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장 (양장본)
정대영 지음 / 동인방 / 2002년 3월
평점 :
품절


한국의 장을 다 읽고 난 지금 우리 고가구를 보는 나의 눈이 많이 새로워졌다는 사실을 고백해야 겠다. 우연히 신문에 난 기사 한 줄에 의지하여 알라딘에 책을 신청했지만 한국의 장은 대중적으로 널리 팔리고 쉬 읽히는 책은 아니었던지 취급 서점도 한정되 있었고, 그래서 내게로 책이 오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렸었다. 하지만 책을 펼쳐드는 순간 내 잠시간의 기다림은 충분히 보상받고도 남음이 있었다. 이 책은 쉬 잊고 지나칠 수 있고, 하등의 관심이나 흥미도 없을만한 우리 옛 가구에 대한 시각과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면서 소중한 우리 삶의 숨겨진 일면을 보여주기에 족한 책이었다.

많은 자료 사진과 꼼꼼한 설명과 제작 기법에 대한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저자의 우리 고가구에 대한 깊은 이해와 뜨거운 애정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저자는 동대문에서 우리 고가구점을 이십 수년 운영해 오면서 우리 것을 수시로 접하고 만지는 가운데, 사라져 가고 외면 받는 우리 고가구에 대한 애정에서 이 책을 저술한 것으로 알고 있다. 참 너무 빨리 갑작스럽게 바뀌는 세상살이 가운데 자비를 들여 애써 한국의 장을 저술한 정대영씨 같은 분들이 있어, 그나마 우리네 삶이 너무 팍팍하거나 건조하지 않고 조금은 감칠맛 나고 윤기 흐르는 순간들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내 감히 너무 쉽게 조금은 편안하고 익숙한 것에만 길들어 살아온 삶이었지만, 오늘 잠시 눈 주어 우리 옛 가구들을 돌아보고 싶다. 때론 어수룩하고 무딘듯 하면서도 기교나 꾸밈이 없이 생긴대로 나무를 다루고 장석을 부착하고 쓰임에 맞게 이루어낸 우리 한국의 가구들을 이제 그윽한 눈길로 돌아보고 싶다. 아니 기회가 닿는다면 소박하고 단순하지만 단아하고 기품있는 옛 책장이나 이층장이나 약장 하나 집에 들여 그것을 만들고 쓰던 옛사람의 정신의 향기와 체취에 취해보고 싶다.

이제 우리 옛 한국의 장을 만들었거나 즐겨 그런 기물을 썼던 사람들은 이 땅에 없다. 하지만 잠시 우리 가구의 참된 가치를 찾고 구하는 이 있어 즐겨 우리 생활에 쓰고자 한다면, 그런 안목과 애정이 함께 한다면 우리 옛 한국의 장들은 우리에게 말로 수식할 수 없는 참다운 가치와 사랑을 줄 것이라 감히 확신한다.

본인의 경우 한국의 장을 읽고 같은 저자의 저서 <한국의 궤>를 구하고자 여러 곳을 알아 보았으나 절판이 되어 구할 수가 없었다. 가능하다면 이런 책들이 자비가 아닌 출판사의 기획물로 나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것을 알리고 소개하는 기회가 많았으면 하는 안타까움을 함께 덧붙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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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3-17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서양 앤틱가구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전 우리 고가구가 주는 느낌을 참 좋아합니다. 조금더 나이가 들어 가구를 바꾸어야 할 때 하나씩 장만해보고 싶어요. 님의 리뷰 잘 보고 갑니다.

정수진 2007-10-18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정대영님의 자료를 찾다가 님의 글을 보았습니다.
저는 고가구를 공부하고 있는데요.. 리뷰 감명깊게 읽었구요.. 제자신이 부끄럽다는 생각도 들어요^^;; 한국의 궤를 구하신다고 하셔서 제가 글을 남기게 되었어요~
꼭 말씀나누고 싶네요

박가분아저씨 2007-10-26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가구를 공부하신다니까 반갑습니다.
'한국의 궤'는 어렵게 구해서 갖고 있습니다.

011-545-5372

이 무 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