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이 지나가는 것을 보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는 가난한 여인네들 - 가난한 여인네들, 착한 어린아이들, 고아들, 과부들, 전쟁 - 쯧쯧 - 실제로 눈에 눈물이 고였다. 한 가닥미풍이 아주 따사롭게 맬 산책길 아래 가느다란 나무들 사이로휘날리며, 동으로 빚은 영웅들의 상을 지나서 보울리 씨, 영국인의 가슴속에 무슨 깃발인가를 날려 추켜올렸다. 차가 광장으로꺾어져 들어올 때 보울리 씨는 모자를 추켜올렸다. 그리고 차가다가올 때 그것을 높이 들었다. 핌리코 구역의 가난한 어머니들이 가까이 밀고 들어오게 내버려두고 아주 꽃꽂이 섰다. 차는 계속 다가왔다.
- P31

그녀 혼자만이 자신이 얼마나 다양하고 얼마나 양립할 수 없는 것들로 된존재인지를 알았다. 그래서 세상에 보이기 위해서 스스로를 구성하여 하나의 중심, 하나의 다이아몬드, 거실에 앉아서도 만남 장소를 만들 수 있는 여인, 어떤 활기 없는 인생들에게는 의심할 여지없이 찬란한 빛, 외로운 이가 찾아올 수 있는 피난처가 되웄으리라, 아마도. - P54

시간을 막 칠 때 거실로 들어와 손님이 이미 거기에 와 있는 것을 본 안주인마냥, 마가렛 성당의 시계는 아, 하고 말했다. 나는늦지 않았어. 안 늦었어, 정확하게 열한 시 반이야, 하고 그녀는말했다. 하지만, 비록 그녀가 완벽하게 옳지만, 그녀의 목소리는안주인의 목소리이기에 자신의 개체성을 드러내기를 꺼렸다. - P71

그녀는 남편보다 두 배나 많은 지력을 가졌지만 남편의 눈을 통하여 사물들을 보아야만 했다 - 결혼 생활이 가져오는 비극 중의 하나였다. 자기 자신의 생각을 가졌지만 그녀는 언제나 리처드를 인용해야만 했다 - P106

그들은 윌리엄 브래드쇼 경에게 가는 길이었다. 이름이 좋은 것 같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는 당장에 셉티머스를 고쳐주리라. 그때 양조장의 수레가보였고 회색말들 꼬리에 지푸라기로 곤두선 빳빳한 털이 있는게 보였다. 신문 벽보가 붙어 있었다. 어리석어라, 불행해하는 것은 어리석은 몽상이야.‘
- P114

균형을 숭배하면서, 윌리엄 경은 자신뿐만 아니라, 영국을 번영케 했으며 나라의 미치광이들을 격리시켰고 아이들의 출생을 금했고, 절망을 벌주었으며, 부적격자들이 그들의 견해를 퍼뜨리는 것을 불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마침내 그들 또한 그의 균형 감각 - 남자라면 자신의, 여자라면 브래드쇼 부인의 균형 감각(그녀는 수를 놓고 뜨개질을 했으며 일주일 중 나흘 저녁은 아들과시간을 보냈다) - 을 함께 공유하였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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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봄날, 조르주브라상 Georges-Brassens 공원 고서적 시장에 갔다가 호수 벤치에 앉아 있던 시부모님을 많다. 구부린 등 뒤로 날아온 라일락 꽃잎, 외투 호주머니에서 꺼낸 책장을 넘기는 모습, 그리고 책 속에서 조용히자신과 함께 늙은 외로움조차 잃어버리는 정적의 시간을 우연히 훔쳐본 적이 있다.
- P23

살면서 이런 순간을 상상해본 적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르고 미치도록 슬플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 나는 그들에게서조차 멀리 떨어져 있다. 병실넓은 창으로 보이는 하늘, 어쩌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는병, 그리고 오롯이 나뿐이다. 완벽한 개별자로서의 나.
그것을 또렷하게 대면한다.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다. 마음이 잠잠하다. 비극적일이유는 없다.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지금 방금나에게 일어난 것뿐이다.
- P51

그녀가 퇴직하고 처음 심부전증을 발견했을 때, 국가원수를 치료해주는 발드 그라스 Val-de Grace 병원으로 들어갔다는 말에 내가 깜짝 놀라 묻는다.
"그런 병원에 우리 같은 일반인이 들어갈 수 있단 말인가요?"
48년 동안 꼬박꼬박 세금을 냈는데, 나도 그럴만한자격이 있는 거 아닌가요?"
- P55

정말이다.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머릿속에 스치는 생각이 결국 당신이다."
- P59

