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 - 그해, 내게 머문 순간들의 크로키, 개정판
한강 지음 / 열림원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차에 두고 간단히 읽을 책을 고르다 이 책이 손에 잡혔다. 한강이고, 읽은지도 한참 되었고, 읽었을 때 좋았었다는 기억도 있고... 무엇보다, 나에게 한강이라는 작가를 소개해 준 지인이 2003년 (이 책의 초판이 처음 발간된 해다.)에 읽은 책들 중 가장 좋았던 책으로 꼽았던 책이지만 막상 나는 좋긴 했지만, 그렇게까지? 하는 의아함을 느꼈던 것을 아직도 찜찜하게 기억하고 있던 책이기도 했다.  

판형은 작은데 활자가 크고, 짤막짤막한 에세이라 차 안에서 잠깐잠깐 읽기 좋겠다고 들고 내려가 차 안에서 다시 펼쳐든 이 책을, 나는 차에서 내릴때 도로 손에 들고 나와 끝까지 읽어버렸다.  

헉... 나는 도대체, 2003년 11월 1일(이 책을 처음 읽은 날, 책 면지에 기입해 뒀다.)에 뭘 읽은거지? 그래, 내용과 그 사람들은 그대로 선연하게 기억이 나지만, 알고 있던 이야기가 전혀 다르게 와 닿는 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이 책의 서문에서 한강은 말한다.  

   
 

한동안 망설였다. 4년여의 시간이 흘러, 아무래도 이 글들을 나의 것이라고 이름 붙일 수 없었다. 그렇다고 고쳐 쓸 수도 없었다. 생각과 감정의 틀 자체가 변해, 아예 차음부터 다시 쓰거나 쓰지 않거나 둘 중 하나였다.
그렇게 여러 날의 여러 마음 끝에 결국 이렇게 책을 묶게 되었다. 최종 원고를 보내기 위해 오래 전의 나와 조우한 며칠동안 나는 좀 어리둥절했다. 이런 나도 있었구나. 꽤 밝았구나. 마음이 가볍고 담담했구나. 단순하고 낙관적이었구나. 심오할 것도 무거울 것도 없이. 고통스럽게 파고들어간 자기 응시의 흔적 없이.
p. 4 

 
   

한강이 서문에서 밝힌 그 말은 오늘 이 책을 읽을때의 딱 나의 마음이기도 했다. 

생각과 감정의 틀 자체가 변해버렸다는 느낌, 이 책을 밝고 화사한 색채로 기억하고 있었던 나에 대한 어리둥절함. 뜻밖이다. 이 책의 저자인 한강조차,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을 쓸때의 자신을 "꽤 밝았"고 "마음이 가볍고 담담" 했다고 말하는데 막상 이 글을 읽는 나는 이 글들이 너무 아팠다.  

이 책이 무겁고 우울하지는 않다. 그건 아마 이 책이 한강의 내면을 그대로 드러내 주는 책이라기 보다는 이 책의 띠지에 적힌 말 그대로 "내게 머문 순간들의 크로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때 누구를 만났고 무슨 일이 있었고, 내가 만난 사람은 어떠한 사람이고.. 하는 것들을 자세한 묘사가 아닌 크로키 하듯 그려나간 글들. 글의 대상이 한강의 내면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역시나 연필을 잡고 있는 손은 한강의 것이다. 대상을 한강식으로 해석하고 그려낸다.  

한강의 눈으로 들어와 손을 통해 나온 인물들은 모두가, 엷은 슬픔이 묻어있다. 그리고 그 엷은 슬픔에도 그들은 강하려고 노력한다. 냉정하지만 연약하고, 슬프지만 강한 사람들의 이야기. 고작 160 쪽에 판형은 작고 글씨는 큰 이 책은, 어쩌면 나의 2010년의 책이 될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너무 없어. 언제 이 책들을 다 읽지? 언제 이 영화들을 다 보지? 언제 내가 쓰고 싶은 글을 다 쓰지?"
p. 48 

 
   

내 말이!!! 

