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순전히 제목 때문에 끌려서 보게 된 책이다.
작가 김탁환이 `왜 소설가가 되었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떠오르는 작품이 있다 한다. 다양한 글씨체가 뒤섞인 <임경업전>의 말미에 짧은 필사 후기가 덧붙었는데, 결혼한 딸이 아우의 결혼식에 참석하러 친정에 와서는 임경업전을 베끼다가 다 마치지 못하고 돌아가자 아버지는 딸을 위해 종남매와 숙질까지 불러 필사를 마치고는 마지막에 이렇게 적었다.

˝아비 그리울 때 보라˝

나는 공들여 필사를 마친 소설을 재미있게 읽고 마지막에 아버지가 쓴 글을 읽을 딸이 된 것 같은 마음에 감동이 밀려왔다. 무심한 듯 다정한 저 문장! 그 한마디에 아버지의 정이 그 어떤 다정한 말보다도 더 깊이 느껴진다.

소설이 이렇게 인간과 인간을 잇는 선물이라면 평생 소설쓰는 일에 매진할 만 하다고 작가는 느꼈다고 한다.

이 책은 그렇게 김탁환의 마음을 움직인 책들에 대한 이야기지만 일반적인 서평과는 좀 다르다. 작가가 세상을 보는 시선에, 그 생각의 한귀퉁이에 한두권의 책을 슬쩍 소개한다. `책은 누가 부여한 생명이 아니라 제 생명으로 거기 있다. 김탁환의 산문집은 책의 생명록이다.` 황현산 선생님의 책소개 또한 멋있다.

또 하나 독특한 점이 책 표지를 펼칠 수가 있게 디자인 되어, 표지를 펼치면 작가가 얘기했던 책들이 보물처럼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 대해, 책에 대해 누군가와 생각을 나눈다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저자와 술한잔 하며 그의 얘기를 듣는 기분이 되었다. 팟캐스트 `정은임의 영화음악`에 대한 글에서는 같은 대목을 듣고 같은 부분을 공감한다는 반가움에 건배라도 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책을 읽다가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문장이 있어 포스트잇에 써서 딸 책상에 붙여놓았다. 카네기맬런대 랜디 포시 교수는 그를 눈물로 부서지게 했고,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한 167센티미터의 장벽, 사랑하는 여인 재이의 마음을 얻으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재이는 끝내 이별을 통보했다. 그 순간 체념하고 돌아섰다면 재이를 아내로 맞이하는 행복은 없었을 것이다. 상처받은 후에도 그는 재이를 따뜻하게 감싸며 기다렸다고 한다. 그가 말했다.

˝장벽은 절실하게 원하지 않는 사람들을 걸러내려고 존재합니다. 장벽은, 당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멈추게 하려고 거기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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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5-10-30 09: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정말 책표지 독특하고 좋았어요.^^
표지를 벗겨 쫙 펼치면 52 권의 책들이 도표처럼
멋지게 나타나지요~~

살리미 2015-10-30 09:10   좋아요 0 | URL
생각지도 못했다가 깜짝 놀랐어요^^ 마치 책 52권을 선물받은 느낌이랄까 ㅎㅎ 참 좋은 아이디어에요^^

해피북 2015-10-30 1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히얏. 정말 표지도 멋지구 내용도 뭉클하네요 ㅎㅎ

살리미 2015-10-30 14:18   좋아요 1 | URL
ㅎㅎ 아마 저 책 사놓고도 표지 안펼쳐보실 분이 계실까봐 일부러 사진까지 찍어올렸어요^^

2015-10-30 14: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30 14: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30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박한 공기 속으로
존 크라카우어 지음, 김훈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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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이라고는 동네 뒷산도 가뭄에 콩나듯 오르는 내가 등산을 소재로한 영화나 책에 관심을 가질리가 없다. 어려서부터 산보다는 바다를 좋아했고 한라산을 지척에 두고 살았지만 학교에서 다같이 오르는 행사때 말고는 산 근처에 가지도 않았던 나다.

산을 좋아하기는 한다. 차로 갈 수 있는 범위까지만! 차로 가서 경치를 즐기고 차나 한잔 마시고 다시 차를 타고 내려오는게 내가 산을 즐기는 방법이다. 그래서 한라산 1100고지에 있는 전망대 찻집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였다. 그리고 그곳엔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고상돈의 묘지가 있다. 아직도 그가 정상에서 산소마스크를 쓰고 태극기를 품고 찍은 사진이 기억에 생생하다. 게다가 그가  제주도가 사람이라는 사실이 왜 그리 자랑스러웠는지! 검색해보니 그는 1977년에 등정에 성공했고, 세계 최초로 기상조건이 안좋은 9월 몬순기간에 성공했다고 한다.

 

그를 떠올리며 영화 <에베레스트>를 보았다. 에베레스트는 내가 오를 엄두를 내지도 못할 산이니 이런 기회에나 봐야한다. 1996년 5월 10일 에베레스트를 등반했던 등반대중 1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는데 그 사건을 다룬 실화였다. 영화는 담담하게 두달여간의 등반일정을 보여주는데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함께 산을 오르는 듯한 전율과 공포를 느꼈다. 산소가 희박한 곳에서 그들이 내뱉는 거친 숨소리는 내 폐까지 쪼그라들게 했다. 영화를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은 나는 영화 속 장면 몇가지가 이해가 안가는 점도 있고 해서 검색을 하다가 그 때의 일을 기록한 책이 있다는 걸 알고 찾아보았다. 그리고 나는 이 책에 푹 빠져들었다. 마치 로브 홀의 어드벤쳐 컨설턴트 등반대의 일원이 되어 그 여정을 함께 하는 듯 했다.

