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감각의 박물학 > 서러움과 정겨움의 짬뽕밥 같은 소설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양장)
로버트 뉴튼 펙 지음, 김옥수 옮김, 고성원 그림 / 사계절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서러움과 정겨움의 짬뽕밥 같은 소설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날/ 사계절/ 로버트 뉴턴 펙  


초등학교 6학년 때였던가. 막내이모부께서는 폐병으로 돌아가시기 전에 내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눈자위가 퀭하고 볼이 움푹 들어간 30대 후반의 이모부의 말씀을 나는 지금도 분명히 기억한다. "보일아, 너는 이 다음에 꼭 의사가 되어라......" 의사가 되어서 평생 병으로 고생한 사람들을 고쳐달라는 말씀이셨다.

의대에 갈 성적도 안 되었지만 정작 나는 의사가 싫었다. 두통, 치통, 복통, 요통, 생리통 관절통... 매일 같이 찡그린 사람들의 얼굴을 보아야만 한다는 것도 고역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툭하면 자리에 드러눕는 어머니 때문이었는지 나는 일단 고통의 표정 자체가 싫었다. 그런 표정들을 매일 보아야만 하는 의사라는 직업, 아무리 돈을 많이 번다고 해도 끌리지 않았다. 내가 보고 싶은 것은 환한 표정이었다. 자글자글 끓고 있는 떡볶이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얼굴에서 읽을 수 있는 그런 표정.

학교는 환한 얼굴의 집합소다. 갖은 표정의 미소가 다 있는 곳이 학교다. 하루도 웃음이 그치질 않는다. 웃기는(?) 선생 때문이 아니다. 십대의 나이가 돌멩이만 굴러가도 까르르르 웃는 나이다. 물론 모든 아이들의 표정에서 밝음을 읽을 수는 없지만 대체적으로 아이들의 얼굴은 환하다. 일등이나 꼴등이나 웃음 앞에서는 평등하다. 툭하면 재미난 이야기를 해달라고 아이들은 성화다. 수업에 들어가 "책 덮어라, 오늘은 재미난 이야기해줄게."하면 아이들은 책상을 쿵쾅 치면서 난리를 친다. 그런 그들의 얼굴에 회색빛은 없다.

옛날에 어떤 왕에게 요술 거울이 생겼다. 무슨 소원이든 다 들어주는 거울이지. 그래서 평소에 자신의 물건(?)이 부실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왕은 거울에게 소원을 빌었다. 거울아, 거울아 나의 물건을 땅에 닿게 해다오. 왕은 대물을 원했던 거다. 그런데 왕의 소원을 비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왕의 다리가 줄어들면서 그의 물건이 땅에 닿은 것이다. 요술거울이 소원을 들어준 거지......이 대목에서 아이들은 자지러진다. 팝콘처럼 피어나는 아이들의 웃음! 부모가 이혼을 했는지, 아버지가 실직을 했는지, 할머니가 불치의 병에 걸렸는지 활짝 웃는 그들의 웃음엔 그늘이 없다.

그들이라 해서 왜 걱정이 없겠는가. 성적은 자꾸 떨어지고,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공부는 하기 싫고, 인터넷에만 손이 가고 마음이 쏠리고, 책 한 권 제대로 읽지 않는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야한 사진과 야한 동영상으로 밤을 새우기도 하고, 부모님들은 아들이 수도권에 있는 대학에 반드시 갈 거라고 기대하시지만 지금 성적으로는 지방대학에 원서 내기도 힘들고...

그러나 지금 운동장에서 농구를 하는 녀석들의 얼굴에 그늘은 없다. 볼을 다투며 공중으로 솟아오르는 그들의 생동, 선생님에게 꾸지람을 듣고, 볼기를 맞은 뒷날, 화도 제대로 안 풀렸을 텐데 속도 없이 재잘거리는 그들의 발랄함, 바로 그런 생기로 학교는 언제나 요지경 속이다.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사계절, 로버트 뉴턴 펙)의 주인공 로버트는 돼지 한 마리를 이웃으로부터 얻게 된다. 로버트는 돼지(이름은 피기다)가 좋아서 죽을 지경이다. 피기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보듬어도 보고, 목욕을 시켜 피기와 뒹굴고 때로는 피기의 집에서 잠도 잔다. 소년이 주는 사랑뿐만 아니라 뭐든 잘 먹는 우리의 돼지, 피기는 무럭무럭 커간다. 그러나 어떤 절절한 사랑도 끝은 있는 법, 피기는 아기돼지를 가질 수 없다. 결국 도살을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 가난한 처지에 새끼도 낳지 못하고 음식만 축내는 돼지를 계속 둘 수도 없고, 도살업을 하는 아버지는 피기를 죽일 수밖에 없다. 피기를 죽이지 말라고 울면서 매달리는 아들과의 갈등은 피할 수 없다.

