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은 빛보다 빠르다
찰나를 쫓는 생물의 무한 진화
| 글 | 김상연 기자ㆍdream@donga.com |
빌 게이츠는 6년전 “생각의 속도로 움직이라”고 주문했다. 감탄하기 전에 잠깐. 생각의 속도는 얼마나 빠를까. 생각은 뇌가 하고, 뇌는 신경세포로 이뤄져 있다. 신경의 속도는 초속 30m. 100m를 3~4초만에 뛰는 셈이다. 생명체는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한 찰나의 순간 속에 살고 있다.

연세대 화학과 김동호 교수는 ‘식물이 빛을 잡는 순간’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1997년 과학기술부의 초고속광물성제어 창의연구단을 맡은 이후 지금까지 8년동안 녹색잎 안에서 벌어지는 빛의 경주를 쫓고 있다.

잎에 있는 엽록체가 빛을 흡수해 에너지를 만든다. 엽록체 안에는 엽록소라는 반지 모양의 분자가 수없이 많다. 바깥쪽 엽록소가 빛에서 나온 에너지를 수건 돌리듯 자기들끼리 전달한다. 에너지는 어느 순간 안쪽 엽록소로 전달되고 그곳에서 식물이 쓸 수 있는 에너지로 바뀐다.

“엽록소가 에너지를 전달하는 시간 중 가장 짧은 것은 수백 펨토초에 불과합니다.”
눈 깜박할 사이가 0.1초니 이보다 대략 1000억분의 1 정도나 짧은 순간이다. 이토록 짧은데는 이유가 있다. 에너지를 전달하는 시간이 짧을수록 손실이 적어 효율이 올라간다. 생명체가 지구에서 ‘가장 효율적인’ 광합성을 하게 된 것도 이 같은 찰나의 반응 덕분이다.

순식간에 일어나는 이런 현상은 아무리 두 눈을 치켜 떠도 볼 수 없다. 대신 김 교수 옆에는 ‘펨토초 레이저’가 있다. 이 레이저는 찰나를 볼 수 있게 하는 마법의 거울이다. 김 교수는 “식물의 찰나를 모방하면 인공 광합성 분자로 초소형 태양전지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생명체의 빠르기 경쟁

연세대 김동호 교수는 찰나에 벌어지는 광합성을 모방해 인공 광합성에 도전하고 있다.
왜 생명체는 찰나보다 빠르게 행동할까. 현기증이 나서 어지럽지나 않을까. 서울대 생명과학부 강봉균 교수는 “생존하기 위해서”라고 단언한다.

생명체는 지구에 처음 등장한 이후 38억년 동안 ‘빠르기 경쟁’을 펼쳤다. 느리면 잡혀먹는 세상에서 빠른 생명체는 생존경쟁에 유리했다. 줄행랑 치기 챔피언인 바퀴벌레는 감각기관이 정보를 얻은 뒤 행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0.001초에 불과하다. 1초에 25번이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바퀴벌레는 지구의 역사에서 무려 3억년이나 생존하고 있다.
포항공대 생명과학과 류성호 교수는 “특히 생체 내부의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이 빠른 동물일수록 행동을 재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어 더 잘 살아 남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간은 특히 뇌와 신경의 커뮤니케이션 속도, 즉 생각의 속도가 가장 빠른 동물인 셈이다.
우리 몸 안에서 가장 노동에 시달리는 구조물이 세포의 ‘이온 통로’(이온 채널)다. 바삐 움직이다 보니 가장 빠른 녀석이다. 매운 고추를 먹으면 우리는 맵다고 느낀다. 혀에 ‘매운 맛’을 느끼는 수용체가 있기 때문이다. 고추 속에 있는 ‘캅사이신’이라는 물질이 세포막에 있는 매운맛수용체에 달라붙으면 수용체가 뇌에 ‘맵다’는 신호를 전달한다.