 

Ps1. 오늘 새삼 느꼈다. 역시 책은 구입해서 짱박아 둘 가치가 있는 것이다. 예전에 읽었던 책을 새로 읽고 전혀 다른 느낌을 받을때의 그 기분은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 

ps.2. 한강이 이 책을 쓰게 되었던 배경인 아이오와 대학 주최의 국제창작 프로그램(IWP)에 참가했다가 그때의 일들을 기록으로 남긴 작가로는................................... 김연수(여행할 권리 or 청춘의 문장들)와 무라카미 하루키(일상의 여백) 라고 쓰려 하였으나, 지금 책을 들춰 확인해보니 그 세권의 책에서 IWP에 관한 문장을 못찾았다. -_-;;; 김연수는 중국의 대학이고 하루키는 프린스턴 이란다. 에혀. 나 점점 바보가 되어가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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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해피 스마일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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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 이라는 게 시기를 탄다. 특히 일상을 소소하게 다룬 에세이집의 경우엔 더 그런 것 같다. 어떤 책은 특정한 시기에 읽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의 느낌이 전혀 달라진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한국에서 꽤나 유명하고 인기있는 작가이지만, 개인사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바나나도 그렇고 가오리도 그렇고 내가 기억하고 있는 한 거의 10년째 똑같은 사진을 써 먹고 있다. 이건 바나나와 가오리의 바램이 반영된 것인지 소담출판사와 민음사의 의지가 반영된 것인지 잘 모르겠다. 하여간. 동그란 안경을 쓴 담백한 얼굴의 바나나는 그 얼굴과 작가의 약력 외에는 별로 알려진 것이 없다. 보통은 소설을 읽다보면 작가의 개인사를 추론해 낼 수 있게 되거나 소설 외에 몇권의 에세이집으로 작가를 추측할 수 있게 되는데 바나나는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 도대체 그 뜬구름 잡는 이야기들로 작가의 성장 배경을 추측한다는 건 어불성설이었고, 그래도 몇권의 에세이집을 한국에서도 번역 출간했던 가오리와는 달리 바나나는 이번이 처음(내가 아는 한은) 에세이집이다.  

아마, 바나나의 팬이라면, 바나나의 개인적이고 소소한 일상이 그려지는 에세이집이라는 말에 혹했을법 한데, 막상 읽다보면 실망을 했을 것 같다. 이 책은 에세이집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보통 에세이집에서 상상하는 내면의 표출같은 건 거의 없다. 그야말로 사소한 일상의 나열이다. 바나나의 소설들이 그렇듯 담백하고 단순하다. 이 책으로 작가의 내면을 짚어본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바나나라는 이름을 배제해 놓고, 그냥 이 책을 읽는다면, 더구나, 만 3-4세 가량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읽는다면, 이 책은 너무너무너무너무 재미있다. 바나나의 아들이 하는 말과 행동을 내 딸도 했다. 소설가 엄마를 가진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일상은 묵정밭이다. 문학이라는 것은 그 묵정밭에서 잡초를 뽑아내고 화초만을 남겨두는 것이다. 바나나는 바로 그 일들을 했다. 아이의 성장과정에서 일어나는 그 수많은 일들중에 보석같은 순간들을 잡아내어 글로 옮겼다.  

육아 이야기는, 육아 당사자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화제이고 그 외의 사람들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지루한 주제중의 하나가 된다. 도대체 아이가, 오늘 엄마! 라는 말을 했다고 꺄악 꺄악 소리를 지르며 박수를 치고 흥분해 온 동네에 전화를 돌려 대는 걸, 이해할 수 있는 건 오직 엄마라는 말을 하기 시작하는 아이를 둔 엄마밖에는 없다. 하지만 육아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 대고 있는 사람은 그런 말을 하지 않을수가 없다. 한템포만 물러서면, 이게, 내 새끼라서 이쁜거지, 라는 걸 알고 있지만, 내 새끼는 나나 이쁘지 남은 안이쁘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순간순간 튀어나오는 그 이야기들.  

이 책은 그 육아 수다의 욕구를 채워준다. 아이고 바나나씨 당신 아들은 두살이 지나서야 엄마소리를 했구먼요? 호호호호호, 내 딸은 9개월에 했다오. 아이고 데이고... 

아이를 키우고 있는 당신, 육아 우울증에 걸렸을지도 모르는 당신, 당신에게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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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절로 2010-07-17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나나,가오리..저는 별로였어요.
샤워하고 막 나온 듯한 단아한 언어들은 매력적이었지만
무지막지한 제게는 웨엔지 흰죽도 못 얻어 먹은 것 같이
'힘달가지?'가 없어보였거든요.(나 이러다 그녀들 팬들에게 생매장?)

킁..그런 바나나가 육아라..급 궁금해지는데요.^^


아시마 2010-07-20 19:37   좋아요 0 | URL
네, 힘달가지 없어보였다는 표현 동의해요. 너무 무기력하죠, 주연급의 인물들이 모두가. 오히려 조연급에서는 강한 인물이 몇몇 나오기도 하는데요. 게다가 인물들만이 아니라 사건도. 님은 "힘달가지가 없어" 라고 표현하고 저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 라고 표현했지만 결국 같은 맥락일거예요.

