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는 사건을 기억한다." 제임스 조이스는 『율리시스』의여백에 이런 메모를 남겨놓았다. 나는 그렇다는 증거를 보고싶다. 책에서 읽는 것 말고 전에 있었던 무언가가 새겨진 흔적을 직접 보고 싶다. 도시를 책 읽듯이 읽고 싶다. 건물 앞쪽 표면에 아로새겨진 전쟁, 총알 자국. 누가 어디에서 죽었는지 말해주는 동판, 몽마르트르(몽마르트르는 순교자들의 산이라는 뜻이다.) 언덕 위 네오비잔틴 양식 웨딩케이크 같은 사크레괴르 대성당은 코뮌의 학살에 대해 신에게 사죄하는 건축물이다. - P154

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런데 우리는 보헤미안 상드에 환호하면서 더욱 흥미로운 상드의 일면, 일상적 급진주의자로서 상드를 놓치고 있다. 특히 상드의 자전적 글을 보면 역사의 틈새에서 일상적 혁명을 힘겹게 조금씩 이루어나가는 여자들과 해방적인 역할을 하는 도시를 만날 수 있다. 상드의 문제는 해방된여자가 어떤 모습인지를 좀처럼 상상할 수가 없었다는 점이었을 것이다. - P162

프랑스 여자들은 혁명이 자기들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 기회라고 보았고, 혁명 세상에서 자기들의 정치적 권리를 요구했다.
처음에는 환영받았다. 심지어 혁명에 기여한 공로로 레종도뇌르 훈장을 받은 사람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무슨이유 때문인지(군과 관련된 여자들이 성적으로 방종했기 때문인지) 변절자라고 비난을 받았다. 『여성과 여성 시민의 권리 선언』 (1791)의 저자 올랭프 드 구주도 지롱드파의 지도자 롤랑 부인도 단두대에서 처형당한 일을 보면 선을 넘은 여자들을 자코뱅들이 어떻게 처리했는지 알 수 있다.
- P17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