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운동 중에 50대쯤의 남자 2명이 눈에 확 들어왔다.

근데 그게 특이했던게 지극히 평범하고 전형적인 50대의 운동복 차림과 아주 평범한 외모와 분위기의 이 두분이 손을 꼬옥 잡고 걷고 있었던것이다.

내가 이 두 분의 뒤쪽에서 걷게 되었는데 걸음의 속도가 비슷해서 이후 턴할때까지 30분정도를 계속 너무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걷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진짜 찐 다정!

아침에는 혼자 걷지만 저녁에는 퇴근한 남편과 둘이 걷는데 우리 둘도 남들이 눈꼴시던지 말던지 둘이 손을 꼭 잡고 걷는다.

저녁에는 진짜 사람이 많아 다양한 커플들을 보게 되는데 아무래도 젊은 커플들이 손을 잡고 많이 걷고, 가끔은 나이든 커플도 있고..... 하지만 손잡고 걷는 커플 중에 여여는 있어도 남남은 처음.

저녁에 남편에게 50대의 남자들이 친구사이인데 손잡고 걸을 확률은 얼마정도냐고 물었더니, 너무 확신에 찬 목소리로 0%란다.

그런 행위 자체를 남자답지 못하다고 받은 교육의 효과가 너무 골수에 박혀서 그거 평생 못고친다고.... 

그들은 친구 아니고 애인이라고 말이다.

갑자기 마음이 좀 짠해졌다.

내가 사랑하는 남편과 아무데서나 손잡고 싶을 때 손잡는 그 작은 행위조차도 그 남남 커플이 밝은 대낮에 시민공원에서 행할 수 있을 때까지 얼마나 많은 용기를 쥐어짜야 했을 것이며, 고민을 했을까?

그리고 그렇게 걸어가는 마음이 한편으로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또 누군가가 말도 안되는 시비를 걸지 않을까 걱정도 될테고....

그리고 거기 진짜 어르신들 많은데 혹시 불쾌한 경험을 하지는 않았기를 빌어보낟.


그러고보니 한달 전쯤 본 여여 커플도 생각나네.

내 앞에서 가는 20대의 커플이었는데 내가 이들을 왜 애인이라고 생각하냐면 한 명이 다른 한 명의 엉덩이를 계속 쓰다듬고 가고 있어서였다. 

아 그런데 이건 좀....

그냥 얘들아 손잡고 가라고 말해주고 싶은.....

공공장소인데 성추행도 아니고 엉덩이 계속 주물럭거리면서 가는 건 보기 좀 힘들었어......ㅠ.ㅠ


혐오와 배제와 비아냥이 이전보다 더 많아 보이는건 그런 것들이 특별히 증가해서가 아니라 표현할 공간이나 매체가 많아져서는 아닐까라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동성애 커플이 힘들지만 저렇게 자신을 표현해볼 엄두라도 낼 수 있는데서 우리 사회도 바뀌어가고 있구나 싶은 생각도 들고....


그러다가 어제저녁 신당역에서 같이 근무하던 여성을 오랫동안 스토킹하던 놈이 지하철 역 화장실에서 여성을 살해한 뉴스를 보고 또 다시 암담해지기도 한다.

불행하게 돌아가신 여성분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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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9-15 16: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몰카 등으로 구속영장 청구됐는데 기각됐다고...피해자만 또 피해를 당하고...속상합니다..명복을 빕니다.

바람돌이 2022-09-18 13:06   좋아요 1 | URL
스토킹 횟수가 300회라는데서 진짜 너무 놀랐어요. 그게 어떻게 구속이 안되는지.... 곧 있을 재판에 검찰 구형이 9년이 나올 정도면 엄청 심각했다는거잖아요. 너무 많은 여성들이 알게 모르게 죽어나가는데 거기에 대해서 아직도 윗세대들의 젠더감수성은 밑바닥이네요. 딸 키우는 엄마로서도 너무 분노가 치솟아요.

