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글쓰기의 전략 - 교사와 부모들을 위한
김미란 지음 / 들녘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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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단, 부제를 보면 '교사와 부모들을 위한'이니, 일종의 지도서라 할 수 있겠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과정중심교육의 원리를 실천한 방법론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런 류의 도서를 읽을 때 느껴지는 가벼움(방법론에만 치중한)보다는 이론적 내용도 무게감 있게 수록되어있어 논문을 읽는 느낌도 든다.

나는, 몇년전에 읽기교재에 대한 논문을 썼다. 물론 그 읽기의 대상은 유아나 어린이가 아니라 한국말을 배우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지만, 이 책의 내용과 많은 부분 일치하고 있어서일까 읽는 동안 낯설지 않았다. 대상이 다르다하여도 과정중심 교육의 원리를 기본으로 한 방법론이기에 일정 부분 겹치는 내용도 많았다.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의 영역을 구분했을 때 크게는 읽기와 쓰기, 말하기와 듣기로 나누어 함께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읽기는 쓰기와 연결이 되고 듣기는 말하기와 연결이 된다. 물론 이 네가지가 골고루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것이 우리의 언어생활이다.

글쓰기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요즘, 쓰기의 재료와 바탕이 되는 것은 읽기이다. 따라서 쓰기는 읽기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많이 읽은 사람은 어떤 문장이 이해하기 쉬운 문장인지, 어떤 구성이 좋은 구성인지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그렇다고 많이 읽은 사람이 무조건 잘 쓴다는 말은 아니다. 읽기를 통해 기본을 알았다면 자신만의 표현으로 제대로 쓸 수 있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 책은 교사와 부모를 대상으로 한 책이지만 전체적인 내용으로 볼 때 부모보다는 교사가 활용하기 좋은 사례들로 되어있다. 아무래도 과정 중심의 교육이다 보니 모둠별 활동이 많고 그러한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학교라는 공간이 적당하다. 그렇다고 부모들이 활용할 수 없다는 말은 아니다. 모둠활동은 할 수 없지만, 글쓰기의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고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부모들이 활용할만한 내용도 많다. 언제나 그렇지만, 책에서 소개하는 내용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참고하여 각각의 상황에 맞게 부려쓰는 것이 필요하다.

3장 글감각을 키우는 새로운 학습법에서는, 사고력을 기르는 낱말공부와 문장에 생각을 담는 훈련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어린이의 글에서 볼 수 있는 오류 뿐만 아니라 교사의 글에서 나타나는 오류를 짚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어린이들이 글을 쓰면 교사들은 첨삭지도를 하기 마련인데 교사의 글에도 많은 오류가 숨어있다는 것을 알고 나면 첨삭지도할 때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글감각을 익히고 사고력 확장을 한 다음 논리적 글쓰기 연습으로 들어간다. 이러한 과정은 갑자기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부모의 역할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아이가 책읽기를 시작하는 곳은 가정이다. 부모가 읽어주는 책에서부터 시작해서 스스로 책을 골라 읽는 단계까지 이끌어주는데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고력확장을 위한 활동 중 '생각을 끌어내기 위한 준비운동'에 해당하는 6가지 방법은 가정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 브레인스토밍, 생각그물, 5분동안 멈추지 말고 쓰기, 브레인라이팅, 여섯색깔생각모자, 역브레인스토밍은 이미 많은 부모들이 가정에서도 활용하고 있는 방법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사고력이 확장된 아이들은 학교에서 교사와 함께 토론을 하고 그 결과를 글쓰기로 수렴하는 과정도 쉽게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글쓰기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필요한 일이다. 현대사회는 직접 대면한 상태에서 어떤 일을 하는 경우가 자꾸 줄어들고 있다. 그럴 때 글은 훌륭한 도구가 된다. 글쓰기는 대입을 위한 논술때문에 필요한 것이 아니라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도구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글쓰기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여러가지 방법론을 배울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6장 사고과정을 살린 활동지는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지적능력을 계발하기 위한 질문, 인성 및 가치관을 육성하기 위한 질문, 좋은 질문을 위해 교사가 알아야 할 것 등은 부모들에게도 아주 유용한 정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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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8-11-17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쓰기 공부에 도움이 되겠군요. 사고력 확장후의 논리적 글쓰기는 많은 엄마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일듯. 브레인 스토밍...중요한데 실제로는 거의 안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과 오늘 저녁엔 꼭 해봐야 겠습니다.

