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의 철학 퇴근길의 명상 -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실존의 문제 40가지에 답하다
김용전 지음 / 샘터사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 제목 한번 기가 막히다.

마치 화장실 들어갈 때와 화장실에서 나올 때처럼.

오늘은 어떻게 살아남나 하는 출근길의 고민과 어떻게 계속 살아야하나 하는 퇴근길의 회한이라니...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법한 명제이기에, 절로 손이 간다.

매일 정시 출근해서 8시간 근무를 마친 후 퇴근하는 직장다운 직장에 다닌지는 이제 겨우 6달이 되어간다. 그동안은 조금 자유로운 직업이었다고나 할까? 강의 있는 시간에만 바쁘게 움직였던 결혼 전과, 아이를 낳은 후 파트타임으로 하루 5시간의 근무를 했던 4년 정도의 시간, 그리고 올해 5월부터는 보통의 직장인과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업무와 근무형태가 달라졌기에 내가 인지하는 직장생활도 많이 다르게 다가오는 듯하다. 그러나 근무시간도 근무형태가 아무리 달라도 직장인의 고민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비슷한 것 같다. 제법 긴 시간을 시간강사로 살았던 동안에도, 누구는 정식으로 채용되어 고정적인 월급을 받는 교수로, 누구는 시간강사지만 제법 찾는 곳이 많아 어느 정도 커리어를 확보한 채 움직이는 시간강사로, 누구는 교수들이 외면하는 자투리시간 강의나 겨우 받는(?) 대상으로 나눠지기 일쑤였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살아남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이 책의 8부 내용을 몇 가지 언급해볼까 한다. 8개의 장으로 나누어진 이 책에서는 40개의 소제목으로 다시 나누어진다. 8부는 참아야 하는가, 맞서야 하는가? 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직장생활에서의 부당한 처사나 상사의 비리 같은 일 앞에서 나는 어떻게 행동을 할까? 또는 회사로부터 받는 부당한 처사가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료들간의 문제로 업무부하가 과중하게 늘어나 팀이 처리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책에서는 일단 전자의 경우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나는 그 내용을 읽으며 후자의 일을 생각해보았다. 저자는 세상에 있는 다섯부류의 일꾼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첫째는 문제를 볼 줄 모르는 사람, 둘째는 문제를 틀리게 보는 사람, 셋째는 문제를 알지만 주위의 눈치를 보며 제대로 말하지 않고 적당히 지내는 사람, 넷째는 주의에 대한 배려냐 대안없이 문제를 단도직입적으로 까발리는 사람, 다섯째는 문제를 알 뿐만 아니라 그 문제의 근원을 알고 해결책까지 제시하는 사람이다" (p.400)

 

그동안 몇몇군데서 일을 하면서 느낀 바로는 아직까지도 우리 나라는 연장자라는 것이 막강한 무기가 될 때가 있다는 것이다. 직급이 낮더라도 자기보다 나이가 많으면 업무지시를 내리기 힘들 때가 있고, 업무지시가 내려지더라도 자기 고집대로 일을 처리하는 사람도 있다. 이럴 때 전체 팀의 분위기는 흐트리게 되고 실적은 저하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러한 상황을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한 팀장의 역량에도 문제는 있어 보인다. 인간과 인간이 함께 부딪치고 관계 속에서 일이 이루어지는 특성 상 어느 누구 하나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 정에 이끌려 제대로 업무지시를 내리지 못하는 것도, 상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자신의 고집대로 일을 처리하는 것도,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은 결과일 뿐이다.