페크pek0501 2022-09-15 16: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인간의 고정 관념은 바위덩어리 같아서 참 안 깨집니다. 깨질 때도 된 시대인데 말이죠.
저 젊은 시절엔 화장실에 갈 때도 친구와 손을 잡고 갔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때 미팅하던 남학생들이, 쟤네는 왜 화장실 갈 때도 손을 잡고 가냐고 말했던 것 같아요. 그게 기억나요.
여여 커플이 많아지면서 손 잡는 게 어색해졌는지, 오해 받을 것 같아서인지 요즘은 손 잡는 경우가 드문 것 같아요. 팔짱 정도라면 모를까.
좋은 글 쓰셨습니다.^^

바람돌이 2022-09-18 13:10   좋아요 1 | URL
그래도 여자들은 스킨쉽을 쉽게 생각하고 또 관대하죠. 저도 여자끼리 손잡고 갔으면 아무 생각 없었을걸요. ㅎㅎ
저녁에 우리집 애들한테 저 얘길 하면서 50대 아저씨 둘이 손 꼭잡고 가던데 둘이 애인인가봐? 저 나이때는 저렇게 손잡고 가는거 쉽지 않은데 너무 다정해보였어라고 얘기했더니 딸 둘이 전부
˝엄마 애인인지 어떻게 알아, 친구일수도 있지?˝ 그래서 ˝아니 50대 아저씨들은 친구끼리 절대 손 안잡아˝ 했어요.
그랬더니 ˝사람마다 다른데 그럴 수도 있지˝라는거예요. 아이들은 역시 우리 세대와 또 생각이나 감수성이 다른걸 확인했달까요? ㅎㅎ
그런데 결론은 제가 ˝야 너 아빠가 00아저씨랑 둘이 손잡고 가는거 상상이 되니?˝라고 했더니 둘 다 푸하 터지면서 아 엄마 인정 인정 이러고 끝났다죠.

책읽는나무 2022-09-15 18: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몇 달 전 어떤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정말 다정해 보이는 남남커플을 본 기억이 갑자기 떠오르네요.
카페에서 둘이 나란히 앉아 얘길 하는데 너무 다정해 보여 보기 좋다! 하며 바라봤어요. 보통 남자애들 대화하면 욕설이 난무하고 목소리도 크잖아요~ 근데 조용하게 얘기하며 잘 웃던 모습이 인상적여서 아, 남자들도 저렇게 다정하게 얘기를 할 수도 있구나! 인상 깊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서로의 모습을 핸펀 카메라로 찍어 주고 확인 하고 또 웃고...응?? 다정함이 예사롭지 않구나? 그런 느낌이 들어 남편한테 내 눈이 좀 이상한 건가? 싶어 물었던 적 있었죠. 남편은 보기 좋구먼~ 너가 유별나다~ 자꾸 쳐다 보지마라고 귀띔하던데...그때 저 스스로도 굴레를 못벗어났구나!!! 깨달았죠^^;;;
동성끼리 다정할 수도 있고, 손도 잡고, 팔짱도 낄 수 있는데...그것이 요즘따라 생경하고 특별하게 보인다는 건 어떤 교육의 선입견일 수도 있겠다 싶구요.
혐오는 아닌데 저는 처음 봐서인지 솔직하게 좀 생경했어요. 익숙해지면 그냥 평범하게 봐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암튼 다정해 보이는 건 또 보기 좋았어요^^

2022-09-15 2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15 2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16 0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2-09-18 13:13   좋아요 2 | URL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 많을텐데 차마 내색하지 못하고 사는 이들이 많겠죠. 그냥 사랑하는 것일뿐일텐데 말이죠. 저는 예전에는 우리집 애들이 남자하고만 연애해도 고맙다 해야지 하다가 요즘은 아이고 그냥 남자든 여자든 사람이랑 살아준다고만 해도 고마워해야지로 바뀌고 있어요. 둘째가 자꾸 고양이랑 살거래요. 아니 고양이랑 살아도 돼, 근데 거기다 사람도 하나 끼워서 살면 안되겠니라고 하니까 싫대요. ㅠ.ㅠ
딸이 저의 편견의 한계를 계속 깨트립니다. ㅎㅎ