실제로 매운맛수용체에 캅사이신이 붙으면 수용체가 마치 터널 같은 ‘이온 통로’로 변한다. 활짝 열린 통로로 양이온이 통과한다. 그렇다면 이온 1개는 몇 초 만에 통로를 통과할까. 바로 100만분의 1초다. 눈 깜박할 사이(0.1초)에 이온 10만개가 이온 채널 하나를 통과한다. 이렇게 빠르지 않았다면 생명체는 지구에서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생명현상이 번개처럼 빠르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학자들은 찰나의 현상을 직접 보고 싶어졌다. 포항공대 생명과학과 김정훈 교수는 “1970년대 독일의 사크만과 네어 박사가 세포막에 붙어 있는 이온 통로 하나만을 떼내 연구하는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노벨상을 받았다.

생명의 찰나를 보게 되면서 응용의 길도 활짝 열렸다. 매운맛수용체, 즉 캅사이신 수용체를 연구하고 있는 서울대 약학과 오우택 교수(통증발현 창의연구단)는 “이온 통로 하나만 떼내 연구하게 되면서 매우 정교하고 순간적인 생명 반응을 알 수 있게 됐다”며 “우리 연구단도 캅사이신 수용체를 마비시켜 통증을 줄이는 신약 물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찰나의 생명이 아름다운 것은 그 속에 신약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신약은 우리 몸에서 특정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 등에 달라붙어 병을 고친다. 살아 움직이는 단백질이 찰나의 순간에 어떻게 움직이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면 그런 행동을 조절하는 효과적인 약을 만들 수 있다. 많은 과학자들이 단백질의 움직임을 영화 찍듯 보려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찰나 속에 신약이 숨어 있다

세포막에 붙어 있는 물 통로. 이온 통로도 비슷하게 생긴 단백질 분자다. 눈 깜박할 새 이온 통로로 10만개의 이온이 통과한다.
이화여대 화학과 남원우 교수(생체모방시스템 창의연구단)는 산소화 효소가 몸 안에서 어떤 식으로 변하는지 연구하고 있다. 산소화 효소는 몸 안에서 유기물에 산소를 붙였다 뗐다 하는 효소다. 에너지를 얻는 반응, 노화의 원인인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반응 등에 쓰인다. 남 교수는 찰나의 순간에 존재하는 산소화 효소의 ‘중간체’를 찾고 있다.

연구팀은 2003년 한 산소화 효소의 3번째 단계에 해당하는 구조를 모방해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산소화 효소가 유기물에 산소를 붙이는 시간은 가장 짧을 경우 150펨토초다. 이런 일을 하는 효소의 중간체도 눈깜박할 새 만들어졌다 사라진다. 이 때문에 남 교수팀은 영하 40~80℃까지 기온을 낮춰 중간체를 찾는다. 온도가 낮으면 반응이 천천히 일어나 중간체도 오래 생존하기 때문이다. 효소의 중간체를 다 밝혀내면 같은 기능을 하는 인공 효소를 만들 수 있다.

남 교수는 “뇌졸중은 뇌에 산소가 모자라 일어나는데 인공 산소화 효소를 만들어 뇌에 산소를 보충하면 뇌졸중을 치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거대한 빛공장인 포항방사광가속기도 찰나의 생명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지금의 가속기가 정지된 영상을 찍는 사진관이라면 2010년까지 건설할 계획인 차세대(4세대) 가속기는 움직이는 영상을 찍는 영화 촬영소다. 새로운 가속기는 지금보다 100억배나 강한 빛을 내뿜어 270펨토초에 이르는 찰나를 찍을 수 있다.

유럽분자생물연구소 미셀 코흐 박사는 “단백질은 1조분의 1초 수준인 피코초에서 매우 재미있는 현상을 일으킨다”고 강조했다.(유럽의 차세대 가속기는 100펨토초를 찍을 계획이다). 포항가속기연구소의 유청종 박사도 “차세대 가속기는 살아 있는 단백질이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 영화처럼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과거 생명과학에서는 시작과 끝이 중요했다. 효소(A)와 기질(B)이 만나 결과물(C)을 만들었다면 A, B, C가 중요했지 A가 A1, A2, A3로 변하는 찰나적의 반응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생명의 비밀은 바로 그 찰나에 숨어 있다. 에이즈, 사스처럼 아직 뚜렷한 치료제가 없는 질병도 바로 찰나의 생명 현상 속에 답이 있을지 모른다.

