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
다이 시지에 지음, 이원희 옮김 / 현대문학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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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짜르트는 언제나 마오주석을 생각한다"
중국의 문화혁명이라는 괴물을 어쩌면 이렇게 절묘한 한마디로 표현했을까?
문화혁명의 시대는 아마도 그 시대를 알지도 못했던 모자르트마저도 순식간에 마오주석 숭배자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시대였을지도...

문화혁명이라는 기묘하고도 끔찍한 상황은 도대체 어떻게 나오게 된 것일까?
뭐 권력구도의 측면이야 워낙에 많이들 얘기되어지니 여기서는 논외로 하자.
중국의 사회주의 혁명의 성공 이후 악화되어지는 중소관계, 실패한 경제정책, 게다가 여전한 자본주의 국가들의 위협 등 다방면에서 위험에 노출되어있었다.
그런 일련의 상황의 원인을 찾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인간에게서 찾는 것이다.(옳은 방법이 아니라....)
사회주의적 인간의 부재에서 원인을 찾고 따라서 그 책임을 인민에게 돌리며 인민이여 각성하라 라는 식으로 캠페인을 전개시키고.... 그것이 극대화되면 문화혁명이 되고 완전히 미쳐버리면 캄보디아의 크메르 루즈가 될터이다.
사회주의에 맞는 새로운 인간은 인민속에서 탄생한다.
그래서 모든 지식인들은 스스로 인민속으로 가서 배워라...
가서 자본주의의 잡다한 지식의 잔재를 버리지 못하는 너의 뇌를 세척하고 신체에 각인시켜라!
모든 인간들이 사회주의적 이상적 인간이 되기 전까지는 기본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는 것 외에는 학문도 예술도 해악일뿐이다.
이 조악한 방식의 해결방식은 그러나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갖고 있으니 어떡하랴!
본래 인간이란 존재는 참 웃기는 존재들이다.
힘앞에서 굽실거리고 굴복하는 것도 참 잘하지만 하지말라고 하면 더 하고싶어하고 어떻게든 뒷구멍으로라도 하고싶어 못견디는 인간들이 이들인 것이다.
읽지 말라고 하는 금서를 발표하면 그 책이 바로 베스트셀러가 되어버리는 현상은 모든 역사에서 공통으로 볼 수 있는 현상이지 않는가말이다.

나와 뤄는 고작 중학교를 졸업했다는 이유로 지식인 취급을 받아 깊디깊은 두메산골로 하방을 당한다. 우리 둘은 우리 머릿속 자본주의의 잔재를 털어내기 위해 육체를 혹사시켜야 한다.
거름을 나르고 물소를 부려 논을 갈고 광산에서 동을 캐고.....
그런 우리의 생활에 갑자기 한 번도 보지 못한 발자크, 빅토르위고, 플로베르같은 이가 등장한다.
옆마을에 같이 하방당한 안경잡이로부터 이 책들을 훔친 우리들은 우리가 알지 못하던 세계, 단체가 아니라 개인이 세상과 대적할 수도 있고 바꿀수도 있는 세계, 체제가 강요한 획일화된 도덕이 아니라 자유롭고 한편으로 분방한 성과 쾌락의 세계를 만난다.
그 책을 읽는 것이 금지된 것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그들은 그것들을 읽지도 또는 읽었다 하더라도 그리 큰 영향을 받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항상 금지라는 것은 몇배의 업그레이드 된 흥분과 공감을 동반하는 법!
우리는 우리가 배운 것을 표시나지 않게 누구에게라도 표현하고 싶다.
그는 마을사람들일수도 있고, 재봉사일수도 있고 그 재봉사의 딸일수도 있다.
나보다 한 살많은 뤄는 재봉사의 딸인 바느질소녀에게 발자크를 읽어줌으로써 그녀를 무지한 시골소녀에서 지식인 소녀로 변화시키고 싶어한다. 소년다운 치기 - 약간의 상대적 우월감과 뽐내고 싶은 마음. 자신이 누군가를 자신의 방식으로 바꿀수 있다는 오만함까지-는 가끔 실소를 자아내게 하나 그들의 그 간절한 마음만은 충분히 와닿는다.