 

 

에베레스트! 세계 최고봉! 그런 산을 오른다는 건 분명 목숨을 건 도전이다. 그렇지만 세계 최고봉을 정복하는 산악인들의 늘어가면서 어느새 '힘들지만 노력하면 가능한 일'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젠 누가 에베레스트를 정복했다고 해도 그다지 놀랍지 않으니까.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에베레스트 등반에 일반인들이 돈을 내면 등반을 도와주는 상업등반대들이 등장한다. 로브 홀은 전문산악인으로도 아주 훌륭했지만 자기 직업의 장기적인 전망에 대해서는 비관적이었다. 산악인들이 기업체들로부터 후원을 얻으려면 판돈을 자꾸 높여야 한다. 즉 다음 등반은 먼젓번 등반보다 좀더 어려운 것이어야 하고 극적이라야 한다. 그건 일종의 악순환이라서 결국 위태로운 사고에 직면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많은 산악인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고산 등반을 하려는 사람들을 안내하는 가이드가 되기로 한다. 당시엔 세계 최고봉을 정복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열망이 강렬할 때였으므로 돈은 많지만 높은 산을 제힘으로 오르기에는 경험이 부족한 몽상가들로 이루어진 미개척 시장을 노린 어드벤쳐 컨설턴트라는 회사를 차린 것이다.  그의 성공을 계기로 이런 회사들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에베레스트라는 성지는 사람들이 몰리는 시장이 되어가고, 누가 정상에 더 많은 사람들을 올리느냐 하는 경쟁의 장이 되었다. 미국인 스콧 피셔가 마운틴 매드니스라는 회사를 차려서 로브 홀의 경쟁자로 이날 등반에 함께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아웃사이드>잡지의 기자로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는 상업적 등반대들이 너무 많아지면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취재하기 위해 로브 홀의 등반대의 일원으로 참가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에베레스트 등반에 그토록 많은 준비와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는 사실에 놀랐다. 엄홍길 대장의 16좌 정복! 이런 기사를 보면서도 힘들었겠구나 생각만 했지 이 정도인줄은 몰랐던 거다. 뭐든지 상업화가 된다는 건 경쟁을 포함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문제들이 발생하는데 이 책에서 그 실상을 낱낱이 파악할 수 있었다. 안좋은 점만 있을 것 같지만 의외로 전문 산악인들만 산을 탈때보다 더 산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좋은 면도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 정상에서 병목현상이 생겨서 위험해지는 문제점이 가장 크다.

 

 

높은 고도에서는 두통과 피로에 시달리는 것 말고도 높은 고도로 인한 뇌수종, 폐수종, 눈이 보이지 않게 되는 설맹이 올 수 있고 뇌세포의 파괴로 정신적인 착란이 일어나거나,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해지고, 너무 심한 추위속에서 강풍을 경험하면 오히려 몸의 온도가 올라가는 듯한 착각이 일어나서 옷을 다 찢어버리고 사망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만큼 강인한 체력과 산악 경력을 갖추지 않으면 도전하기 어려운 곳이고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는 만큼 안전에 또 안전을 기해야 하는 일이다. 또 산소를 사용하기 때문에 적정 시간을 넘기면 산소부족으로 힘들어질 수 있어서 시간관리도 중요하다. 그런데 이들이 도착한 산에는 여러 팀의 등반대원들이 몰려 있었고, 산을 오르려면 마트에서 줄 서듯이 늘상 줄을 서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 악조건 속에서 곳곳에서 한시간 이상씩 대기 해야만 하는 상황이 굉장히 안타까웠다. 마찬가지의 이유로 정상을 눈앞에 두고서라도 포기하고 내려올 수 있어야 한다. 로브 홀은 굉장히 꼼꼼하게 모든 일을 계획하는 사람이어서 그의 리더쉽은 누구보다 빛났지만 그도 많은 등반대의 의견을 다 조율하기에 힘이 부쳤다. 홀 팀은 그 어느 팀보다 안전에 힘썼지만 역설적이게도 다른 팀의 안전까지 위협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다가 에베레스트에서는 일반적인 도덕윤리를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겼다. 나 스스로도 판단이 서질 않았다. 가령, 조난자를 만났는데 정상 정복을 위해 혹은 내 자신의 안전을 위해 가던 길을 계속 갈 것인가, 그를 도와줄 것인가. 그는 이미 죽어가고 있고 그를 돕다간 나도 같이 죽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아직 목숨이 붙어있는데 버려두고 갈 수 있을까. 저자가 오랫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린 것도 그 때문이다. 동료의 죽음이 내 책임처럼 느껴지는 거다. 책을 읽다보면 그들 하나하나의 죽음이 다 개별적으로 안타깝다. 세월호 사건을 겪으며 뼈저리게 느낀것처럼 그것은 12명이 사망한 한 사건이 아니라 한 사람이 죽은 열 두개의 사건이었다. 정상을 목전에 두고도 포기 할 줄 알았던 세명의 대원들이 멋있어보였다. 그곳에서 눈앞에 보이는 정상을 향해 몇발자국 더 가는 일 보다 뒤돌아서는 일이 훨씬 더 어렵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백만장자 샌디 피트먼의 민폐등반은 나를 자주 분노하게 했다. 아마 이 책이 나왔을때 가장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이 책은 그날의 일을 최대한 자세히 기록하는데 힘쓰고, 이 일의 원인을 파악하거나 판단하려 하지 않는다. 사실 어떤 한가지 이유로 원인을 말할수도 또 대책을 강구할 수도 없어보인다. 영화속에 등장했던 대사처럼 이 일은 인간과 인간의 경쟁이 아니다. '인간 모두와 산의 경쟁'이며 언제나 마지막에 선택하는 것은 산이다. 에베레스트는 그만큼 냉혹하고 엄정하다.

 

"어떤 사람들은 큰 꿈들을 갖고 있고 또 어떤 사람들은 작은 꿈들을 갖고 있어. 네가 어떤 꿈들을 갖고 있든 간에 중요한 건 꿈꾸기를 그치지 않는 거란다."  더그 한센이 초등학생 바네사에게 쓴 엽서다.

65000달러나 하는 에베레스트 등반 비용을 대기 위해 목수와 우체부로 일하며 돈을 모은 더그 한센은 티셔츠를 팔아 후원금을 모아 준 근처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산을 오른다. 그리고 그는 세번째 도전인 그날의 등반에서 에베레스트에 영원히 몸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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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5-10-30 0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 이 책 있는데 아직 안 읽었습니다. 어디 쳐박힌 줄도 모르겠네요....
요거 영화로도 나오지 않았나요 ?

