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개막

세계 출판인들의 축제인 ‘2005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한국시간으로 오늘 새벽 막을 올렸습니다.

각국 출판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저작권 상담과 협상, 책 전시는 물론, 문학, 공연, 영화, 학술 포럼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공유하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는 국제교류의 장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대화 그리고 스밈’을 주제로 열리는 올해 도서전은 특히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석해 더욱 의미있는 행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해찬 총리는 개막 연설을 통해 “주빈국으로 초대 받아 저 먼 동방에서 달려온 우리들은 여러분께 우리의 지적 전통과 문화를 보여주고자 한다”며 “괴테와 헤겔의 나라에서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게 돼 기쁘다”고 전했습니다.

올해 도서전은 오는 23일까지 계속됩니다.

이해찬 총리가 18일(현지시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개막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

■ ‘문화올림픽’...110개국, 7천여 업체 참가

중세부터 교통과 무역의 중심도시였던 인구 65만명의 프랑크푸르트에서는 매년 80여 개의 박람회가 열리는데요, 그 가운데 가장 성황을 이루는 것이 자동차와 책입니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15세기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만들었을 무렵 ‘부흐메세’(Buchmesse·책 박람회)란 이름으로 시작됐습니다.

매년 110여 개국에서 수 천개의 출판사가 참여, 35만여 권의 책을 전시하고, 전 세계 도서 저작권의 30%를 사고 팝니다.

지난해엔 총 6691개 참가사가 35만여 권의 책을 소개했고, 27만여 명이 관람한, 세계 최대의 도서 견본시(見本市)입니다. 출품된 35만여 작품 중 신간만 10만여 권에 달했고, 17만여 명의 서적 수입상이 찾았습니다.

특히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세계 각국의 최신 출판 경향을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도서전 기간에 열리는 각종 세미나와 작가와의 대화, 예술공연 등 출판을 통한 만남과 문화 교류의 장으로도 자리잡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1988년부터 매년 ‘주빈국’을 선정해 그 나라의 문화와 문학을 유럽과 세계에 알리는 기회를 제공해 왔습니다.

올해도 는 전세계 110개국에서 7천여 개의 출판사와 단체 등이 참가하고, 취재기자는 올림픽 기자단보다 많은 80여 개국 1만 2천여 명에 이를 전망입니다.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하는 올해 도서전에서는 ‘프레스 메세’(Press Messe : 교역, 대중, 국제 언론 전시회)와 ‘제1회 프랑크푸르트 고서적 전시회’ 가 열리는 등 예년에 비해 전시 규모가 확대된 것이 특징입니다.

‘프레스 메세’에선 1500여 개의 국제 교역 관련 혹은 일반 잡지들을 소개하며 물류와 유통의 미래, 문맹퇴치 등의 전문주제를 다루는 프로그램들을 선보이며, ‘프랑크푸르트 고서적 전시회’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을 다룬 최초의 서적(1574년 출판)을 포함해 클래식 고서적 시장의 다양한 책을 만나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전망입니다.

또 소프트웨어와 전자출판, 온라인 서비스, 각종 솔루션 등 을 제공하는 디지털전시관이 지난해보다 훨씬 넓어진 전시공간에 서 문을 열고, 20여 개 교육관련 출판사와 기관에서 출품한 다양한 전시물을 볼 수 있는 교육 관련 신규 전시실도 설치됐습니다. 최근 신설된 ‘영화와 TV’ 섹션 역시 확대됩니다.

■ 한국 ‘주빈국’...‘엔터(enter) 코리아’ 모토로 다양한 행사

한국은 올해 도서전의 주빈국으로 초대됐습니다.

‘주빈국’ 제도는 1976년부터 시작돼 자국의 문화와 경제·사회 전반을 홍보하는 문화 수출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도서전 참가 45년만에 아시아에서는 인도(1988년), 일본(1990년)에 이어 세번째로 주빈국에 선정됐습니다.

특히 독일과 유럽 현지에서 한국이 휴대폰과 자동차의 나라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도서전 주빈국 선정은 세계 최대 규모의 ‘문화 올림픽’에서 한국의 학문과 예술을 자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입니다.

▷‘엔터 코리아’ 모토로 다양한 행사 = 주빈국 조직위원회(위원장 김우창)는 컴퓨터 자판에서 시작과 실행을 의미하는 ‘엔터키’를 누르고 들어와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문화와 만나 보라는 의미에서 ‘엔터 코리아’를 주빈국 행사의 주제로 내 걸고 5개 분야(도서전, 문학학술, 전시, 공연, 스페셜 프로젝트), 29개 행사를 선보입니다.

독일과 유럽에 한국문화를 알리는 우리의 주빈국 행사는 이미 지난 3월 라이프치히 등 독일 동부지역 도시를 시작으로 독일 전역을 권역별로 나눠 순회한 ‘한국문학 순회 프로그램’으로 시작됐습니다.

