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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국보대구전 초대전에 다녀왔습니다. 39개 박물관에서 온 한.당나라 국보 325점을 둘러 보았습니다. 계명대학교 행소박물관에서 기원전 206년부터 실크로드를 따라 떠나는 1200년 동안의 긴 여행을 세 시간 동안에 훑어 보자니 아쉬움과 미진함이 많아 다시 짬을 내어 두 어차례는 더 둘러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서울역사박물관에서의 전시를 마치고 대구를 찾은 중국 유물을 감상한 느낌은 말로 표현하기가 지극히 어렵습니다. 그냥 대단하네 참 아하 야아~ 이크 내....쩝!.... 밭은 숨결만 내뿜으며 감탄을 연발할 뿐 그냥 온전히 감동과 소름조차 끼치는 전율의 아름다운 물살에 떠밀리며 둘러 본 시간들이었습니다.
그 중 1400년 전 유행하던 메이크업과 패션-비단치마를 입은 여인상(唐나라) 앞에서 오래 머물렀습니다. 마치 당장이라도 은반에 옥구슬 구르는 목소리로 말을 건넬듯 해서 입니다.
여기 (주)솔대에서 발행한 <中國국보전> 도록에 여인상을 소개한 글을 옮기며, 내친 김에 5~6세기의 돌 화장도구와 여인상에 어울림즉한 박물관신문(국립중앙박물관 발행 2007.9. VoL433)에 실린 중국 한대의 "칠기 화장 그릇세트'와 영국 대영박물관 소장의 고개지顧愷之가 그린 '여사잠도'도 소개합니다.


비단 치마를 입은 여인상이다. 머리 부분은 진흙으로 빚어 채색하고 몸은 나무 기둥으로 채색했다. 높게 상투를 틀고 팔은 종이를 꼬아서 만들었으며 두 손은 배앞으로 교차시켰다. 위에는 소매가 좁고 연주문으로 장식한 비단옷을 입었고 바깥으로 노란색 숄을 걸쳤다. 하반신에는 붉은색과 노란색 줄무늬로 된 치마를 입었으며 몸매가 호리호리하다. 눈섭 언저리가 넓고 이마는 화전花鈿으로 장식했으며 볼에는 붉은 분을 발랐다. 얼굴은 사홍斜紅으로 꾸미고 입술은 붉게, 뺨에는 보조개를 그려 넣었다. 전형적인 당나라 여인의 모습이다. 당시唐詩에 보면 당나라 여인들의 화장에 관한 생생한 묘사가 많은데 이 유물이 그 내용들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당은 부와 아름다움을 숭상한 왕조로, 짙고 선정적인 화장이 이 시대 화장문화의 주류였다. 붉은 색 분으로 장식하고 화전을 붙이며 보조개를 그리는 것이 당대 여인들이 가장 선호했던 화장법이었다. 화전은 각종 꽃무늬를 미간에 붙이는 일종의 장식이다. 당의 화전무늬는 비교적 다양한데 특히 매화 무늬가 많다. 이 인형의 이마에 붙인 화전 역시 매화와 비슷하다. 화전의 풍습은 선진先秦시대에 이미 있었으나 당대에 특히 성행했다. 그러나 면엽面? 보조개화장 사홍 등의 화장술은 대략 삼국시기에 등장한다. 양梁 간문제簡文帝 염가편艶歌篇에 나오는 '옅게 보조개 화장을 하고 얼굴에는 사홍을 했다'라는 말은 바로 이러한 화장술을 기술한 것이다. 면엽은 당대에 성행하였
는데 고승高承의 사물기원事物紀原에 실린 바로는 '원세부인遠世婦人이 면엽하는 것을 좋아하였으니 이는 마치 달 모양 같기도 하고 돈 모양 같기도 하고 또는 주황색 연지를 찍은 것과 같아 당나라 사람들도 이를 숭상했다'고 했다. 당시에는 얼굴 가득 종횡으로 화장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그리고 사홍은 면엽과 짝을 이루는 화장법으로, 두 볼과 구레나룻 사이에 선홍색으로 초승달 모양을 그려 넣던 것이다.