그러면 결과는 어땠을까?
그들의 바느질 하는 공주는 그들의 뜻대로 되었을까?
인생의 즐거움고 괴로움은 그것이 늘 예상을 뛰어넘는데 있다.
주도면밀하게 새로운 변신을 준비한 바느질소녀는 자신에게 발자크를 읽어주고 이야기를 해주던 소년들에게 선언한다.
"여자의 아름다움은 비할데 없이 값진 보물"이라고....
그녀가 이후 어찌 살아갔을지는 누구도 알수없다.
하지만 세상과 인간을 바꾸는 문학과 예술의 힘을 이렇게 경쾌하게 묘사할 수도 있다니....
그래서 문화혁명은 무너질수밖에 없는 그 무엇이었다.
바느질 소녀가 통통거리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두메산골 고향마을과 오만한 도시의 두 소년을 걷어차버렸듯이 그렇게 오래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버릴수 밖에 없는 것. -그들은 인간을 몰랐다.
그렇다고 내가 사회주의의 그런 인간관에 비해 자본주의의 인간관이 낫다고 얘기할 생각은 전혀 없다. 오늘날의 자본주의 사회는 사회주의 국가들의 그 단순함에 비하면 얼마나 세련되고도 교묘한가 말이다.
오늘도 자본주의는 온갖 방법으로 자신이 원하는 인간형을 만들어낸다.
금지하지 않음으로써 외면받게 하고 다른 쓸데없는 것들로 현혹하여 마비시키고....
그럼에도 바느질 소녀는 나타나리라!
그 사이를 뚫고 가볍게 한방을 뻑차면서 새로운 세상을 찾아 길을 떠나는 바느질 소녀 말이다.
그것이 인간이라고 그렇게 믿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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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2-03 0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책따세 추천도서'였던 걸로 기억되는데, 알라딘에서 '이주의 마이 리뷰'로도 많이 뽑혀서 봐야지 하면서도 아직이에요. 멋진 리뷰에 추천은 필수! ^^

바람돌이 2008-02-04 02:04   좋아요 0 | URL
아 그랫군요. 이주의 마이리뷰로는 진짜 많이 뽑혔던것 같아요. 원래 제목이 별로 맘에 안들어서 안읽을려고 했었는데 워낙에 자주 뽑히고 많은 사람들이 읽는 것 같아 읽었는데 이야기의 재미가 꽤 좋은 책이었어요. ^^

bookJourney 2008-02-03 0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세상은 넓고 읽고 싶은 책도, 읽어야 할 책도 많아요 ~

바람돌이 2008-02-04 02:05   좋아요 0 | URL
그렇죠? 어차피 다 읽을 수도 없는거 적당히 포기하고 살아야지요. ㅎㅎ

글샘 2008-02-03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국의 문화혁명이 성장소설로 많이 등장하는 걸 보면, 현대를 사는 성인들에게 문혁이 얼마나 큰 정신적외상으로 작용하는지 알 수 있지요.

바람돌이 2008-02-04 02:06   좋아요 0 | URL
왜 안그렇겠어요. 개인적인 작은 일도 성장기에는 아주 큰 영향을 미치는데 문화혁명기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면 아마 그게 깨졌을때 온 세계가 산산조각나는 정도의 충격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덜컥 예린이 입학선물은 주신다기에 거절도 안하고 뻔뻔하게 받았사와요.
요즘은 알라디너 여러분께 받기만 하는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살짝 무겁답니다. ㅎㅎ

예린이와 해아는 이제 이렇게 선물을 받는게 익숙해진건지 보자 마자 좋아라 책을 열심히 뒤적이더니 엄마가 사진찍자는 말에 자동으로 책을 들고 서네요.
그리고는 오늘은 맘에 드는 부분을 펴고 찍는답니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감사합니다 인사하는 사진도 찍으라네요. ㅎㅎ
예린이는 얼마전에 유치원에서 행성에 대해서 공부한게 인상적이었는지 늘 태양계에 대해서 묻고 다닙니다. 그러니 <부끄럼쟁이 바이올렛>을 얼마나 좋아하는지요. ㅎㅎ
그래서 <방아찧는 호랑이>는 해아차지가 되었답니다. ^^




