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소년은 열네 살이었다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27
로이스 로리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우선 표지 사진이 눈길을 끈다. 오래된 사진 속의 소년은, 무표정한 얼굴로 앞을 보고 있다. 무표정이기에 더욱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 소년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1987년 할머니가 되어버린 한 소녀가, 증손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 부모들은 ‘너무 울적하고 복잡한’이야기라며 말릴지도 모르는 아주 오래된 이야기를. 열세 살 캐티로 돌아가 그 시절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은, 증손자들이 ‘어사일럼’에 대해 물어올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녀 자신이 그 소년, 제이콥의 진실을 이야기해야한다고 생각해서일 것이다. 열네 살의 소년, 어사일럼으로 간 이후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제이콥에 대해서 말이다.




캐티는 의사가 되고 싶은 소녀이다. 유럽에서 일어난 전쟁과 그 전쟁으로 인한 끔찍한 참상은 그녀가 의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더욱 확고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여덟 살 때 뉴욕에서 일어난 화재도. 캐티는 자기 자신이 스스로 얘기하듯 정말 진지한 아이였다. 캐티는, 어린 아이였지만 죽음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열세 살짜리는 어린 아이에 불과하지만, 정작 열세 살짜리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사회현상이나 사건사고에 대해 자신의 주관이 있을 뿐만 아니라 어떤 것이 옳은 일이고, 어떤 것이 필요한 일이란 것은 알 만한 나이라는 것이다. 캐티가 소설 속의 주인공일 뿐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은, 촛불집회에 나섰던 우리의 아이들을 생각하면 충분히 알 수 있다.




캐티의 열세 살은 캐티의 인생에 많은 영향을 끼친 나이로 기억될 것이다. 늙은 할머니가 되어 그 시절을, 그 아이를 다시 이야기하는 것은 캐티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어사일럼으로 들어가 다시는 만날 수도 소식을 들을 수도 없었던 제이콥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어떤 일이나 사건, 사고에 대해 그 결과만을 놓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거나, 자신들이 얽히지 않으려고 남을 곤경에 빠트리곤 한다. 제이콥의 경우도 그렇다. 사람들은 제이콥을 인간으로서 존중해주지 않는다. 그는 그저 정신지체아일 뿐이다. 제이콥이라는 인간을 보기 전에 정신지체아라는 현상만을 본다. 그래서, 그가 말들을 다루는 모습이나, 방앗간의 기계소리를 들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이나, 어미 잃은 새끼양을 살리기 위해 하는 행동에서 보이는 그만의 인간다움을 보지 못한다. 그나마 캐티의 아버지와 캐티, 그리고 페기 정도만이 그를 이해할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이콥은 어사일럼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제이콥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물에 젖은 아기와 정신지체아인 제이콥만이 중요한 증거가 되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전적으로 제이콥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1900년대를 살았던 한 소녀와 그녀의 가족과 이웃의 이야기면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가정부가 되어야했던 소녀들의 이야기기도 하다. 그녀들의 이야기 속에는 언제나 제이콥이 등장하지만, 이야기의 중심에 서 있지도 않을 뿐 아니라 그저 잠시 등장했다 사라지거나 배경처럼 서 있을 뿐이다. 결국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사일럼’으로 유폐되어버린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주목받는 아이들 뒤에 가려진, (마음의 병이 없더라도) 존재감이 없는 아이들이 많다.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침묵으로 자신을 지키고 있는 아이들이 너무나 많다. 그것이 자신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을 향해 열린 마음과 열린 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없다면 말이다. 우리는 그런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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