전하는 바로는 위魏의 문제文帝 조비曹丕가 총애하던 한 궁녀가 어느날 실수로 넘어져 볼을 다쳤는데 피가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상처가 나은 뒤에도 두 군데 흉터가 남았으나 그 궁녀에 대한 문제의 총애는 전과 같았다. 이를 본 다른 궁녀들도 조비의 총애를 받기 위하여 그 상처를 흉내내곤 했는데 이것이 사홍이라는 화장술로 굳어졌다고 한다. 이 인형의 두 볼에 있는 장식도 전형적인 상처 모양의 사홍이다. 이러한 종류의 사홍은 일종의 결함을 추구하는 심미 관념으로, 당 후기에 점차 사라졌다.

이 인형은 고창高昌지구 장웅張雄 부부묘에서 출토되었다. 이 여인상이 출토된 묘 주인 장웅張雄은 본래 하남성 남양南陽으로 대대로 고창에 살았던 권세가였다.


중국 한대 칠기의 표면에는 아름다운 무늬들이 있다. 육안으로 보아서는 그 섬세한 붓터치를 느끼지 못할 만큼 아주 작은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유물 속에 숨겨진 세계이다. 무늬에는 구름, 기운을 표현한 것, 동물, 식물, 산수, 인물, 신화 등 그 내용이 다양한데 이 무늬들은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여러가지 형상들을 이용하여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하고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신화의 세계를 신비롭게 보여주기도 한다. 인간세계에서 천당으로, 동식물무늬에 이어 의식을 치르는 인물이 등장하거나 수렵하는 장면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 작은 세계에서 당시의 풍속을 알 수 있고 한대 사람들의 내세관을 엿볼 수도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중국실에는 칠기로 된 화장그릇 두 세트가 있다. 고대 중국의 여인들이 화장품을 담아두었던 그릇으로 거울,빗 등과 함께 세트를 이루고 있다. 그 중 칠기 그릇세트는 얇은 금박무늬를 그릇표면에 올리고 여러 번 칠을 씌운 뒤 다시 금박위의 칠을 벗기는 평탈 기법으로 만들어 매우 아름답다. 이 화장그릇 표면의 아름다운 무늬가 자아내는 환상적인 세계를 감상해보는 즐거움이 일품이다. 이 화장그릇의 표면에는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그름무늬가 그려지고 구름무늬를 배경으로 사슴,호랑이,코끼리,새 무늬 등을 붙여 새로운 미지의 세상을 경험하게 한다. 구름을 표현한 가는 붓 선이 유려하여 공중에 떠 있는 듯한 공간을 조성하고 이 공간에서 사슴이 여유롭게 달리거나 무소가 뿔로 받는 모습도 보인다. 그 외에도 새가 구름무늬 사이를 날고 있거나. 모이를 쪼고 있거나 뒤를 돌아보는 순간을 포착하여 시공간의 접합점에 정지한 듯....감상자로 하여금 시간과 공간을 잊게 한다.
화장그릇을 담아 보관하는 그릇은 가볍고 얇아 아름답지만 단단하지 않은 단점이 있다. 그래서 접촉면이 많은 곳은 견고하게 하고자 금속으로 테를 둘러 보강하였다. 금속테가 둘려진 사이에 문양이 그려져 있다. 둥근 무늬들은 이 공간을 익숙하고도 자유롭게 즐기고 있다.
중국회화작품들이 오름쪽에서 왼쪽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듯이 한쪽을 향해 가지 않고 동물무늬들의 좌우 방향을 적절히 조화하였다. 재미있는 것은 칠기 세트를 담는 가장 큰 그릇을 제외하고는 담는 그릇의 동물 무늬는 우측을 향하게 하고 뚜껑 부분은 좌를 향하게 도안하여 시선이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방지한 제작자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다. 도안은 계획대로 완성되어 완벽한 작품이 되었다. 끝으로 이 화장 그릇셋트의 쓰임새는 고개지가 그린 여사잠도女史箴圖 중 여인들의 화장과 머리를 정리하고 있는 장면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표면에 금박무늬로 꾸미는 평탈기법은 한대 중기 이후 유행하였다.
- 이정은(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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