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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추억들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3월
평점 :
추억들을 머릿속에서 정돈해보려 한다. 추억 하나하나가 각각의 퍼즐조각인 셈인데, 빠진 조각이 많아서 대부분이 따로 떨어진 채 있다. 때때로 서너 개를 연이어 한데 붙여볼 수 있지만 그뿐, 더 이상은 불가능하다. - p62
그러니까 50년쯤 뒤에 옛 추억들을 복원해보려고 하면 당연히 윗 글처럼 구멍이 듬성듬성 나 있는 퍼즐 조각이 될 수 밖에 없을텐데, 그 구멍을 그대로 드러낸 채 기억을 누더기 기우듯이 엉성하게 복원하고 있는게 이 소설이라고 할까?
딱 한 번 나오는 주인공의 이름 - 장. D
하여튼 이 장. D라고 하는 남자가 사춘기에서 성인으로 넘어가던 시절에 -주로 1960년대- 파리의 이길 저길 온갖 길을 헤매고 다니면서 만났던 사람들, 특히 그 중에서도 여인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려고 하니 또 모호하고..
주인공의 부모의 직업이나 어릴 때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했던 이야기를 보먄 자전적인 이야기이기도 한 것 같은데 또 딱잘라 그렇게 말하기도 모호하고....
이 소설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그냥 모호함의 끝장을 보여주겠다고 쓴듯한 느낌이다.
이 소설속 주인공을 비롯하여 어떤 인물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서사를 보여주는 이는 한 명도 없다.
우리의 오래된 기억속을 뒤지면 흐릿하고 단편적인 인상만 남아있듯이, 이 소설 속 인물들 역시 그러하다.
일어나는 사건들 역시 왜 무엇때문에라고 물으면 대답할 게 하나도 없네.....
그냥 어쩌다 보니 일어났는데, 그 어쩌다보니에는 심지어 살인사건까지 있네....
이 소설에서 명확한건 파리의 거리 이름 뿐이다.
모든 스쳐지나가는 곳, 머무른 곳, 사건이 일어난 곳, 이동경로까지 작가는 정확하게 파리의 거리 이름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파리의 거리를 하나도 모르는 나같은 외국인에게는 이조차도 모호함이지만....
어쩌면 파리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는 이 글에 나오는 파리의 거리 이름이 이 소설을 읽는 재미를 높여 줄지도 모르겠으나, 어쨌든 그것이 나의 몫은 아닐테고.
노벨 문학상의 이름에 기가 죽기라도 해보고싶은데, - 소설이 재미없는 것은 내가 무식해서야. 노벨 문학상을 탄 사람이잖아라면서 말이다.
그러기에도 재미가 너무 없고, 작가가 도대체 뭘 말하고 싶은건지,
설마 인간의 기억이란 이토록 모호한 것이란걸 알려주려고 쓴 소설은 아닐테고.
짧았기에 망정이지 좀 더 길었다면 읽다 그만뒀을 듯.....
파트릭 모디아노 소설 처음 읽었는데 다른 책도 다 이럴까요?
혹시 아시는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