살리미 2015-10-30 06:46   좋아요 0 | URL
네^^ 영화 <에베레스트>가 얼마전에 개봉했어요. 저도 그 영화를 보고 이 책 읽게 된건데 훨씬 더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어서 더욱 실감이..... ㅎㅎ

붉은돼지 2015-10-30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심산의 <마운틴 오딧세이> 읽고 저 책을 구입했었던 것 같은데....물론 읽지는 않았고요....곰발님 처럼 저도 집구석에 찾아 보면 어디 있을듯 한데.....함 찾아봐야겄어요 ㅋㅋㅋ

appletreeje 2015-10-30 11:53   좋아요 1 | URL
아흑, <마운틴 오딧세이> 저도 좋아서 막 선물하곤 했어욤...^^

살리미 2015-10-30 14:02   좋아요 0 | URL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제가 고를만한 책이 아니었을텐데... 너무 재밌어서 저도 의외였어요 ㅎㅎ 갑자기 마운틴 오딧세이도 땡기네여.... 이러다 산타러 다니게 되는건 아닌지 ㅎㅎ

boooo 2015-10-30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 조금 읽다가 멈췄네요. 최근에 에베레스트 보고 책 좀 더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살리미 2015-10-30 14:07   좋아요 0 | URL
영화 보셨군요^^ 재미있으셨나요? 평소에도 사진을 통해 봤지만 영화 속에서 본 피라미드 모양의 에베레스트 정상이 참 인상적이더라고요. 영화만 봤을땐 처음에 좀 지루하다고 생각되었던 부분이 책을 읽으니 자세하게 잘 설명이 되어서 영화가 완성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는 책을 읽고 영화를 다시 한번 더 봤어요^^

물고기자리 2015-10-30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 싶었던 영화예요. 근데 영화도 영화지만 한라산을 지척에 두고 사셨다는 것이 너무 부럽습니다^^

살리미 2015-10-30 14:10   좋아요 0 | URL
한라산이 가까이 있을땐 좋은줄도 몰랐어요^^ 제주도에서는 고등학생때 무조건 한라산 등반을 한번 하는데 그때 정상까지 올라간 거 말고는 한번도 산을 걸어서 올라본 적이 없을정도니까요^^ 그래도 심심할때마다 버스를 타고 천백고지가서 차마시고 오곤 했는데 이젠 이렇게 멀리와서 자주 가지도 못하네요^^

hope 2015-10-30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고의 책!

살리미 2015-10-30 14:12   좋아요 1 | URL
그죠?? 그죠?? 저도 책 읽으며 진짜 많은 걸 느끼고 메모도 많이 하곤 했는데 막상 리뷰를 쓰려니 의외로 힘들더라고요. 아직은 제 글솜씨가 그 감동을 표현하기엔 너무나 역부족인가봐요 ㅠㅠ

린다 2015-10-30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ㅎㅎ 책진짜 스릴넘치고 재미있을거같네요! 이책을 보면서 재미도 느끼겠지만 사람에 대한 또다른 무언가를 느낄수 있을거 같습니다ㅎㅎ 리뷰 진짜 맘에들어요!! 감사합니다ㅎㅎ

살리미 2015-10-30 17:35   좋아요 0 | URL
저는 평생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 있죠... 아니 대체 왜 그고생을 하면서 거길 그렇게 올라... ㅉㅉ... , 또는 이번에 개봉한 하늘을 걷는 남자처럼 아니 대체 왜 그 높은데서 줄을 타는거야..... 하는 뭐 그런.... ㅎㅎ 그런데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그들 곁에 조금은 다가가 있는 느낌이었달까요?? 허접한 글 맘에 들어해줘서 눈물나게 고마워요ㅠㅠ
 
유학자의 동물원 - 조선 선비들의 동물 관찰기 그리고 인간의 마음
최지원 지음 / 알렙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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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이 책을 사게 됐을까? 사실 조금은 충동적으로 구입하게 된 책이었다. 열하일기를 읽으며 박지원의 문장들을 보면서 새삼 놀랐던 적이 많았기에 유학자들의 동물 관찰기라면 무조건 읽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옛 고전들을 읽기는 쉽진 않은데, 고전을 읽다보면 의외로 재미있어서 누군가가 엑기스들만 모아놓은 책을 읽으면 훨씬 수월하게 읽힌다는 점도 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의 선비들, 동물을 관찰하며 인간의 고통을 이야기하다! 라는 광고가 내 구미를 당겨 클릭을 하게 했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책을 펼쳤는데, 읽기가 수월하지는 않았다. 그리 어려운 내용도 아니고 분명히 한글로 써 있건만 주~욱 읽다가 으...응? 하게 되는 곳이 많았다. 하마터면 책을 덮을 뻔 했다. 게다가 재밌는 소설을 함께 읽던 터라 자꾸 소설책으로만 손이 가고, 이 책은 내가 돈 주고 샀으니 무조건 읽어야한다는 각오로 숙제를 하듯 하루 몇페이지씩 정해놓고 읽지 않으면 도무지 끝까지 갈 수 없을 듯 했다. (그렇다고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라서 가끔 책을 덮어버리고 싶을 때마다 희안하게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가 튀어나온다. 그렇게 결국 마지막까지 왔다.)

 

책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는 알라딘책소개에 매우 자세히 나와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오늘은 불친절한 리뷰가 될 것이다.)  내용이 아주 잘 요약되어 있어서 내가 이 책을 다 읽고나서 알라딘 책소개를 보고 아~ 이런 내용이었군! 할 정도였으니...@@

 

저자의 생각을 그때 그때 이해하려고 노력하였고, 유학자들의 동물관찰기가 아주 흥미롭기도 했지만 사실 책을 덮은 지금 저자가 무얼 말하고 싶었는지 확실히 말하기는 어렵다. 마치 수학시간에 선생님이 풀어줄 땐 잘 알겠는데 니가 나와서 풀어봐라 하면 막막해지는 느낌.... 이렇게 한계를 절감하며 리뷰를 써야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는데 문득 떠오르는 구절이 있다.

 

벌레와 짐승은 자연의 도구라는 자신의 숙명을 모른다. 도구의 숙명을 아는 아는 도구가 사람이다. 방 안에 갇힌 숙명을 아는 사람만이 자신의 방을 나와 다른 방을 구경할 수 있다. 바로 다른 짐승의 방에 들어가 보는 것이다. 벌레, 고양이, 새의 방을 끊임없이 들락날락거리며 기계의 숙명을 이해하는 것이 바로 유학자들이 말하는 '습성이 천성이 되는' 상태이자 인간성이라는 기술의 한 방법이다.(341쪽)

 

인간성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유학자들은 방 안에 갇힌 숙명을 깨달은 사람처럼 이방 저방, 즉 다른 동물들, 하찮은 미물까지 다  들여다보며 인간성에 대해 탐구를 했다. 그들의 관찰은 지금의 과학자들이 본다면 비웃을 정도로 너무나 소박하고 때론 너무나 엉뚱하지만 둥물을 관찰하며 배우는 철학은 매우 심오하고 깊다. 그나저나 방 안에  갇힌 숙명을 아는 사람만이 자신의 방을 나올 수 있는 것처럼 한계를 깨달은 나는 여기서 포기 할게 아니라 이 책 저 책 더 열공해야 하겠지....까불지 말고 더 많이 읽어라! 이 책이 내게 주는 교훈이다.