아버지와 아들과의 갈등이 얼마나 화해로운 결말을 보여줄 수 있는가에 이 소설을 읽는 감동과 재미가 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어떤 존재이어야 하는가, 아들의 영혼에 스밀 수 있는 아버지는 어떤 아버지인가를 책은 오래 생각하게 한다.

소설의 투명하고 담담한 서술은 독서의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 그러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이나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이상의 감동이 있다. 이런 소설에 눈물을 보이는 독자들이 있다면 부끄러워하지 일이다. 무감동은 강함과 의연함의 징표일 수도 있지만 둔감함의 지표일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세상은 웃음만으로는 부족하다. 돌멩이만 굴러도 까르르 웃는다는 십대이지만 인형이 아닌 바에야 웃음으로만 일관할 수는 없다. 때론 슬픔도 있어야겠고 한숨도 좀 있어야겠다. 웃음과 슬픔의 비빔밥, 서러움과 정겨움의 짬뽕밥을 먹으며 삶의 의미를 곰곰 되새기는 일은 쓸쓸하지만 참으로 값진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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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맛, 입담을 원하시는 분들 모두에게 잘 어울리는 이 책 한권 읽어보시라.

구수한 한글, 사투리의 맛이 제대로 실려 있습니다.
고향의 정서에 취하고 싶으시다면 이것으로....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

고 전우익 할아버지는 철학자+농부 스타일이지만, 이 책의 저자는 시인+옆집 아저씨 같다고나 할까...













책 뒷날개에 실린 글....

'한나절 푹 삶은 콩을 지푸락 펴고 시루에 담아 따뜻한 아랫목에 한 삼 일 띄우면 쿰쿰한 냄새와 함께 끈적끈적한 실이 느른하게 빠지는데 여기에 알맞은 소금간과 고추 갈아 놓은 것, 마늘 까놓은 것을 함께 놓고 찧는다. 이 때 덜 찧어서 반토막난 콩이 좀 섞여 있어야 그놈 깨물어 먹는 맛이 좋지, 얌전 낸다고 박박 찧어대면 힘은 힘대로 들고 맛은 맛대로 없다.

마늘 고추 소금간이 되어 있으니 끓일 때 두어 수저 떠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되는데 아무리 적게 해도 이웃집에 한 대접 돌리지 않는 법이 없었다.

이 때쯤이면 바다의 어장도 끝나는 때여서 김장 하라고 보리새우, 시원하게 술국 하라고 물메기 같은 찬물고기가 조금씩 나오고 쏙이 나온다. 바로 이 쏙을 한 주먹 골라 넣고 무 삐져 넣고 청국장을 끓이면 맛이 그럴 수 없이 좋았다.'

 

60p

호박은 반을 갈라 넙적넙적하게 썰고 가지는 통쨰로 밥솥에다 찐다. 반드시 보리밥 두벌 불 땔 때 쪄서 자칠 때 꺼내어 무치는데 호박은 갖은 양념 후에 수저로 뚝뚝 버무리면 굳이 칼로 썰지 않아도 적당한 크기로 갈라진다. 가지는 꺼내어 손으로 찢어서 무쳤다.
밥알이 하나씩 섞인 그 서리 호박나물은 어떤 때는 약간 덜 익어 새파라니 썰컹거리기도 하는데 그게 얼마나 더 달고 맛이 있었던가?

 

 

30p

다음은 '꼬사리 주낙'이라는 이야기이다.

-옛놈이 장개를 갔던 개비대, 각시허고 자다가 낮에 먹던 것이 생각나서 각시에게

"그 새름새름한 것이 뭣이여?"
"꼬사리 너물."
"어디 있어?"
"살강 밑에."
갔다 돌라고 헐지는 몰리고 살강 밑에 있다는 것을 알어 가지고는 옷을 주워 입고 더듬거려서 정지 살강 밑을 갔디야. 미련헌 놈이 주낙바구리에 새름새름허니 담어진 노끄내끼를 꼬사리너물인 줄 처먹고 아침에 똥을 싸는디 똥이 나오간디, 그렁게 식전 똥 싸러 나온 장인에게

"어찌 똥이 안 나오요."
"저녁에 뭣 먹었는가?"

