 아니냐면서. 하하하 ^^

호랑녀 2004-09-14 0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 전 별로 특별한 어머니가 못됩니다. 아동학대 쪽으로 특별할래나...(아동학대 중에 제일 심한 게 방치 라는 설이 있던데... 제가 딱 그렇거든요)
제가 대학 막 졸업하고 유럽 배낭여행을 간 적이 있었는데, 핀란드의 산타마을을 가지 못한 게 아직까지도 아쉽네요. 혹시 무탄트님은 가보셨을까?(여행을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

panda78 2004-09-16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준형이에게, 노먼 록웰 <산타> .


호랑녀 2004-09-16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감사합니다, 판다님.
프린트해서 꼭 전해줄께요.(그냥 보여주면 비밀이 폭로될 수 있으므로...)
 

이것을 퍼 옴으로써, 이번주 내내 밑줄이 그어졌다.

내가 서재질을 시작한 이후, 하루도 빼지 않고 밑줄이 그어진 건 이번주가 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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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녀 2004-09-11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동안 댓글 달아주신 분들 고맙습니다.
담주에도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 하하...

마태우스 2004-09-11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너무 웃깁니다! 이제 한달의 밑줄을 향해 뛰셔야겠네요!!

책읽는나무 2004-09-11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네..네..
열심히~~

헌데..손목도 안좋으시담서??

하얀마녀 2004-09-11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번 한 주 밑줄 채우기 성공했습니다. ^^

비로그인 2004-09-11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귀엽습니다... 쿡쿡.

가을산 2004-09-11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너무 귀엽다~~! ^^

진주 2004-09-11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2004-09-11 2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우맘 2004-09-11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으.....귀엽다!!!!!

mira95 2004-09-12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여워요^^

숨은아이 2004-09-12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헷헷. 저 퍼갈래요!

Hanna 2004-09-14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어서 추천할래요~ ^^
 
나는 제사가 싫다 - 삼십년 동안 가부장제와 맞서 싸운 한 여성작가의 외침
이하천 지음 / 이프(if) / 2000년 1월
평점 :
절판


처음 이 책에 대한 얘기를 들었던 건 <시사저널>에선가, 이 책에 대한 논쟁이 붙었다는 기사를 읽으면서였다. 일단 매우 도발적인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이 사회에서 태어나 자라 남의 집 며느리된 여자 치고 제삿날이 즐겁기만 한 사람이 누가 있을 것인가만, 그렇다고 <나는 제사가 싫다>고 사회에 당당하게 외칠 수 있는 사람은 또 몇이나 있겠는가. 이하천이라는 작가의 소설을 읽은 적은 없었지만, 이 책만은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을 했다. 분명히 이하천이라는 사람 역시, 다른 대부분의 여성학자들처럼 매우 잘 이해해주는 시어머니가 계시거나, 남편이 매우 진보적인 사상을 가지고 있거나...할 것이다.

이름 있는 여성학자들의 글을 읽으면서 그들의 생각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은, 일단 그들의 처지가 나와는 매우 달랐기 때문이었다. 또 다른 여성의 희생을 딛고 일어섰으면서, 일어서지 못하는 것을 답답해하는 그들의 얘기를, 나는 오히려 답답하다고 느끼던 차였다.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는 여성학자들이 밤새워 토론하고 때로는 다른 지역, 다른 나라의 행사에도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는 건 그녀의 아이를 돌봐주는 친정어머니(아주 가끔은 시어머니)가 계시기 때문이었고, 특별한 형태의 공동체를 만들어 살면서 사회활동을 열심히 하는 한 여성학자도 집안을 꾸리면서 아이들을 돌봐주는 이모와 함께 살았다.

아마 이하천이라는 작가도 이런 부류가 아닐까 나름대로 의심했다. 그러나 그녀는 훨씬 용감한 종류의 사람인 것 같았다(최소한 책에서 보자면).