 

저자는 책의 곳곳에서 전설이 되기를 원한다. 전설이 되려면 어떠해야하는가? 오합지졸을 데리고도 조직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으며, 누구도 안 될거라 생각하는 일도 되는 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하며, 없다면 가지려고 노력해야한다는 말이다. 직장생활이란 것이 결코 시간만 떼우고 월급을 받아가는 곳이 아니라는 말일 터. 직장인들이 일만 하는 기계처럼 움직여서야 즐거운 직장생활이 될 수 없다. 우리는 직장 또한 하나의 사회이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처세와, 자기계발과, 인간관계가 필요하다. 그를 위해 내가 원하는 가치, 내가 바라는 사회상을 고민하고 만들어야 한다. 내가 하고자 하는 목적과 목표가 분명하고 그 일을 스스로 즐기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직장 생활도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출근시간에 집을 나서며 나는 생각한다. 오늘은 이런 저런 일을 하고, 이렇게 마무리지어야지. 그리고 나는 소망한다.  퇴근길 발걸음이 정말 가볍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샘터 2014.10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이제는 요 작은 책 샘터가 내 가방 속 한켠을 자리잡고 시간 날때마다 펼쳐드는 게 익숙해졌다.

특히나 요 몇 달간, 정신 없이 바빴던 터에 제대로 책 한 권 읽어내기가 쉽지 않았을 때, 그래도 가방을 뒤적여 읽을거리를 찾을 때 요 책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누군가는 활자중독이라고도 말하던데... 어쨌든 곁에 읽을거리가 없으면 불안해지는 것이... 게임중독보다는 낫지..하면서 애써 위안해본다...^^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라는 글을 읽으면서...

내가 다른 일때문에 정신없이 바쁘지 않았다면, 교황의 방한에 대해, 그리고 교황이 한국에 머물며 우리에게 남긴 것들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기울였을지도 모르는데..나는 교황이 왔다갔구나 정도에서 그에 대한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 물론 세월호 유족들과의 일화는 sns를 통해 접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내가 생각하기에 교황의 방문은 시기적절하였다.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사람들과, 그리고 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주지 않는 데 대한 불안감을 가진 국민들에게 교황의 방한과 그의 말은 힘이 되어줄 수 있었다. 거기에 더해 우리 대통령도 국민들에게 힘을 주고 안아줄 수 있는 대통령으로 거듭나길 바래본다.

 

헌책이 말을 걸었다를 읽으면서, 나는 늘 보수동 책방골목을 떠올린다. 독서와 책과 관련 있는 일을 하고 있고, 올 가을에는 독서축제와 책잔치 등을 기획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보수동 책방골목은 부산의 독서문화 혹은 책방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다. 부산시 역시 거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수많은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기도 하다. 다만 정작 헌책방 거리는 관광상품 이상도 이하도 아닌 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헌책이 말을 걸었다의 글을 읽을 때마다 보수동 책방골목이 가진 컨텐츠의 힘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누군가의 책이었다가 다시 헌책방으로 들어온 책이 또다른 주인을 만나 가는 과정에서 전 주인의 흔적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작은 잡지지만, 짜투리시간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읽을거리이다. 혹여, 가을이라고 책 한권 읽어야지 하면서도 쉽게 책을 손에 잡지 못하는 분이 있다면 권해드리고자 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2014-10-07 0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산에서는 보수동이란 곳이 있어도 이곳을 제대로 살리거나 살찌우는 길을 좀처럼 못 찾지 싶어요. 보수동을 `지원`한다고 하나, 정작 건물 한두 개 짓거나 간판 고쳐 주거나 보도블럭 바꾸는 것으로 끝일 뿐, 알맹이를 살리도록 하는 지원은 이제껏 아직 없어요.

올해에 하양물감 님이 함께 했던 그 행사가 `다른 기관이나 단체`에서 `처음`으로 `돈`을 들여서 보수동에서 `책이라는 내용`으로 다룬 행사였답니다...

그러니 하양물감 님 보시기에도 보수동은 시나 구나 문화단체에서 `관광상품`으로밖에 안 보는... 그런 형편이지 싶어요.

하양물감 2014-10-07 15:43   좋아요 0 | URL
네...그렇지요...

이번에 군포대한민국독서대전, 파주북소리2014, 와우북페스티벌 현장에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그러면서 느꼈던 것이 책관련 축제라는 것이 거대한 책세일시장이라는 것이었어요. 출판사들이 리퍼브도서를 앞세우긴 했어도 어쨌든 50%이상, 심지어는 8~90% 세일을 하는 거대한 할인매장이었습니다.