"살강 밑에 꼬사리 너물."
장인이 살강 밑에를 가서 본게 꼬사리 너물은 있는디 주낙은 한 바구리 없어졌거던, 사위를 데려다가 똥꾸멍을 쳐들게 허고 한 끝을 뺴서는 노적어다가 잡어 묶고 삥삥 돌게 맨등게 아흔아홉 바쿠허고도 반을 더 돌더라네.

 

책 소개 중에서

"철따라 해 먹었다는 음식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여 꼴까닥 침 삼키지 않을 재간이 없다. '시뿌장스러운'(마음에 차지 않아서 시들한), '알음짱하고'(눈치로 넌지시 알려 주고), '달롱개'달래), '나숭개'(냉이), '그중스러우니'(아주 걱정스러우니) 같은 전라북도 변산 갯가 마을의 쫄깃한 사투리도 페이지마다 쏟아진다. 해설을 따로 달아 놓아 사투리맛을 새기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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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11-11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옆구리 꾹꾹 찌르는 것도 모잘라서 이렇게 꼭 집어 추천해 주시기까지..
얼른 땡스투하고 사 읽겠습니다. ^^
살아있는 사투리, 넘 좋아요.

라주미힌 2005-11-11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한권씩 보내드리고 싶지만, '알라딘이 어렵다고 하니' (핑계? ㅎㅎ)
판다님의 재력을 믿겠습니다 ^^;; 다음에 기회가 되면 맛있는거 선물하지용...

울보 2005-11-12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읽었는데 너무너무 좋았어요,,

숨은아이 2005-11-12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 머른 척...
 



1969년

 



1970년

 



1973년

 



1974년



1978년

 



이건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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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11-11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0년엔 상당히 괴로왔겠어요.. 입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

stella.K 2005-11-12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뭐 세련됐네요. 요즘엔 바지로 바꼈군요. 바지가 편하긴 하지만 좀 놀랍네요.^^
 

미리보는 송도국제학교
2005년 11월 11일 | 글 | 공종식 동아일보 기자ㆍkong@donga.com |
 

인천 송도신도시에 들어설 송도국제학교의 조감도(왼쪽)와 학교 내부(오른쪽). 세계 최고 수준의 시설을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2008년 9월 개교가 목표. 사진 제공 하버드어드바이저리그룹
《인천 송도신도시 개발사업 시행사인 ‘NSC사’가 최근 미국의 비영리법인인 ‘인터내셔널스쿨서비스(ISS)측과 송도국제학교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는 등 송도

국제학교 설립이 속도를 내고 있다. 경제특구로 개발되는 송도신도시의‘보석’ 역할을 하게될 송도국제학교의 최종목표는 아시아 최고의 국제학교로 부상하는 것. 송도국제학교 설립을 총괄지휘하고 있는 하버드어드바이저리그룹(HAG)과 이학교의 실질적인 운영을 맡게 될 ISS의 도움을 얻어 송도국제학교의 미래모습을 조명해 본다.》

송도국제학교의 교육 프로그램을 맡게 된 미국 명문사립학교 밀턴아카데미. 밀턴의 200년 역사상 이런 파트너십 체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아시아 최고를 지향한다
1만2484m²의 땅에 1700억 원을 들여 짓게 되는 송도국제학교에는 초중고교 과정(12년)이 들어서게 된다. 무엇보다 시설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갖추게 된다. 박물관, 도서관, 체육관은 물론 문화 공연시설까지 들어설 전망이어서 웬만한 대학캠퍼스를 방불케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체육관은 한국에 있는 어떤 국제학교보다도 크게 지을 계획. 학교 어느 곳에서도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게 된다. 화상 네트워크를 학교 내부만이 아니라 외부와도 구축하기로 했다.

송도국제학교의 교육 프로그램을 맡게 된 미국 명문사립학교 밀턴아카데미. 밀턴의 200년 역사상 이런 파트너십 체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이와 함께 우수한 교사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우를 최상급으로 해 주기로 했다. 교사 대부분에게 침실 두 개짜리 숙소를 배정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일환. 교사 1인당 학생비율은 10∼12명 선을 유지하기로 했다.