그런 바나나가 육아도 하던데요, 육아자체는 굉장히 흠. 평범했어요. 그야말로. 단지 남편, 즉 아이 아빠와 정식 결혼을 하거나 한 건 아닌 것 같은 구절이 한두군데 나오더군요. 남편은 뭐하는 사람일까 궁금했어요.

아. 저의 이 아줌마스런 호기심이란. -_-;;;

blanca 2010-07-18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오리 사진 10년 ㅋㅋㅋ 너무 동감해요. 저는 최근 모습 보고 허걱했어요. 냉정과 열정사이 그 띠의 사진 보고 정말 대단한 미인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육아,맞아요. 관심없는 사람들한테 세상 지루한 주제일텐데...저는 바나나의 책은 한 권도 못읽어 봤어요.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아시마 2010-07-20 19:43   좋아요 0 | URL
오호, 정말요? 전 개인적으로 가오리보단 바나나가 더 취향에 맞아요. 바나나를 좀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가오리가 여성적이라면 바나나는 동화적이죠. 유아적인면도 강하고.

ㅋㅋㅋ 가오리 최근모습, 음, 한국 강연회였는지 뭐 그런거 왔을때 보도사진 보신거죠? 저도 완전히 뜨아아아아아아아아 했잖아요. 저 머리 산발한 아노세이메이 적인 용모의 아줌마는 누군가 했다니까요. 저 쑥대머리 귀신형용 아줌마가 그 냉정과 열정사이의 그 콧대가 오똑하고 턱선이 단정했던 그 사람이라니, 음음음, 이건 아무래도 말이죠, 출판사의 농간임이 틀림없다고 결론 내렸잖아요. 사실 가오리의 그 사진에 속아서 등장인물을 가오리의 외면에 겹쳐놓고 책을 사거나 읽은 사람들 많을걸요.

공지영 <괜찮다, 다 괜찮다>에 보면 그런 말이 나오더라구요. 사람들이 자기 외모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한다고. 지가 이쁘다고 주인공도 죄다 이쁜 여자로만 묘사를 한다고, 그런데 왜 가오리의 외모는 이야기를 안하느냐고, 가오리도 예쁜데 사람들이 왜 욕안하는지 모르겠다... 뭐 그런 이야기를 하던데,

흠, 공지영은 진짜로 예쁘고 가오리는 사진만 예뻐서 그랬나 봐요, 라고 대답해주고 싶은 충동이. ㅎㅎㅎ
PS. 근데 전 공지영씨가 별로 이쁜줄을 모르겠어요. 왜 그렇게 이쁘다 이쁘다 자기 외모 이야기를 스스로 많이할까 싶어요. 예쁘장한건 알겠지만 나 외모 이쁜걸로 너무 갈굼받고 살아서 슬퍼, 라고 말하기는 좀, 민망한, 얼굴이잖아요? -_-;;;

마녀고양이 2010-07-20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바나나가 이런 책도 썼군요..
저는 한때 바나나와 가오리에게 홀랑 맛이 가서 줄창 읽어댄 기억이.

그런데여,, 바나나, 가오리,, 이거 우리말로 이름이라 생각하면 정말 웃기잖아요? 과일과 생선... ㅋㄷㅋㄷ. 첨엔 혼자 피식거리면 읽기 시작했더랍니다.

아시마 2010-07-20 19:48   좋아요 0 | URL
이 책 처음 나왔을때 완전 핫 이슈였잖아요. 책 내용으로 이슈가 아니라, 책은 정말 어른 손바닥만한데다가 페이지수는 228페이지인데 가격은 무려 만오천원이라고, 욕을욕을 그렇게 들어먹은 책일걸요, 아마. 저도 무지 욕했지만요. ㅎㅎ

바나나는 어차피 진짜 과일 바나나를 염두에 두고 지은 이름이니까 뭐, 가오리는 처음엔 좀 난감했다지요. 하.하.하.

저절로 2010-07-20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떼굴떼굴.마녀님 공분안하세요?

blanca 2010-07-22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시마님~ 저랑 생각이 넘 똑같아요. 저도 공지영 이쁜 줄 모르겠어요--;; 그런데 본인이 자꾸 이쁘다고 ㅋㅋㅋ 아무래도 아직 문단에 초절정 미녀가 없어서 그런 거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그런데 아노세이메이가 뭐예요 ㅋㅋㅋㅋㅋ 제가 함 찾아 볼게요...아시마님이랑 저랑 느끼는 점들이 너무 같을 때가 많아서 깜짝 깜짝 놀라요!

