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나무가 쓰러, 지셨다]-이재무

우리 마을의 제일 오래된 어른 쓰러지셨다
고집스럽게 생가 지켜주던 이 입적하셨다
단 한 장의 수의, 만장, 哭(곡)도 없이
불로 가시고 흙으로 돌아, 가시었다
잘 늙는 일이 결국 비우는 일이라는 것을
내부의 텅 빈 몸으로 보여주시던 당신
당신의 그늘 안에서 나는 하모니카를 불었고
이웃마을 숙이를 기다렸다
당신의 그늘 속으로 아이스께끼장수가 다녀갔고
방물장수가 다녀갔다 당신의 그늘 속으로
부은 발등이 들어와 오래 머물다 갔다
우리 마을의 제일 두꺼운 그늘이 사라졌다
내 생애의 한 토막이 그렇게 부러졌다

.......................................................................................................
* 지나간 옛 일 조금씩 잊으며 사는 일이 나이 드는 일일진데,
외려 생생한

"니도 후제 자식 낳아 키워봐라. 내 맘 알끼다...
니 공부만 잘하모 내 빤스를 팔아서라도 미국꺼정 보내주꾸마...
이놈아야 니 언제 철 좀 들끼고..."

고향집 팽나무 같던,
살아가며 날로
당신의 그 말씀이 그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옛여인의 숨결이 깃든 바느질 이야기

바늘을 세요각시, 자를 척부인, 가위를 교두각시, 인두를 인화부인, 다리미를 울낭자, 실을 청홍흑백각시, 골무를 감투할미라 하여 침선을 돕는 다정한 일곱의 벗이 있습니다. 이들과 함께 옛 여인들은 고귀한 품성을 닦고 자신과 가족의 부귀영화를 빌며 교만하지 않고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며 성실한 삶을 살았습니다. 한 땀 한 땀 정성과 사랑 그리고 염원이 깃든 바느질에는 놀라울 정도의 섬세한 솜씨와 색실이 아름답고 고운 문양 속에 옛 여인의 숨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듯 합니다.






아이들의 액막이 - 해낭

첫 해자(垓字)날 볶은 콩을 넣은 둥근 주머니를 차면 풍년이 오고 악귀를 물리칠 수 있다 하여 아주 작은 액막이 주머니이다. 가장자리를 금사로 두르고 매듭 끈을 사용한 것은 궁중용으로써 화려하면서도 품위가 있다.
(몸체 길이 4.6Cm 너비 4.4Cm, 개인소장)






쓸모 이상의 아름다움 - 꽃 수보자기

남은 옷감을 사각형으로 꼭 맞도록 잘라 색색으로 모은 조각보 위에 꽃 모양으로 수를 놓았다. 물건을 싸기도 하고 보관하기도 하는 쓰임새 뿐만 아니라 보자기에 싸 두면 복이 오래도록 간직된다고 믿었던 옛 사람들의 순박함을 엿볼 수 있다. (너비 40cm, 사전자수박물관 소장)




고운 버선을 위한 애틋함 - 버선본주머니(1)

정사각형 수 보자기의 네 귀를 접어 단추로 여며서 버선본을 넣어 두는 주머니이다. 한 여름에도 솜 버선을 신던 조선시대의 버선본 주머니는 새색시가 시집갈 때 준비하는 필수 혼수품이었다.
(접었을 때 너비 11cm, 개인소장)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음은 벌써 하늘 - 제비부리신과 태사혜

제비부리신은 제비모양 같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주로 조선시대 상류층 부녀자들의 것으로 가죽의 겉쪽에 연두색 비단을 바르고 융을 발라 밑 둘레에 굵은 흰 실로 박았다. 태사혜는 양반계층 사대부 남자들의 평상복에 신었던 마른 신의 한 가지이며 버선코와 뒤축에 홍색 비단으로 태사문을 붙였다.
(제비부리신 - 길이 13.3cm 너비 5cm 높이 4.5cm 태사혜 - 길이 14.9cm 너비 5.2cm 높이 4.6cm 개인소장)