커리큘럼 운영은 어떻게

수학, 과학, 외국어 교육은 반드시 별도 시설이 갖춰진 교실에서 하도록 했다.
중학교까지는 통상 국제적으로 공인된 미국 및 유럽 국제학교 커리큘럼을 채택하기로 했다. 고등학교에서는 국제공통 대학입학자격(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과정을 운영하기로 했다. IB 과정은 학생들이 다른 나라 대학으로 진학하는 것을 돕기 위해 고안된 프로그램. 현재 60개국에서 600여 개 이상의 학교가 IB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고교에서 대학과목을 미리 이수하고 학점으로 인정받는 ‘대학과목 선이수(AP·Advanced Placement)’ 과정도 운영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학교와 네트워크=최근 미국 동부의 명문 사립학교인 ‘밀턴아카데미’와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 이와 함께 미국이나 아시아의 자매결연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고교생을 대상으로 미국 주요 대학들이 주관하는 여름캠프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주목되는 점은 미국 명문대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미국 대학의 입학담당자들을 수시로 초청해 설명회를 갖는 한편 대학 진학 관련 행사를 자주 개최하기로 했다.


내외국인 학생비율과 학비

HAG 측은 송도국제학교 전체 정원의 30%는 한국 학생으로 뽑아 다양성을 유지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HAG에 따르면 전 세계 국제학교에서 현지 학생 비율은 평균 37%. 일본, 중국, 인도 등 아시아지역 12개국 국제학교도 현지 학생들이 전체 정원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송도국제학교의 연간 학비는 평균 2만500달러(약 2050만 원)로 학생들은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된다. 아시아지역에서 도시별 국제학교의 연간학비는 △상하이 2만 달러 △베이징 1만7730달러 △도쿄 1만7530달러 △오사카 1만4684달러 순으로 나타났다.

향후 일정 및 성공의 조건

내년까지는 송도국제학교 운영에 관한 기본 방향을 확정하고 공사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2007년에는 학교운영에 필요한 기본 인력을 채용하고 2008년 9월에 개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08년 350명, 2009년 550명, 2010년 1000명, 2011년 1500명, 2012년 2100명 등으로 신입생 수를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송도국제학교 프로젝트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는 HAG의 마크 포드라슬리 씨는 “송도국제학교의 성공은 전적으로 송도신도시의 성공에 달렸다”며 “송도국제학교가 역동적인 송도신도시의 희망과 가치를 대변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파트너십 체결 美 ‘밀턴아카데미’ 워런 보좌관

“밀턴아카데미가 외국 학교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앞으로 송도국제학교와 어떤 협력을 하게 될지 기대가 큽니다.”

미국 동부의 명문 사립학교인 밀턴아카데미 교장 특별보좌관으로 있는 조 워런(사진) 씨는 9일 본보와 전화 인터뷰를 갖고 “밀턴아카데미는 송도국제학교에 대한 자문 등 많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밀턴아카데미는 최근 송도신도시 개발을 맡고 있는 NSC사와 정식 파트너십을 맺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워런 보좌관은 ‘협력 내용에 교사 및 학생교환 프로그램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그런 문제는 차차 논의될 사항 중의 하나”라며 “송도국제학교 교장이 빨리 정해져야 두 학교 간 협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밀턴아카데미가 송도국제학교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게 된 것은 밀턴아카데미 동문이기도 한 존 하인스 게일인터내셔널 사장의 역할이 컸다고 워런 보좌관은 전했다. 게일인터내셔널은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송도신도시 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워런 보좌관은 송도국제학교가 성공하기 위한 필요조건을 묻자 “무엇보다 학교 커리큘럼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분석적인 사고능력을 키울 수 있는 콘텐츠 등 좋은 커리큘럼을 개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여기에 글쓰기 능력도 키워줘야 하고, 유능한 교사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요. 그런 점에서 밀턴아카데미가 송도국제학교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밀턴아카데미는 학생들이 자신만의 관심사항을 발전시켜 나가고 다양성을 인정하며 탁월함을 존중하도록 항상 교육하고 있다”며 “이와 함께 사회에 대한 봉사도 많이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1798년 매사추세츠 주에 세워진 밀턴아카데미는 역사가 200년이 넘는 동부의 명문 사립고교. 올해 졸업생의 32%가 하버드 브라운 예일 스탠퍼드 등에 진학할 정도로 명문대 진학률에서 수위를 다투는 학교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시인 T S 엘리엇과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매사추세츠 주)도 이 학교 졸업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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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성산소’세포 성장 돕고 염증막는 예쁜짓도 해요
암, 노화 원인이지만 세포 성장, 염증 막아
2005년 11월 11일
 