 

심오한 철학으로 포장하긴 어렵지만 나름 재밌었던 부분들을 적어보자면,

이익의 성호사설에 나오는 육식에 대한 생각은 조선의 유학자들이 육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오늘날의 채식주의자와는 또다른 입장에서 육식을 조심하는데, 무엇보다도 조선에서 소 도축을 금지하고 소를 먹지 말자고 주장했던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말똥구리에 대한 관찰로 유명한 파브르보다 100여년이나  더 앞서서 이익이 성호사설에 말똥구리의 도둑질을 관찰하고 적어 놓은 것이 있는데 이익은 말똥구리만이 아니라 온갖 동물들을 다 아우르는 정말 훌륭한 관찰자다. 그의 암평아리 이야기에서는 신성함이 느껴질 정도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감탄했던 대목 중 하나는 이덕무의 [청장관전서]에 실린 쥐의 계란 쟁탈 특공작전이다.

 

한 마리 쥐가 닭장에 침입하여 네 발로 계란을 안고 누우면 다른 쥐가 그 쥐꼬리를 물어 당겨서 닭장 밖으로 떨어진다. 그리고는 그 쥐꼬리를 다시 물어 당겨서 쥐구멍으로 운반한다. 또 병에 기름이나 꿀이 있으면 병에 올라 앉아 꼬리로 묻혀내어 몸을 돌려 그 꼬리를 핥아 먹는다. (......) 가령 한마리 쥐가 알을 안고 눕더라도 다른 쥐가 그 꼬리를 물고 끌 줄을 어떻게 아는가. (244쪽)

 

닭장에서 계란을 훔치는 쥐의 능력이 정말 대단하다. 계란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 몸으로 감싸고 몸으로 감싸느라 기동력이 없어진 쥐를 옮겨줄 다른 쥐와 협력한다. 실로 엄청난 능력이자 관찰이다.

 

리뷰를 정리하려는데 자꾸만 이 책에 정이 든다. 재미난 부분을 꼽아보자니 한도 끝도 없는데 손가락이 아파 다 못쓰니 아쉬울 따름이다. (응? 아까 분명 어렵다고 징징댔는데??)

 

정리하는 의미로 내가 관찰한 동물이야기를 하나 써보자면,

집 앞 정류소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길바닥에 떨어진 사과 한조각을 발견한 비둘기가 다가왔다. 부리로 콕콕 사과를 쪼는데 어떻게들 알고 비둘기가 한마리씩 모여든다. 세마리가 모여 사과를 사이좋게 콕콕 찍어 먹는데 어디선가 까치가 맹렬한 기세로 날아와 비둘기를 다 쫓아냈다. 그리곤 사과를 먹을 줄 알았더니 입에 물고 바로 옆에 있는 초등학교 근처 나무밑에다가 숨겨놓고 나뭇잎으로 덮어 두는 것이다. 그리고 휙~ 날아 올라서 근처 삼층 건물 옥상에서 다시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거기서 지켜보다가 먹을것이 있는 걸 감지하고 훔치러 온것이다.

우와~까치가 동네 대장이구나! 근데 그놈 참 얄밉다. 지가 먹을 것도 아니면서 비둘기들 못먹게 하려고 사과를 뺏은건가! 닭둘기라고 미움받는 비둘기도 참 살아가기 힘들겠구나. 그후 나는 까치의 못된 행태에 대해 사람들에게 이야기 해주곤 했는데 이 책을 읽다가 이익이 먹을 것을 숲속에 숨기는 까마귀와 까치의 습성을 관찰하여 적어두었다는 것을 알았다.사과를 숨긴건 까치의 습성이었던 것이다.  

 아깝다! 나도 이익처럼 "이는 내가 직접 눈으로 보고 알아낸 것이다."라고 할 수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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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10-26 0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연히 소설에서 까마귀에 대한 묘사를 해 놓은 걸 보고 완전 반한 기억이 있어요.
그 녀석이 두뇌가 엄청 좋기도 하지만 재치가..거의 사람 수준...이랄까.. (약간 오버인지 몰라도)암튼 걔들 셋이 덤비면 꼼짝없이 사람이 바보..되기 좋구나..알았네요
까치는 우리 나라만..유독 호조라..하는데..동화의 잘못된
와전이 아닐까..생각을 가끔해요. (음...어딘가의..누군가에 의한 의도적 변환 ..이랄까?)

살리미 2015-10-26 13:12   좋아요 1 | URL
저도 다큐멘터리에서 까마귀의 행동을 보고 엄청 놀랐던 기억이 나요. 그치만 제주도에 유독 많았던 건지, 아직도 어릴적 산소에 갔을때 유독 무시무시하게 들리던 까마귀들의 소리가 잊혀지질 않아요. 몇년전엔 제주4.3평화 공원에서 참혹한 심정으로 관람을 마치고 나왔는데 마당에 있던 가지만 앙상한 퐁낭(팽나무)에 까마귀떼가 모여 앉아있는게 마치 슬픈 원혼들 같아서 너무 무서웠던 생각도 드네요. 아뭏든 까마귀는 효를 아는 새라는데 그 겉모습때문에 많이 손해보는 동물임엔 틀림없어요^^ 오히려 까치는 좋은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농작물에 피해를 많이 준다고 하고요^^ 생각해보니 이것도 다 외모지상주의때문인가요? ㅋㅋㅋㅋㅋ

[그장소] 2015-10-26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이름 부터 마귀 ㅡㅎㅎ 둘다 까 ㅡ씨인데 참 이상한 일예요.
까치울면 반가운 ..까마귀울면 ..안좋은
까치야 먼저 나서지만 .
까마귀는 지켜보고 나중에 보고하듯 운다고나 할까...
그 애들은 워낙 잡식에..육식에 안가리니..
길들이거나 하면 좋겠어요.ㅋ 한마리 친구 삼아 ㅡㅡ;
비둘기도 되는데..매도 ..까치는 모르겠네요..은혜갚은 까치 말고 뭐 또 있나요? -알고보니 얘도 기억력 좋아 이런건 ..설마...
외모 지상...완전 웃음!

살리미 2015-10-26 13:32   좋아요 1 | URL
앗 ㅋㅋ 마귀 였어요!!!! 까.... 마귀!!!

[그장소] 2015-10-26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ㅡ저도 자연 사랑합니다 ㅡ동물 학대 싫어요!^^
ㅎㅎㅎ ㅡ혹 ㅡ길들이기 때문에 뭐라하시면 울..겁니다.흑!
농담을 다큐로 받으시면...