빛과 전기를 움켜쥐다

포항방사광가속기. 차세대 가속기는 단백질의 움직임을 영화 찍듯 보려고 한다.
130억년전 우주의 빅뱅과 함께 빛과 전하, 즉 전기가 탄생했다. 1초에 30만km를 움직이는, 우주에서 가장 빠른 존재였다. 38억년전 지구에 생명체가 처음 탄생하고 그들은 험난한 자연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주에서 가장 빠른 것들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빛은 광합성의 에너지원이 되고, 전기는 생명체를 움직이는 수단이 됐다. 포항공대 물리학과 김승환 교수는 “생명체가 가장 빠른 정보처리를 위해 신경을 만들고, 신경의 도구로 전기를 선택했다는 사실은 속도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생존경쟁이 심해질수록 생명체는 빛과 전기의 찰나를 끊임없이 모방하고 이용하려 할 것이다. 광통신과 반도체는 38억년 동안 계속된 생명체의 진화 과정에서 가장 최근의 한 자락일 뿐이다. ‘일렉트릭 유니버스’를 쓴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말을 조금 빌리면, 우리는 ‘빛과 전기’가 다스리는 찰나 같은 세상의 한 부분이고, 진화는 찰나를 쫓는 무한 경쟁이다.

토초 레이저 |
레이저는 같은 성질(위상)을 가진 단일화된 빛이다. 레이저를 펨토초 간격으로 발사하면 펨토초 동안에 벌어지는 현상을 볼 수 있다. 펨토초는 1000조분의 1초다.

맵다 |
맵다는 감각은 사실 맛이 아니라 통증이다. 즉 고추를 먹으면 통증을 느끼고 이것을 뇌는 매운 맛으로 인식한다. 이 글에서는 일상 용어인 ‘매운 맛’이라는 말을 썼다.

중간체 |
효소, 항체 등이 음식이나 바이러스 등을 만나 반응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중간 물질. 인간이 헐크가 된다면 청바지가 찢어지는 모습이 바로 중간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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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붉게 물들이는 단풍은 왜 생길까. 미국의 abc 뉴스는 19일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단풍의 붉은색은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한 독(毒)이라고 보도했다. 붉은 단풍은 이른바 ‘아름다운 킬러(killer)’라는 얘기다.

뉴욕 콜게이트(Colgate) 대학 연구진은 단풍나무처럼 가을에 붉게 물든 나무들은 주변에 다른 종의 나무가 자라지 못하도록 독을 분비한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타감(他感)작용’이라고 부른다. 이 독은 다른 종을 죽일 만큼 강하다고 한다.

기존 이론에 따르면, 노랑이나 주황 등 단풍 색깔은 잎 속의 엽록소가 분해되면서 남아있는 색소가 공기에 노출될 때 드러나게 된다. 연구진은 그러나 빨간색을 내는 나무들은 이와는 다른 과정을 밟아 빨간 잎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빨간 단풍의 색소는 다른 성분이 파괴된 뒤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변화하는 계절에 적응하려고 사투를 벌일 때 생성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단풍나무의 빨간 잎과 파란 잎, 너도밤나무의 노란 잎과 녹색 잎을 채취해 각각 상추 씨앗 위에 뿌리는 실험을 했다. 붉은 단풍나무 추출성분이 상추의 성장을 막는다는 기존의 연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빨간 단풍잎이 다른 잎들에 비해 상추씨의 발아를 크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랭크 프레이(Frey) 콜게이트대 교수는 “가을에 빨간 단풍잎이 떨어지면 안토시아닌(anthocyanin) 성분이 흘러나와, 땅속으로 스며들어 다른 수종의 생장을 막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빨간 낙엽은 ‘순수한 퇴비’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종인 단풍나무만 자랄 수 있게 해 종의 번식을 꾀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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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0-21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번식의 놀라움이네요^^
 
 전출처 : 로드무비 > "나 야한 거 좋아해!"

홍성우 비빔툰 3권 <다운이에게 동생이 생겼어요>를 마이 도러는 세 번쯤 읽었다.
그 옆에 꽂힌 책이 <야야툰>. 비빔툰 에피소드로 19세 미만 구독불가다.

마이 도러가 혹여라도 이 책을 읽을까봐  "이 책은 너가 읽으면 안되는 책!"이라고
이야기를 해왔다.
그런데 오늘 <비빔툰> 6권을 주문했으며 다운이 공책을 선물받을 거라고 얘기를 했더니
마이 도러가 이런다.