어쨌든 그곳에서 만났던 어떤 분이 보수동 책방골목을 얘기하더라구요. 그 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개인적으로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시나 관계기관 및 관공서에서는 보수동책방골목의 많은 분들이 책방골목의 번영을 원하지 않는다고들 말씀하셔요. 왜일까요?

대부분이 건물주인이 아니라 세입자라서 그렇다고 합니다. 보수동책방골목이 번성하고 잘되면 책도 많이 팔고 좋겠지만, 집세를 더 올려달라할까 두렵다고들 합니다. 그리고 건물주인들은 헌책방 내 문화컨텐츠 개발에 지원하는 걸 반대하고 보드블럭이나 주변환경 개선을 통해 집값이 올라가길 바란다고 합니다.

물론 제가 들은 이 말을 100% 신뢰하지는 않으나, 수억이 넘는 돈들이 보수동책방골목지원을 위해 쓰여진 것만은 사실이라는 것이죠. 그게 누구 주머니에 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어도.

이제 곧 보수동 책방골목 문화행사가 열립니다. 올해도 들려 봐야지요^^
 
홀로 앉아 금琴을 타고 샘터 우리문화 톺아보기 2
이지양 지음 / 샘터사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나는 우리 음악을 즐겨듣는 편이다. 오히려 요즘 가요나 최근 유행 음악들보다 우리음악에 더 친근함을 느낀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나름대로는 국문학 전공에 우리 음악을 하는 풍물패 생활을 했던 것이 우리 음악과 가까워지는 이유가 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가요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생각해보자. 그들은 시시때때로 음악을 듣는다. 듣다보니 더 좋아지고 좋아하다보니 자주 듣는다. 우리 음악이라고해서 다를 바 없다. 듣다보면 자연스레 더 즐기게 되는 것이다. 다만 한번 들어보는 것이 힘들 뿐. 어느 것이라고 해서 다를 바 없다. 모든 것이 처음이 낯설지 두번 세번은 익숙해지는 법이니까.

 

아이와 함께 자주 찾는 공연장이 있다., 부산국립국악원. 자주 가서 듣고 보고 하다보니 아이도 우리 음악에 거부감이 없다. 애써 찾아서 듣지는 않을지라도 들을 때 흥을거리거나 감상을 조금 할 수는 있다. 이왕이면, 공부도 좀 하고 들으면 쉽다. 귀에 쏙쏙 들어온다. 클래식도 그렇지 않은가? 쉬운 설명을 곁들인 클래식이나 오페라 같은 것들이 유행하는 까닭일 터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선택했다.

옛 글 속의 우리 음악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은, 제목이 참 마음에 든다. 홀로 앉아 금을 타고....라....

 

담헌 홍대용 선생은 <대동풍요서(大東風謠序)>에서 우수한 노래란 어떤 것인지를 첫머리에 이렇게 서술해두었다. "노래란 그 정(情)을 말하는 것이다. 정(情)이 말에 움직이고 말이 글에 이루어지는 것을 노래라 한다. 기교의 빼어남과 졸박함을 버리고 선함과 악함을 잊은 채, 자연을 따르고 타고난 개성과 감성을 발하는 것이 '노래의 우수함'이다"라고. (p35)

책에는 우리 옛 음악가들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모차르트니 베토벤이니 하는 서양 작곡가들에 대해서만 줄기차게 배워온 터라 우리 음악가들의 이름은 낯설기만 하다. 인기작곡가이자 명연주자였던 김성기는 조선 후기 우리 음악사에 있어 핵심인물 중 하나이다. 실학자 유득공의 일가이기도 한 유우춘은 해금연주가였고, 가객 송실솔도 있다. 이들이 낯선 것은 우리가 잘 접하지 못해서일터. 이제라도 그들의 이름과 그들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그런가하면 악기의 내력도 밝히고 있는데, 쌍절금, 옥퉁소같은 악기가 나온다. 나도 가끔은 아이와 함께 공연을 보러 가서 잘 모르는 악기에 대해 아이가 물어볼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인터넷 검색의 힘을 빌리곤 한다. 이렇게 한번쯤 책을 통해 접한 정보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책에는 여러 가지 설명글도 좋지만, 함께 볼 수 있는 옛 그림과 글들이 있어서 더욱 좋다. 옛날의 악기나 노래 음악이 지금처럼 파일이나 동영상같은 것으로 남아 있지 않으니 그 원형을 제대로 알기는 어려우나 그때의 풍속이나 행사를 그려놓은 그림을 통해, 또는 글을 통해 미루어 짐작이 가능하다. 김홍도의 《평양감사향연도》중 <부벽루연희도>의 세부도나 <숙종 37년 조선통신사 행렬도> 같은 그림을 보면 우리 악기와 그 배열을 살펴볼 수 있다.