저녁 식탁에서 구역질 때문에 식사를 멈추는 걸 보고올비가 말한다.
"6개월 뒤에 출산하는 거야. 이번에는 아이가 아니라,
새로운 자신을."
우린 매일 조금씩 새로워진다. 단지 그걸 눈치채지 못할 뿐이지.
- P116

열매가 주렁주렁 달리고 무성한 잎사귀를 만들어도그건 이미 내 영광이 아니다. 아이가 성인이 된다는 건,
이제 숙제를 마치고 부모가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질 수있는 여유가 생긴다는 의미다. 어쩌면 숙제를 잘 마친 기분 정도는 누릴 수 있겠다. 부모 사전에서 없애야 할 단어는 ‘희생‘이다. 그냥 ‘책임‘이라는 단어로 바꿔도 무방하다.
- P130

언어가 메마른 건 삶이 척박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장황한 슬픔보다 메마른 슬픔이 더 아프다.
- P137

난 책을 슬렁슬렁 읽지 자세히 파고들지는 않는다. 그렇게읽고 났을 때 내게 남는 건 그 책의 내용 자체가 아니라, 그책을 통해서 내가 판단한 것, 감동받은 것, 상상한 것뿐이다.
작가, 배경, 어휘들, 이런저런 상황들, 그런 것들은 당장에잊어버리고 만다.

_ 몽테뉴 - P144

암이라는 병도 비슷하다. 피레네의 종소리처럼 내 인생에 눈금을 긋는다. 병이 생기기 전과 그 이후로 자르고, 그 이전에 나는 무엇을 했는지, 지금 무엇을 하는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사색하게 만들며 사는일에 집중하게 만든다.
- P155

우린 배를 타고 노르망디의 긴 운하를 따라 나가기도하고, 항구에 나가 불꽃놀이도 본다. 아무런 계획을 세우지 않고 기분 내키는 대로 움직이고 산책한다. 관계의 편안함은 일종의 공기 같다. 나이들수록 친구는 자유만큼소중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관계는 생물 같아서 결코 노력으로만 얻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서로에게 편안한 존재로 늙어가는 건 일종의 선물이다. 오랜 세월 한 사람이겪는 변화는 누구도 점칠 수 없기 때문이다.
- P158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 밥상에 그 비밀이 있는 것 같다. 우린 누가 욕망을 미리 분배해주는 것이 아니라 접시를 가운데 놓고 자연스럽게 나누어 먹는 것으로 배웠다.
밥상에서 다른 사람의 욕망을 이해하고 자신의 욕망을조절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행복, 즐거움, 풍성함은 균등하게 자를 수 있는 케이크가 아니다. 우리의 미소도 아이들에게 나눠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웃음은 밥주걱처럼 보태는 것이다. -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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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1-05-14 0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소설인줄 알았더니 에세이군요.
숙제를 마친다는 것. 저도 요즘 하는 생각인데요. 이제 그만 매달려야할 숙제.

바람돌이 2021-05-14 10:41   좋아요 0 | URL
이 책 굉장히 좋았습니다. 공감지수 100이라고나 할까요? ㅎㅎ

페크pek0501 2021-05-14 16: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관심이 확 가는군요.

바람돌이 2021-05-15 22:52   좋아요 0 | URL
네 오랫만에 좋은 에세이를 만나 읽는 내내 참 좋았어요. ^^
 

시위는 정부에게 우리가 반대한다는 사실을 보여줄 뿐 아니라 동료 시민들에게, 그중 가장 약한 이들에게 우리가 국가 정책에 반대할 수 있고 반대해야만 함을 보여준다.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성급한 가정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집 밖에 나선다. 칩을 던진다. 걷는다.
- P286

상드는 여자들 편에 섰어야 했다. 여자들의 대의에 자신의이름을 빌려주었어야 했다. 만약 그랬다면 오늘날 상드의 행적에 대한 논란도 더 적을 것이다. 그러나 상드는 어떤 전선에도서지 않으려 했다. 상드는 모든 관점을 가로질렀다.
- P296

클레오가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관점에서만 생각하기를 그만두자 카메라도 클레오를 바깥쪽에서만관찰하기를 그만두고 클레오의 관점에서 세상을 재현하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특히 여자는 스펙터클, 구경거리이기 때문에남자처럼 익명으로, 주위를 구경하면서 거리를 걸어 다닐 수 없다는 생각에 도전한다. 보이기만 하지 않고 스스로 본다는 것은 도시에서 여성의 자유가 시작된다는 신호다.
- P326

 파리에서 나는 뉴욕에서 내가 비운 자리와 비슷한 자리에깃들고 싶었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일자리, 집, 배우자, 아이들을 원했다. 뉴욕에서 다들 나한테 기대하던 것과 같은 삶을 프랑스에서 살고 싶었다. 그런 자리가 생기기를 바랐고 내가 들어갈 만한 자리가 생기면 기쁘게 들어가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반항아가 아니었다. 그냥 나라만 바꾼 사람이었다. 나라를 집을떠나왔으나 나는 다시 자리를 잡고 정착하고 싶었다.
- P345