"비빔툰 오기 전에 <야야툰>  읽으면 안 돼?"

"안 돼, (컴 앞에 앉아 페이퍼를 올리며 건성으로 대답) 그건 야한 책이야!"

"나 야한 거 좋아하는데......"

"뭐시라?  (너무 놀라서 말을 더듬는다)  야, 야, 야한 게 뭔데?"

"섹시!"

"세, 세, 섹시는 또 뭔데?"

"(이마를 찡그리고 한참 생각하더니) 이상한 옷 입고 이상하게 웃는 거!"


벌써부터 야한 게 좋다는 마이 도러, 우짜면 좋습니까!ㅎㅎ

 

 


이런 모습일 때가 엊그제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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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의 세계적인 초컬릿 브랜드 고디바는 1926년에 초컬리티어 조셉 드랩스에 의해 설립되었고, 전설속의 인물, 레이디 고디바에서 브랜드 이름을 따왔다.

 

전설에 의하면 1057년경  영국 코벤트리 지방의 사람들은 영주 레오프릭이 전쟁으로 소요된 피해를 메꾸느라 높게 책정한 세금때문에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레오프릭의 부인 고디바는 이를 보고 사람들을 위해 세금을 줄여달라고 남편에게 부탁을 하지만 레오프릭은 늘 불평을 달고 사는 천민을 위해 나설 필요가 없다며 무시한다. 하지만 고디바는 물러서지않고 그 천민들이 얼마나 명예로운 사람들인가 알게 될 것이라 반박해, 결국 두사람은 내기를 하게 되는데, 고디바가 옷을 입지 않고 도시의 중심가를 지나갈 때 사람들이 문을 걸어 잠그고 그녀를 훔쳐보지 않는다면 세금을 덜어주기로 약속을 하게 된다.

 

다음날 고디바가 약속대로 실오라기 걸치지않은 알몸으로 말을 타고 나갔을 때, 사람들은 모두 집안에 들어가 그들의 은인이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해주었고, 이에 레오프릭은 약속을 지켜 사람들의 세금을 줄여주었다고 한다.

 

오늘날 유럽에서 레이디 고디바는 그림이나 조각 등 다양한 예술양식을 통해 아름답게 표현되어지고 있는데, 루벤스 회화와 고딕 건축양식 그리고 섬세한 레이스, 크리스탈로 유명한 벨기에에서는 드랩스 가족이 고디바의 이미지를 부드럽고 풍부한 맛의 초컬릿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브뤼셀의 그랑플라스에 첫 샵을 오픈한 고디바는 이후 수년동안 조셉 드랩스의 레시피대로 고디바의 맛을 유지해왔으며 여기에 우아한 유럽 감각의 디자인과 아름다운 패키지를 더해 초컬릿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게 된다.

 

1966년 미국에 소개된 후, 고디바는 뉴욕에서 파리, 도쿄에 이르기까지 명실상부한 최고의 초컬릿 브랜드로 성장해오고 있다.

 



 

부르주아덜... 허... 가나 초콜릿도 맛 좋구먼. 우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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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개막

세계 출판인들의 축제인 ‘2005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한국시간으로 오늘 새벽 막을 올렸습니다.

각국 출판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저작권 상담과 협상, 책 전시는 물론, 문학, 공연, 영화, 학술 포럼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공유하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는 국제교류의 장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대화 그리고 스밈’을 주제로 열리는 올해 도서전은 특히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석해 더욱 의미있는 행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해찬 총리는 개막 연설을 통해 “주빈국으로 초대 받아 저 먼 동방에서 달려온 우리들은 여러분께 우리의 지적 전통과 문화를 보여주고자 한다”며 “괴테와 헤겔의 나라에서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게 돼 기쁘다”고 전했습니다.

올해 도서전은 오는 23일까지 계속됩니다.

이해찬 총리가 18일(현지시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개막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

■ ‘문화올림픽’...110개국, 7천여 업체 참가

중세부터 교통과 무역의 중심도시였던 인구 65만명의 프랑크푸르트에서는 매년 80여 개의 박람회가 열리는데요, 그 가운데 가장 성황을 이루는 것이 자동차와 책입니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15세기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만들었을 무렵 ‘부흐메세’(Buchmesse·책 박람회)란 이름으로 시작됐습니다.