순오기 이모 감사합니다!!!
저희들 인사할려구 조금전에 목욕재계 했사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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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2-03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아아아아 어뜩해 어뜩해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귀여워요
나 완전 쓰러졌어요

역시 예린이는 단아하게 인사를 하고, 해아는 화끈하게 인사를 하는군요
이럴 줄 알았어 ㅋㅋ

바람돌이 2008-02-03 03:12   좋아요 0 | URL
인사법에도 역시 성격은 나타나요. 그죠? ㅎㅎ

순오기 2008-02-03 0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하~~~~~~~ '나 완전 쓰러져요'2
새벽참에 컴앞에서 혼자 웃는 나를 보면 돌았나? 할지도...
목욕재계한 두 공주님, 단아하고 화끈한 내복소녀가 즐겁다면 나도 당근!! 우적우적~~^^

바람돌이 2008-02-04 02:06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덕부에 저희집 아이들이 또 신났습니다. 감사합니다. ^^

bookJourney 2008-02-03 0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앗~ 너무 귀여워요 ~~~
두 공주님과 함께 하시는 바람돌이님, 너무 행복하시겠어요 ~~~

바람돌이 2008-02-04 02:15   좋아요 0 | URL
이름을 보면 님은 아들딸 다 가지신것 같은데요? ㅎㅎ 님이 더 부자라서 행복하신거 아닐까요? ^^

세실 2008-02-03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잉 귀여워라. 부끄럼쟁이 바이올렛 참 예쁜 책이죠~

바람돌이 2008-02-04 02:15   좋아요 0 | URL
네! 딱 예린이 스타일의 책이라고나 할까요? ㅎㅎ

글샘 2008-02-03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 해아는 무서워요... ㅠㅜ

바람돌이 2008-02-04 02:16   좋아요 0 | URL
오늘밤 전설의 고향 모드로 찾아갈지도 몰라요. 그래봤자 코믹버전이겠지만.... ㅎㅎ

하늘바람 2008-02-04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따님들을 보면 우울한 맘도 사라집니다.
넘 행복하신거 아녀요?

바람돌이 2008-02-05 23:42   좋아요 0 | URL
요즘 태은이 재롱이 한창 늘때 아닌가요? 저는 아이들이 제일 예뻣을때가 딱 돌 전후해서더라구요. 그때는 진짜 아이가 더 이상 안컸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

뽀송이 2008-02-04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따님들 무척 예쁘고 귀엽습니다.^^
전 아들만 둘이라 딸 가진 분들보면 부러워요.^^

바람돌이 2008-02-05 23:42   좋아요 0 | URL
아들만 있는 분들은 그런 말을 많이 하더라구요. 근데 전 조카보니까 아들도 딸과는 또 다른 귀여움이 있던걸요.

2008-02-04 14: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8-02-05 23:43   좋아요 0 | URL
요즘 택배가 무지 빨라요. 오늘 벌써 도착했던걸요. 나중에 설 지내고 와서 아이들 사진 올릴게요.^^ 감사합니다.

향기로운 2008-02-04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바람돌이님 아이들이 너무 귀여워요^^ 어쩌면 좋아!!!

바람돌이 2008-02-05 23:4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ㅎㅎ 이쪽으로 오시면 우리 아이들 뽀뽀라도 한 번... ^^
 
