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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뒤의 소년 ㅣ 다봄 어린이 문학 쏙 1
온잘리 Q. 라우프 지음, 김경연 옮김 / 다봄 / 2022년 2월
평점 :
국제정세가 흉흉하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실제로 일어났다.
전쟁은 이유를 불문하고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어제, 이 책을 읽었다. '교실 뒤의 소년'은 시리아의 '난민' 소년 아흐메트가 전학을 온 뒤 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국경 봉쇄로 인해 부모와 헤어질 수밖에 없게 된 아흐메트를 돕기 위해 행동에 나서는 친구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남자애들을 위한 따분한 공룡 세트나 여자애들을 위한 공주 세트 학용품보다 우주인 세트를 선택하는 아이이다. 학교 갈 때 재미있는 학용품을 갖고 가는 건 깜박 졸거나 남아서 벌 받을 행동을 안 하도록 막아준다나? 올해는 만화주인공 땡땡과 밀루 세트를 샀다. 땡땡은 이상한 사건을 해결하고 모험을 하는 기자이고, 밀루는 땡땡의 개이다. '나'의 엄마는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어서 폐기되는 땡땡 책을 모아 주기도 하였다.
'나'는 수학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가장 친한 친구이며 뭐든 나와 함께 하는 톰과 조시, 마이클이 도와준다. 톰은 미국에서 이사를 왔고 형이 셋이나 된다. 조시는 달리기가 빠르고 성격이 좋다. 기꺼이 벌도 함께 받아 주는 친구다. 마이클은 흑인인데 똑똑하고 부자다. 아빠는 교수고 엄마는 변호사라서 늘 바쁘다. 조시와 마이클은 일등이 되려고 경쟁하기도 한다. 조시는 수학을, 마이클은 역사를, 그리고 나는 읽기와 맞춤법을 잘한다. '나'는 책을 좋아하고 상상력도 뛰어난 아이다. 엄마가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한몫 했을거라 생각된다.
개학 후 세번째 주가 되었을 때, 아흐메트라는 소년이 전학을 온다. '나'는 '그 애와 친구가 되기'로 마음을 먹는다. 조시와 톰과 마이클도 그렇게 해줄 것이다. 아흐메트처럼 겁먹고 슬퍼 보이는 아이에겐 친구가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흐메트는 빨간색 바탕에 검은색 줄무의가 있는 매우 더러운 배낭을 갖고 다닌다. 아흐메트에게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 배낭이다.
"이따금 사람들은 거짓말인 것을 알 때도 거짓말을 믿고 싶은 것 같다. 거짓말이 진실보다 더 흥미진진하기 때문일 거다. 특히 신문에 인쇄된 것이면 진실이 뭐든 믿으려고 한다. 난 이제 그 사실을 안다. 또한 엄마가 왜 정치가들이 거짓말쟁이라고 하는지, 텔레비전에 정치가들이 나올 때마다 화를 내는지를 안다."(P.24-25)
아이들 사이에서도 누군가는 메신저 노릇을 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리기도 한다. (진실이 아닐 수도 있지만) 미디어를 통해 얻은 정보를 사실인양 맹신하기도 한다. 아이들 사회라고 해서 어른 세계의 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다. 편견과 거짓이 섞여 있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진실을 찾아 나서고, 누군가는 순종한다.
학교에는 '제니'처럼 이것저것 소문을 퍼뜨리는 아이가 있는가하면 '브렌단 브루커'처럼 심한 장난을 치고 깡패처럼 행동하는 아이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브렌단을 좋아하는데, 아이들은 브렌단을 싫어한다. 하물며 상급 학년의 깡패들도 브렌단을 얄미워한다고.
"난민 아이가전학 왔다는 소리 들었습니까? 칸 선생님 반에 들어갔다는데, 그 아이의 언어를 쓰는 보조 교사를 찾을 수 없답니다. 불쌍하게도!"
"곤란한 문제가 생길 거예요. 제 말 잊지 말아요. 그들은 오직 우리 직업을 빼앗으러 오는 거니까!"
"뉴스에 나오는 끔찍한 전쟁터에서 왔다면 참 안쓰러운 아이입니다. 죽음의 덫에서 빠져나오고 싶어 하는데 비난할 수는 없지요."
"아휴! 귀찮은 사람들이에요. 모두 다! 무슨 말을 해도 난 아무도 믿지 않을 거예요. 두고 보세요. 우리아이들이 고통을 당할 거예요. 그 사람들은 여기 와서 그들 좋을 대로 할 테니까..."(P.38-39)
'나'는 엄마에게 '난민 아이'가 무엇인지 물어본다. 엄마는 자기 나라에서 살 수 없어 새로 살 곳을 찾고 있는 사람들, 살 수 없는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 선택의 여지없이 고향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 안전한 곳을 찾아 걷고 보트를 타고 낯선 곳으로 떠난 사람들을 이야기해준다. 조시와 톰, 마이클도 자기들 나름대로 난민에 대한 정보를 찾아온다.
아이들은 아흐메트와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아흐메트에게 선물도 주고, 어렵게 구한 석류도 전달하는데, 석류로 인해 브렌단과 아흐메트 사이에 싸움이 벌어진다. 이 싸움으로 아흐메트는 브렌단을 이긴 소년이 된다. 그러나 브렌단은 여전히 아흐메트를 괴롭힌다. 학교에는 브렌단 말고도 아흐메트를 싫어하는 선생님도 있다. 그러니까, 아이들은 '난민'인가 아닌가를 떠나서 자기보다 약해보이는 아이를 괴롭히는거라면, 어른들 중에는 '난민'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은 사람도 많다.
'나'는 아흐메트와 더 가깝게 지내기 위해 노력하고 아흐메트의 여동생이 바다에서 죽은 것과 엄마, 아빠와 헤어져서 살게 된 비밀을 알게 된다. 그러던 중 난민들이 들어올 수 없도록 국경을 폐쇄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나'는 국경이 폐쇄되면 아흐메트가 엄마, 아빠와 영원히 만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조시와 톰, 마이클과 함께 계획을 짠다. 아흐메트에게는 비밀로 하고, 계획을 진행시킨다. 이 뒤의 사건은 아흐메트와 같은 난민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게 된다. 언론에 의해 '만들어진' 말들 때문에 사람들은 가짜 정보를 진짜로 알게 되기도 한다.
주인공이 아홉살이지만, 나는 이 책을 청소년과 성인들이 함께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수많은 난민들이 발생하였고 그들이 살 수 있는 안전한 곳을 찾아 떠났지만 길에서, 바다에서, 그리고 수용소에서 죽는 일도 생겨났다. 몇년 전 모두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어린 아이의 시신 사진을 기억한다.
요즘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시끄럽다. 가족과 헤어져 전쟁터로 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연일 보도된다. 어쩔 수 없이 헤어진 가족들의 모습도 보인다. 많은 피난민들이 국경을 넘고 있는데, 여성과 어린아이들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가족을 돌보기 뒤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 사람들. 이들에게 구호물자를 보내고 응원을 보내지만, 일생을 살아온 나라를 떠나오는 그들의 마음을 우리가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전쟁에 대해 생각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