프레이야 2022-09-15 19: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동성이든 이성이든 사람간에는 매력이 작용해야 뭔가 끈끈해지는 것 같아요. 육십 대 여성 두 분이 친한 친구인데 외국에서 한 방에 묵었더니 레즈비언으로 여기더라네요.
님 말씀처럼 못 드러나 있다가 그나마 좀 드러내도 되는 환경이 되어서 보이는 걸로 여겨집니다. 요즘 진짜 뉴스가 왜 이런지 ㅠㅠ 암담합니다.
그나저나 남표니 분이랑 손 꼭 잡고 산책을요. 므흣~ 울앞집 부부가 꼭 그래요. ^^

바람돌이 2022-09-18 13:29   좋아요 1 | URL
프레이야님 부부도 손 꼭잡고 다니실거 같은데요. 헤결 나온 해변 가고싶다고 말 꺼내면 여기서 강원도 길을 냅다 달려주시는 옆지기님이잖아요. ^^
우리나라는 또 여자들끼리의 스킨쉽에 대해서는 많이 관대하달까? 둘이 놀러가서 손잡고 다니거나 껴안고 다녀도 동성애자로 보지는 않으니까요. 물론 우리나라도 동성애가 정말 자유롭게 연애와 결혼의 한 형태로 당연시된다면 또 다른 문화가 생길수도 있겟죠. 세상이 변한다고 생각하다가도 전혀 변하지 않았음을 발견할 때 정말 난감하고, 이래도 되나 싶어 참담해지기도 하네요.

새파랑 2022-09-15 20: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신당역 사건은 너무 안타깝고 분노가 일더라구요 ㅜㅜ 저는 편견이 심한가 봅니다. 남자 남자가 손잡고 다니는건 상상을 못하겠습니다 😅

바람돌이 2022-09-18 13:31   좋아요 2 | URL
편견이라기보다는 사실 보기 어려운 장면이죠. 저도 나이든 분들이 공공장소에서 저렇게 손잡고 가는건 처음 봤어요. 그러니까 더 신기하게 봤겠죠. 잘 못보니까 어색하고 이상하게 보이기도 하고 뭐 그런거 아닐까요?
특히 40대 이상의 한국 남자들에겐 상상하기 힘든 문화구요. 자칭 페미니스틀 자처하는 우리집 남편도 자기는 아무리 친해도 남자친구랑 손잡는거 끔찍하다던데요. ㅎㅎ

파이버 2022-09-15 21: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께서 사시는 동네가 사랑이 많은 동네인가봐요~ 저도 종종 저녁에 손을 꼭 잡고 걷는데 다른 사람들 눈에는 어떻게 비칠지 잘 모르겠네요ㅎㅎ

바람돌이 2022-09-18 13:32   좋아요 3 | URL
여기는 공원이 워낙 커서 사람이 정말 많아요. 저녁에는 퇴근하고 걸어가는 사람들까지 겹쳐서 진짜 붐비는.... 그래서 손잡고 가는 사람은 셀수 없고요. 사랑이 많은 동네인지, 사람이 많은 동네인지.... ㅎㅎ 아무도 신경 안씁니다. ^^

감은빛 2022-09-15 23: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남성이라면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절대 손 안 잡아요.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ㅎㅎ

세상이 변하고 있기는 한 것 같은데, 그 와중에도 교회를 비롯해 혐오를 조장하는 세력들은 여전하기도 하죠. 성범죄를 비롯해 온갖 범죄를 저지르는 것들도 여전히 많구요. 아니 범죄 통계를 들여다 본 적은 없지만, 점점 더 증가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바람돌이 2022-09-18 13:35   좋아요 1 | URL
그쵸. 우리집 남편도 그러더라구요. ㅎㅎ
혐오를 조장하는 세력의 목소리가 약해져야 하는데 목소리만으로는 더 커지는것도 같아요. 뭔가 발악같은 느낌이랄까? 그런데 그렇게 혐오를 조장 하는 쪽들이 또 보면 성범죄는 더 많이 일으키는거 같기도 하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