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야곱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
캐서린 패터슨 지음,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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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이었던가, 아이를 데리고 버스를 탔는데 앞좌석에 쌍둥이 여자 아이 둘이 앉아있었다. 똑같은 외모는 말할 것도 없고 똑같은 옷과 신발, 똑같은 머리 고무줄까지 뭐 하나 다른 게 없었던 아이들이었다. 나는 쌍둥이를 볼 때마다 생각한다. 선천적으로 똑같이 생긴 아이들인데 굳이 옷치장까지 똑같은 걸로 하는 이유가 뭘까 라고. 내가 그 부모라면, 안 그래도 똑같은 아이를 똑같이 만들고 싶지는 않을 텐데. 그런데 정작 쌍둥이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서로 다른 것을 입혀놓으면 질투를 하거나 서로 그 옷을 입으려고 싸우기도 한다는 것이다. 결국은 둘을 똑같이 입혀놓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하다는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사라와 사라의 질투를 온 몸에 받고 있는 캐롤라인도 쌍둥이다. 그런데, 남자 아이만큼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으며 가정 경제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는 사라와 달리 캐롤라인은 태어날 때부터 허약하여 부모와 주위 사람들의 걱정을 한 몸에 받았고, 자라면서는 그녀의 재능뿐만 아니라 그녀의 행동, 말 하나하나 모두 주위 사람들로부터 관심의 대상이 되어 살아간다. 둘은 한날한시에(아니 사라가 조금 먼저) 태어났지만 너무나도 다르게 성장했다. 쌍둥이가 아니라 하더라도 나이 차가 많이 나지 않는 형제자매들 간에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만약 사라가 쌍둥이가 아니라 언니였다면 어땠을까? 조금은 사라의 인생이 달라졌을까? 이 책은 전적으로 사라의 입장에서 서술되고 있는 책이다. 그래서, 사라의 입장에 동조하며 읽어야 할 것 같지만, 정작 읽다보면 사라가 조금 답답하게 여겨지는 면이 많다.




사라는, 자신보다 캐롤라인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고 있으며 지금의 자기 자신과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가정 경제를 돕고 있는 것도 사라 자신이고, 부모의 걱정을 덜어주고 있는 것도 사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관심과 사랑은 캐롤라인이 받고 있다. 사라가 캐롤라인을 바라보는 관점이 부정적인데도 불구하고, 독자인 내가 보기에 캐롤라인이 특별히 잘못하는 점은 별로 없다. 결국은 사라가 적극적으로 자기인생을 살고 있지 못한 것이 아닐까?




물론 치매기가 있는 할머니의 말에는 사라를 향한 비수가 곳곳에 숨어있기도 하고, 자신의 친구라고 생각했던 선장 할아버지나 콜까지도 캐롤라인을 향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느꼈을 사라의 심정은 이해가 가기도 한다. 그러나, 할머니를 향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 것도 캐롤라인이었고, 선장할아버지와 콜과의 관계를 더 적극적으로 만들어간 것도 캐롤라인이었다. 사라가 조금만 더 자기 자신의 인생에 적극적이었다면,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무관심 속에서도 사라는 한 사람의 몫 이상을 해낼 수 있는 아이였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내내, 인생을 살아가는 태도에 대해 생각했다. 주어진 조건이 똑같더라도 어떻게 행동하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주변은 바뀔 수 있다. 물론 모든 사람의 관심이 캐롤라인으로 향해 있는 가운데서도 사라는 사라 나름의 인생을 펼칠 가능성이 많은 아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라는 라스섬에서 한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했다. 캐롤라인을 향한 불만과 질투가 쌓여가는 동안, 사라는 자기 자신을 위한 투자에 게을렀다. 그저 그러한 사실들에 화가 났을 뿐 정작 자기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던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 무관심한 사람이 주위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기란 쉽지 않다.

해군에 들어갔다 돌아온 콜이 사라에게 한 말, “넌 하나도 안 변했구나.”(p.259)는 사라를 한마디로 표현한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사라는 그 시간동안 캐롤라인이, 콜이, 선장할아버지가 바뀌었듯이 변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라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사라가 그걸 깨닫는 순간 사라도 변화를 준비하고 자신의 인생을 바꿔가기 시작한다. 비록 사라 자신의 자각이 아니라 선장할아버지의 충고에 의해서였지만.




