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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난 도망갈 거야 (보드북) ㅣ 보물창고 보드북 1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지음, 신형건 옮김, 클레먼트 허드 그림 / 보물창고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한솔이와 내가 자주 하는 놀이 중의 하나는, 한솔이가 도망을 가고, 내가 잡으러 가는 놀이다. 한솔이가 어디서 '도망가자'라는 말을 알게 되었냐하면, kbs미디어에서 나온 '두껍아 두껍아'라는 dvd에서이다. 워날 그 dvd를 좋아해서 거기 나오는 웬만한 노래는 다 알고 있고, 혼자서 부르기도 하고, 또 단어들도 많이 알게 되었는데, 바로 거기에서 '도망가자'라는 말을 알게 되었다. 이후로, 한솔이는 '엄마, 도망가자, 잡으러갈까? 해봐!!" 이러면서 혼자 멀찌기 도망을 가곤 한다.
이 책을 보자마자, 나는, '어, 한솔이가 좋아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바로 한솔이가 도망가고 엄마가 늘 잡으러다녔던 놀이가 바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저 도망가고 잡는 것만 하던 한솔이에게 다양한 어휘가 포함된 이야기를 읽어주면 아마도 "엄마, 나는 물고기예요, 잡으러갈까 해보세요"라고 말하지 않을까?
내가 본 책은 보드북이다. 아이 손에도 그리 크지 않은 작은 크기에 보드북이라 한솔이가 보기에 좋다. 익숙한 토끼가 주인공이니 캐릭터도 친근하다. 엄마토끼와 아기토끼의 대화는, 한솔이의 어휘력을 늘여주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아기토끼는 왜 도망가고 싶었을까? 한솔이는 도망가고 잡히는 게 놀이다. 그러니 아기토끼도 엄마와 놀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하고 맘대로 상상해본다. 아기토끼는 물고기가 되어서 도망가기도 하고, 바위나 꽃, 새, 배, 서커스단, 작은 아이가 되어 도망을 간다. 다양한 모습으로 다양한 세계를 경험하게 될 내 아이를 보는 듯하다. 아직 어떤 모습으로 자랄지 알 수 없지만, 그 어떤 모습을 하고 있어도 아기토끼는 엄마토끼의 귀여운 아기이듯, 한솔이도 나에게 그런 존재가 될 것이다.
아기토끼가 여러가지 모습을 변신을 하는데, 한솔이와 그 페이지를 보면서 아기토끼찾기 놀이를 했다. 한솔이는 아기토끼도 찾고 엄마토끼도 찾아낸다. "엄마, 아기토끼가 새가 되었어요." "엄마, 엄마토끼가 초록색 나무가 되었어요."라고. 그런데 바람이 된 엄마토끼는 좀 무숴워하는듯했다.
아기토끼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어도 엄마토끼가 찾아낼 수 있는 것은 바로 엄마이기때문일 것이다. 아기토끼의 방황이 끝나고 엄마토끼에게로 돌아왔을 때 엄마는 언제나처럼 당근 하나를 주며 안아준다. 아이에게 엄마는 그런 존재가 아닐까?
그림이 흑백과 컬러가 교차되고 있는 것도 아이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물론 한솔이는 흑백펜으로 그려진 그림에 크레파스를 들고 와서 색칠을 하려고 해서 애먹긴 했지만, 색칠을 한다고해서 안될거 뭐 있겠는가, 그래서 그냥 크레파스를 주고 마음대로 가지고 놀라고 했다.
아이와 엄마의 교감을 높여주는 그림책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