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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글쓰기의 전략 - 교사와 부모들을 위한
김미란 지음 / 들녘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일단, 부제를 보면 '교사와 부모들을 위한'이니, 일종의 지도서라 할 수 있겠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과정중심교육의 원리를 실천한 방법론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런 류의 도서를 읽을 때 느껴지는 가벼움(방법론에만 치중한)보다는 이론적 내용도 무게감 있게 수록되어있어 논문을 읽는 느낌도 든다.
나는, 몇년전에 읽기교재에 대한 논문을 썼다. 물론 그 읽기의 대상은 유아나 어린이가 아니라 한국말을 배우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지만, 이 책의 내용과 많은 부분 일치하고 있어서일까 읽는 동안 낯설지 않았다. 대상이 다르다하여도 과정중심 교육의 원리를 기본으로 한 방법론이기에 일정 부분 겹치는 내용도 많았다.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의 영역을 구분했을 때 크게는 읽기와 쓰기, 말하기와 듣기로 나누어 함께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읽기는 쓰기와 연결이 되고 듣기는 말하기와 연결이 된다. 물론 이 네가지가 골고루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것이 우리의 언어생활이다.
글쓰기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요즘, 쓰기의 재료와 바탕이 되는 것은 읽기이다. 따라서 쓰기는 읽기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많이 읽은 사람은 어떤 문장이 이해하기 쉬운 문장인지, 어떤 구성이 좋은 구성인지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그렇다고 많이 읽은 사람이 무조건 잘 쓴다는 말은 아니다. 읽기를 통해 기본을 알았다면 자신만의 표현으로 제대로 쓸 수 있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 책은 교사와 부모를 대상으로 한 책이지만 전체적인 내용으로 볼 때 부모보다는 교사가 활용하기 좋은 사례들로 되어있다. 아무래도 과정 중심의 교육이다 보니 모둠별 활동이 많고 그러한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학교라는 공간이 적당하다. 그렇다고 부모들이 활용할 수 없다는 말은 아니다. 모둠활동은 할 수 없지만, 글쓰기의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고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부모들이 활용할만한 내용도 많다. 언제나 그렇지만, 책에서 소개하는 내용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참고하여 각각의 상황에 맞게 부려쓰는 것이 필요하다.
3장 글감각을 키우는 새로운 학습법에서는, 사고력을 기르는 낱말공부와 문장에 생각을 담는 훈련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어린이의 글에서 볼 수 있는 오류 뿐만 아니라 교사의 글에서 나타나는 오류를 짚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어린이들이 글을 쓰면 교사들은 첨삭지도를 하기 마련인데 교사의 글에도 많은 오류가 숨어있다는 것을 알고 나면 첨삭지도할 때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글감각을 익히고 사고력 확장을 한 다음 논리적 글쓰기 연습으로 들어간다. 이러한 과정은 갑자기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부모의 역할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아이가 책읽기를 시작하는 곳은 가정이다. 부모가 읽어주는 책에서부터 시작해서 스스로 책을 골라 읽는 단계까지 이끌어주는데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고력확장을 위한 활동 중 '생각을 끌어내기 위한 준비운동'에 해당하는 6가지 방법은 가정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 브레인스토밍, 생각그물, 5분동안 멈추지 말고 쓰기, 브레인라이팅, 여섯색깔생각모자, 역브레인스토밍은 이미 많은 부모들이 가정에서도 활용하고 있는 방법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사고력이 확장된 아이들은 학교에서 교사와 함께 토론을 하고 그 결과를 글쓰기로 수렴하는 과정도 쉽게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글쓰기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필요한 일이다. 현대사회는 직접 대면한 상태에서 어떤 일을 하는 경우가 자꾸 줄어들고 있다. 그럴 때 글은 훌륭한 도구가 된다. 글쓰기는 대입을 위한 논술때문에 필요한 것이 아니라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도구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글쓰기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여러가지 방법론을 배울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6장 사고과정을 살린 활동지는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지적능력을 계발하기 위한 질문, 인성 및 가치관을 육성하기 위한 질문, 좋은 질문을 위해 교사가 알아야 할 것 등은 부모들에게도 아주 유용한 정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