<제도란 사람이 만든 것이다. 우리가 인간이라면 잘못된 제도는 바꿀 수도 있는 것이다. 부계조상에 대한 제사가 마치 인간의 본능이라도 되는 듯이 여성에게 강요해 온 이 제도를 나는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심했다. 또한 인간 본연의 모습에 젖줄을 대놓고 있지 못한 제도를 어른으로서 내 후손들에게 절대로 물려줄 수는 없다.>

책의 맨 앞에 그는 이렇게 선언했다. 그리고 시어머니에게

'낯 붉힐 줄 모르는 감각으로 반만년이나 멍청하게 연장되어 온 낡은 권리를 움켜쥐고, 우는 것과 제사지내는 것밖에 모르는'

이라고 이야기했고, 부모란 모름지기 운운하시는 시아버지에게는

'부모가 뭔데요? 부모는 책임지는 자예요. 도대체 나에게 무엇을 책임지셨지요? 그리고 무엇을 책임지실 건가요? 며느리는 자식이 아닙니다. 당신 아들이 죽어보십시오. 또 내가 당신 아들과 이혼이라도 해보십시오.
나는 당신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존재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그래도 내가 당신들 자식입니까?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예의를 지켜야 하는 사이입니다.
'

라고 항변했다.

인간의 도리 운운하면 '그렇게 시시한 것이 인간이라면 인간임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고, 혼자 남을까 전전긍긍해하는 스스로에게 '내 기꺼이 혼자 죽으리라'고 다짐하기도 했단다.

일년에 몇 차례 그냥 눈 딱 감고 제사 지내버리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이런 어려운 말들, 남편과 헤어질 각오를 하지 않고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이런 말들을 쏟아붓고 가정을 깨느니, 그냥 '나 하나만 입 다물면 집안이 조용해지기 때문에 참자'는 논리로 참아버리고 만다. 이하천 씨는 바로 이런 생각이 여성의 생명력을 없애버린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동학의 교주였던 해월 최시형 선생이 처음으로 발표했던 향아설위(제사 지낼 때 위패와 밥그릇을 벽 쪽에 갖다 놓는 것이 아니라 제사를 지내는 살아 있는 사람 쪽으로 위패와 밥그릇을 갖다 놓는 것)에 남녀 평등의 개념을 접목시킨 새로운 제사 형식을 소개했다.

1. 제사상은 집에서 가장 좋은 곳에 준비한다.

2. 맑은 물을 아름다운 그릇에 그득 담는다. 계절에 맞는 꽃잎을 서너 개 띄운다.

3. 꽃과 향과 촛불을 준비한다.

4. 가족 전체가 제사상을 중간에 놓고 빙 둘러 앉다.

5. 사회자를 한 명 정하고, 그 사회자는 오늘은 누구의 제삿날이라는 것을 말한다. 그 조상에 대해 알릴 사항이 있으면 알린다.

6. 사회자의 주도로 모인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요즈음의 자신의 삶'에 대해 고백하는 시간을 갖는다.

7. 3분 정도 묵념의 시간을 가지며 조상과 나의 삶과 가족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한다. 식이 끝나면 청수를 한 모금씩 돌아가면서 마신다.

8. 끝나고 파티타임을 갖는다. 그 전에 사회자는 오늘의 파티타임을 위해 누구누구가 수고해 주셨는지 이야기하고, 파티타임이 끝나면 수고하지 않은 사람들(물론 남자도 포함)이 설거지 하는데 도움을 주었으면 한다고 이야기한다.

9. 파티는 축제 분위기에서 (누구에게도 절대로 짐이 안 되도록 사전에 조정한다.

내 생각에는 6번 순서에 제사를 지내는 그 조상에 대한 기억들에 대해 돌아가면서 한 마디씩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물론 며느리나 손자들이 모르는 조상일 경우엔 주로 시아버지 시어머니의 이야기가 되겠지만, 어떤 성품을 가진 분이었는지, 그분과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한다면 전혀 모르는 사람의 제삿상이라는 기분은 들지 않을 것 같다.

<시사저널>에 가끔 시론을 썼던 설호정 씨는 <나의 제사 혁신기>라는 글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2001년? 혹은 그 이전?  4월 27일자 시사저널에 쓴 글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설호정이라는 사람은 전혀 모르지만 그 사람의 글은 예전에 <샘이 깊은 물>이라는 월간지에서도 비교적 좋아하는 종류의 글이었다. 매우 예리하고 때로는 신랄하지만 항상 대안이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고 보니, 이분, 요즘 뭘 하시지?)