몸속에 들어온 영양분과 산소를 이용해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공장’인 미토콘드리아. 활성산소는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를 생산하는 도중에 ‘오염물질’처럼 나온다.그래픽=강동영 기자
활성산소는 일반인에게 암 같은 질병을 일으키고 노화를 촉진시키는 ‘독성 물질’로 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10년 전부터 활성산소의 좋은 면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활성산소가 세포의 성장에 필수적이란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화여대 연구팀이 활성산소가 장내 세균의 증식을 막는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두 얼굴을 가진 활성산소를 만나보자.

10억 년간 품어온 복수심

활성산소는 세포 내부의 작은 기관인 미토콘드리아에서 주로 생긴다. 체내에서 쓰이는 보통 산소보다 불안정해서 반응성이 증가된 여러 종류의 산소를 통칭한다. 보통 산소는 안정된 분자상태이고 활성산소는 여기에 전자들이 더 붙은 상태. 미토콘드리아는 몸속에 들어온 영양분과 산소를 이용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공장’이다. 바로 에너지 생산 도중에 ‘오염물질’처럼 활성산소가 나오는 것이다.

이화여대 분자생명과학부 이서구 석좌교수는 “미토콘드리아가 활성산소를 만들어 내는 것은 10억 년 전의 원수를 갚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미토콘드리아의 정체는 10억 년 전 세포에 침입한 박테리아였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고등생물의 유전자는 대부분 세포의 핵 안에 있다. 그런데 핵 바깥에 있는 미토콘드리아 역시 고유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

침입자 미토콘드리아는 세포를 공격하는 대신 공생관계를 맺게 됐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안에 들어가 에너지 공장의 역할을 하며 세포에 봉사한다. 그 대가로 세포는 영양분을 제공하고 자신이 분열할 때 미토콘드리아도 함께 분열하도록 허용한다. 전체적으로 볼 때 미토콘드리아가 세포에 굴복해 갇혀 지내는 것.

이 교수는 “미토콘드리아가 지금은 갇힌 채 에너지를 만들지만 활성산소를 냄으로써 세포에 복수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포 내의 단백질과 유전자는 활성산소의 공격을 받으면 다 망가진다. 물론 체내에 이를 보수하는 메커니즘이 있지만 완벽하지 않다. 활성산소는 뇌에서 신경세포를 공격해 파킨슨병 같은 뇌질환을 일으키고 인체 곳곳에서 유전자를 망가뜨려 암을 유발한다.

이화여대 연구팀 장내 살균작용 규명

10년 전부터 활성산소가 세포의 성장과 분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최근 그 구체적인 메커니즘이 밝혀지고 있다. 이화여대 분자생명과학부 강상원 교수팀은 활성산소가 세포의 증식을 조절하는 과정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해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 5월 19일자에 발표했다.

강 교수팀은 ‘퍼록시레독신’이란 항산화 단백질이 활성산소를 잡아먹으면 세포가 증식을 멈춘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특히 퍼록시레독신이 없는 생쥐에서 혈관세포의 이상 증식 현상을 확인했다. 활성산소가 세포에 계속 성장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다. 반면 활성산소가 몸에 아예 없으면 세포는 자라지도 분열하지도 못할 운명에 처한다.


활성산소는 세균 증식을 억제해 염증을 막기도 한다. 이화여대 분자생명과학부 이원재 교수팀은 장내 세균 수가 많아지면 ‘듀옥스’란 효소가 활성산소를 만들어 살균작용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내 미국의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4일자에 소개했다.

강 교수는 “활성산소가 적당히 있으면 세포가 성장하는 걸 돕고 너무 많으면 세포를 무참하게 죽인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연구성과에 이 교수를 중심으로 한 국내 과학자들의 기여가 컸다. 이화여대에만 교수 9명을 비롯한 80여 명이 과학기술부와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각각 심혈관 질환과 뇌질환에 관련된 활성산소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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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5-11-24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활성산소의 얘기를 재미있게 써놓았군요. "10억년간 품어온 복수심" 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