주빈국관에 마련된 ‘작가의 벽’[연합]
▷주빈국관과 한국관 설치 = 도서전 행사장에는 주빈국관과 한국관이 마련됐습니다.
우선 주빈국관에는 ‘직지’와 ‘훈민정음’ 등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화려한 인쇄문화를 보여주는 ‘한국출판 의 역사’ 코너와 전세계에서 출판된 한국에 관한 책, 한국문학 번역작품 등 총 1800여 권의 책이 전시될 ‘오늘의 책’ 코너가 마련됐습니다.

또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15인과 그들의 작품세계를 심층적으로 소개하는 ‘작가의 벽’ 코너, 작가와의 대화·문화포럼·한글 한시 간에 배우기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질 ‘이벤트 홀’ 등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한지와 금속활자 등의 제작을 시연하는 문화장터와 함께 한국의 특산품과 전통문화상품, 전통차 코너 등을 운영해 한국의 전통문화도 일반에 알릴 예정입니다.

주빈국관과 별도로 마련된 334평 규모의 한국관(한국출판사종합관)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출판사 110여 개사가 참여해 6000여 종, 1만여 권의 책을 전시하며 낭독회 등의 행사를 개최합니다.

또 책 판형의 독창성·표지 디자인·본문 편집의 미려함 등을 종합해 미적 감각이 뛰어난 책을 골라 선보이는 ‘아름다운 책 100권’도 참가자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문화 한국’을 알리는 다채로운 행사 마련

출판과 관련한 행사 외에도 한국은 올해 도서전에 다양한 문화행사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개막식이 끝난 후 알테 오퍼 프랑크푸르트 대극장에서 조선시대 사도세자비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재구성한 개막 공연 ‘책을 위한 진연(進宴)’과 ‘종묘제례악’이 펼쳐져 조선왕조 궁중 의례의 장엄함과 아름다움을 선보였습니다.

사전 행사로 지난 8, 9일 이틀간 인터내셔널 시어터에서 열린 판소리 ‘심청가’와 한국 작가 낭독회 역시 현지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밖에 황우석 서울대 교수 등이 참여해 첨단 과학기술 선진국으로서의 한국의 면모를 새롭게 할 ‘IT·BT 아이디어포럼’ 이 열리고, 프랑크푸르트 시립 공예박물관에서 개막된 ‘영혼의 여정-조선시대 불교회화전’과 ‘백자의 얼굴-조선시대 도자기전’ , 프랑크푸르트 통신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만남, 구텐베르크 이전 한국의 금속활자와 인쇄문화’ 등 6개의 미술전시가 현재 진행중입니다.

또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 등 8개의 공연행사가 준비중이며, 프랑크푸르트 그뤼네부르크 공원에 한국의 전통 정원을 조성하는 ‘한국의 정원’ 프로그램과 ‘한국영화 특별전’ 등이 스페셜 프로젝트로 추진됩니다.

고은, 김지하, 현기영, 황석영, 윤흥길, 이문열, 오정희, 은희경 등 한국을 대표하는 문인 40여 명도 이번 도서전 기간을 전후해 프랑크푸르트를 비롯한 독일 주요 도시에서 낭송회와 토론회, 세미나 등 다채로운 행사를 열고 독일 독자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 “한국의 책 ‘U-Book’으로 만나세요”

IT 강국답게 한국은 올해 도서전에서 ‘한국의 책 100-유비쿼터스 북’ 코너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한국의 거석 유적인 고인돌을 모티프로 한 미적인 구조물을 설치해 지난해 조직위가 선정한 한국을 대표하는 책 100권을 영·미와 독일 등지의 출판사에서 번역.출판한 것을 전시하는 것은 물론, 이를 책의 미래 비전인 최첨단 ‘유(U)-북’으로 실현해 보여주는 행사입니다.

한국의 IT와 출판문화를 결합해 선보일 ‘한국의 책 100 - 유비쿼터스 북’ 코너 [연합]

‘U-북’이란 웹과 모바일을 통해 구매한 모든 전자책을 유선과 모바일에서 통합 관리하는 서비스. 한 번의 전자책 구매로 PC는 물론 휴대폰과 PDA에서 동일한 전자책을 열람, 관리할 수 있습니다.

관람객들은 모바일 단말기를 이용해 ‘한국의 책 100’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책의 정보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고 단말기로 책 을 주문해 즉석에서 인쇄된 책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주빈국 조직위 는 도서전 기간에 ‘POD(Print on Order and on Demand)’ 서비 스도 실시하는데요, 관람객이 모바일 단말기로 책을 주문하면 자신이 원하는 문구나 이름을 본문과 책 표지에 넣어 함께 인쇄된 책으로 출력해주는 맞춤형 서비스입니다.

2005.10.19 / 최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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