큰며느리였지만 직장이 있었던지라 제사상 준비는 시어머니와 동서들이 했다. 그리고 그는 철저히 금품으로 보답했단다. 그러다가 결혼 스무해 쯤만에 드디어 전업주부가 되었고, 지체없이 시집의 대소사는 그의 앞에 떨어졌다. 몇 번 해 보니 역시 스트레스였다. 전통문화의 민족적 계승도 물론 좋지만 그 대단한 일이 왜 피 한방울 튀지 않은 며느리 집단의 노고로 감당되어야 하는가도 의문이었다. 그리고 시어머니도 동지의 입장일 것이었다.

그래서 시어머니를 설득했다. 그 시어머니의 아킬레스 건은 '형제 간에 의 상한다'였다. 그리고 제삿날 며느리들이 침울해하면 와서 잡수시는 넋들도 즐겁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 다음의 일은 시어머니가 다 알아서 하셨단다. 물론 그 과정에 긴 이야기들이 오갔겠지만 결과는 '절에서처럼 제삿상에는 꽃과 과일과 떡만 놓고 정성껏 지내자'였단다. 며느리도 현명하고 시어머니도 무척 현명하셨다.

난 태생적 한계인지 최소한 내 생각으로는 매우 보수적이고 소심하고 단순하다. 가끔 시집에 서운한 일이 있을 때도 '나 하나 참으면 세상이 조용하다'고 넘어가는 편이다. 그리고 제사라는 제도 역시 이하천씨의 말처럼 '여성의 생명력을 말살시키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오히려 명절이면 오랜만에 떨어져 사는 가족들 얼굴 볼 수 있어서 반갑고, 부엌에서 음식 장만하면서 동서들끼리 남편들 흉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게다가 난 큰며느리라서 제사 의식에 참여해 술도 따르고 절도 하면서 크게 소외감을 느끼진 않는다. 물론 여기에는 시어머니의 희생이 들어 있다. 웬만큼 제사음식 준비도 해 놓으시고, 며느리들에게 큰 부담을 지워주지 않으시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문제는 주도권을 쥔 어른들의 생각이다. 시어른들이나 혹은 남편이 며느리(혹은 부인)를 철저히 노동력과 생산력으로만 본다면 제사뿐만 아니라 시댁의 어떤 행산들 즐거울 수 있겠는가.

후에 내 주도로 제사가 넘어왔을 때, 그때도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으면 그땐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음식은 꼭 먹을 것만 하고(어차피 대가족이 모이면 먹어야 할 음식 양도 엄청날 터이니까), '유세차~' 하는 건 생략하고, 손자건 손녀건 부엌일은 같이 거들도록 하고, 설거지는 남자들에게 하도록 하고... 그 이름이 파티이건 명절이건 혹은 축제이건 제사이건 이름과 상관 없이 즐거운 날이 되면 되지 않을까? 그러면 <나는 제사가 즐겁다>는 말들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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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녀 2004-09-10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2, 3년 전에 쓴 리뷰다. 그리고 난 내 주도로 설날 제사음식을 장만한 적이 있었다.
물론 시부모님이 우리집에 오셨으니, 내가 제사형식을 마음대로 바꿀 처지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 전부터 장 보느라, 미리 음식 하느라, 그 대식구의 3박4일 음식을 장만하느라... 죽는 줄 알았다.. 명절이 조금도 즐겁지 않았다.ㅠㅠ
그리고 명절 후, 음식비용을 조금도 보탤 줄 모르던 동서에게 뒤에서 싫은 소리를 했고(물론 난 앞에서 말할 줄도 모른다...ㅠㅠ), 다음에 또 설날 우리집에서 하자는 시동생에 대해 남편에게 쏟아부었다.
흥, 나도 어쩔 수 없었다...

아영엄마 2004-09-10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은 시어머님의 주도로 명절 음식을 만드는지라 조금은 남의 일처럼 여겨지지만 맏며느리인 제가 결국 모든 것을 해야 할 날이 오겠지요? (님의 리뷰보니 아이를 돌봐주는 이가 있는여성학자들...이야기는 공감이 가서 추천을~~ ^^).

로드무비 2004-09-10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참 재밌게 읽었는데 무대화장보다 더 진하게 화장하고 다니는 이하천 씨는
별로예요. 그래도 그녀가 멋진 여성이라고는 생각해요.^^

panda78 2004-09-10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어제 제사였어요. 가슴에 사무치는군요.. ^^;;;
곧 추석... 그리고 추석 3일 뒤엔 또 제사가.... 두둥!

sooninara 2004-09-10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 찌찌뽕...언젠가 제가 다 맡아서 해야하는데...걱정스럽습니다..ㅠ.ㅠ.

