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맛, 입담을 원하시는 분들 모두에게 잘 어울리는 이 책 한권 읽어보시라.
구수한 한글, 사투리의 맛이 제대로 실려 있습니다.
고향의 정서에 취하고 싶으시다면 이것으로....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
고 전우익 할아버지는 철학자+농부 스타일이지만, 이 책의 저자는 시인+옆집 아저씨 같다고나 할까...
책 뒷날개에 실린 글....
'한나절 푹 삶은 콩을 지푸락 펴고 시루에 담아 따뜻한 아랫목에 한 삼 일 띄우면 쿰쿰한 냄새와 함께 끈적끈적한 실이 느른하게 빠지는데 여기에 알맞은 소금간과 고추 갈아 놓은 것, 마늘 까놓은 것을 함께 놓고 찧는다. 이 때 덜 찧어서 반토막난 콩이 좀 섞여 있어야 그놈 깨물어 먹는 맛이 좋지, 얌전 낸다고 박박 찧어대면 힘은 힘대로 들고 맛은 맛대로 없다.
마늘 고추 소금간이 되어 있으니 끓일 때 두어 수저 떠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되는데 아무리 적게 해도 이웃집에 한 대접 돌리지 않는 법이 없었다.
이 때쯤이면 바다의 어장도 끝나는 때여서 김장 하라고 보리새우, 시원하게 술국 하라고 물메기 같은 찬물고기가 조금씩 나오고 쏙이 나온다. 바로 이 쏙을 한 주먹 골라 넣고 무 삐져 넣고 청국장을 끓이면 맛이 그럴 수 없이 좋았다.'
60p
호박은 반을 갈라 넙적넙적하게 썰고 가지는 통쨰로 밥솥에다 찐다. 반드시 보리밥 두벌 불 땔 때 쪄서 자칠 때 꺼내어 무치는데 호박은 갖은 양념 후에 수저로 뚝뚝 버무리면 굳이 칼로 썰지 않아도 적당한 크기로 갈라진다. 가지는 꺼내어 손으로 찢어서 무쳤다.
밥알이 하나씩 섞인 그 서리 호박나물은 어떤 때는 약간 덜 익어 새파라니 썰컹거리기도 하는데 그게 얼마나 더 달고 맛이 있었던가?
30p
다음은 '꼬사리 주낙'이라는 이야기이다.
-옛놈이 장개를 갔던 개비대, 각시허고 자다가 낮에 먹던 것이 생각나서 각시에게
"그 새름새름한 것이 뭣이여?"
"꼬사리 너물."
"어디 있어?"
"살강 밑에."
갔다 돌라고 헐지는 몰리고 살강 밑에 있다는 것을 알어 가지고는 옷을 주워 입고 더듬거려서 정지 살강 밑을 갔디야. 미련헌 놈이 주낙바구리에 새름새름허니 담어진 노끄내끼를 꼬사리너물인 줄 처먹고 아침에 똥을 싸는디 똥이 나오간디, 그렁게 식전 똥 싸러 나온 장인에게
"어찌 똥이 안 나오요."
"저녁에 뭣 먹었는가?"
"살강 밑에 꼬사리 너물."
장인이 살강 밑에를 가서 본게 꼬사리 너물은 있는디 주낙은 한 바구리 없어졌거던, 사위를 데려다가 똥꾸멍을 쳐들게 허고 한 끝을 뺴서는 노적어다가 잡어 묶고 삥삥 돌게 맨등게 아흔아홉 바쿠허고도 반을 더 돌더라네.
책 소개 중에서
"철따라 해 먹었다는 음식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여 꼴까닥 침 삼키지 않을 재간이 없다. '시뿌장스러운'(마음에 차지 않아서 시들한), '알음짱하고'(눈치로 넌지시 알려 주고), '달롱개'달래), '나숭개'(냉이), '그중스러우니'(아주 걱정스러우니) 같은 전라북도 변산 갯가 마을의 쫄깃한 사투리도 페이지마다 쏟아진다. 해설을 따로 달아 놓아 사투리맛을 새기는 재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