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은 사랑을 말하지 않는다 - 밤하늘과 함께하는 과학적이고 감성적인 넋 놓기
김동훈 지음 / 어바웃어북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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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왜 그렇게 좋냐는 질문에 이 책의 저자인 김동훈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별이 탄생과 죽음을 반복하며 흩뿌린 먼지에서 태었났기에 우주를 이해하는 일은 우리 자신을 탐색하는 여정이다. 별은 나에게 조용한 위로를 건네준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건 내가 아는 가장 무해한 취미 가운데 하나다" 라고.

초등학교 때 받은 월간지 사은품인 조악한 천체망원경 덕분에 밤을 기다리고 가슴에 우주를 품게 되었다고 한다. 어렸을 때의 경험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데 큰 역할을 한다. 좀 더 많은 별을 보려고 호주, 몽골, 남미, 북유럽을 여행했다고 한다. 마음을 온통 하늘에 빼앗긴 채 천체 사진을 찍었다. 누군가의 눈에는 허튼 짓으로 보였겠지만, 저자는 아름다운 우주 광경을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일에 새로운 설렘을 느끼고 있다.

사람들은 다양한 취미 생활을 즐긴다. 좋아서 즐거워서 즐기던 취미가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일을 하기도 한다. 취미가 취미를 넘어서는 일도 심심찮게 만난다. 김동훈 저자의 천체 사진과 글을 읽으면서 평소 쳐다볼 일이 거의 없던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도시의 밤하늘은 특별한 감동을 주지는 못했지만, 자꾸 올려다보게 된다.

003rd night 별일 없는 하루

슈메이커-레비9 혜성이 지구와 충돌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아마 우리는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우주에는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며, 지구 역시 한시도 안전하지 않다. 어쩌면 우주에서 가장 큰 기적은 별일 없는 하루, 또 그 하루를 별일 없이 산 나와 당신일지 모른다. p.24

어느새 반백년을 살아버렸다. 돌아보면 내 인생도 꽤나 스펙타클했던 것 같다. 사는 재미란 그런게 아니겠어? 그래도 굴곡 없이 조용히 넘어간 날들이 있었기에 그나마 이런 위로라도 보탤 수 있는게 아닐까 싶다.

010th night 백 년의 기다림

금성이 태양 앞을 지나가는 것은 굉장히 보기 드문 천문 현상으로, 거의 백 년 넘게 기다려야 만날 수 있다. 지금 지구에 사는 사람 중 이 광경을 다시 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 번 지나간 것은 다시 오지 않는다. 설령 오더라도 우리의 수명을 넘어서는 것이라면 오지 않는 것과 같다. 단 한 번의 마주침이 영원 속으로 사라질 때가 많다. p.40

가끔 일식이라던지, 혜성이라던지 하는 우주쇼가 펼쳐질 때 미디어에서는 떠들썩하게 그 사실을 알려준다. 지금 못 보면 다시는 못볼 것처럼 모두들 망원경 앞으로 달려가라고 부추긴다. 거기에 넘어가지 않는 나 자신을 칭찬하며 콧방귀 꽤나 꼈는데, 결국 그 또한 보지 못한 자의 변명이었을 뿐이다. 이번에 보지 못하면 백년을 넘게 기다려야 만날 수 있었다는 그 모습을 나는 보지 못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볼 일이 없는 것이다. '별' 하나 못 본게 억울한 건 아니다. 살면서 '내게 다시 오지 않을 기회를 놓친' 적이 얼마나 많았을까. 나는 그것이 아쉽다.

034th night 흔한 여가활동

우주인이 독서에 흠뻑 빠져 있다. 그가 책을 읽고 있는 장소는 지상에서 400km 떨어진 국제우주정거장이다. 아마 그는 지금 퇴근해서 혹은 휴일에 개인 시간을 보내는 중일 것이다. 우주인도 지구의 보통 노동자처럼 하루 8시간, 주5일 근무를 한다. p.92

우주인도 노동시간을 지키는 줄 몰랐다. 어느 대선 후보는 주4일 근무를 공약으로 내세운다고 한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벌면 좋은데, 그만큼 내가 '고급 인력'인가에 대해서는 조금 더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적게 일하면 적게 벌 수 밖에 없는 대다수의 사람 중 하나가 아닐까?

039th night 초승달 모양 태양

미국 국회의사당 꼭대기에 걸린 초승달 모양 태양은 어쩌다 찍은 게 아니라 그 시각 태양과 건물 위치를 계산하며 치밀하게 계획한 결과물이다. 우연처럼 보이는 것도 노력의 산물인 경우가 많다. p.102

이 책에는 우연이 아닌 필연, 그리고 계산된 우연에 대해서 몇 번을 이야기한다. 별을 보고 우주의 상태를 확인하고, 하늘의 변화를 포착해내는 일이 그저 우연에 의해 가능하던 때가 있었을 거다. 우연이 반복되면 필연이 된다고 하지 않는가.

책을 읽는 동안, 밤하늘과 우주의 모습을 눈에 담아본다. 한낱 우주 먼지일 뿐인 인간이지만 광활한 우주의 바다를 헤엄치는 상상을 해 본다. 그 옛날 경외의 대상이었을 우주를 이만큼이나마 알게 된 것도 다 그런 상상 때문이 아니겠는가? 별은 사랑을 말하지 않는다. 그저 무심하게 반짝이고 있는 그 별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별은 그렇게 우리 머리 위에서 반짝이다가 사라져간다.

099th night 우리 모두 춤출 뿐

"모든 것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힘이 결정한다.

별, 인간, 식물, 우주의 먼지뿐만 아니라 벌레까지

저 멀리서 보이지 않는 피리가 부르는 신비한 선율애 맞추어

우리 모두 춤출 뿐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p.226

115th night 은하수 커튼을 치다

남반구 하늘에서 은하수가 지고 있다. 남반구에서만 볼 수 있는 장관 중 하나가 은하수가 지평선과 나란히 누워서 자는 모습이다. 은하수가 지평선과 맞닿으면 마치 은하수로 커튼을 친 것처럼 보인다. 이때는 눈길 닿는 곳 어디든 별천지다. p.268

151st night 별까지 가는 길

"지도에서 도시나 마을을 가리키는 검은 점을 보면 꿈을 꾸게 되는 것처럼,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늘 나를 꿈꾸게 한다. 그럴 때 묻곤 하지. 프랑스 지도 위에 표시된 검은 점에게 가듯 왜 창공에 반짝이는 저 별에게 갈 수 없는 것일까? 타라스콩이나 루앙에 가려면 기차를 타야 하는 것처럼, 별까지 가기 위해서는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죽으면 기차를 탈 수 없듯, 살아 있는 동안에는 별에 갈 수 없다. 증기선이나 합승마차, 철도 등이 지상의 운송수단이라면 콜레라, 결석, 결핵, 암 등은 천상의 운송수단인지도 모른다. 늙어서 평화롭게 죽는다는 건 별까지 걸어간다는 것이자." -1888년 6월, 빈센트 반 고흐, 『반 고흐, 영혼의 편지』중에서 p.342

168th night 어디서 온 빛인가?

별은 한 곳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대부분 움직인다. 그러니 매로페가 통과하면서 성운에 선사한 빛도 영원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나를 반짝이게 하는 빛이 혹시 다른 사람에게서 온 것은 아닌지 항상 살펴볼 일이다. 세상에 당연한 희생은 없다. p.378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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