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가 엄청 심각해보인다.
지나치게 심각하고 현학적일듯 보이다니...
그래서 5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을 선뜻 못잡는 이가 있을까봐 막 안타까워진다.
내가 그랬으니까....
좀 여유있을 때 천천히 읽어야지 이런 생각 말이다.
물론 그러다 잊어먹고 못읽는 책이 태반이라 다른 분들도 그럴까봐 조바심이 든다.

부러진 팔로 인해 긴 글을 못쓰니 짧고 임팩트있게 가자.

일단 엄청 재밌다.
진입장벽따위 없다.
유일한 집입장벽이 지명일텐데 주요 지명 책 첫 페이지에 친절하게 지도로 있다.

시대적 배경
1488년에서 1527년
스페인에서 기독교의 왕들이 무어인이라고 부르던 이슬람 세력을 몰아내고 아시아에서는 콘스탄티노플을 함락한 오스만 제국이 번성하고 유럽에서는 종교개혁이 태동하던 시기다.
이정도 사전 지식이면 충분하다.

작가는 하산이라는 무어인이 그라나다에서 로마까지 그리고ㅠ다시 튀니스의 이슬람세계로 돌아오는 40년의 시간을 흥미진진하게 펼쳐낸다.
이야기의 재미도 최고지만 새로운 것들을 알아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랍인들의 역사와 종교 생각, 아프리카 지역의 수많은 지역과 이야기들이 정말 스펙트클하게 펼쳐진다.
이놈의 팔 때문에 방콕하는 나를 순식간에 머나먼 아프리카로 데려다 놓는 것이다.

이 더운 여름에 한바탕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심지어 현지인들의 생활 한복판으로 쑥 밀어져 넣어진 느낌이기까지....

마지막 아들에게 유언처럼 보내는 문장은 아름답다.

무슬림이든 유대인이든 기독교인이든, 그들은 너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너를 파멸시키려 할 것이다. 그들의 정신이 편협해보이거든 신의 땅은 광활하고, 신의 손과 마음은 크고 넓다고 말하거라. 모든 바다 너머, 모든 국경 너머, 모든 나라 너머, 모든 믿음 너머로 꺼나는걸 결코 주저하지 말거라. -517쪽

아버지가 아들에게 오늘날에게는 딸에게도 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지원이다.
나도 이런 말 할 수 있는데 우리 집 자식들은 이 여름에 왜 나랑 방콕하는걸까?
좀 나가라고 하니 덥단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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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5-07-28 04: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어 보이기는 한데, 저 양반이 번역한 아민 말루프의 다른 작품 <사마르칸트>가 워낙 후져서...개판 무인지경이라서 도무지 손을 내밀 수가 없네요. ㅠㅠ

바람돌이 2025-07-28 09:01   좋아요 1 | URL
이 다음에 사마르칸트 보려고 했는데요. ㅠㅠ 일단 이 책은 읽으면서 2군데 정도 매끄럽게ㅜ읽히지 읺는다 했지만 전체적으로 잘 읽혔습니다. 번역 나쁘지 않았어요. ^^

Falstaff 2025-07-28 09:04   좋아요 1 | URL
사마르칸트 읽고 뇌경색 생긴 독자가 저 한 명 아닙니다. ㅋㅋㅋ

바람돌이 2025-07-28 09:11   좋아요 1 | URL
이정도 말씀하시면 심각한데요. ㅎㅎ 뇌경색 대비 마음 든든 먹고 읽어보겠습니다. 지금은 아민 말루프라는 이 작가가 너무 궁금해요. ㅎㅎ

stella.K 2025-07-28 16: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엄마를 몹시 좋아하는가 봅니다. 그냥 두세요. 이때를 그리워 할 날이 올 수도 있어요. ㅎ 더운데 고생이 많으십니다. ^^

바람돌이 2025-07-28 18:07   좋아요 1 | URL
엄마보다는 게으름부려도 아무도 안 건드리는 집을 좋아하는거지요. 말씀하신대로 언젠가는 그리울 풍경이니 소중히 생각할게요. ^^

희선 2025-07-29 04: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프리카, 더운 여름에 더 더운 곳으로 떠난 느낌이 들었을 듯합니다 아프리카는 습도는 많이 높지 않기도 하다고 한 듯합니다 그늘에 들어가면 아주 시원하다고... 종교가 있든 없든 사람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하고, 그러지 않기도 하겠지요


희선

바람돌이 2025-07-29 10:27   좋아요 0 | URL
날씨와 상관없이 세계를 누비는 기분은 좀 근사했습니다. 요즘 우리 나라 날씨는 저 건조기후 지역의 날씨를 닮아가는 듯해요. 다글다글 달궈지는 느낌이랄까 요즘은 진짜 습기 하나 없이 쨍쨍하게 덥네요. 더위에 건강 잘 챙기세요

단발머리 2025-07-29 07: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워만 있어야만하는 극한 상황을 독서의 기쁨으로 승화하시는 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님, 존경합니다.
엄청 재미있다고 하셔서, 저도 ‘읽고 싶어요‘에 넣어둡니다.
엄마가 좋아서 집콕을 선택하는 아이들 귀엽습니다. 이제 성인에 가깝지만요, 그래도 귀엽습니다. 저희집에도 1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5-07-29 10:30   좋아요 1 | URL
못 누워있어요. 앉아 있어야만해서 요즘 가장 힘든게 앉아서 자는거예요. 앞으로 3주 더 앉아서 자야된다는데 침대 눕고싶어서 미치겠어요.
우리집 애들은 성인입니다. 심지어 취준생도 있어요. 같이 뒹굴뒹굴입니다. ㅎㅎ

그레이스 2025-07-29 18: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콩키스타!
그리고 여행!
흥미진진할듯요

바람돌이 2025-07-29 18:42   좋아요 1 | URL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1부가 레콩키스타예요. 역사적 사실로만 일 수없는 당대 사람들의 생각과 처지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 더 좋았습니아

꼬마요정 2025-07-30 18: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이죠? 진짜 재밌죠? 읽고 싶은 책이 계속 쌓입니다ㅠㅠㅠㅠ 근데 이 책도 찜해놓고 읽겠습니다!! 재밌겠다!!!!
역시 여름엔 집에서 수박 먹으면서 책 읽는 게 제일입니다!!^^

바람돌이 2025-07-30 19:32   좋아요 1 | URL
어어어..... ㅎㅎ 환상은 없는 모험의 세계입니다. 재밌어요. 집에러 수박 먹으면서 최고 맞죠. 그러면서 먼 세계로 우리를 데려다주는 이런 책이 제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