사라가 뒤늦게나마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새로운 세상을 위해 발걸음을 내디딘 것에 정말 안도했다. 사람의 인생은 누군가에 의해 결정되어 키워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기회를 만들고 그 기회를 이용하면서 발전하는 것이다. 사라가 간호사가 되어 산골에서 생활하는 모습은 일부만 보았을 뿐이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살아온 사라의 모습과는 분명 다를 것이다. 그런 사라에게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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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년은 열네 살이었다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27
로이스 로리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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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선 표지 사진이 눈길을 끈다. 오래된 사진 속의 소년은, 무표정한 얼굴로 앞을 보고 있다. 무표정이기에 더욱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 소년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1987년 할머니가 되어버린 한 소녀가, 증손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 부모들은 ‘너무 울적하고 복잡한’이야기라며 말릴지도 모르는 아주 오래된 이야기를. 열세 살 캐티로 돌아가 그 시절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은, 증손자들이 ‘어사일럼’에 대해 물어올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녀 자신이 그 소년, 제이콥의 진실을 이야기해야한다고 생각해서일 것이다. 열네 살의 소년, 어사일럼으로 간 이후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제이콥에 대해서 말이다.




캐티는 의사가 되고 싶은 소녀이다. 유럽에서 일어난 전쟁과 그 전쟁으로 인한 끔찍한 참상은 그녀가 의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더욱 확고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여덟 살 때 뉴욕에서 일어난 화재도. 캐티는 자기 자신이 스스로 얘기하듯 정말 진지한 아이였다. 캐티는, 어린 아이였지만 죽음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열세 살짜리는 어린 아이에 불과하지만, 정작 열세 살짜리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사회현상이나 사건사고에 대해 자신의 주관이 있을 뿐만 아니라 어떤 것이 옳은 일이고, 어떤 것이 필요한 일이란 것은 알 만한 나이라는 것이다. 캐티가 소설 속의 주인공일 뿐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은, 촛불집회에 나섰던 우리의 아이들을 생각하면 충분히 알 수 있다.




캐티의 열세 살은 캐티의 인생에 많은 영향을 끼친 나이로 기억될 것이다. 늙은 할머니가 되어 그 시절을, 그 아이를 다시 이야기하는 것은 캐티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어사일럼으로 들어가 다시는 만날 수도 소식을 들을 수도 없었던 제이콥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어떤 일이나 사건, 사고에 대해 그 결과만을 놓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거나, 자신들이 얽히지 않으려고 남을 곤경에 빠트리곤 한다. 제이콥의 경우도 그렇다. 사람들은 제이콥을 인간으로서 존중해주지 않는다. 그는 그저 정신지체아일 뿐이다. 제이콥이라는 인간을 보기 전에 정신지체아라는 현상만을 본다. 그래서, 그가 말들을 다루는 모습이나, 방앗간의 기계소리를 들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이나, 어미 잃은 새끼양을 살리기 위해 하는 행동에서 보이는 그만의 인간다움을 보지 못한다. 그나마 캐티의 아버지와 캐티, 그리고 페기 정도만이 그를 이해할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이콥은 어사일럼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제이콥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물에 젖은 아기와 정신지체아인 제이콥만이 중요한 증거가 되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전적으로 제이콥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1900년대를 살았던 한 소녀와 그녀의 가족과 이웃의 이야기면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가정부가 되어야했던 소녀들의 이야기기도 하다. 그녀들의 이야기 속에는 언제나 제이콥이 등장하지만, 이야기의 중심에 서 있지도 않을 뿐 아니라 그저 잠시 등장했다 사라지거나 배경처럼 서 있을 뿐이다. 결국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사일럼’으로 유폐되어버린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주목받는 아이들 뒤에 가려진, (마음의 병이 없더라도) 존재감이 없는 아이들이 많다.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침묵으로 자신을 지키고 있는 아이들이 너무나 많다. 그것이 자신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을 향해 열린 마음과 열린 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없다면 말이다. 우리는 그런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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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번역 한번 해볼까?
김우열 지음 / 잉크(위즈덤하우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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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혹은 번역가를 위한 책이 여럿 있겠지만, 이 책은 철저하게 실무중심의 책이다. 번역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번역의 기술 등과 같은 내용이 아니라 번역가로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행정실무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의 전반에 걸쳐 번역가로서 갖추어야 할 실력(!!)은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번역가로 일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궁금해 할 내용들이 일목요연하게 설명되어 있는  데다가 실제로 번역가로서 일하게 되었을 때 필요한 내용들이 알차게 들어있는 책이다. 번역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의 궁금증은 PART1에서, 번역가로서 입문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PART2에서, 번역가로서 일을 시작한 사람을 위해서는 PART3에서 도움을 주고 있다.