 

3장에 이르면 우리가 자주 접했던 글도 볼 수 있다. 도산십이곡이라든가한산섬 같은 시. 물론 국어시간에 시험을 위해 배운 게 다인지라 이렇게 해석을 곁들여 읽으니 더 쉽게 이해가 된다. 5장에 이르러 판소리까지 읽고 나니 이제는 우리 음악과 좀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이제는 아는 만큼 들리는 것을 경험할 차례인가싶다.

 

이런 류의 책을 일부러 선택해서 읽을 사람이 몇이나 될 지는 모르겠다. 다만 가끔은 나의 관심사가 아니어도 골라서 읽어볼 만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부 자극 -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로 키우는 3주 혁명
최성우, 김판수 지음 / 예담Friend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얼마전까지만 해도 나는 내 아이의 공부방법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특별히 지적할 것도 특별히 요구할 것도 없을만큼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내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 건 불과 3달 정도 전이다. 3달 쯤 전부터 나의 업무에 변화가 생겼고, 아이의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학교생활까지 신경 쓸 틈도 없이 내 일에 적응하기 바빴다.

나의 변화는 아의 생활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적어도 엄마의 가시거리에 있던 아이가 지금은 오로지 혼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학교에서 하교하는 시간은 오후 1시. 그때부터 저녁 7시까지 아이는 혼자서 시간을 보내야한다. 피아노 갔다가 영어학원까지 다녀오면 오후 4시인데, 예전에는 4시부터는 나와 함께 하는 시간이었다면, 지금은 그 시간마저도 아이가 혼자서 감당을 해야 한다.

물론 아이는 열심히 생활을 하고 있다. 엄마가 신경쓰지 않도록 혼자서 학원도 다녀오고, 어린이도서관에서 3시간 가까이 시간을 보낸다. 눈 앞에 보이지 않는 아이의 오후 생활을 믿고 맡기기만 해서 될까? 나는 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이제 겨우 9살인데.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로 키우는 3주혁명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3주 혁명이라는 말은 조금 과하게 여겨지기도 하는데, 어쨌든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로 만드는데 중점을 두고 읽어보았다. 내가 알기에 우리 아이는 학교 수업을 잘 따라가고 있고, 특별한 학습을 하지 않지만 힘들어하는 법 없이 잘 해내고 있다. 주변에서는 3학년부터 어려워진다고 겁을 많이 준다. 학습지를 시켜야한다는 둥, 학원을 보내야한다는 둥 말이 많다. 지금 우리 아이는 피아노를 4년째, 영어를 3년째 공부하고 있다. 이 두 과목(?)의 선택은 전적으로 아이의 결정에 따랐고, 그래서인지 열심히 다니고 있고 어느 정도 학습효과도 있는 듯하다. 나는 이것 외에 다른 곳에 보낼 생각이 없기 때문에 나머지 부분의 부족한 부분을 찾고, 보충하는 일은 나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별 문제 없었던 나의 이 생각이 불안해지기 시작한 건, 앞에서 말했듯이 나의 업무의 변화가 생기고 부터이다.