하양물감 2008-11-23 08:59   좋아요 0 | URL
저 역시 수업을 할 때는 적용하는 편이지만, 막상 우리 아이와는 어렵네요. 그도 그럴것이 연상작용을 잘 못하는 세살박이니....^^;

잎싹 2008-11-17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사와 부모를 위한 좋은 지도서가 되겠네요.^^

하양물감 2008-11-23 08:59   좋아요 0 | URL
그런것같아요^^ 잎싹님은 벌써부터 하고 있는 일들이 아닐까싶은데요..
 
읽어주며 키우며
강백향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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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읽기를 위한 책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육아서적이라 해야할까? 내가 내린 답은 두가지 모두 포함하고 있는 책이다. 제목이 말하고 있듯 책 읽어주기와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소소한 것들이 함께 있다. 책을 읽어준다는 것은, 일방적인 행위가 아니다. 책을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듣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읽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상호작용이 일어나야 효과적인 것이다. 따라서, 책을 읽어줄 때는 듣는 사람의 기본적인 상황을 이해하고 있어야한다.

 

엄마가 아이에게 읽어줄 때는, 엄마가 원하는 책이 아니라 아이가 집중해서 들을 수 있는 책, 아이가 흥미를 느끼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책이어야 한다.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책을 읽어 줄 때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 하더라도 듣는 아이가 흥미나 관심을 느끼지 않는다면, 읽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피곤해진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 얼마나 유용한 일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한솔이처럼 어린 유아도 엄마가 책을 읽어주면 좋아한다. 지금은 자기 스스로 책을 가지고 와서 읽어주세요 라고 말한다. 때로는 내용을 다 외우고 있는 책도 있다. 어떨 때는 혼자서 중얼중얼 책 읽는 흉내를 내기도 한다. 책읽기가 괴롭고 힘든 일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 것이다. 한솔이의 흥미와 관심이 그 책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어떨 때는 아무리 책을 읽어주려고 해도 엄마가 들고 있는 책의 책장을 휘리릭 넘겨버리고 재미있는 거 읽어주세요 라고 말한다. 그럴 때는 과감하게 그 책을 덮는다. 언젠가 다시 그 책을 찾을 날이 올 것이라 믿으면서.

 

강백향님은, 자신의 두 아들을 키우면서 책읽어주기를 실천한 경험과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경험한 사실과 느낌을 이 책 속에 풀어놓았다. 저자 자신도, 자신의 방법을 정답이라 말하지 않는다. 아이에게 책읽어주기를 하고 싶은데 잘 안되는 엄마를 위해서 하나의 노하우를 알려주는 것이다.

 

나는, 이 책 속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이 어떤 것인지 훔쳐보았다. 아이들도 제각각 개성이 있고, 다르기 때문에 그 책이 내 아이에게 맞는 책이라고는 할 수 없다. 어떤 책을 좋아하게 된 다음 다른 책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봄으로써 내 아이도 보여줄 수 있는 행동에 대해 미리 짐작하는 것이다. 저자가 자신의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줄 때의 경험과 더불어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읽어줄 때의 경험을 함께 실어놓음으로써, 나는 개인과 단체를 향한 책읽어주기의 다른 점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에게는 끊임없이 책과 밀접한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독서는 즐거움이라는 것을 체험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진정한 독서지도는 평생독자를 만드는 데 있기 때문이다.(p.27)  
   


사실 책을 재미나 즐거움만으로 읽을 수는 없다. 아이가 학교에 가고, 또 학습을 하면서부터는 독서를 통해 지식과 정보의 확장을 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책읽기의 즐거움을 모르는 아이가 학습을 위한 독서를 잘 하기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책을 통해 재미를 느끼고, 책에서 생활의 지혜를 배우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게 된 아이들이라면 학습독서도 그리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모르던 것을 알게 되는 재미, 그것도 역시 책읽는 재미 중에 하나이니까.