호랑녀 2004-09-11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언젠가는... 맏며느리인 우리가... 주도할 날이 오겠죠, 아영엄마님, 수니나라님...
안하지 않을 거면 재밌게 해보자는 게 제 생각인데, 음... 재미가 있을라나?
예, 저도 어디선가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연극배우인 줄 알았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평생 못할, 하고싶은 말 다 내뱉는 건 멋있더군요.
아이고, 판다님... 종가 맏이는 아니에요? 해마다 이럴 거 아니에요... 게다가 이사도 해야 하죠... 어떻게 하나 우리 판다님...

2004-09-11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게 읽었습니다. 맏며느리 여기도 한 표 던집니다..우리가 시어머니가 되면 조금은 바뀌는 세상이 오겠지요..그러기 위해선 지금부터 슬슬 움직여야..흐흐..그러고 보니 전 원천적으로 시어머니가 될 수 없네요..시골에서 지내는 명절은 그래도 밤이면 멍석 깔고 달 보는 맛이라도 있는데, 아파트 안에서 2박 3일 먹고 치우고 자고 먹고 하루종일 티비 소리 들리는 것은 정말 고역입니다..

Hanna 2004-09-14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상깊은 리뷰예요. 저도 한국에서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 여러가지 불합리한 점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결론은..
ㅡㅡ; 시집을 알아서 잘 가자. 쓰읍.
우울하구만요.

호랑녀 2004-09-14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나님도 맏며느리표셨군요. 네, 시골에서는 마당에서 윷놀이도 하고, 밤마실도 나가고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집에서 할 땐, 집주인이 집 비워두고 밤마실갈 수가 없더만요 ㅠㅠ
새벽별님... 이프에서 보셨군요. 우리 사회에서는 꽤 튀는 분인데,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 참 궁금해지네요.
한나님...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때, 그냥 사랑만 신경쓰는 게 아니라 다른 것까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게 참 싫죠? 그렇다고 우울하실 것까지야 ^^ 결혼해보니, 결혼 전에 상상보다 훨씬 좋습니다 ^^(제가 처녀적엔 결혼 안 하려고 했거든요.)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공지영 지음 / 김영사 / 200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난 공지영에 대해, 한 번도 만나본 적도 그가 한 인터뷰를 본 적도 없는 소설가 공지영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그의 소설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고등어> <착한 여자> 등을 읽으면서 생긴 선입견이다.

우선은 정말 똑똑한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똑똑한 척은 할 것 같다는 것,
똑부러지게 살아서 나처럼 작은 일에 흔들리고 남의 말에 쉽게 솔깃해지지는 않을 거라는 것,
그래서 나같은 사람은 쉽게 사귀지 못할 거라는 것, 나름대로 인생에서 별로 실패도 없었을 거라는 것(언젠가 이혼과 재혼을 했다는 얘길 들은 것도 같았는데 그것마저도 실패라기보다는 성공이라고 생각할 거라는 것),
그리고 똑똑한 척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신보다는 자신을 믿을 거라는 것...

허, 그렇게 보이던 사람이 수도원 기행에 관한 책을 썼단다.
그것도 책 제목 사이에는 커다란 글씨로 '그녀가 그리 오래도록 찾아 헤맨 목마른 영혼의 해답'이라고 씌여 있다.

내가 공지영이라는 작가를 어떻게 생각하든, 유난히 가을을 타서(사실 봄에는 봄을 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아, 참을 수 없는 나의 가벼움이여!)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은 나에게 유럽의 시골들에 꽁꽁 숨어 있는 수도원 기행이라는 테마는 나를 잡았다. 좋은 지질에 그림 같은 컬러 사진들이 아주 많이 들어간 김영사의 시원한 편집도 한몫 하긴 했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즈음, 한달 남짓 동안 열 개쯤 되는 수도원을 돌아본 얘기였다.
아르정탱의 베네딕트 여자봉쇄수도원, 그레고리안 성가의 본산이라는 솔렘의 베네딕트 남자봉쇄 수도원 등등 프랑스와 스위스와 독일에 있는 수도원들의 얘기였는데... 솔직히 그 수도원이 어느 곳에 있었는지, 이름이 무엇이었는지는 책을 덮은 지금 별로 기억나지 않는다.