번역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면, 실력은 기본이다. 그런데 이 실력이란 건 무엇일까? 한국 사람이라고 한국어를 잘한다고 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은 이렇게 생각한다. 한국 사람은 한국어를 잘한다고. 모국어니까 말을 하고 글을 쓰는데 어려움은 없겠지만, 그들을 말을 잘한다거나, 글을 잘 쓴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한국말을 할 수 있는 것과 말을 잘하거나 글을 잘 쓰는 것은 분명 다르다. 외국어도 마찬가지다. 외국어를 할 수 있는 것과 외국어로 말을 잘하거나 글을 잘 쓰는 것은 다르다. 그런데 우리는 가끔 이것을 잊어버린다. 외국어 좀 한다는 사람이 이도저도 안되면 번역이나 해볼까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이런 생각에서 출발한다. 이는 분명 번역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번역도 하다보면 늘기 마련이다. (물론 이때는 자기계발이 필수적이다.) 그렇지만 번역가로 입문하기란 쉽지 않다. 이 책에서도 그 점을 지적하며 번역가 입문방법을 이야기한다.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번역학원이나 번역대학원, 그리고 출판사에 직접 연락하는 방법까지. 그리고 이 책에서는 바른번역아카데미를 추천하는데 저자가 관여하고 있는 기관이기 때문에 객관성을 잃은 추천일 수도 있지만, 타 기관에 비해 번역가로 입문하기에 좋은 환경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사실, 번역대학원에서도 공부의 양은 많지만 실제로 일과 연결되기는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관심 있게 본 부분은 PART3이다. 앞의 내용이 번역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준비과정에서 필요한 내용이라면 PART2의 뒷부분과 PART3는 실제로 일을 할 때 알아두면 유용한 정보이다. 이 책이 정보서로서의 역할을 하는 부분이 이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은 번역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초보번역가로서 일을 시작한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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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의 유혹
이승휘 지음 / 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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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는, 여러가지 이유로 동경과 관심의 대상이 되는 대륙이다. 아프리카의 사회적 문제와 국제적 관계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그렇다. 우리가 낭만적인 곳으로 생각하는 아프리카와 그 실상의 차이가 크긴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의 저자에 관한 TV프로그램은 보지 못했다. 검색을 해보니 제법 많은 사람들이 본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다. TV를 통해서는 무엇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풀었는지 알 수 없으나, 책을 통해 이승휘라는 사람의 결단과 실행에 자극을 받았다.

연기와 모델일을 했던 남자, 콘서트 무대의 조명감독, 영화의 특수분장사라는 직업을 거친 케냐로 날아간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아버지로 살아가는데 대한 부담감, 경쟁사회에서 지쳐가고 있었던 그의 탈출구는 케냐였다.

그의 결단과 실행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책에서는 그가 이러한 결정을 하기 위한 고민과 과정들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렇게 떠났다는 사실 이후의 삶이 펼쳐진다. 아마도 이 책이 자기계발서가 아닌 에세이기 때문이 아닐까.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여행과는 달리 그는 돌아오지 않았으므로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가 아프리카에서 겪은 일들은, 시종일관 따스함을 잃지 않는다. 몇 권되지 않는 여행에세이류를 읽었지만, 그때마다 나는 여행지 혹은 내가 모르는 그곳의 삶을 따스하게 바라보는 책에 정이 갔다. 이 책은 그러한 점에 부합하는 책이다.

아프리카 케냐에서 외국인(한국인)으로서 살아가기란 쉽지 않은 일일 터다. 누구 말대로 돈 있으면 어디 가서도 잘산다는데, 그는 그렇지도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자신만의 삶을 구축하는 듯 보였다. 거들먹거리는 문체가 아니어서 좋았고, 케냐 사람들의 사진도 수수해서 좋았다. 여행자의 눈으로 보는 것과 터를 잡고 살아가는 사람의 눈으로 본 아프리카는 다를 수 밖에 없다. 현지인의 삶을 관광객이 아닌 이웃으로서 지켜보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기에 할 이야기가 더 많았을 것 같다.

