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의 발견 - 앞서 나간 자들
마리아 포포바 지음, 지여울 옮김 / 다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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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일러스트 - 기하심리학자인 벤저민 베츠가 1887년 기하학적으로 인간 의식의 진화 과정을 형상화한 도표. 의식의 출발점, 동물의 감각적 의식 그리고 의식의 정점인 초월성을 단계별로 표현했다.

 

내가 좋아하는 딱 그 색감의 노란색 표지에 그려진 이 그림을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 그냥 스쳐지나갔다.(내가 찍은 저 사진의 노란색이 아니다. 대충 찍었더니 우중충한 노랑이 되고 말았다. 어쨌든 중요한 건 노란색이 아니라 저 그림)

책을 다 읽고 난 순간 놀라움을 안고 표지의 그림을 다시 본다.

 

오! 인간의 지적 능력이란 얼마나 놀라운가?

지구 어딘가에서 일어난 아주 작은 일들을 하나 하나 꿰어내 무려 4세기의 시간과 인간사회를 넘어 자연과 우주로까지 확장되는 공간을 하나로 엮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다니!

세상에 훌륭한 책은 너무도 많다.

날카로운 이성과 논리적 전개로 합리적 결론을 도출해낸다든지, 충만한 감성으로 독자의 마음을 뒤흔다든지, 드물지만 논리와 감성을 결합해내는 진정한 걸작에 이르기까지...

마지막 논리와 이성의 결합을 이끌어낼 때 저 표지의 초월성단계에 이른 의식이라고 표현하는 것일까?

 

목차만 본다면 이 책은 11명의 과학자, 시인, 조각가, 소설가들의 평전인듯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책 속의 등장인물은 셀 수도 없이 많으며 그들이 자신들조차도 모르게 그물망처럼 연결되고 교감을 나누고,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은 도저히 한눈에 그 연결망을 그려낼 수 조차 없을 정도이다.

 

우리는 평생 우리 존재가 어디에서 끝나는지, 나머지 세계가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알고자 애를 쓰며 살아간다. 우리는 존재의 동시성에서 삶의 정지 화면을 포착하기 위해 영원, 조화, 선형성이라는 환상에, 고정된 자아와 이해의 범위 안에서 필쳐지는 인생이라는 환상에 기댄다. 그러면서 줄곧 우리는 우연을 선택이라 착각한다. 어떤 사물에 붙인 이름과 형식을 그 사물자체라 착각한다. 기록을 역사라 착각한다. 역사는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니며, 판단과 우연의 난파 속에서 살아남은 것들에 불과한데도 - P15

 

작가의 말대로 이 세상은 온갖 우연으로 꽉차 있으며, 그 우연들 중 살아남은 것이 역사가 된다.

그러나 그 우연을 제대로 엮어내고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그 또한 실종되어 역사로 남지 못한다.

이 책이 놀랍고도 놀라운 것은 그런 개인들의 필연적 우연들을 찾아내고 의미를 부여하고 각자의 삶의 순간들을 교차시키면서 각자이면서 하나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자신으로 인해 마녀로 몰려 재판에 회부된 어머니의 사건을 통해 "나는 여자가 아니라 남자로 태어났다"라는 깨달음을 얻은 캐플러의 이야기로 서두를 열면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300여년 뒤의 여성 천문학자 마리아 미첼의 작은 집으로 이어진다.

이 작은 집에서 마리아 미첼은 처음으로 일식을 관찰한다.

여성이 어떠한 교육의 기회도 얻지 못해 과학적 성취를 얻는 것이 불가능한 시대를 넘어 이제 여성이 천문학에도 도전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또한 케플러가 지구가 살아있는 생물처럼 소화하고 호흡하며 지구에 영혼이 있다는 믿음은 수세기간 비웃음의 대상이 되었지만, 그것은 레이철 카슨에 이르러 탁월한 문학적 은유와 함께 지구의 영혼과 생명성에 대한 증언으로 증명되게 된다.

이렇게 케플러에서 마리아 미첼로 다시 레이철 카슨으로 이어지는 서사를 엮어내는 것은 전적으로 작가의 힘이다.

작가의 인식이 확장되어 가는 과정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경이롭다 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또 하나 놀라운 것은 나의 무지의 자각이다.

책에 나온 인물 중에는 소수의 남성들과 다수의 여성들이 나온다.