그 역시 각 수도원들을 어떤 곳은 그저 스치면서, 또 어떤 곳은 하룻밤 묵으면서 본 게 전부라서 그가 수도원들에서 그의 신앙심을 키웠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오히려 글의 초반에선 내가 바빠서인지 그의 행보가 바빠서인지 읽으면서 숨이 가쁘기도 했다. 수도원 기행이라는 고요하고 다소 엄숙한 테마와는 너무도 안 어울리게...

아, 게다가 요즘 내가 내 힘으로 감당이 되지 않는 많은 골치 아픈 일들 속에 쌓여 있다 보니 조금 꼬여 있기도 했나보다.
고백하자면, 아이도 있고 남편도 있는 그녀가 한 달 동안이나 혼자서 유럽 여행을 할 수 있는 현실이 부럽기도 했었을 터였다.
그래서인지, 수도원을 찾아다니면서 그녀가 만나는 수많은 행운들, 예를 들면 어둡고 춥고 비가 많은 유럽의 겨울 속에서도 그녀가 수도원을 찾은 날은 항상 날이 좋았다거나, 너무나 친절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거나(그녀는 철썩 같이 하느님이 자신에게 보낸 은총이라고 믿고 있는 듯하지만), 등등의 일까지도 처음엔 그녀가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자기 과시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 어느 부분부터인가 모르게 난 <몰입>이 되어 있었다.
어느 순간 책을 읽다 나 자신을 돌아보니, 그가 토해내고 있는 자신의 이야기, 그가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내가 눈물짓고 있었다.
이상했다. 아무리 다시 읽어봐도 눈물을 자아내는 이야기는 없다.
내가 그녀와 비슷한 상황인 것도 없고, 동시대의 고민을 안고 살았던 적도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내 가슴이 절절거리는가 말이다.

그가 툭툭 내뱉는 한 마디에, 그는 별로 의미를 두고 한 말 같지도 않은데, 난 그 말을 가지고 이 생각 저 생각하며 한숨짓고 눈물짓고 웃음 짓는다.


'다시 산다면, 다시 한 번 내가 스무 살의 나로 돌아간다면, 이 모든 것을 알고 다시 시작할 기회가 한 번이라도 온다면...'

- 아, 내게 그런 기회가 온다면 난 뭘 할까. 도서관의 책들을 다 읽어버릴까, 그저 무작정 길을 떠나볼까, 미친 듯이 공부를 해볼까...

'내 생이 결코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내 인생은 나의 것이어야 한다는 이 딜레마. 우리 삶에 상처를 입힌 사람들을 용서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면서 바로 그 순간에도 나는 또한 남에게 잊지 못할 상처를 주고 있다는 딜레마...'

- 정말 그렇다. 내 인생을 내 맘대로 한번 해보려고 이렇게 몸부림치는 것도 부족하여 내 아이들 인생까지 그렇게 내 맘대로 하려고 하는 건 아닌지...


유물론에 심취해 신을 멀리 했다가 18년만에 신 앞에 돌아와서 했다는 그녀의 기도,

"다시 돌아왔지만 그 사람을 용서하라는 말일랑은 하지 마세요. 설사 그것 때문에 지옥에 간다 해도, 물론 지옥에 가는 건 무섭지만, 그래도 지금 나는 그 사람만은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그 말만은 내게 하지 마세요. 하느님... 다른 건 다 돼도 그것만은 안 됩니다."

- 아, 그녀도 그런 아픔이 있었구나. 하느님 앞에서 얼마나 솔직한가.
이렇게 저렇게 바른생활 아줌마처럼 살겠습니다가 아니라, 난 그건 못하겠습니다 했다는 그녀의 이야기...
난 그렇게 누군가를 미워해 본 기억도 없는데, 왜 그리 내 마음을 울리고 적시는지...

갑자기 책장 속에서 먼지만 뒤집어 쓰고 있는 성경을 꺼내 읽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이것 역시 내가 싫어하는 나의 가벼움이다.
누군가 성령으로 충만한 것 같으면 하느님을 찾아볼까 생각하고, 남편이 법구경에 심취해 있으면 또 부처님을 찾아볼까 한다. 주변에 이슬람 신도가 없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천성이 약하고 게으른 나는 누군가를 의지해야 하는데, 왜 이렇게 종교는 많은가 말이다.

이 책을 덮으니 더욱 더 떠나고 싶어진다.
잠시만 떨어져도 못잊히고 보고싶은 남편과 자식들을 두고 나 혼자서 말이다. 한 한 달쯤, 그냥 혼자서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가서 돌아다니고 싶다.