이관술 1902-1950 - 조국엔 언제나 감옥이 있었다
안재성 지음 / 사회평론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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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표지속의 이관술이 엷게 웃고 있다.
1933년 그의 나이 32에 반제동맹 사건으로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되었을때의 사진이란다.
오랜 고문속에 몸과 마음이 모두 황폐해졌을텐데도 그는 너무나 순박하게 웃고있다.
저 순박해보이는 모습 어디에서도 울산의 지주집 아들이자 당시 동경제대보다 어렵다던 동경사범대학을 나온  최고의 인텔리였으며 공산주의 사상가로서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는게 잠시 당황스럽다.
그러나 저 사진이 찍힌 상황을 생각한다면 그런 상황속에서도 여유와 삶에 대한 낙관을 버리지 않는듯한 저 표정은 그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려준다싶기도 하다.
모진 고문과 형무소 수감에도 굴하지 않고 미래에 대한 신념에 대한 낙관을 보여주는 저 눈빛과 엷은 미소가 이관술이란 인물을 가장 적절하게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이관술에 대해서는 같은 작가의 책 <경성트로이카>에서 일부 소개되기도 했다.
동경사범을 졸업하고 동덕여고의 교사로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이관술은 처음부터 공산주의자는 아니었다.
광주학생운동때 그가 재직하던 동덕여고의 여학생들도 시위운동에 참가하는데 그 과정에서 입으로만 민족이니 독립이니 떠들던 민족주의자들의 한계를 절감하고 사회주의 사상으로 기울게 된다.
이후 이재유를 중심으로 하던 경성트로이카에서 활동하기 시작하며 해방까지 계속된 투옥과 수배자의 생활속에서도 끝까지 변절하지 않고 독립과 노동자 농민의 세상을 위한 투쟁의 길을 걷는다.

그런데 이런 이관술의 일생에 대한 이 책의 내용은 사실 평전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 거의 대부분의 내용이 <경성트로이카>에서 얘기됐던 부분이고 이관술이란 인물 자체보다는 당대의 역사적 상황이나 주변의 이야기들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점이 같은 작가의 <이현상평전>과 비교해도 부족한게 확실하게 표가 난다고 할까?
결국 작가가 도저히 넘어설수없는 자료의 부족이 있었지 않나 싶다.
그런 자료의 부족속에서도 보이는 이관술의 모습은 외유내강의 전형적인 인물이랄까?
겉으로는 한없이 부드럽고 다른 이에 대해서도 언제나 배려을 잊지 않는 모습이지만 자신의 내부에서는 신념에 대한 의지가 너무나도 강고한 그런 인물.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히는 부분은 역시 조선 정판사 위조지폐 사건이다.
이관술이 바로 이 사건 때문에 해방된 조국에서 다시 감옥에 가야 했던 사건이기도 하다.(하지만 이때 감옥에 안갔다고 그의 삶이 별로 달라졌을 것 같지는 않다. 그와 함께 했던 수많은 공산주의자 동지들의 이후 운명을 보면 말이다.)
조선정판사 위폐사건은 조선 공산당이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일제가 남기고간 화폐인쇄판으로 위조지폐를 대량으로 만들어 유포시켰다는 것으로 아직도 수많은 의문점을 남기고 있는 사건이다.
이관술은 당시 조선공산당의 재정부장으로 정판사 위폐사건을 주도했다는 혐의로 체포 수감되었다.

당시 가장 대중적인 기반이 탄탄하던 조선공산당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안긴 이 사건은 수많은 의문점들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이 사건에 대해서 당시의 신문기사와 정황, 재판기록들을 면밀히 살피며 의문들을 제기하고 있다.
정판사위폐 사건이 일어날 당시에는 조선공산당이 재정적으로 그리 어렵던 시기도 아니며 또한 경찰과 검찰이 제시한 증거들이란게 확실한게 하나도 없으며 관련 피고들의 고문주장과 정황증거들이 모두 무시되었던 점들이 상세히 제시된다.
이런 상황들만 본다면 이 사건은 분명히 미군정과 우익진영이 조선공산당을 탄압하기 위해 만들어낸 조작사건이다.
만약에 이것이 조작사건이라면 이관술을 비롯한 이 사건의 관련자들은 죽어서도 아직 억울함을 풀지 못한게 된다. 더더군다나 이관술은 가장 비타협적으로 일본과 맞서 싸웠던 독립운동가였는데 해방된 조국이 그 독립운동가에게 훈장은 못줄망정 위조지폐범이란 불명예를 뒤집어씌웠다는 것은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해방된 조국에서 위조지폐범이란 죄목으로 다시 감옥에 갇힌 이관술의 마지막 모습은 어땠을까?
그는 여전히 표지의 사진처럼 삶에 대한 낙관과 신념을 잃지 않았을까?
아니면 절망했을까?
같이 있던 이들이 모두 죽었고 어떤 자료도 남기지 않았으니 안타까움만 더한다.
역사적 진실이 무엇인지 명명백백하게 밝히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는 그에게 죄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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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재성의 <이현상 평전>