역사에 남긴 발자취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만큼 업적을 남긴 이들이다.

그런데 남성들의 이름과 그들이 한 일등은 대부분이 기본 지식정도는 내가 이미 들어봤거나 알고 있는 인물들인데 반해, 여성의 경우는 레이철 카슨을 제외한다면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거나, 이름만 정말 시인 브라우닝 정도의 이름만 들어본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거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에밀리 디킨슨의 경우 난 '어 어디서 들어 봤는데? 소설가 아닌가?" 이런 정도다.

그래도 책 좀 읽는다고(대한민국 평균보다는 좀 더 많이) 자부하던 내 자존심에 금이 퍽 가는 순간이다.

물론 이것은 모두가 짐작할 수 있듯이 순전히 나만의 잘못은 아니다.

이 책에서 끊임없이 추적하고 기록하는 것은 여성의 사회활동이 제대로 인정받는 것이 얼마나 난망한 일이었는지다.

오랜 기간 여성들은 이 세계에서 단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싸워와야 했다.

단지 공부를 하고 싶다거나 조각을 하고싶다거나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행동하기 위해서라는 너무나도 당연한 권리조차도 싸우지 않으면 얻을 수 없었다.

그것을 관념으로 아는 것과 책속 여성들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며 느끼는 것은 또 다른 경험이다.

 

이 책이 <진리의 발견>인 것은 저자가 생각하는 진리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책 속 전체에 녹여내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 책은 역사속 소수자들의 삶과 그들의 생각을 추척하는 것이 한 축이면서 동시에 진정한 진리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탐구의 과정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것을 이성적 탐구와 논리의 대표라 할만한 과학과 감성을 자극하고 인간에게 통찰의 시간을 제공하는 문학의 결합,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성과 감성의 조화를 통해 인간은 제대로 된 진리를 발견하고 그것을 표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마거릿 풀러의 <19세기 여성>이나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이 도달한 지점이다.

이 책 역시 독자의 이성과 감성을 동시에 끊임없이 자극한다.

그럼으로써 책을 읽는 과정는 지적 자극과 등장인물들의 삶에 대한 감정이입을 끊임없이 번갈아 겪으며 내가 서있는 지금의 세계를 사색하게 한다.

 

방대하다는 것이 사용된 자료나 책의 두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절감한다.

그것은 인간의 의식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초월의 단계에서, 인간이 어떻게 우연적 만남들 속에서 상호작용함으로써 세상을 바꿔가는지를 논증하고 표현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방대하고 심층적이며 그럼으로써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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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1-03-12 04: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빨리 읽고 싶어요!!! 800페이지가 넘;;; <세 여자> 작아도 900페이지 넘었는데 읽으면서 지치던 생각;;; 그래도 완독을 했다는 뿌듯함,,이 책은 읽으면서 뿌듯할 것 같은데요. 저런 책을 읽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만으로도 막 뿌듯해요,,,또한 돈을 잘 사용했다고 저를 칭찬하고 싶고,,,좋은 책을 사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아요. 이제 도착하기만 하면 되는데,,,읽을 마음의 준비 완전 무장!!^^;;;

바람돌이 2021-03-14 01:00   좋아요 0 | URL
책은 벽돌책이지만 그리 어렵지는 않은게 다행이죠. 뭐 완전히 읽기 쉬웠다고 말하기도 어렵지만요. ㅎㅎ 모든 책을 읽을 마음의 준비는 항상 돼 있는데 그놈의 여건이 완벽히 따라주지 않으니 항상 마음만 앞서가네요. ^^ 그래도 라로님 마음은 제 마음이랑 똑같아요. ^^

scott 2021-03-12 09: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성과 감성의 조화를 통해 인간은 제대로 된 진리를 발견,,,,]
이구절은 코로나 팬더믹 시기에 새겨두어야할 문장이네요

책을 읽는 이유가 우리 안에 잠재된 무지를 일깨워야 하기 때문에
카프카의 말처럼 [책이란 우리 내부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기 위한 도끼가 되어야만 한다.]

이책 바람돌이님의 도끼가 되어버림!!