 

내 아이가 책을 싫어하고 책을 멀리한다고 걱정할 것이 아니라, 책을 읽는 행위 자체가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를 먼저 체험하게 해야 한다. 책을 통해 재미를 느낀 아이는 호기심이 발동할 것이고, 그 호기심은 또다른 책을 읽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아이들이 책읽기에 재미를 느끼면서 작가나 같은 주제의 책으로 독서의 범위를 확장해가는 아이들의 사례도 보여주고 있다. 엄마의 눈과 엄마의 욕심으로 고른 책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책을 고르고 읽을 수 있도록 그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만화를 좋아하거나, 오락거리인 책을 좋아하는 아이에 대해서도 저자는 걱정하지 않는다. 독서의 즐거움을 아는 아이는 언젠가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필요한 책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나 역시 어렸을 때 할리퀸로맨스에 푹 빠져 산 적이 있다. 내 또래 친구들은 만화방에서 살다시피 한 아이들도 많다. 그렇지만 그들과 내가 그 시기를 지난 후 다시 다른 책의 세계로 옮아간 것을 생각하면 그리 걱정할 만한 일은 아니다. 단지, 아이가 지금 무엇을 읽고 있는지, 관심을 계속 갖고 지켜볼 필요는 있다.

 
   
  엄마는 항상 자리를 지키고 같은 자리에 있어야 한다. 좋은 엄마가 되려고 지나치게 자신을 희생하고 애쓰는 엄마들을 보면 안타깝다. 아이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게 먼저다. 정보에 너무 민감하고 휘둘리는 엄마도 마찬가지다. 어떤 책이 좋은지, 책을 읽고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지, 하루에 책을 몇 권 읽어주어야 적당한지는 아이마다 마르다. 아이의 마음을 읽자.(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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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 2008-11-15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직접 읽어 보고 싶은 충동이 생기네요. 낼 도서관에서 한번 찾아 볼까요....^^

하양물감 2008-11-23 09:00   좋아요 0 | URL
이런 류의 책들이 많긴 하지만, 한두문장이라도 내것이 될 수 있다면 그또한 좋은 게 아닐까 생각해요.

잎싹 2008-11-17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백향선생님사이트를 자주 갔었는데...
이런 책이 나왔네요.
사봐야겠어요.^^

하양물감 2008-11-23 09:01   좋아요 0 | URL
아, 강백향선생님 사이트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독서치료의 첫걸음 아동청소년문학도서관 3
명창순 지음 / 푸른책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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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기법의 하나라는 독서치료, 말은 많이 들었지만 정작 무엇인지 알 지 못했던 것이 이것이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지식과 정보를 얻고자 하는 마음도 있지만, 즐거움을 얻고자 하는 게 더 우선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목적이 지나치게 강하다보니 책읽기가 오히려 고역이 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내 아이가 독서의 즐거움을 알기 전에 독서에 질리지 않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니, 과연 내가 생각한 즐거운 독서라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즐겁다라는 감정은, 재미있다라는 것만 있는 게 아니라 책을 통해 마음을 표현하고 내 마음의 문제까지 해결하는 가운데 느껴지는 즐거움이었던 것이다.

이 책에서는, 독서를 통해 마음을 열고, 자신의 문제에 접근하게 해주며,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 아이를 이해하는 결정적인 단서를 치료해주는 독서치료의 방법을 각각의 사례를 통해 전달해준다. 독서치료사라는 전문적인 직업을 가진 이들이 있으므로 전문적인 분야에 들어서면 그들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렇다고 이 책이 독서치료사가 되기 위한 사람들만을 위한 책이라는 말은 아니다.

이 책이 독서치료의 첫걸음이라는 데서 알 수 있듯이 가장 기본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가정에서 엄마와 아이가 책을 함께 읽으면서 대화를 할 때도 이러한 책의 역할을 마음에 담아둔다면 여러모로 유용할 듯하다.

전체적으로는 독서치료의 방법과 효과를 설명하고 있고, 구체적인 적용사례를 통해 아이가 변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독서치료란 것이 어떤 것인지 궁금했던 이들에게는 쉬운 설명서가 될 터이고, 아이와 함께 독서를 하면서 독후활동을 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를 통해 아이가 어떤 마음을 갖게 되었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방법을 알게 하는 책이다. 더불어, 이러한 독서치료의 내용과 결과를 보면서 독서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굳이 독서치료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하더라도, 한번쯤 읽어본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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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8-11-12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치료... 저도 이 책 내용이 많이 궁금하군요.^^
잘 지내시죠? 오랜만에 뵈요.^^

하양물감 2008-11-16 17:56   좋아요 0 | URL
네, 뽀송이님 오랜만이에요^^
 
[엄마 자격증이 필요해요] 서평단 설문 & 리뷰를 올려주세요
엄마 자격증이 필요해요 - 엄마학교 Q&A
서형숙 지음 / 큰솔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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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살짜리 한솔이가, 자기의사표현이 제법 자유로워졌다. 좋게 말하자면, 언어표현력과 자기주장이 강해졌다고 할 수 있겠지만, 흔히하는 말로 똥고집이 늘었다고도 할 수 있다. 전자처럼 생각하면 뿌듯하면서도, 후자처럼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니, 같은 사안을 두고도 생각하기에 따라 달라진다.