매년 110여 개국에서 수 천개의 출판사가 참여, 35만여 권의 책을 전시하고, 전 세계 도서 저작권의 30%를 사고 팝니다.

지난해엔 총 6691개 참가사가 35만여 권의 책을 소개했고, 27만여 명이 관람한, 세계 최대의 도서 견본시(見本市)입니다. 출품된 35만여 작품 중 신간만 10만여 권에 달했고, 17만여 명의 서적 수입상이 찾았습니다.

특히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세계 각국의 최신 출판 경향을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도서전 기간에 열리는 각종 세미나와 작가와의 대화, 예술공연 등 출판을 통한 만남과 문화 교류의 장으로도 자리잡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1988년부터 매년 ‘주빈국’을 선정해 그 나라의 문화와 문학을 유럽과 세계에 알리는 기회를 제공해 왔습니다.

올해도 는 전세계 110개국에서 7천여 개의 출판사와 단체 등이 참가하고, 취재기자는 올림픽 기자단보다 많은 80여 개국 1만 2천여 명에 이를 전망입니다.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하는 올해 도서전에서는 ‘프레스 메세’(Press Messe : 교역, 대중, 국제 언론 전시회)와 ‘제1회 프랑크푸르트 고서적 전시회’ 가 열리는 등 예년에 비해 전시 규모가 확대된 것이 특징입니다.

‘프레스 메세’에선 1500여 개의 국제 교역 관련 혹은 일반 잡지들을 소개하며 물류와 유통의 미래, 문맹퇴치 등의 전문주제를 다루는 프로그램들을 선보이며, ‘프랑크푸르트 고서적 전시회’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을 다룬 최초의 서적(1574년 출판)을 포함해 클래식 고서적 시장의 다양한 책을 만나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전망입니다.

또 소프트웨어와 전자출판, 온라인 서비스, 각종 솔루션 등 을 제공하는 디지털전시관이 지난해보다 훨씬 넓어진 전시공간에 서 문을 열고, 20여 개 교육관련 출판사와 기관에서 출품한 다양한 전시물을 볼 수 있는 교육 관련 신규 전시실도 설치됐습니다. 최근 신설된 ‘영화와 TV’ 섹션 역시 확대됩니다.

■ 한국 ‘주빈국’...‘엔터(enter) 코리아’ 모토로 다양한 행사

한국은 올해 도서전의 주빈국으로 초대됐습니다.

‘주빈국’ 제도는 1976년부터 시작돼 자국의 문화와 경제·사회 전반을 홍보하는 문화 수출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도서전 참가 45년만에 아시아에서는 인도(1988년), 일본(1990년)에 이어 세번째로 주빈국에 선정됐습니다.

특히 독일과 유럽 현지에서 한국이 휴대폰과 자동차의 나라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도서전 주빈국 선정은 세계 최대 규모의 ‘문화 올림픽’에서 한국의 학문과 예술을 자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입니다.

▷‘엔터 코리아’ 모토로 다양한 행사 = 주빈국 조직위원회(위원장 김우창)는 컴퓨터 자판에서 시작과 실행을 의미하는 ‘엔터키’를 누르고 들어와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문화와 만나 보라는 의미에서 ‘엔터 코리아’를 주빈국 행사의 주제로 내 걸고 5개 분야(도서전, 문학학술, 전시, 공연, 스페셜 프로젝트), 29개 행사를 선보입니다.

독일과 유럽에 한국문화를 알리는 우리의 주빈국 행사는 이미 지난 3월 라이프치히 등 독일 동부지역 도시를 시작으로 독일 전역을 권역별로 나눠 순회한 ‘한국문학 순회 프로그램’으로 시작됐습니다.

주빈국관에 마련된 ‘작가의 벽’[연합]
▷주빈국관과 한국관 설치 = 도서전 행사장에는 주빈국관과 한국관이 마련됐습니다.
우선 주빈국관에는 ‘직지’와 ‘훈민정음’ 등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화려한 인쇄문화를 보여주는 ‘한국출판 의 역사’ 코너와 전세계에서 출판된 한국에 관한 책, 한국문학 번역작품 등 총 1800여 권의 책이 전시될 ‘오늘의 책’ 코너가 마련됐습니다.