바람돌이 2021-03-14 01:03   좋아요 2 | URL
이성과 감성의 조화를 갖춘 책은 사실 그전에 인간으로서의 품격까지 갖춰야 함으로 진짜 쉽지 않으리라 생각되네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도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의 책도 그런 드문 책들인듯요.
저의 무지를 하나씩 일깨워 나가는 것 때문에 오늘도 책에서 못헤어나오는 듯합니다. ^^

희선 2021-03-13 0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맨 앞에 있는 그림은 책을 다 보고 나면 알기도 하죠 이 그림 앞에 있는 건 기하심리학자가 그린 도표군요 여러 사람 이야기를 하는 건 쉽지 않을 듯합니다 그 사람들은 잘 모르면서 서로한테 영향을 주고받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런 걸 찾아낸 사람도 대단합니다 여성 이야기가 있어서 좋을 듯합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1-03-14 01:04   좋아요 2 | URL
저는 이 책 읽으면서 츠테판 슈바이크를 많이 떠올렸어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법의 비슷함이랄까? 그러면서 훨씬 더 정교하고 아름답다고 느꼈습니다.

mini74 2021-03-13 14: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요즘은 읽고 싶은게 아니라 갖고 ㅣㅓ지는 것 같습니다 책을 ㅠㅠ

바람돌이 2021-03-14 01:05   좋아요 2 | URL
갖고싶은 책을 다 사면 아마 파산하리라 생각합니다. ㅎㅎ 독서는 그나마 돈이 덜 드는 취미인데, 그게 어느 정도 선을 넘으면 그 많은 책을 보관할 큰 집이 필요하게 되죠. 그러면 가장 비싼 취미가 돼버려요. ㅎㅎ
 

30년 동안 매일, 종일, 에밀리 디킨슨은 반쯤 열린 하얀 레이스 커튼 너머로자신의 운명과 마주했다. 자신이 평생 사랑한 여자와 오빠가 가정을 꾸리며살아가던 집을 응시했다. 이토록 가깝지만 결코 소유할 수 없는 존재. 나는그 방에 서 있다가 불현듯 매일 그렇게 살아가는 것에 공포를 느낀다.  - P608

집단적인 기억을 기록할 때 동기를 억측하는 일은 의미가 없다. 기억과동기는 양날의 검이며, 이를 이용하여 우리는 시건에서 경험의 포를 뜨고인생이라는 나무줄기에서 역사를 베어낸다. 그 역사는 개인의 역사이사 정치, 문명의 역사이다. 기억과 동기 모두 대단히 선택적인 도구이며, 기억으로는 과거를 돌아보고 동기로는 미래를 내다본다.  - P613

이 많은 모습은 각기 다른 필요에 따라순간순간 솜씨 좋게 갈아입는 복장이라기보다는 한 자아의 다른 면, 특정한빛이 특정한 각도로 비쳐드는 순간 밝게 빛나는 면면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여러 상황에 따른 여러 사람들의 합으로 존재하며, 우리 내면에 잠들어있는 다층적인 면은 특정한 상황, 특정한 인간관계, 특정한 운명으로 인해잠에서 깨어난다. 그 면면들은 모두 진실되고 모두 실재하며, 이런 면면이모자이크처럼 합쳐져 우리라는 존재를 만든다.
- P614

 우리의 작디작은 세계를 아득히 먼 곳에서 찍은 이 사진보다 인간의 자만심과 어리석음을 증명하는 훌륭한 증거도 없을 것이다. 나는 이 사진을 보며 우리가서로에게 좀더 친절해야 한다는 책임을, 이 창백한 푸른 점을 보존하고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책임을 다짐한다. 이곳은 우리가 알고 있는 유일한 고향이기 때문이다.
- P627

"우리를 둘러싼 우주의 신비와 현실에 우리가 좀더 분명하게 주의를 기울일수록 파괴를 향한 인류의 성향이 약화될 것입니다." 호리호리한 몸집에비해 지나치게 큰 강단에 선 여자가 지중해 빛의 눈을 강렬하게 반짝이며허식이라고는 없는 침착한 태도로 선언했다. "경탄하는 마음과 겸허한 마음은 건강한 감정입니다. 이 감정은 파괴에 대한 욕망과 나란히 존재하지않습니다."
- P635

바다 생물에게만 알려진 물의 세계를 느끼려면 우리는 길이와 너비, 시간과공간에 대한 인간의 시각을 포기해야만 한다. 그리고 바나 생물의 입장이 되어 온통 물로 이루어진 우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 P651