이제는 엄마의 가시거리에 존재하지 않는 아이에게 자신의 학업과 일상생활을 온전히 믿고 맡겨야 한다. 그러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소위 '공부 잘하는 아이'로 만드는 진정한 힘은 부모와 아이가 학교 공부, 진학, 사회 문제, 일상 생활, 친구, 관심사 등을 놓고 매일 '대화'하는 데에 있다. 부모가 아이를 '이해하는 대화'를 시작하면 아이는 놀랍게 변하기 시작한다. (p.46)
이 책의 저자들은 가장 기본적인 전제를 아이와 부모 간의 대화를 꼽고 있다. 제대로 된 대화를 함으로써 아이는 자존감이 높아지고, 자존감이 높은 아이는 공부뿐만 아니라 모든 부분에서 자기 몫을 해내는 아이로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자존감이 높은 아이들은 자기를 가꾸려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자기관리가 가능하다. 따라서 어떤 과제가 주어지더라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자기주도성과 학습능력에서도 확실한 차이를 보인다. 마음이 행복한 아이, 부모로부터 존중받고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이 있는 아이가 정서적으로도 안정되어 있다. 이런 아이가 학습이나 그 밖의 활동에 의욕적인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p.49)
part2에서는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한 전략들을 소개하고 있다. 읽다보니 이게 반드시 아이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공부의 목적이 성적을 올리는 것이 아닌, 미래에 자신의 필요와 욕구를 채우는 데 있다는 점을 깨달으면 공부가 깊은 의미로 다가온다. 앞으로의 즐거움을 얻기 위해 필요한, 또 다른 즐거운 일이 공부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p67~68)
나도 학생때 목적없이 했던 공부에 비해 나의 목표가 설정되고 그를 위해 공부를 시작했을 때 그 집중력과 성과는 엄청 달랐음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 즐거움이 계속 공부하게 하는 원천이 된다는 것도. 아이들이 그러한 점을 깨닫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학교 성적에 대한 주위 반응과, 그 반응에 반응하는 아이의 반응때문이다. 아이 스스로 배우는 것을 즐길 수 있도록 지지하고 격려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이 책에서는 말한다. 그런 부모 밑에서는 당연히 창조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로 자랄 수 밖에 없다.

책에서 전하는 내 아이를 위한 학습코칭 11계명을 살펴보자.
1. 긍정적인 자아 개념을 갖도록 격려하자.
2. 비교하지 말자.
3. 포기하지 말자.
4. 가능성을 인정하자.
5. 선행학습에서 벗어나자.
6. 대화를 많이 하는 부모가 되자.
7. 학습 경험을 많이 갖도록 도와주자.
8. 계획과 목표를 바르게 세우도록 도와주자.
9. 연습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
10. 책 읽어주는 무보가 되자.
11. 배우는 부모가 되자.

나는 어떤 부모인지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의 part3와 part4는 직접 실천해볼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아이의 성향이나 학습역량, 그리고 환경적인 요인을 잘 살펴 실천해봄직한 사례들이다. 실제로 아이들이 도출해낸 결과물도 있어서 실제로 적용해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나는 이 책을 참고로 하여 나와 아이의 관계를 조정해볼 생각이다. 그리고 2학기동안 실천을 통해 3학년이 되었을 때는 자기주도학습을 제대로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 줄 생각이다. 어쩌면, 내가 일을 더 많이 하게 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의 방법에서 변화를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없었을 지도 모르겠다. 나에게도 아이에게도 힘든 1년이지만, 앞으로의 남은 인생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

책의 내용 중 나의 생각과 반하는 부분도 일부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지금의 나와 내 아이의 상황에 잘 맞는 책이었다. 자기주도학습에 대한 오해도 풀 수 있는 계기 되었던 것 같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실 2014-09-09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와 오늘은 대화가 잘되어서 행복해하는 반면에, 다음날엔 쌩쌩거리고.....한결 같을수는 없네요. 부모의 뚜렷한 교육관이 중요하지요. 그리고 자기 주도학습은 아이 스스로 필요성을 느꼈을때 가능한듯 합니다. 울 중3은 아직도 뭘 해야할지 모르네요.