아, 가을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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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꼭 이맘때 썼던 리뷰였다. 그런데 어쩜 이렇게 지금하고 똑같은지. 3년 동안 난 내내 그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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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4-11-10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제가 이책을 읽고 있습니다. 저는 카톨릭신자라 그런지...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공지영씨에 대해 혹평을 해도, 이책에 대해 실망하는 글을 써도 전 그냥 좋습니다.

공지영씨 마음이 제마음 이거든요....

아르정탱수도원에서 만난 '좋아죽는' 수녀님에 대한 작가의 솔직한 표현, 그냥 에세이 식으로, 삶이 녹아있는 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글이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전 별다섯개를 주고 싶은데.ㅋㅋㅋ

저도 리뷰를 쓸려고 했는데 호랑녀님의 멋진 글로 인해 완전 깨갱입니다.....
 

▷ 빌게이츠가 마운틴휘트니고등학교 학생들에게 해준 인생충고10가지 ◁


마이크로사의 빌 게이츠가 마운틴 휘트니(Mt.Whitney)고등학교를 방문하고 사회문을 밟기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참고될 조언을 들려주었다.


1. 인생이란 원래 공평하지 못하다.
그런 현실에 대하여 불평할 생각하지 말고 받아들여라.


2. 세상은 네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하지 않는다.
세상이 너희들한테 기대하는 것은 네가 스스로 만족하다고 느끼기 전에 무엇인가를 성취해서 보여줄 것을 기다리고 있다.


3. 대학교육을 받지 않는 상태에서 연봉이 4만 달러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하지 말라.


4. 학교선생님이 까다롭다고 생각되거든 사회 나와서 직장 상사의 진짜 까다로운 맛을 한번 느껴봐라.


5. 햄버거 가게에서 일하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하지 마라.
너희 할아버지는 그 일을 기회라고 생각하였다.


6. 네 인생을 네가 망치고 있으면서 부모 탓을 하지 마라.
불평만 일삼을 것이 아니라 잘못한 것에서 교훈을 얻어라.


7. 학교는 승자나 패자를 뚜렷이 가리지 않을 지 모른다.
어떤 학교에서는 낙제제도를 아예 없애고 쉽게 가르치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사회 현실은 이와 다르다는 것을 명심하라.


8. 인생은 학기처럼 구분되어 있지도 않고 여름 방학이란 것은 아예 있지도 않다.
네가 스스로 알아서 하지 않으면 직장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다.


9. TV는 현실이 아니다. 현실에서는 커피를 마시면서 일할 시간이 없다.


10. 공부 밖에 할줄 모르는 "바보" 한테 잘 보여라.
사회 나온 다음에는 아마 그 "바보" 밑에서 일하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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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녀 2004-09-10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이란 원래 공평하지 못하다, 불평만 일삼지 말라, 세상은 네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하지 않는다...
참 적나라하죠?

숨은아이 2004-09-10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로 동의하고 싶지 않은데요. ^^ 그리고 불평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불평만 하고 실제로 행동하지 않는 것이 문제 아닐까요. 그리고 세상이란 건, 저 멀리 있는 게 아니잖아요. 나와 내 소중한 이들도 세상의 일부이고, 이들은 분명 내 생각에 관심이 있어요.

가을산 2004-09-10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에에, 이게 빌 게이츠의 말이 아닐 거라는 썰도 있더라구요..... ^^

2. 상황을 탓하지 말고 스스로 주체적으로 살라는 메시지라는 의미에서 받아들이면 될 것 같습니다. 상당히 '직설적'이지만서도....

3. 마지막 10번을 보니 우리 아들 생각이 나네요.
( 아마 우리 말로 '바보(nerd)'는 '범생이'라고 번역해야 할 것 같아요.)
우리 때는 범생이에 대해 그다지 거부감이 없었던 것 같은데, 우리 애는 '범생이 처럼 보인다' 거나 '범생이다' 라고 하면 무척 싫어하더라구요. 이런 건 그 또래들의 일시적인 성향인 것 같아요.

마태우스 2004-09-10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번은 꼭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맨날 하는 소리지만 공부는 물려받은 재산을 역전시킬 수 없습니다.