공시성이란 외부에서 일어난 어떤 사건과 관찰자 내면에서 일어난 상황의 유사성과 비인과관계를 정리하는 체계이다. 어떤 사건을 경험한 관찰자는 자신의 주관적인 상황을 기반으로 자신과 그 사건의 연결고리를 찾는다. 즉 내면의 현실과 외부의 현실이 만나는 접점이라 할 수 있다.  - P692

우리가 가장 낮게 밀려 내려간 썰물의 해안선 중에서도 가장 낮은 곳으로 들어가 그 얕은 물 안을 들여다볼 때, 그 안에는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흥분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단 이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면, 그 세계의1. 매력은 점점 커지며 우리는 정신에 새로운 차원이 열린 듯한 기분을 느낍니다.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보게 된 것입니나. 그 후 우리는 언제나 그 세계의 아름다움과 이상함과 신비로움을 기억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세계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만큼 이 우주의 일부로 실재하는 세계입니다.
- P712

국가의 진정한 부는 지구의 자원입니다. 바로 흙, 물, 숲, 광물, 야생생물들입니다. 미래의 세대를 위해 이 자원을 보존해야 하는 한편 이 자원을 현재의필요에 따라 이용하려면 폭넓은 연구에 기반을 두고 정교하게 균형을 잡을수 있으며 지속적으로 운용될 수 있는 계획이 필요합니다. 자연 자원의 운용이 정치적 문제가 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뿐더러 그래서도 안 됩니다.
- P715

어떻게든 불쾌한 사실을 외면하고 싶은 대중의 벽과 무관심을 뚫고 들어갈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큰 일입니다. 문제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해야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P738

카슨은 전문가들이 좁은시야에 갇혀 상호 연결되어 있는 전체를 보지 못하는 시대, 자유 시장 방식이 이익의 제단에 진실을 희생하는 시대에 파편화와 상업화, 진실의 철저한말소를 경고했다. 시민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명백한 증거와 함께 이런 세력에 도전하려 할 때, 이런 세력은 시민들에게 "반쪽짜리 진실의 안정제를 먹인다. 카슨은 반세기 후에도 효과가 반감되지 않을 인상적인 주장을 펼치며 강력하게 촉구했다. "거짓된 확신을 어떻게든 끝장내야 한다. 입에 맞지않는 불쾌한 진실에 대한 사탕발림을 끝장내야 한다. 무엇보다도 카슨은
"시간과 공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미칠 결과"를 진지하게 고찰하면서 단기 이익만을 생각하는 기업 세력들의 고질적인 질병을 비판했다.  - P746

케플러는 지구가 살아 있는 생물처럼 소화하고 호흡한다고 믿었으며 지구에 영혼이 있다고 믿었다. 이 믿음으로 케플러는 몇 세기나 비웃음을 받았다. 레이철 카슨이 등장하여 광대하고 다양한 생물로 이루어진 생태계에분포되어 있는 생명의 숨결 안에서, 조수의 맥박을 뛰게하는 바다의 심장안에서 그 영혼을 찾아내기 전의 일이다. 다윈은 기나긴 시간의 궤도를 거슬러올라 다른 생물체와 우리 인간의 진화적 동족 관계를 논증했다. 하지만과학적 사실 안에 숨은 시적 진실로 대중의 상상력을 이끌고, 차가운 지성적 인식에 따뜻한 감성적 문체를 불어넣음으로써 환경에 대한 양심을 일깨운 것은 카슨의 공적이다. 풀러는 에머슨에게 쓴 편지에서 말했다. "오직 감정을 통해서만 우리는 그대, 자연을 느낄 수 있어요!  - P747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 신중하고 공정했다면 절대 나라를 각성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 P760

"권력이 부패할 때 시인은 정화에 나섭니다. 시와 과학을 서로나누어 생각하기를 거부하며 살아온 카슨은 자신의 두 가지 재능을 결합해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권력의 정화라는 업적을 이루었다.
- P789

 "재능으로 세계의 일원이 되었다. 나는 재능으로 세계에 속한다는 실존적인 상태가 인생을 실현하는 데 가장 단순하면서 가장 완벽한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명성이나 성공보다 훨씬 가치 있으며, 개인적인 애정이나 그 애정에서 비롯되는 탐욕스러운 애착보다 훨씬 관대하며, 행복이나 행복에서 비롯되는 혼란스러운 목표보다 훨씬 적확하다.
- P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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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03-09 0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다 보셨군요 축하합니다 에밀리 디킨슨 저 이야기는 얼마전에 알았습니다 다른 건 모르면서 알았다고 하다니...