하양물감 2014-09-10 05:28   좋아요 0 | URL
세실님 오랫만입니다. 잘 지내시죠?
뜻하지않게 일이 바뀌고, 9월말까지는 정신못차리고 지나갈 듯합니다. 10월에는 세실님 서제도 자주 방문할게요^^

저도 9살짜리에게 커다란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다만 엄마와 함께 하던 시간을 오롯이 혼자 보내고 있는 아이에게, 뭔가 길잡이는 되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지요^^

 
공부하는 엄마들 - 인문학 초보 주부들을 위한 공부 길잡이
김혜은.홍미영.강은미 지음 / 유유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 표지를 참 잘 골랐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잡아끈 이유는 바로 이 표지 그림에 있기 때문이다.
에드먼드 타벨의 『책 읽는 여자』라는 그림이다.

나는, 책 읽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책을 산다. 읽을 책이 쌓여 있어도, 또 새로운 책을 사는 나는 한때는 이런 생각을 한 적도 있다. 나는 책을 읽는 여자인가, 책을 사는 여자인가. 하하. 그래도 인터넷을 보다보면 나처럼, 아니 나보다 더 많이 책을 사고 쌓아두고, 읽지 못했지만 또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들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그것을 자랑하기 위해, 혹은 장식하기 위해 사지 않는다. 읽을 것을 염두에 두고 산다. 적어도 읽을 생각이 있기 때문에 사는 사람들이다.

나는 아이들이 책을 잘 읽지 않는다며 어떻게 하면 되냐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때마다 엄마가 읽으면 된다고 말한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조언이고, 또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말한다. 아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엄마가, 혹은 또다른 양육자가 책을 좋아하고 책읽기를 즐긴다면 아이들도 자연스레 다가오기 마련이다.

눈앞에 책이 있으면, 책을 볼 확률이 높다. 그런데, 아이들 책만 한가득 쌓아놓고, 아이들에게만 읽으라고 한다면 그 어느 아이가 선뜻 책을 향해 손을 뻗을까? 엄마가 책 읽는 모습이 행복해보일 때, 뭔가 신나는 일일 것 같을 때 아이도 따라한다.

『공부하는 엄마들』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나는 한번 더 그것을 깨닫는다.

엄마들이다보니 아이들 문제가 우선이 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그에 앞서 내가 행복한 책 읽기를 하라고 권하고 싶다. 이 책에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엄마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인문학 초보 주부를 위한 공부길잡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책이다. 인문학 열풍은 이미 이 나라를 뒤덮은지 오래다. 인문학의 위기를 외치던 한국사회가 언제부터 인문학열풍에 휩싸였는지는 모르겠다.

마치 유행처럼 '인문학'이라는 부제를 달지 않으면 안되는 것처럼 인문학에 열광한다. 그러나 정작 그 열기 속에서 진짜 책을 읽고, 공감하고 삶에서 실천하는 사람들은 얼마 되지 않는 듯 보인다. 다들 그래야한다는 당위성에 공감하면서도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탓이다.

그래서 이 책을 쓰지 않았을까? 어럽게만 여겨지는 인문학의 세계로, 해야 하지만 선뜻 실행하기 어려운 책읽기에의 도전을 요구한다. 공부를 시작하고, 점점 변화, 발전하고 있는 세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이렇게라도 한번 해보는 게 어떻냐며 제안한다.

나도 내가 자주 가는 어린이도서관에서 책읽기 모임을 하고 있다. 책 읽기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적인 영역이라 생각했던 적이 있는데, 책읽기 모임을 통해 그 생각을 많이 바꾸었다. 혼자가 어렵다면 자신과 생각이 비슷한 모임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내가 참여하는 책읽기모임은 어렵지 않다. 누군가가 나서서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기보다 서로가 함께 보조를 맞추어가는 모임이다. 그런 모임을 잘 찾는 것 또한 어렵다. 애써 고전읽기모임에 참여했는데, 다른 참여자들의 수준(?)이 너무 높아 튕겨나온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모임선택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가족독서모임에 대한 예가 나오는데, 시작하기는 어려워도 한번 시작하면 꽤 매력적인 모임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아이가 10대를 향해 커가고 있기에 우리가족 책읽기 모임을 해 볼 생각이다. 이제는 내 아이와도 충분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서 설레인다.

이 책은, 인문학 읽기에 도전하고 싶은데 쉽사리 시작하지 못하는 분들께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