바르다는 페미니스트의 첫 번째 행위는 바라보고, 이렇게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시선의 대상이지만 또 나는 볼 수있다. 바르다의 영화가 하는 행위가 바로 그것이다. 세상과 세상 안의 우리 자리를 비스듬한 눈으로 보는 것. 우리는 이삭 줍는 사람, 플라뇌즈, 방랑자, 이웃이다. 객관성 따위는 없다. 프랑스어로 ‘객관적‘ 이라는 뜻의 오브젝티프(objectif)는 ‘렌즈‘를 뜻하기도 하는데, 렌즈를 통해서는 한 방향밖에는 볼 수가 없다.
렌즈를 우리 쪽으로 향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어떤 것도, 병조차도 객관적으로 나쁜 것일 수는 없다는 게 사실이라면 위안이된다.
- P357

"나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외국에서 임시 거주지에 정착하고 타자기와 공생에 들어간다." 그럴 수 있는 권리를 얻기가쉽지는 않았다.
- P390

내 도시는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언제까지나다른 어느 곳보다 더 나의 것일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도시를발로 알아가지만, 우리가 도시를 떠나면 지형이 바뀐다. 그렇게되면 자신 있게 발걸음을 떼놓을 수가 없다. 어쩌면 그게 좋은일일지도 모른다. 그냥 보는 것, 보면서 다른 것을 보기를 기대하지 않는 게 핵심이다.  - P413

여성의 플라네리, 즉 플라뇌세리(flâneuserie)는 우리가 공간 안에서 움직이는 방식을 바꾸고 공간의 조직에도 개입한다.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공간의 평화를 흩뜨리고 공간을 관찰하고(혹은 관찰하지 않고) 차지하고(혹은 차지하지 않고) 조직할(혹은 조직을 와해할) 권리를 주장한다.
- P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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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에서는 따라다니는 것의 가치가 낮게 평가된다.
따르는 사람한테는 무언가 의심스러운 면이 있다. 나약함, 어쩌면 변태성을 뜻하는 것도 같다. 그래서 이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부추김을 받는다. 주도권을 쥐고 스스로 길을 만들어내라고, 그러나 복종에는 전복적인 면이 있다. 칼의 작업에서도 드러난다. 일련의 제한 조건 안에서 우연의 기회를 만든다.
게다가 칼에게 통제권이 있다.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고는 있으나 결정을 내리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그는 그저 미궁에서 ‘길을 잃은 느낌을 받지 않게 해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칼이 앙리B를 시야에서 놓치지 않는 한, 칼은 정확히 자기가 있어야 할곳에 있는 것이 된다.
-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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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는 사건을 기억한다." 제임스 조이스는 『율리시스』의여백에 이런 메모를 남겨놓았다. 나는 그렇다는 증거를 보고싶다. 책에서 읽는 것 말고 전에 있었던 무언가가 새겨진 흔적을 직접 보고 싶다. 도시를 책 읽듯이 읽고 싶다. 건물 앞쪽 표면에 아로새겨진 전쟁, 총알 자국. 누가 어디에서 죽었는지 말해주는 동판, 몽마르트르(몽마르트르는 순교자들의 산이라는 뜻이다.) 언덕 위 네오비잔틴 양식 웨딩케이크 같은 사크레괴르 대성당은 코뮌의 학살에 대해 신에게 사죄하는 건축물이다. - P154

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런데 우리는 보헤미안 상드에 환호하면서 더욱 흥미로운 상드의 일면, 일상적 급진주의자로서 상드를 놓치고 있다. 특히 상드의 자전적 글을 보면 역사의 틈새에서 일상적 혁명을 힘겹게 조금씩 이루어나가는 여자들과 해방적인 역할을 하는 도시를 만날 수 있다. 상드의 문제는 해방된여자가 어떤 모습인지를 좀처럼 상상할 수가 없었다는 점이었을 것이다. - P162

프랑스 여자들은 혁명이 자기들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 기회라고 보았고, 혁명 세상에서 자기들의 정치적 권리를 요구했다.
처음에는 환영받았다. 심지어 혁명에 기여한 공로로 레종도뇌르 훈장을 받은 사람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무슨이유 때문인지(군과 관련된 여자들이 성적으로 방종했기 때문인지) 변절자라고 비난을 받았다. 『여성과 여성 시민의 권리 선언』 (1791)의 저자 올랭프 드 구주도 지롱드파의 지도자 롤랑 부인도 단두대에서 처형당한 일을 보면 선을 넘은 여자들을 자코뱅들이 어떻게 처리했는지 알 수 있다.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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