서형숙님의 책은, 세 권 째 읽게 되었다. '엄마학교'에서 강한 충격과 깨달음을 얻었던 터라 두번째 책인 '엄마라는 행복한 직업'을 읽고는 행복한 엄마가 되기 위해 나를 위한 작은 배려를 하기도 했다. 그러던 차에 이번 책을 읽게 되었다.

'엄마자격증'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와 한바탕 한 날에는 내가 과연 엄마자격이 있을까? 라고 자책했던 일도 떠올랐다. 엄마자격이란 게 그저 아이를 낳았다고 생기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요즘 말하는 헬리콥터맘처럼 아이 주위를 맴돌고 있을 수도, 그렇게 해서도 안 될 일이다. 그렇다면, 어떤 엄마가 되어야 할까?

이 책 속에서 내 마음을 잡은 구절이 있다.

   
  엄마는 아이에게 징검다리가 되어줘야 해요. 징검다리는 평평한 길에는 있지 않고 꼭 험한 길에만 있지요. 물길, 진길, 자갈길에 징검다리가 있으면 편하게 길을 갈 수 있어요. 엄마의 역할과 아주 비슷해요. 아이가 어려워 할 때, 잘 못할 때, 그때만 징검다리가 필요해요.

아무 때난 아이 앞에 나타나 이것 해 주고, 저것 가르쳐 주면, 아이가 튼실하게 크지 않아요. 마음대로 하게 두었다가 부족한 게 보이면 그때 한 돌 한 돌 아이가 건너오도록 길을 놔주면 되지요. 엄마도 아이도 서로 편히 지내는 법이에요. (p.107)
 
   


그렇다. 내가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거기까지인 것이다. 엄마도 아이도 편해질 수 있는 육아, 그것이 진정한 육아가 아닐까?

이 책은 기존의 서형숙님 책에서 육아에 대한 생각을 바꾼 사람들, 혹은 바꿔보고 싶은 사람들 중에서도, 현실 속에서 부딪치는 일들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막막했던 분들이 읽는다면 좋을 것 같다. 구체적인 사례와 실천방법들이 자세하게 나와 있기 때문에 혼자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저자의 방식을 무조건 따라하자는 말은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의 육아방식을 바꾸려고 하거나,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들의 참견과 간섭에서 벗어나 나만의 방법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참고서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사례들을 통해 용기도 가져보고, 도움도 받는 것이다. 이런 사례들은 나의 아이의 특징이나 특성과 다른 것도 있고 같은 것도 있다. 그러니 그 중에서 몇 가지만 참고하면 된다. 내가 도움 받은 부분도 이 책의 아주 일부에 해당된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도 큰 용기를 얻은 듯하다.

안겨 있으려고만 하는 아이에 대한 사례를 통해 나는 그동안의 짐에서 벗어난 느낌이었다. 지금 한솔이는, 잘 걸을 수 있고 혼자 할 수 있으면서도 유독 요즘 들어 안아달라고 한다. 그래서 안아주면, 주위 어른들(시부모님이나 동네 분들)이 꼭 한 말씀을 하신다. 옛날에는 애를 저렇게 안아 키우지 않았다며 요즘 엄마들은 애들을 너무 귀하게 키운다며 야단을 치시기도 하고, 또, 에둘러 말하길, 엄마가 힘이 세니(--‘) 애를 안고 다닌다고도 말한다. 그때마다 뒤꼭지가 가려워서 어떡해야하나 고민도 많았다. 그런데 저자는 다르게 말한다.

   
  하루 종일 안아달라고 하는 아이는 잘 자라고 있다는 증거예요. 머리가 좋아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4계절이 있는 것처럼 아이가 자랄 때도 시기마다 행동이 달라요. 뒤집을 때, 앉을 때, 길 때, 걸을 때가 있는 것처럼 지금이 안길 때인 모양이에요. (p.37)  
   
   
  걸으면서 어느 정도 욕구가 해소될 즈음엔 또 꾀가 나요. 엄마 품에 안기면 따뜻하고 걷지 않아도 어디든 편히 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거죠. (p.38)  
   

물론 그렇다고 늘 안아주라는 말은 아니다. 아이가 꾀를 내는 만큼 엄마도 영리하게 꾀를 내어 아이가 걸어갈 수 있도록 놀이를 권하고 있다. 참견하고 간섭하는 것에서 끝나버리는 동네 어른들에 비해 방법을 알려주니 나에게 힘이 되는 책인 것이다.