살리미 2015-10-26 13:31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이 책에 비둘기를 길들인 소년에 대한 이덕무의 글이 있어요. 이덕무의 행랑채에 살던 소년이 비둘기를 지나치게 좋아하여 옷입고 밥먹는 것조차 잊을 정도였는데 하루는 그 비둘기를 개가 물어가버렸대요. 소년이 얼른 쫓아가 비둘기를 뺏었지만 이미 비둘기는 죽어버렸죠. 소년은 매우 슬퍼하며 곧 비둘기 털을 뽑고 구워먹었는데 고기는 꽤 맛있었다고 했대요... ㅋ
유학자의 입장에서 얼마나 화가 났겠어요. 애초에 먹을 수 있는 관계에서는 친구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해요. 먹지 않겠다는 약속 하나 지키지 못할 너는 애초에 친구 자격이 없다. 비둘기의 입장에서 너는 얼마나 무서운 존재겠느냐.... 뭐 이런 뉘앙스였는데. ㅋㅋㅋㅋ 죄송하지만 갑자기 그게 생각이 나서^^

괜찮아요^^ 길들이고 사랑하는 걸 누가 뭐라 하겠어요 ㅎㅎ 먹지만 않으신다면야 ㅋㅋㅋㅋ

[그장소] 2015-10-26 13:36   좋아요 0 | URL
아...제가 까마귀 고기를 먹어야 하는 병에 걸리면..어떻하나요?!^^
일단 ㅡ제 선에선 먹을 일이 없으니...누군가 비둘기라고 속여 먹이지 않는 한 (뭥?! 그건 먹..먹는거냐?)
아무래도....
요즘 치킨 집은 확 늘고..도심의 닭둘기 들은 줄었어요......어..어딛니???!!!

살리미 2015-10-26 13:3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아.... 그런 상황을 다 고려하시다니!! 역시 그장소님이세요^^ 그럼 일단 비상용으로다가 까마귀는 길들이지 마세요.....(뭐... 뭐래니....)
치킨집과 닭둘기의 관계라.... 신종 음모론인가요???

[그장소] 2015-10-26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그건 저 아닌 다른 분들이 까마귀고길 드셔서 모른다고 할겁니다..
정치하는 분들이 자꾸 모른다고 하는 걸 보면....뭔가...음...
비상용 말고 상비용 으로...아니지..
이러다...비상식 ㅡ량 되는 게...아이구 ...

살리미 2015-10-26 13:48   좋아요 1 | URL
아.... 까마귀의 충효를 보고 배우랬더니 ..까마귀 고기를 드신 걸로 짐작되는 분들이 계시시는구만요.... 역시.... 그들다워요...
항상 모든 문제는 기 승 전 정치 ㅋㅋㅋ 일단 까마귀에게 애도를^^

[그장소] 2015-10-26 13:50   좋아요 0 | URL
아..식량문제..미래식량 문제로 우리 얘기중 아녔...쩝! (뭐..먹은..게냐!)

살리미 2015-10-26 13:51   좋아요 1 | URL
앗! 그렇죠? ㅋㅋㅋ 어제 먹은 치킨이 수상해요......

[그장소] 2015-10-26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한민국치킨대전 ㅡ할때....슬슬 조짐이..보였어..욤..
그럼 불쌍한 녀석들 위해 애도를 해야하니..니네치킨에 시킬까요?

살리미 2015-10-26 14:02   좋아요 1 | URL
ㅠㅠ 애도를 위해 니네치킨을..... 저는 프라닭으로 할게요.... ㅠㅠ

[그장소] 2015-10-26 14:04   좋아요 1 | URL
그럼 각자..취향입니까!존중해드립니다 ㅡ로...^^

꼬마요정 2015-10-26 15: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 쓰신 리뷰도 흥미진진한데 댓글은 더 재미납니다~ 까마귀에서 통닭 대전까지.. 각종 음모론에 미래 식량 ㅋㅋ 재밌게 보고 갑니다. 이 책 은근 땡기네요~~

살리미 2015-10-26 16:33   좋아요 1 | URL
그장소님이 워낙 센스넘치셔서요^^ 좋게 봐 주시니 감사합니다.
책의 내용과는 좀 동떨어지는 리뷰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제 나름대로 이해한거라서요^^

후애(厚愛) 2015-10-26 18: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댓글이 재미있어요.^^
웃으면서 읽었어요~ ㅎㅎ
책도 궁금한데 담아갑니다~
편안한 오후되시고요, 즐겁고 행복한 한주 되세요.^^

살리미 2015-10-26 19:14   좋아요 1 | URL
저도 한참 웃었답니다^^ 후애님! 맛난 저녁 드세요^^

해피북 2015-10-29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오로라님의 리뷰와 아래 재미난 댓글을 읽으니 더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ㅎㅎ 그런데 발췌해놓으신 글을 읽어보니 왜 진도가 팍팍 안나가셨는지 이해가되는것 같아요. 이 책도 일종에 번역본이라서 아마도 그런면이 있지 않았을까 싶지만, 오로라님의 글에 맛깔스러움이 또 책속에 등장하는 `이덕무` 때문에 꼭 살펴봐야겠어요 ㅋㅋ 아! 그리고 저는 만화에서만 쥐들이 꼬리로 음식을 먹는줄 알았는데 정말 꼬리를 사용해서 음식을 먹기도 하는군요 ㅋㅋ

살리미 2015-10-29 15:02   좋아요 0 | URL
동물에 대한 얘기인줄 알았는데 철학얘기였어요. 유학자들의 심오한 철학을 풀어낸 저자의 글이 제가 이해하기엔 오래걸리더군요. 이덕무의 <청장관전서>라는 책에 동물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이덕무의 얘기도 많이 인용돼요. 안그래도 읽다가 전에 책만 보는 바보를 읽고 좋았다는 해피북님 얘기가 생각나서, 해피북님 보시면 좋아하겠구나! 생각했어요^^ 갑자기 날이 추워졌어요! 감기조심하세요^^

나하나 2015-11-29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에 마음이 끌렸습니다. 읽다보니 점점 나도 모르게 자꾸 빨려갑니다. 많이 사색하게 하는군요. 감서 합니다. 또 다시 멋진 책이 나와 주기를 기대합니다.