올해 평전 읽기의 시작을 연 책. 근현대사에 대한 공부가 늘 부족함과 동시에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하다는걸 자각. 올 한해 이런 저런 평전들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다.
그 첫번째 책으로 든 이현상 평전. 남부군의 총대장으로 많이 알려진 그지만 일제시대부터의 독립운동투사였던 시절부터 해방이후의 활동까지 역사의 진보를 위해 잠시도 쉬지않고 싸웠던 그에게 이 나라가 준것은 뭐였던가 내내 마음이 아프다.


2. 김학철의 <최후의 분대장>


 

김학철씨의 자서전. 일제시대 독립운동기라고 하면 비장함이 한껏 묻어나야 할텐데 김학철씨는 그것도 유쾌한 유머로 즐겁게 읽게 한다. 하지만 독립운동을 같이 했던 수많은 동지들의 이후 불행한 삶에 대해서는 울분을 참지 못하는듯... 왜 안그렇겠는가? 해방된 조국에서 어이없게 죽어갔던 수많은 독립투사들의 삶 앞에는 우리 모두가 죄인이라는 생각밖에....

 

3. 이원복의 <가로세로 세계사 2>


 제대로 알려진게 거의 없는 동남아시아의 역사를 다뤘다는데는 나름의 의의가 있겠지만 그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문제가 많은 책이다. 승리한 자본주의국가를 민주주의국가로 보고 그 시각에 맞춰 동남아시아의 역사를 재단하고 있다는 혐의를 버릴 수가 없다.

 


4. 강명관의 <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


 별 기대없이 들었는데 의외로 재밌게 읽었다. 조선의 인쇄문화와 그 파급에 대한 서술도 재미있었고, 조선의 주요 지식인에 대한 저자의 평가도 참신했다. 판에 박힌 위인전식 평가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아 이런 해석도 있을 수 있구나를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책.

 


5. EBS 지식채널 ⓔ의 <지식 ⓔ>



 알라딘에서는 더 이상 말이 필요없는 책이 돼가는 느낌이다.
영상에서 좀 더 나아가서 보고 싶다면 두말없이 들어야 하는 책.
세상은 온갖 지식으로 넘쳐나지만 진정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은 가르쳐주지 않는다. 이 세계에서 우리가 진짜 알아야 하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무언지를 알려준다.

 

 

6. 이원규의 <약산 김원봉>


저자의 관념적인 미화가 눈에 좀 거슬리긴 하지만 그래도 김원봉이란 우리의 탁월한 독립운동가에 대해 그 삶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중국지역에서의 독립운동의 역사가 그의 삶을 통해 재구성되어 질수 있을 정도로 그의 활동의 범위와 역량은 탁월했다.

 


7. 이진숙의 <러시아 미술사>


 러시아 미술은 우리에게 낯설지만 한 번 보면 오히려 전혀 낯설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그들의 그림속에서 풍기는 삶의 정서와 애환이 우리와 비슷해서일까? 공감을 느끼게 하는 그림들이 정말 많다.
서구이되 서구적이지 않은 그림들의 이야기가 좋은 도판과 맛깔스런 이야기로 펼쳐진다.

 


8. 안재성의 <이관술 1902-1950>


 경성트로이카의 일원으로 사회주의 독립운동가였고 해방후 조선공산당의 재정부장을 맡았던 이관술. 미군정과 우익의 탄압을 받아 정판사 위조지폐 사건으로 해방된 조국에서 다시 감옥에 갇혔다가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무참히 살해당했던 이다. 그의 일생과 정판사 위조지폐사건의 경과 재판과정 의혹점 등을 자세하게 제시하였다. 그의 일대기에 대해서는 같은 작가의 경성트로이카와 겹치는 부분이 많지만 정판사위폐사건에 대해서는 다양한 자료가 제시되어있다. 역시 우리 역사가 빚을 지고 있는 인물. - 독립운동가들의 최후가 이렇게 허망해도 되는걸까?