솜보다 따뜻한 사랑 - 누비토시

팔목에서 팔꿈치까지 끼워 추위를 막는 방한용 토시이다. 겉 옷소매가 올라 갔을 때 보이기 위해 수를 놓은 것으로 여자용이다. 연두색 명주에 솜을 넣어 누빈 것으로 꽃무늬와 잎사귀는 청, 적, 황, 백, 흑의 오방색을 사용하였고 꽃의 중앙에 실로 방울을 만들어 입체감을 주었다.
(길이 12cm 너비 8.7cm, 개인소장)





예쁜 아가 더욱 고아라 - 타래버선

돌 전후의 아이에게 돌날 등의 특별한 날에 신기는 버선이다. 백색 면직물에 솜을 두어 누빈 후 버선 양 볼에 수를 놓았다. 버선코에 남아는 청색, 여아는 홍식 실로 영화와 번영을 뜻하는 방울을 달았으며 남색 끈을 달아 매어 벗겨지는 것을 막았다. (높이 18.3cm 입구 너비 11cm, 개인소장)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바느질로 그린 여인의 마음 - 함 받침보

여인들의 패물함 밑에 깔아놓는 받침보로써 때로는 덮개로도 사용하였다. 옥색 바탕에 잔잔하고 침착한 색조로 수 놓아진 나뭇가지와 새, 나비, 꽃은 행복과 행운을 기원한다.
(세로 9.8cm, 가로 12cm, 개인소장)





오색 실 숨바꼭질 - 실 그릇

여러 가지 색실을 넣어 두던 것으로 실상자라고도 하며 책처럼 만든 실첩, 버들로 엮은 실고리 등이 있다. 종이를 오려서 붙인 만자문, 꽃과 가지문, 잠자리문 등의 문양이 정돈된 느낌을 준다. 각각의 촌스러운 색을 한 자리에 모아 조화를 이루어 세련된 표현을 한 우리 조상들의 색체감을 엿볼 수 있다.
(가로 30cm, 세로 15cm, 높이 15cm, 사전자수박물관 소장)





바늘 가족 보금자리 - 바늘집

바늘을 넣어 보관하는 집으로 침낭 혹은 바늘겨레라고도 한다. 형태가 대개 복숭아 모양이며 아래 부분에는 바늘이 녹슬지 않게 머리카락을 넣어 바늘을 꽂게 되어 있고 끈으로 연결된 위 부분은 덮개 구실을 한다. 작은 공간이지만 나무와 새, 꽃잎과 나비 등을 수 놓아 번영과 행복을 기원하였다. 급할 때 쓸 수 있도록 노리개 삼아 차기도 하였다.
(길이 13.9~25.1cm, 너비 2.4~3.9cm, 개인소장)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바느질 놀이터 - 바늘방석

손 바닥 가득한 크기의 바늘꽂이로써 정사각형 다섯 개를 이어 꽃을 만들고 중앙의 꽃술로 입체감을 주어 너무 아름답다. 그리고 여러 색의 삼각형 헝겊을 잇고 솜을 두어 모양을 낸 바늘조각방석의 맵시는 세계 으뜸일 것이다.
(지름 약 13cm 두께 약 4.5cm, 개인 소장)




손끝에 묻어있는 재미있는 표정 - 골무

바느질 할 때 손끝이 찔리는 것을 막기위해 손가락에 끼우는 반달형의 도구이다. 안은 여러 겹으로 배접을 하고 골무의 겉은 꽃잎, 나비, 구름, 산 등을 수 놓은 비단 헝겊이다. 행운과 복을 비는 염원을 담아 정성껏 수 놓은 고운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너비 2.4cm, 온양민속박물관 소장)




바늘이 그네를 탄다 - 바늘꽂이

바늘을 꽂아두는 물건으로써 바늘방석이라고도 하며 끈을 달아 인두판에 매달아 놓고 썼다.청, 홍, 황색의 비단 조각을 이어 만든 위에 꽃을 중심으로 가지와 열매를 수 놓고 여섯 가닥 색색의 끈을 술처럼 늘인 바늘꽂이... 너무 아름다워 노리개로 차야 할 것 같다.
(몸체 지름 4.2~9cm, 두께 약 3cm, 개인소장)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