살리미 2015-11-29 15:29   좋아요 0 | URL
읽고나서 많이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 좋은 책이겠죠? 흥미롭게 읽은 책도 덮어놓고 보면 기억이 안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책은 읽을 땐 잘 몰랐는데, 이렇게 다시 되짚어 볼 때마다 좋았던 구절들이 생각납니다. 다시금 생각해 볼 기회를 주신 댓글, 감사합니다^^
 

쑤퉁. 모옌, 위화와 함께 중국문학의 3대 작가라는데 그의 작품은 읽은 기억이 없어서 도서관에 갔을 때 찾아보았다. 이 책은 세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일단 그의 분위기를 파악하기 쉬울 듯 하여 골라왔는데, 첫 작품 <처첩성군>을 읽다보니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영화 `홍등`의 원작인거다. 소설을 읽으며 오래전 보았던 영화 속의 기억이 하나씩 떠올랐다.
처첩성군(妻妾成群)은 아내와 첩들이 무리를 이룰만큼 많다는 뜻으로 중국의 축첩제도의 현실을 표현한 말이다. 오~~ 아내의 무리라!! 부러운 분들이 많겠지만, 소설 속 천줘첸 나리는 `마누라들 때문에` 몸이 학처럼 말랐다.
소설은 네번째 부인 쑹렌이 들어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녀는 대학을 일년 다니다 집안 사정으로 그만두게 되고 계모의 권유로 첩살이를 시작했다. 그렇게 들어오게 된 천줘첸의 저택, 소설은 이 거대한 저택 안에서만 사건이 전개되고 감옥같은 저택안에서 네 명의 부인과 하인들 사이에 치열한 암투가 펼쳐진다.

예전에 영화 `홍등`을 보면서는 중국의 축첩제도가 얼마나 한심한지 정도만 느꼈던 것 같다. 저렇게 살던 시대도 있었구나. 저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게 다행이야. 일부일처제가 얼마나 고마운가!! 뭐..이정도?
아직까지도 홍등이 밝히던 붉은 빛의 인상이 강렬하고 공리가 너무 이뻤던 기억이 나지만 지금 소설을 읽다보니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바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듯하다.

일단 영화 속에서는 주인 나리가 그날 잠을 자는 거처에 홍등을 밝히는 것이 굉장한 상징이 된다. 그건 소설 속에는 없는 것이고 감독 장예모가 극적인 장치를 추가한 것이다. 홍등과 발마사지! 이 강렬한 시각적 자극과 발마사지 하는 소리의 청각적 자극은 그 자체가 권력을 상징한다. 주인 나리가 많이 찾을수록 집안에서 입김이 세지고 하인들의 태도도 달라진다.

넷째부인 쑹렌은 베이징에서 대학도 다니던 여자였지만 이 집안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집안의 분위기가 마음에 안듦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경쟁구도 속으로 뛰어든다. 바깥 세상과도 완전히 차단된 거대한 벽속의 사회에서 그들은 스스로 위로하고 도우며 살지 못하고 경계하고 침묵하고 살기를 띄고 경쟁한다. 이 모든 것을 틀어쥔 권력자인 천줘첸의 실체는 사실 이 소설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아니다. 그 권력자가 만들어 놓은 사회에서 모두가 같은 것(남편의 사랑)만을 욕망함으로써 그들은 스스로 경쟁관계에 놓이게 되고 그것은 결과적으로 남성중심의 전근대적인 권력관계를 더욱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체제안에서라면 그 누구도 행복할 수 없는데, 권력자가 허용한 것 이외의 것을 욕망하면 죽음이 기다리는데, 담장 밖을 보지못하고 체제 내에서 싸우는것. 결국 갑은 보이지 않고, 을끼리만 피터지게 싸우는 현대 사회를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
영화에서 엘리트를 상징하는 쑹렌은 이 체제를 변혁할 인물로 기대되었지만 그녀 역시 애정경쟁에 끼어들면서 결국은 추잡한 모습만 보이고 봉등(다시는 불을 못켜게 등을 검은 천으로 감싸버린다, 영화에서 묘하게 죽음의 이미지를 풍겼던 기억이 난다)을 당한다. 살아있지만 죽은 것이다. 더이상 살아 있지 못하는 그녀는 결국 미쳐버리고 만다. 아니 미치지 않으면 살아 갈 수 없는거겠지.

안타깝다. 그녀들은 왜 벽 바깥을 보지 못하고 담장에 갇혀서 자기들끼리 싸워야 했을까. 권력자가 자기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체제안에서만 사고하기 때문에 그들은 다른 대안이 없다. 영화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에서 보았던, 편의점 사장이 갑인 줄 알았더니 결국은 그도 `을`이었던, 그 싸움은 결국 을끼리의 싸움이었던게 생각난다. 축첩제를 비웃었지만 우리는 아직도 그런 사회제도안에서 살아가는게 아닌가. 마르크스가 말하길 `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싸움은 노동자끼리의 싸움이 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모두들 같은 욕망을 품고 경쟁하는게 아니라 기성의 것과 다른,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사회. 그게 가능한 사회가 진짜 건강한 사회다. 쑹렌도 첩으로 들어오면서 천줘첸의 사랑을 기대하고 온 건 아니었다. 애초에 그는 쑹렌의 욕망의 대상이 아니었는데, 다른 것을 용납못하는 분위기에서 그녀도 천줘첸의 사랑만을 욕망하며 비극은 커진다.

쑹렌을 말한다. ˝나는 여자가 대체 뭔지, 무엇에 속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개, 고양이, 금붕어, 쥐, 온갖것과 다 닮았는데, 사람하고는 닮지 않았어요.˝
이 집안에서 여자는 애완동물보다 못한 존재다. 주인의 욕망만을 위한 존재. 그건 인간적인 존재가 아닌것이다.
이 대목이 이젠 ˝나는 사람이 뭔지˝로 읽힌다. 우린 과연 사람같이 살고 있는가. 진짜 원하는 것을 보지 못하고 누군가의 소모품으로 살고 있는건 아닌가. 그 소모품끼리의 경쟁이 결국은 우리를 더 숨막히게 하는 것인데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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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10-25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글을 읽고나니 영화와 책 모두 보고 싶어집니다. ㅎ 그리구 중국문학의 3대 작가도 알게 되었어요 ^~^

살리미 2015-10-25 22:40   좋아요 0 | URL
책을 읽으며 영화 <홍등>에 대해서도 더 잘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예전에 영화를 봤을 땐 배경음악이나 화면이 매혹적이긴 했지만 왜 주인공이 미쳐버렸는지 잘 이해 할 수가 없었거든요^^

보슬비 2015-10-28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중국 소설들을 이때쯤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같은 동양권이면서도 또 다른 이질감이 느껴져 좋았던것 같아요. 그후 쑤퉁의 책들 여러권 읽다가 최근에는 찾지 않았는데, 오로라님 글을 읽으니 쑤퉁의 읽지 않은 다른책들이 있는지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살리미 2015-10-29 00:29   좋아요 0 | URL
중국 소설들이 우리와 정서가 비슷하면서도 굉장히 색다른 점이 많아서 흥미롭게 읽히는것 같아요. 저도 쑤퉁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 읽고 싶어질만큼 이 책이 재밌었답니다^^
 
혼자 책 읽는 시간 - 무엇으로도 위로받지 못할 때
니나 상코비치 지음, 김병화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결국 내게 올 운명이었다.