물론 그도, 그곳에서의 직업, 사파리 여행사 사장으로서 사업이 잘되면 더욱 좋은 일이겠지만, 사업도 현지인에 대한 애정과 그 나라에 대한 올바른 판단이 없다면 성공한다한들 반쪽짜리가 아닐까. 이승휘 씨가 케냐로 떠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갈등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거라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가 그곳에서 자신이 좋아하고 애정을 갖고 있는 일을 해나가면서, 외국인의 시각으로는 불합리하게 보이는 일도 몸으로 가슴으로 품어가며 살아가는 그가 부러웠다.

그의 책을 읽고 난 지금도,  나는 가방 하나 들고 여행을 떠날 자신이 없다. 그럼에도 그의 결단과 실행에 대해서는 부러움이 가득하다. 그의 삶이 결코 화면처럼 아름답고 즐겁기만 한 건 아닐테지만, 적어도 그는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가고 있지 않은가.

또한 이 책에서는 아프리카의 풍광보다는 그들, 케냐의 현지인들을 사진에 많이 담았기에 더욱 인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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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탄생 - 현상과 실재, 인식과 진리, 인간과 자연에 던지는 첫 질문과 첫 깨달음의 현장
콘스탄틴 J. 밤바카스 지음, 이재영 옮김 / 알마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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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탄생’이라는 책은 손에 잡기는 어려웠으나 읽는 동안, 그리고 다 읽은 지금, ‘읽기를 잘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었다. 서두에서 밝힌 이 책의 목적은 두 가지다. 하나는 현대인들이 유럽 사상의 기초가 세워지고 발전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저작에서 나타나는 자연과학적 차원을 강하게 부각시키는데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 목적보다 두 번째 목적에 더 많은 힘을 쏟은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두 번째 목적을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읽었다. 저자가 말하길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에 대한 기존 연구서들은 문헌학과 철학의 측면만 과도하게 부각시키고 있는데 이는 대부분의 연구자들이 인문학자라서 그렇다고 한다. (p.11) 사실 나는 철학사상에 대해서는 그저 중고등학교 때 교과서를 통해 배운 것이 전부라 할 수 있을 만큼 무지하여 심오한 사상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래서 철학자들이 자연과학과 어떤 연관이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이 책을 통해 그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또 저자가 ‘~을 한 최초의 철학자’라는 말과 함께 ‘서양 철학자’라고 범위를 한정하여 설명한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서양 철학자들이 유럽 사상을 확립하는 동안 동양의 철학자들은 아무 일도 안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저자의 말을 인용하자면, ‘그리스 문화가 중국이나 인도와 같은 동양의 다른 위대한 문화들보다 더 우수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일면적이며, 오로지 유럽의 관점만 고려하는 처사다. 그리스인들은 서양문화의 기초를 닦았지만, 이와 동시에 서양 문화를 동양 문화로부터 격리시켰던 것이다.’는 것이다. 저자의 이런 기본 생각이 내가 이 책을 읽는 내내 함께 했다.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철학자는 탈레스, 아낙시만드로스. 아낙시메네스, 피타고라스, 크세노파네스, 헤라클레이토스, 파르메니데스, 엠페도클레스, 아낙사고라스, 데모크리토스이다. 물론 이들의 영향을 받거나 이들을 비판한 철학자들의 이름도 많이 등장한다. 내가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이 철학자들의 이름이 생경한 것은 소크라테스 이후의 철학자들의 사상이 중요하게 다뤄진데 비해 이들의 저작이나 사상, 자연과학적 성찰 등이 소홀하게 다뤄진 데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들을 개괄적으로 설명하고 그들의 사상을 설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들 간의 비교 대조는 물론, 소크라테스 이후의 철학자와 과학자들의 사상과 가설을 함께 다루고 있어서 전체를 조망하기에 좋은 책이었다.




물론 내가 이 책을 한번 읽었다고 해서 그들의 철학적 사상을 이해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들이 저작이나 문헌이 많이 남아 있지는 않지만 그들의 관심 영역의 넓이와 깊이는 놀라울 따름이란 걸 알게 되었다. 윤리학이나 인식, 진리, 지혜, 영혼과 죽음, 존재, 정신, 사유, 지각, 신학은 물론이고, 수학과 우주론, 기상학, 음악, 물리학, 생물학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친 사유였다. 그런데 우리는 그들에 대해, 그들의 사상과 사고에 대해 너무도 모르고 있었다. 기존의 관점과 다른 관점에서 살펴보는 철학이어서 어렵지만 흥미롭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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