희선

바람돌이 2021-03-09 11:3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어떤 책이든 읽다보면 아는 장면 한둘쯤 나올 수 있고 사실 그런 장면때문에 독서가 더 즐거워지는걸요. ^^
 

지금 이 한순간에 우리는 우리의 자아가 확고하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그 자아는 오직 한순간만 존재할 뿐 계속해서 변모를 거듭한다. 다른 몸과 다른 정신, 다른 생각, 다른 가치관, 다른 신념을 지니기에 예전의 모습을 거의 알아볼 수조차 없을 정도이다. 한 자아가 다른 자아를 낳고, 그 자아가 또 다른 자아를 낳는 식으로 변화가 계속되면서 줄줄이 이어진 탯줄의 사슬은 우리를 과거에 속박하는 동시에 새로운 미래로 자유롭게 해방시킨다. 이 사슬은 평상시에는 보이지 않게 숨어 있다가 아주 드물게 지금 우리가 그토록 확신하는 자아를 과거의 자신을 향해 만만치 않은 힘으로 끌어당긴다.  - P439

호스머의 걸작은 처음 런던의 왕립미술원 Royal Acadermy of Art에 전시되었다. 이곳에 여자가 학생으로 입학하기까지는 3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이 기관에서 처음으로 여자를 교수로 고용하기까지는 한 세기 반이 넘는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이곳에 여자가 교수로 입성하게 된 것은 2011년, 설립된 지 243년 만의 일이다.
- P447

이 인권의 대의에 찾아온 중대한 위기의 순간 수많은 여성해방 운동가들이 노예제 폐지 운동으로 넘어갔다. 노예제 폐지와 여성 해방의 대의는 처음부터 동류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누구를 희생해야 한다.
면 누구도 완전하게 자유롭고 고귀해질 수 없다" 라고 마거릿 풀러는 19세기 여성에서 썼다. "하나의 창조적인 기운, 하나의 쉴 새 없는 폭로를 이어가도록 하자. 이 힘이 어떤 형태든 취하게 만들고 과거로 인해 이 힘이 남자나 여자, 흑인이나 백인에 얽매이지 않도록 하자." 타고난 천성을 이유로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은 다른 천성으로 소외된 이들에게 공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소외된 집단은 자신만의 노력으로는 사회의 중심으로 이동할 수 없다. 이것이 힘의 역설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힘과 특권에 가까이 있는, 같은 대의를 지닌 동류 집단이 이끌어주는 힘이 필요하다. - P450

이 기념비를 위해 호스머가 제출한 계획은 실로 기발하고 대담했다. 이조각의 초안에서 링컨은 거대한 흑인 네 명에게 둘러싸여 있다. 이 네 명의흑인은 아프리카 미국인이 거쳐 온 역사의 네 단계, 즉 경매, 노예, 자유, 시민권의 모습을 상징한다. 이들을 연합의 주를 상징하는 서른여섯 명의 여자가 에워싼다. - P462

허셜의 재능은 그녀의 장소의 정신에 구속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장소의 정신은 곧 시대의 정신이기도 하다. 모든 인간에게는 그자신에게 할당된 시대가 각기 따로 있는 모양이다"라고 버지니아 울프는《올랜도에서 썼다. 우리가 우리 자신이 된 것은 많은 부분 우리가 있는 장소, 우리가 있는 시대에서 비롯된 결과이다. 하지만 용기와 자존의 삶을 살았던 인물들은 자신의 삶을 통해 앞으로 다가올 세대의 정신이 머물 장소와 가능성의 지도를 다시 그린다.
- P469

에밀리 디킨슨 같은 인물의 삶에서는 모자이크처럼 복잡한 감정들이 자기만의 어휘로 암호화되어 있으며, 상징과 은유 안에서 강렬한 피가고동치고 있는 삶, 어떤 사람의 선기에서나 존재할 수밖에 없는 사각지대가그 전체를 뒤엎는 일식이 된다. 우리는 지신이 하는 일에 자신 전체를 신념과 편견, 경험으로 조각된 호기심과 제한된 지식을 전부 쏟아붓기 때문에전기 작가란 진실의 매개자라기보다는 의미의 해석자에 가깝다.
- P518

 "히긴슨 씨." 에밀리는 예의를 차리는 인사말도 없이 대뜸 그의 이름을 불렀다. "내 시가 살아 있다고 말해주기에는 너무 바쁘신가요?"
- P523

죽음을 위해 멈출 수가 없었기 때문에 -죽음이 친절하게도 나를 위해 멈추어주었어- - P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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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1-03-08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다 읽으신 거에요???

