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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ABC -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그림사전 ㅣ 그림책은 내 친구 15
이지원 기획,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 / 논장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한솔이에게 영어를 접하게 해주고 싶어서 영어동요를 들려주고 있다. 사실, 지금이 한참 한국어 어휘가 늘고 있는 중이라 영어때문에 혼란이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를 들이밀 수 밖에 없는 것은, 엄마의 조급함때문이라고만은 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한솔이가 영어에 대한 부담을 갖지 않기를 바란다. 그냥, 늘 듣는 한국어처럼 영어도 그런 말 중에 하나라는 걸 알았으면 한다.
요즘 한솔이 할머니가 알파벳을 공부하고 있다. 사실 정확하게 말하자면 4년 넘도록 공부중이시다. (알파벳만!!!) 아직도 R과 L을 구분못하신다. 그래서 요즘은 어린이용 교구를 가지고 들으면서 글자 맞추기를 하고 있는데, 꽤 재미있으신가보다. (할머니가 알파벳을 공부하는 이유는, 정년퇴직 후에 임시직으로 일을 하고 계신데, 알파벳을 읽어야 (단어가 아니라 말 그대로 알파벳이다)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 옆에서 한솔이가 기웃거리더니 관심을 보였다.
그래서, 이런 책은 어떨까 싶어서 구입하게 되었다. 알파벳을 그림을 표현하고 거기에 그 알파벳이 들어간 단어까지 알 수 있게 만들어진 책이다. 영어그림사전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일단, 한솔이가 이 책에 관심을 많이 보인다. 나는, 그것만으로도 이 책을 구입한 의의를 찾았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이 책을 꺼내들고 한장 한장 넘기면서 보는 모습은 귀엽기만 하다.
ABC를 알아가는 중에 자연스럽게 해당 알파벳이 들어간 단어를 익힐 수 있게 되어있는데, 한솔이는 그 정도까지는 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D를 보면, 뼈다귀와 개를 합쳐서 D의 모양으로 그려놓았는데 한솔이는 'D'라고 읽고는 '멍멍이'라고 말한다. 또 나뭇가지에 고릴라가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고 'G'라고 읽고 '고릴라'라고 말한다. 나는 그것을 DOG나 GORILLA라고 가르쳐주지 않는다. 아직은 영어단어보다는 한국어단어 어휘를 늘리는데 중점을 두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만족한다. 아이가 이 책을 스스로 꺼내들고 와서 한장 한장 넘기는게 귀엽고 예쁘다. 그림을 보면서 자기가 그걸 안다는 사실에 즐거워하는 모습이 좋다. 나는 아이가 관심을 갖는 것만으로 기뻐한다. 재미있게 즐기지 않으면 모든 것이 의미가 없다.
그리고 엄마와 함께 이 책을 보는 동안, 그림을 가지고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그림들이 하나하나 신경을 쓴 게 보인다. 거울에 비친 M을 보고 거울놀이를 하고, 아빠 엄마와 손을 잡고 있는 아이의 그림을 보면서 P와 PARENTS를 이야기한다. 한참을 봐도 좋을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