 

그외 수많은 만화책들......ㅎㅎ
작년에 생각보다 제대로 책을 못봤었는데 요즘 다시 책에 대한 애정이 솟구치고 있다.ㅎㅎ
올해도 몇권 읽겠다는 목표는 없고, 다만 역사쪽으로 공부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다. 결심은.....공부라고 해도 이제 논문이니 이런건 더이상 눈에 잘 안들어오니 이런 식으로 각종 분야를 섭렵하거나 평전들을 계속 읽어볼 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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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2-02 0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56권 중에 동화책이 43권이고 만화책이 8권이었어요. 좀 반성했어요...;;;;

바람돌이 2008-02-03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도 아닌 마나아님이 읽는 동화책과 리뷰는 저를 항상 반성하게 하는데요. ^^ 정말 훌륭한 리뷰가 많다는거 아시죠? 제가 얼마나 도움을 많이 받는데요. ㅎㅎ
 
아델과 사이먼 베틀북 그림책 90
바바라 매클린톡 지음, 문주선 옮김 / 베틀북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아델은 뭐든지 딱 부러질듯 야물딱진 여자아이랍니다.
사이먼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개구장이 남자아이고요.
아 둘은 형제예요. 아델이 누나죠

학교를 마치면 아델은 동생이 길을 잃지 않도록 기다렸다가 집으로 같이 간답니다.
집으로 가는 길은 정말 근사해요.
퐁네프다리를 볼수도있구요. 재밌는 것들이 잔뜩있는 시장도 지나지요.
국립자연사박물관안에 있는 식물원에서 간식을 먹으며 산책을 할 수도 있어요.
물론 사이먼은 다람쥐랑 나무위를 오르락 내리락 하느라 산책에는 관심도 없지만요.
박물관 안에 있는 고생물학실에 들러 공룡뼈를 보며 놀수도 있어요.
멋진 지하철역, 뤽상부르 공원에선 인형극을 볼수도 있구요. 멋진 악단의 행진도 볼 수 있어요.
루브르 박물관도 한 번 들어가볼까요?
아주 오래된 카페에서 맛난 케이크를 사먹기도 하구요. 노트르담 대성당도 지나요.
300년이 훨씬 넘은 집들을 지나기도 한다구요.

이 멋진 길을 즐기며 무사히 집에 갈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사이먼이 그럴리가 없죠?
늘 여기저기를 두리번 거리고 놀기 좋아하는 사이먼은 늘 어딘가에 정신을 팔다가보면 결국 뭔가를 꼭 잃어버려요.
학교미술시간에 그린 그림은 바람에 날려가버리고, 목도리는 자연사박물관안의 공룡뼈에다 걸쳐두고는 와버린답니다. 공룡이 추울까봐 그랬을까요? ^^
심지어 사이먼이 흘린 외투를 지나가던 개가 입고있기까지 하답니다.
이것들을 모두 잃어버리면 내일 학교를 어떻게 갈까 걱정이 되네요.
여러분들이 한 번 찾아봐주실래요?

원래 아이들은 숨어있는걸 찾아내는데는 도사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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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1-29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서점에서 보고는 사야지! 하고 맘 먹고는 그냥 지나가고 말았네요. 책이 예쁘면서 귀여워요. 사이먼이 잃어버린 것들을 다시 찾는 장면을 보면서 사람들 진짜 착하다! 하며 감탄했어요^^

바람돌이 2008-01-30 00:27   좋아요 0 | URL
책 속의 그림들이 정말 예뻐요. 근데 그 예쁜 장면에 아이들은 관심없던데요. 오로지 사이먼이 잃어버린 물건들에만 관심이 집중되고... ㅎㅎ 그리고 잃어버린거 찾아주는건 순전히 그림책 그린이의 희망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ㅎㅎ

해적오리 2008-01-29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놓고 아직 못보고 있어요.
쌓아논 책 빨랑 봐야는데, 책 읽는 속도가 책 사는 속도를 못따라가니...올해는 책 구입을 자제해야지 않을까 싶기도...^^

바람돌이 2008-01-30 00:28   좋아요 0 | URL
이 책 보는데 5분이면 돼요. 님도 열심히 찾아보세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