또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15인과 그들의 작품세계를 심층적으로 소개하는 ‘작가의 벽’ 코너, 작가와의 대화·문화포럼·한글 한시 간에 배우기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질 ‘이벤트 홀’ 등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한지와 금속활자 등의 제작을 시연하는 문화장터와 함께 한국의 특산품과 전통문화상품, 전통차 코너 등을 운영해 한국의 전통문화도 일반에 알릴 예정입니다.

주빈국관과 별도로 마련된 334평 규모의 한국관(한국출판사종합관)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출판사 110여 개사가 참여해 6000여 종, 1만여 권의 책을 전시하며 낭독회 등의 행사를 개최합니다.

또 책 판형의 독창성·표지 디자인·본문 편집의 미려함 등을 종합해 미적 감각이 뛰어난 책을 골라 선보이는 ‘아름다운 책 100권’도 참가자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문화 한국’을 알리는 다채로운 행사 마련

출판과 관련한 행사 외에도 한국은 올해 도서전에 다양한 문화행사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개막식이 끝난 후 알테 오퍼 프랑크푸르트 대극장에서 조선시대 사도세자비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재구성한 개막 공연 ‘책을 위한 진연(進宴)’과 ‘종묘제례악’이 펼쳐져 조선왕조 궁중 의례의 장엄함과 아름다움을 선보였습니다.

사전 행사로 지난 8, 9일 이틀간 인터내셔널 시어터에서 열린 판소리 ‘심청가’와 한국 작가 낭독회 역시 현지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밖에 황우석 서울대 교수 등이 참여해 첨단 과학기술 선진국으로서의 한국의 면모를 새롭게 할 ‘IT·BT 아이디어포럼’ 이 열리고, 프랑크푸르트 시립 공예박물관에서 개막된 ‘영혼의 여정-조선시대 불교회화전’과 ‘백자의 얼굴-조선시대 도자기전’ , 프랑크푸르트 통신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만남, 구텐베르크 이전 한국의 금속활자와 인쇄문화’ 등 6개의 미술전시가 현재 진행중입니다.

또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 등 8개의 공연행사가 준비중이며, 프랑크푸르트 그뤼네부르크 공원에 한국의 전통 정원을 조성하는 ‘한국의 정원’ 프로그램과 ‘한국영화 특별전’ 등이 스페셜 프로젝트로 추진됩니다.

고은, 김지하, 현기영, 황석영, 윤흥길, 이문열, 오정희, 은희경 등 한국을 대표하는 문인 40여 명도 이번 도서전 기간을 전후해 프랑크푸르트를 비롯한 독일 주요 도시에서 낭송회와 토론회, 세미나 등 다채로운 행사를 열고 독일 독자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 “한국의 책 ‘U-Book’으로 만나세요”

IT 강국답게 한국은 올해 도서전에서 ‘한국의 책 100-유비쿼터스 북’ 코너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한국의 거석 유적인 고인돌을 모티프로 한 미적인 구조물을 설치해 지난해 조직위가 선정한 한국을 대표하는 책 100권을 영·미와 독일 등지의 출판사에서 번역.출판한 것을 전시하는 것은 물론, 이를 책의 미래 비전인 최첨단 ‘유(U)-북’으로 실현해 보여주는 행사입니다.

한국의 IT와 출판문화를 결합해 선보일 ‘한국의 책 100 - 유비쿼터스 북’ 코너 [연합]

‘U-북’이란 웹과 모바일을 통해 구매한 모든 전자책을 유선과 모바일에서 통합 관리하는 서비스. 한 번의 전자책 구매로 PC는 물론 휴대폰과 PDA에서 동일한 전자책을 열람, 관리할 수 있습니다.

관람객들은 모바일 단말기를 이용해 ‘한국의 책 100’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책의 정보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고 단말기로 책 을 주문해 즉석에서 인쇄된 책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주빈국 조직위 는 도서전 기간에 ‘POD(Print on Order and on Demand)’ 서비 스도 실시하는데요, 관람객이 모바일 단말기로 책을 주문하면 자신이 원하는 문구나 이름을 본문과 책 표지에 넣어 함께 인쇄된 책으로 출력해주는 맞춤형 서비스입니다.

2005.10.19 / 최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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