도서관에서 항상 내 눈에 띄곤 했는데 (아마 제목이 끌려서겠지) 이상하게도 꺼내서 펼쳐보지도 않았었다. 그저 서가에 꽂힌 것만 보고, 좋네~ 하고 말았던 거다.

알라딘에서 리뷰들을 읽고 나서야 '왜 이 책을 읽어 볼 생각을 못했지?' 했다. 이건 완전 내 얘긴데. 그제서야 나는 지구 반대편의 친구를 만나러 가는 설레임으로 이 책을 펼쳤다.

 

사랑하는 언니의 죽음으로 슬픔에 빠져 몇년동안 방황을 한 저자는 어느날, 400쪽이 넘는 <드라큘라>를 하루만에 읽고 처음으로 편안하게 잠들었다. 이것을 계기로 하루에 한권씩 책을 읽고 블로그에 서평을 올리는 '마법같은 독서의 한 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하루에 한권이라니! 일도 있고 아이도 넷이나 키우는 그녀가. 게다가 꼬박꼬박 서평까지. 주변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계획이 조만간 흐지부지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준비가 되어 있었다.

 

독서가 주는 편안함과 책 한권을 들고 내 보랏빛 의자에 앉는 즐거움을 고대하고 있었고, 그것을 일이라 규정했다. 일이라 부름으로써 그것을 신성하게 만들었다. (50쪽)

 계획을 세운 다음에는 장단점을 논의하지 않았다. 내 선택에 대해 따지느니 그럴 시간이 있으면 그 선택을 실행하는 데 쓰는 편이 낫다.(51쪽)

 

 주부가 독서에 많은 시간을 낸다는 것은 이런 결단이 없으면 사실 불가능하다. 하루종일 집에 있으면 굉장히 시간이 많을 것 같지만 특별히 일한 티가 나지도 않는 자잘한 일들 때문에 늘 정신이 없다. 독서도 일이라 생각하고 무조건 시간을 내지 않으면 한페이지도 못읽고 지나는 날들이 많다.

 

내가 독서를 내가 할 일로 규정하고 몰입해서 책을 읽기 시작한 건 3년전이다. 그전에도 늘 책을 읽는다고는 했지만 독서를 우선순위로 두지 않으면 한달에 한 권 읽기도 힘들었다.

항상 책을 좋아해왔다고 생각했지만 몰입독서를 하고서야 내가 너무 책을 안읽었구나를 뼈저리게 느꼈다. 고등학교때까지는 입시준비하느라, 대학가서는 놀러다니느라, 직장다니면서는 힘들어서, 신혼때는 살림의 재미에 빠져서, 아이를 낳고부터는 아이들을 키우느라 나는 점점  책 한권 온전히 읽기 어려운 사람이 되어버렸다.

 

내게 딸과 아들이 생기고 나는 전업주부가 되었다. 이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한 순간도 내 눈으로 보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모든 순간을 기억하고 세상 모든 경험을 같이 하리라. 우리는 셋이 하나처럼 똘똘 뭉쳐서 같이 놀고 같이 공부하고 같이 책을 읽었다. 그렇게 평생 행복할 줄 알았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었다. 딸아이는 무던하게 지나가서 사실 잘 몰랐다. 그저 가끔 혼자 우는 날이 있었는데 엄마가 아는 것을 원하지 않는 정도였다. 아들은 좀 심하게 사춘기가 왔다. 이제 생각해보니 아들의 성향은 딸이나 나랑 맞지 않아서 그동안 좀 힘들었었나보다. 걔는 활발하고 가만히 있는 것을 못 참는 아이였는데 놀때는 좋지만 책을 읽어야 할때는 나름 힘들어도 참았던 것이다. 착한 아이라 내색을 안 했을 뿐. 그러다 나라를 지킨다는 중2가 되니 학교가 끝나도 늦게까지 안들어오고, 당연히 늘어가는 내 잔소리에는 노골적으로 귀를 막았다. 나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너는 그러면 안되는거 아니냐. 나는 그래서 섭섭했지만 그 말은 아이에게는 더 힘들었을 것이다.

 

야단을 치기도 하고 달래보기도 하다가 나는 결국 문제를 나에게서 찾아보기로 하고 어느 순간 책을 펼쳤다. 하루 종일 모든 일을 접고 책만 읽었다.  늘 괴로웠던 마음이 이상하게 편해지고 내가 편안해지자 식구들이 모두 좋아했다. 그날부터 내 독서도 '일'이 되었다.

 

몰입독서 첫 해에는 하루에 몇시간씩을 무조건 독서에 할애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나면 대충 집안을 치우고 거실 한쪽에 마련해 놓은 내 독서공간(독서실 책상을 하나 들여놓았다)에 앉아 책을 읽는다. 엄마들의 커피 타임이나 운동을 가던 시간이 점점 독서 시간으로 바뀌었다. 안 읽던 책을 읽으려니 몰입이 어려워서  책에 밑줄을 긋거나 베껴쓰기를 하면서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책도 아이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온전히 나만을 위한 책을 골랐다. 그때쯤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인문학 서적들이 도움이 됐고, 독서 팟캐스트들을 들으며 책과 친해질 수 있었다. 그 해 백권 가량의 책을 읽었다.

 

아이들에게 관심을 끊은 것은 아니지만 무얼하든 잔소리는 하지 않았다. 독서의 힘이다. 조언을 구할 때에는 성심껏 도와주지만 내가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일은 없어졌다. 딸은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고 스스로 알아서 잘 했는데 아들은 그걸 역이용했다. 잔소리가 없으니 기분좋게 늦게까지 놀다 들어왔고, 책도 점점 놓아버리고 컴퓨터 게임에 빠졌다. 솔직히 섭섭한 마음이 없진 않았지만 착한 아이니까 언젠간 돌아오겠지, 자기 할 일을 찾겠지, 만약 안그렇더라도 지금 행복했으니까 괜찮다 생각했다. 책을 읽다보니 위로가 되었고 '이게 다 너를 위한 잔소리'가 너를 위한게 아니고 나를 위한 거였다는 걸 깨달았다.