바람돌이 2021-03-08 22:45   좋아요 0 | URL
이 책 834페이지짜리예요. ㅎㅎ
지금 열힘히 803쪽 읽고 있습니다. ^^
 

"허공에 성을 지어보지 못한 소년은 절대 땅 위에서도성을 짓지 않게 됩니다. 히긴슨이 마거릿 풀러라는 인물에 마음이 끌린 것은 풀러가 꿈과 실천 그 어느 쪽도 희생하길 거부하고, 꿈꾸는 자와 실천하는 자로서 자신을 동등하게 엮어 "존재의 충만함을 성취했기 때문일지도모른다. 한편 풀러는 또한 진실과 아름다움을 나누길 거부하면서 이 두 가지가 합쳐져 의미를 낳는다고 주장했다.  - P191

"한 세기 반이 지난 후 어슐러 K. 르 귄traula K. Le Guin("어스시 시리즈"로 유명한 SF 소설의 대가이다. 옮긴이)은 말한다. "말은 무언가를 하고 무언가를 바꾼다. 말은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을 모두 변화시킨다. 말은 에너지를 전하고 되받으며 증폭시킨다. 말은 이해 혹은 감정을 전하고 되받으며 증폭시킨다." 초월주의 운동에서 지고의 지성적 도구로 대화를 공식 채용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풀러의 공이다. 자유롭게 주고받는 말의 전류로 여성해방운동의 힘을 충전시킨 것도 풀러의 공이다.
- P199

하지만 풀러는 고의로 에머슨의 방식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탐사 방식을 택했다. 위에서 아래로, 일 대 다수로, 하나의 드높은 지성이 수직으로 지혜를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옆으로, 다수 대 다수로 동등한 지성을 지닌 사람들끼리 친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었다. 풀러의 학식은 누구보다 대단했지만 풀러의 의도는 그 방에 모인 여자들이 자신의 정신이 중요.
하다고 생각하고 자기만의 생각을 대중 앞에 표현할 만큼 가치 있다고 여기게 만드는 것이었다.
- P213

교도소, 정신병원, 고아원으로 쳐들어가 학대 실태를 폭로하고 대중을고무하여 변화를 요구하게 만드는 일과 월든 호숫가를 거닐며 정신적 삶을철학적으로 사색하는 일은 다르다. 초월주의자 중에서 풀러는 현실 세계에서 자신의 신념을 시험한 유일한 인물이었으며, 펜을 이용하여 우리의 삶이정의로운 사회에서 당연하게 누릴 수 있는 삶에 한층 가까워질 수 있도록힘껏 노력했다. 한 세기 후의 레이철 카슨과 마찬가지로 풀러는 인간의 삶이 지구에 살고 있는 다른 생명들과 분리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풀러에게 관념의 세계와 자연의 세계는 하나였다. - P256

혁명가가 된다는 것은 곧 상상력을 펼친다는 뜻이다. 친숙한 것의 한계를 뛰어넘고, 새로운 질서를 머릿속에 그리며, 새로운 질서 안에서 얻게 될 것이 잃어버릴 것이 주는 잘못된 위안을 뒤덮고도남을 것이라고 상상하는 일이다.
- P314

"천재가 될 수 있는데, 누가 여편네가 된단 말인가?" 마거릿 풀리는 신혼의 하우 부부와 함께 증기선을 타고 유럽을 향해 떠나던 해에 발표한 《19세기 여성에서 질문을 던졌다.
- P333