호랑녀 2004-09-10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 그냥 씁쓸했는데, 확 풀렸습니다 ^^
가을산님... 오늘 우리학교 전교어린이회장단 선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부회장후보로 나온 아이(1학기 때 아깝게 떨어졌던)가 첫소리로 '저는 절대로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범생이가 아닙니다'라고 하더군요. 요즘 아이들에게 범생이는 욕입니다, 욕!
마태우스님... 네, 아마 그건 우리나라의 경우겠죠. 이건희가 어디 시험봐서 삼성회장 되었나요? 이재용도 그렇구요...

starrysky 2004-09-10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등학생한테 하는 말로는 너무 직설적이겠지만, 고등학생 정도 된 아이들한테는 꽤 적절하다고 봐요. '미국'의 '고등학생'한테 한 얘기라는 게 키포인트 아닐까 싶네요.. ^^

비로그인 2004-09-10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범생이라고 꼭 무조건 성공하는건 아니지요. 공부 외에 관심없던 저는 결국 현실감각 부재로 인하야... 쿡쿡...

결국 "잘난 사람은 잘 살기 마련이니 네가 성공하지 못한건 잘나지 못해서다" 라는,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기제만이... 주르르륵... (그래, 난 못났어.. 자책중... -_-)

반딧불,, 2004-09-10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
그래도, 말은 맞긴 해요.
첫 문장은 정말 동의가 안되지만요.
범생이가 아니라, 닫힌 사람...막힌 사람이 상사가 되면 진짜 피곤하긴 하지요ㅜㅜ

sooninara 2004-09-10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장에서 남의 탓..회사탓만하면서 적응 못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구요..저 또한 스스로를 바꾸려하지 않았던지라..나이가 들면서 조직이라는것, 조직생활에대해 생각이 달라지더군요..남편이 관리하는 회사 사람들도 여자가 많은지라 조직적인 생활보다는 본인의 사생활을 중요시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저도 예전의 제모습을 생각하면 후회가 되더라구요..
이글의 좋은면만 골라서 보면 좋은글일 수도 있어요..
고등학생이라면 알아서 새겨 듣지 않을까요? 출발선부터 다른 사람들하고 경쟁해야하는게 사회잖아요..학벌 배경등등...

호랑녀 2004-09-11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타리님...글쎄 고등학생쯤 되는 얘들한테는 한번쯤 충격요법으로 통할 수도 있겠죠? 사실 사회가 저럴 수도 있다는 건 저도 고등학교 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오히려 대학에 가서 꼭 그러는 건 아니다...라고 생각했죠.
새벽별님...도대체 요즘 애들에게 범생이는 뭘까요... 왜 모범적으로 사는 게 욕이 되었을까요... 모범적이라는 게, 남이 시키는 대로만 하는 건 아닌데 말이죠.
평범한여대생님... ㅋㅋ 범생이 여깄었군요. 성실하면 언젠간 인정받는다고 전 생각합니다. 사회에서 지금 평범한여대생님이라는 진주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게죠. 언젠가 발견이 되실 터이니 늘 준비를 열심히 하고 기다리소서. 어제 영화(터미널)를 봤는데, 계속 기다림! 이라는 얘기가 나와서 저도 느끼는 바가 많았습니다.
반딧불님... 그런 얘기가 있더군요. 지금의 삶은 다 자기가 선택한 삶이다, 고생스러운 삶을 택한 영혼은 영적으로 진화하는 거고, 편한 삶을 선택하는 영혼은 이번 생에서 쉬었다 가는 거다...(나? 사이비 교주 ㅋㅋ)그러니 이번 인생에서 조금 불공평한 게 있을지 모르지만, 영적으로 보면 다 공평하다는 거죠.
수니나라님... 저도 결혼 전에는 회사의 과장과 늘 싸웠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유연해도 될 부분을 아주 경직되게 운영하는 것처럼 느껴졌죠. 늘 남의 탓만 하는 것... 요즘 어떤 사람을 보면서 제가 스스로 돌아보게 되는 일이었습니다. 지금의 이 처지, 많은 부분 제가 자초한 것이라는 게 저의 결론이었습니다.

mira95 2004-09-12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빌 게이츠가 말하는 성공이라는 것이 권력과 돈을 이야기하는 거라면 위의 이야기에 동의할 수 있지만 전 성공이 꼭 권력과 돈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동의하기가 약간 힘드네요... 공부 잘하는 아이가 사회에서 꼭 성공하란 법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