 

몰입독서 둘째해에는 첫 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해 첫날 계획을 세웠다. 내가 읽은 책에 대해 꼬박꼬박 노트에 리뷰쓰기! 뭔가 자취를 남기고 싶어서였다. 둘째해에도 백삼십권 정도의 책을 읽었고 독서노트가 다섯권이 생겼다. 가끔씩 아들과 의견이 안맞기도 했지만 이제 내공이 생겨서 나도 아들을 이해하고 아들도 조금은 편안해졌다. 사춘기친구들이 자기엄마를 '미친년'이라고 부를 때 아들은 '우리 엄마는 그러지 않아'라고 나를 변호해준다는 것도 친구 엄마를 통해 들었다. 그거면 됐다고 생각했다.

 

올해는 몰입독서 삼년차다. 그사이 살이 많이 쪄서 올해는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대신 딸이 고3이 되었고 아들도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마음을 다잡고 공부를 하겠다고 누나랑 같이 독서실에 있다가 늦게 오니까 저녁시간에 많은 시간이 생겼다. 북플을 알면서부터 알라딘 서재에 리뷰를 올리기 시작한게 올해의 변화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 계획이 하나 생겼는데, 내 책장에 있는 책읽기를 목표로 해야 겠다는 것이다. 읽겠다고 사놓고 못읽은 책들이랑 남편의 책들, 시간이 많이 걸려 엄두를 못내던 고전들을 작정하고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알라딘 굿즈가 유혹을 해도, 신간이 유혹을 해도 일년만 참아보자, 서재 다이어트를 해보자 하는 계획이 생겼다. 계획이 섰으니 또 밀어붙일것이다.

 

내게 독서의 한 해는 요양원에서 보낸 한 해였다. 그것은 내 삶을 채우고 있던 건강하지 못한 분노와 슬픔의 공기에서 격리되어 지낸 1년이었다. 그것은 책의 언덕에서 불어오는 치유력을 가진 미풍 속으로의 도피였다.(279쪽)

책으로 채워진 1년간의 집행유예 기간 동안 나는 회복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 회복단계를 넘어서 다시 생활로 들어가는 방법도 배웠다.(279쪽)

 

책을 읽으며 '이 사람 참 나랑 비슷하네' 하는 생각을 하는 건 참 좋다. 나랑 같은 사람이 있다니 외롭지 않고 그때의 마음을 멋진 문장으로 잘 표현해 준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행복했다.

 

나는 평생동안 책을 읽어왔다. 또 읽어야 할 필요가 가장 컸을 때 책은 내가 부탁한 모든 것과 그 이상을 주었다.(280쪽)

 

내가 책에 감사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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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3 10: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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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3 11: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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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3 10: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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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3 11: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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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3 11: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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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3 11: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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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10-23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나 상코비치 책 만큼이나 오로라님의 이 리뷰도 마음에 와닿네요. 책에 몰입하게 되는 계기가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순탄한 시기보다는 좀 힘든 시기일때가 많은가봐요.
일년에 백 삼십권 읽는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저도 연말에 늘 느끼는데요.

살리미 2015-10-23 12:31   좋아요 0 | URL
그땐 누군가를 만나면 더 상처가 되는 일들이 많아서 혼자 책을 읽는게 가장 좋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냥 읽는게 아니라 니나 상코비치처럼 몰입하는것, 그게 필요하단걸 저도 느꼈거든요. 억지로라도 하루 최소 네시간은 책을 읽자 다짐했고, 실천 못한 날은 막 조급해지기도 하면서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점에서 위로를 받았어요^^ 이젠 몇 권 읽는다는 목표보다는 깊이있게, 잘 음미하며 천천히 읽으려고요.

물고기자리 2015-10-23 14: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 책장에 읽지 않은 책은 다섯 권 미만으로 두는 것을 늘 지켜가고 있어요ㅎ 한 번에 한 권씩만 읽는 성향이라 그 정도의 여분이면 안심할 수 있더라고요^^ 읽은 책들이 계속 쌓이면 소장하고 싶지 않은 책들을 골라 일 년에 한 번씩 정리를 했었는데 리뷰를 쓴 책들엔 애착이 생겨버려서 계속 간직하게 될 것 같아요ㅎ

제 주변의 현실 사람들은 읽는 걸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드물어서 책 이야길 하거나 듣고 싶어도 충분히 할 수 없어 늘 아쉬웠는데 어느 날 발견한 북플을 통해 읽는 사람들을 발견하곤 도서관 하나를 통째로 얻은 기분이었어요. 책과 관련된 모든 이야기들이 책을 읽는 것만큼 풍요롭고 좋은 것 같아요. 게다가 읽기에 대한 갈증이나 애정을 공감할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살리미 2015-10-23 17:36   좋아요 1 | URL
맞아요. 저도 물고기자리님과 같은 마음이랍니다. 첨에 북플을 깔았을땐 그저 읽은 책 체크나 하려는 마음이었는데 여기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정말 보물을 건진 느낌이 들었어요. 혼자 책 읽기가 좀 지칠때가 있거든요. 그럴때 얘기 할 사람이 있다는게 너무 행복하죠. 제가 원래 SNS 잘 안하는데 북플은 매일 들어오게 되는 이유가 좋은 사람들 때문이에요^^
저도 앞으론 꼭 책장에 있는 책 다 읽기 지켜나가려고요! 이렇게 발표해 버렸으니 어떻게든 되겠죠?^^

cyrus 2015-10-23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로라님은 하고 싶은 일을 끝까지 하시는 실천력 좋은 분이시군요. 부럽습니다. 저는 계획만 세우고는 1년 넘지 못하고 포기한 적이 많았거든요. 예전에 여유로운 시간이 많았다는 이유만으로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 게 후회됩니다. 오로라님의 글을 읽으면 제 자신의 마음에 대해서 반성할 수 있었습니다.

살리미 2015-10-23 17:31   좋아요 0 | URL
저도 실천력이 좋은 건 아니에요^^ 고수님들이 많은데 너무 부끄럽네요^^ 다만 그땐 제딴엔 절박해서 여기에 에너지를 쏟아보자 하는게 있었고요~ 그렇게 일년이 지나니 제 자신이 많이 달라져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