이런 류의 책은 책 전체의 내용에 다 만족하기 보다는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내 걸로 만드는 것,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내가 지향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힘을 얻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육아나 자녀교육에 있어서 엄청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나만 모르고 있거나, 나만 잘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주눅 들기 마련이지만, 그런 사람들의 정보도 내가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면 되듯이 저자의 생각과 방법론에 모두 다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란 걸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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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아이 김용택
김훈 외 엮음 / 문학동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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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김용택 시인이 가르친 아이들이 쓴 시에 백창우가 곡을 붙이고 아이들이 노래를 부른 CD를 듣고 있다. 한솔이에게 들려주면서 나도 흥얼거렸던 그 노래들을 듣고 있자니, 김용택, 그는 참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행복한 엄마가 행복한 아이를 길러내듯, 행복한 선생님이 행복한 아이들로 교육하지 않을까?

 

엄마가 되고 난 후, 세상을 보는 눈이 많이 바뀌었다. 어른들의 논리 속에서 세상 살아가는 재미를 잃어버린 아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쓰리고 아파온다. 그나마 조금의 위안이라면, 김용택선생님같은 분이 계신 것이라고 할까? 나는, 김용택 선생님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언론에서 접했던 기사, 그가 쓴 책, 그리고, 그의 아이들이 쓴 시들을 통해 그를 본다. 가장 크게 와닿는 것은 그의 아이들이 쓴 시들이다. 이런 시를 쓸 수 있는 아이들의 환경이 부럽고, 그것을 이끌어 내어 줄 수 있는 선생님이 있는 것도 부러웠다.

 

그런데, 그가 교단에서 떠났다. 그 아쉬운 소식과 함께, 그를 아는 이들이 써낸 이 책을 보게 되었다. 내가 아는 김용택은, 아이들의 시를 통해 막연하게 짐작했던 김용택이었으므로, 그의 지인들이 말하는 김용택은 어떤 사람인가 알고 싶었다. 생전에, 그를 아끼고 좋아하는 선후배, 동료들이 쓴 글이어서 더욱 가치가 있지 않나 싶다. 더군다나 그의 인(人)라인은 어찌도 이리 넓고 깊단 말인가. 그것은 바로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만큼이나 인정 넘치는 인간 김용택이기에 그렇지 않을까?

 

도종환 시인이 첫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요즘 나는 거리의 교사로 산 시절에 얻은 것과 잃은 것을 비교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있지 않았던 것, 제자를 많이 키워내지 않은 것이 가장 큰 것을 잃은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쉬지 않고 제자들을 가르치고 사람으로 키워내는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 교사로서는 그것이 가장 잘못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용택이 형님처럼 아이들 하나하나를 제대로 알고 이해하고 사랑하고 그들을 바른 인간으로 자라나게 할 수 있다면 구태여 거리의 교사로 떠돌며 살 필요가 없었는지도 모른다."(p.16) 라고.

 

아마도 김용택은 함께 거리로 나서지 않았지만, 그런 그들이 있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온 힘을 쏟을 수 있었을 것이다. 책의 앞머리에 김용택의 사진들을 보면서 나는, 그가 살아온 인생이 어떤 것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살아온 데로 나타나는 것이 얼굴이라지 않는가? 환갑이 된 그의 얼굴은 젊은 시절 그의 모습에서 날카로움은 사라지고 천진난만한 미소가 살아남아 있다. 진정으로 아이들과 함께 살아온 그의 얼굴답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는 재미는 김용택을 아는 재미도 있지만, 그를 기억하고 추억하는 많은 사람들의 글을 함께 볼 수 있는 것도 한몫한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이들 뿐 아니라, 잘은 모르지만 그의 주위에 있었던 사람들의 글을 통해 한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라 할 것이다.

 

진정으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아이들을 이해하고, 또 자연을 사랑했던 사람의 모습을 들여다보면서 존경하고 싶고 존경받을만한 교사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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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0-30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7년 봄인가~ 마암분교에 가서 이분을 뵈었지요~ 항상 소년같은 그분, 행복한 사람이지요.^^ 인(^^)라인이 대단한 분이라서 이런 책도 나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