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나무가 쓰러, 지셨다]-이재무
우리 마을의 제일 오래된 어른 쓰러지셨다
고집스럽게 생가 지켜주던 이 입적하셨다
단 한 장의 수의, 만장, 哭(곡)도 없이
불로 가시고 흙으로 돌아, 가시었다
잘 늙는 일이 결국 비우는 일이라는 것을
내부의 텅 빈 몸으로 보여주시던 당신
당신의 그늘 안에서 나는 하모니카를 불었고
이웃마을 숙이를 기다렸다
당신의 그늘 속으로 아이스께끼장수가 다녀갔고
방물장수가 다녀갔다 당신의 그늘 속으로
부은 발등이 들어와 오래 머물다 갔다
우리 마을의 제일 두꺼운 그늘이 사라졌다
내 생애의 한 토막이 그렇게 부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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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간 옛 일 조금씩 잊으며 사는 일이 나이 드는 일일진데,
외려 생생한
"니도 후제 자식 낳아 키워봐라. 내 맘 알끼다...
니 공부만 잘하모 내 빤스를 팔아서라도 미국꺼정 보내주꾸마...
이놈아야 니 언제 철 좀 들끼고..."
고향집 팽나무 같던,
살아가며 날로
당신의 그 말씀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