호스머는 고대 그리스 시대 이후 가장 유명한 조각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게되며, 새로운 연금술사가 되어 싸구려 석회암을 값비싼 대리석으로 변환하는 방법을 발명하고, 자신의 운명을 직접 바꾼 피그말리온이 될 것이다. 여성의 길에 새로운 지평을 열고, 구세계의 판테온에 미국 예술을 위한 자리를 확보하고, 금전적인 성공과 타협하지 않는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예술가의 삶에 본보기가 되며, 존재를 정의하는 새롭고 대담한 어휘와 함께 퀴어문화를 열어나가게 될 것이다. 호스머는 또한 인생 말년의 수십 년을 영구운동기관을 발명하기 위해 소진하고 결국 파산하여 무명으로 숨을 거두게될 것이다.
- P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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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평생 우리 존재가 어디에서 끝나는지, 나머지 세계가 어디에서시작되는지 알고자 애를 쓰며 살아간다. 우리는 존재의 동시성에서 삶의 정지 화면을 포착하기 위해 영원, 조화, 선형성이라는 환상에, 고정된 자아와이해의 범위 안에서 필쳐지는 인생이라는 환상에 기댄다. 그러면서 줄곧 우리는 우연을 선택이라 착각한다. 어떤 사물에 붙인 이름과 형식을 그 사물자체라 착각한다. 기록을 역사라 착각한다. 역사는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니며, 판단과 우연의 난파 속에서 살아남은 것들에 불과한데도 - P15

케플러는 우리가 습관적으로 잊곤 하는 한 가지를 알고 있었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을 상상하고 체계적인 노력을 통해 그 상상을 현실로 이루어낼 때 우리가 지닌 가능성의 범위가 확장된다는 사실이다.  - P27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은 최초로 인간의 자만심에 도전장을 내민 위대한 사상이다. 그 후 몇 세기에 걸쳐 세계 질서가 여러 차례 새롭게 편성되는동안 인간의 자만심에 대한 도전은 진화론부터 시민권, 동성결혼까지 수없이 많은 형태로 모습을 바꾸어 나타난다. 이 모든 도전에 사회는 케플러의고향 주민들이 보인 것과 비슷한 수준의 적대적인 반응을 보인다. 우주의중심이든 권력 구조의 중심이든, 중심에 있는 것은 그 대가로 진실을 희생할지언정 계속해서 중심에 남아 있어야 한다.  - P45

마리아의 감춰진 지성은 몇 번이고 계속해서 사회가 드리운 어두운 그늘을 뚫고 솟아오른다. 삶에 별빛을 섞으십시오."  - P56

이 집의 한쪽에 종이 공장을 만들 겁니다. 그리고 내 책상 위로 풀스캡판 크기의 종이가 끊임없이 풀려나오게 만드는 겁니다. 그리고 그끝없이 펼쳐지는 종이 위에 수천 가지, 수만 가지, 수억 가지 생각을 적을 겁니다. 전부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형식으로 말이에요. 신성한 자석이 당신 안에 있으며 내 안의 자석이 그에 반응합니다. 어떤 자석이 더 클까요? 바보 같은 질문이군요. 그건 전부 하나인데 말입니다.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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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3-05 12: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책은 서두 부터 머릿속과 심장을 쾅!두드리네요
[우리는 평생 우리 존재가 어디에서 끝나는지, 나머지 세계가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알고자 애를 쓰며 살아간다. 우리는 존재의 동시성에서 삶의 정지 화면을 포착하기 위해 영원, 조화, 선형성이라는 환상에, 고정된 자아와 이해의 범위 안에서 필쳐지는 인생이라는 환상에 기댄다. 그러면서 줄곧 우리는 우연을 선택이라 착각한다. 어떤 사물에 붙인 이름과 형식을 그 사물자체라 착각한다. 기록을 역사라 착각한다. 역사는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니며, 판단과 우연의 난파 속에서 살아남은 것들에 불과한데도...]

바람돌이님 오늘은 개구리가 눈뜨는 날 경칩!
활기찬 하루 보내시길 바래요 🐸

바람돌이 2021-03-05 15:17   좋아요 1 | URL
서문에서 한방 크게 때리고,
첫 이야기 케플러의 이야기에서 어 이거 뭐야? 이런 서술도 있어 하면서 한방 크게 때립니다.
점점 흥미로워지고 있어요. 하지만 800페이지가 넘어 너무 무거워서 요즘 하는 서서 책읽기를 못하니 밤에 보다가 자꾸 졸고 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