아시마 2010-07-22 16:38   좋아요 0 | URL
아노세이메이는 일본 소설이자 영화 <음양사>에 등장하는 음양사예요. 우리식으로 치면 퇴마사 또는 무당쯤 될라나. 아 교코쿠도 시리즈의 교코쿠도가 이 음양사예요. 이 영화에 보면 머리를 풀어헤치고 머리에 촛불9개를 끼운 관을 쓴 미친여자가 한밤중에 신사 앞에 나타나 신사벽에 못질을 하는 그런 장면이 있거든요. 가오리 보도사진보고 제일먼저 떠올랐던 장면이라... ㅎㅎㅎ

음음, 문단에 초절정 미녀는 몰라도 공지영급은 찾아보면 꽤 되요. 정미경도 나름 곱살한 얼굴이구요, 전경린도 나쁘지 않은 얼굴이고, 심윤경도 단정하고 예쁜 얼굴이예요. 하성란도 있고요. 공지영과 차이라면, 이 사람들은 자기 얼굴타령을 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 아, 그러고보니 조경란도 얼굴로 좀 유명해요. 조경란 관련 기사들에보면 빠지지 않고 얼굴관련 이야기가 나오죠.

아니, 나는 진짜, 공지영이 얼굴 이야기 하면 내가 다 좀 민망해져요. 막 그런거 있잖아요. 진짜 당황스럽다니까요. 자기가 예뻐서 이같은 괴로움을 겪고 있는거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는 사람한테, 저기요, 님하? 건 좀 아닌듯? 이럴순 없잖아요? 아마... 그녀가 미녀작가로 여튼저튼 행세를 하는 건, 다들 저와같은 심리의 발로이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 단체로, "님하, 건 좀 아닌듯?" 이라고 메일이라도 보내볼까요? ㅎㅎㅎㅎㅎㅎ 그럼 역시나, 아, 나 너무 이뻐서 이런 메일도 받아요, 이러고 나올듯. -_-;;;
 
못된 장난 마음이 자라는 나무 22
브리기테 블로벨 지음, 전은경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다 이해할 수 있는 건 당연히 아니지만, 아니 오히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주의 사람이란 극히 제한적인 것이 당연하겠지만. 

그래도 내가 도저히 이해 못할 범주의 사람은 특정인에 대한 안티들이다. 그들은 주로 인터넷의 닉네임과 유동 아이피 뒤에 서식하고 있다.

물론 나도 푸른지붕 쥐색을 싫어하고, 수첩공주는 지나가다 뉴스에서만 봐도 밥맛이 뚝 떨어지며, 아무 이유없이 주는 거 없이 싫은 연예인이 있다. (하긴, 나는 언젠가 "주는 거 없이 싫은" 감정은 질투의 다른 표현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렇다고 내가 노홍철을 질투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흠.) 정치인은 차치해두고, 정치인을 싫어한다는 감정은 우리의 현실 생활에 너무나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기 때문에 넣어둬 넣어둬 라고 대충 무시해서는 안된다. 싫다면 싫다는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해야한다고 본다. 더 좋은 방법은 정치인 누군가에 대한 지지를 명확하게 드러내는 것이겠지만. 어떤 의미에서도 안티로 뜻을 이루기보다는 지지로 뜻을 이루는 편이 좋다. 

차설, 연예인의 이야기로 돌아가 본다면, 나는 몇몇 연예인이 고정으로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다. 버라이어티 쇼에 그 연예인이 나온다면 채널을 돌린다. 신문 기사에 그들의 기사가 나와도 보지 않고, 정확히는 그들이 뭔 짓을 하고 사는지 관심을 안둔다. 두기가 싫다. 나쁜짓을 했다는 신문기사에 그래 넌 내가 상상한 딱 그만큼이구나, 라고 고개를 끄덕일 정도의 열정도 없다.싫어하니까, 그에 관한 기사를 읽거나 소식을 듣는 것도 고역이다. 착한 일을 했다는 소식에도 별반 관심을 두지 않지만, 그래도 걔 의외로 괜찮은 놈이더라?(이게 언론플레이일지라도 말이다.)라는 말에는 흠, 그래? 라고 마음을 돌려 싫어했던 마음을 지울 정도의 아량도 있다. 오오오. 나 너무 착한거 있지. 

그래서 나는 잘 이해가 안되는 것이다. 싫다, 싫다 외치면서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추적하여 하나하나 꼬투리 잡아 욕을 하고 그걸 글로 써서 인터넷에 올리기까지 하는 그 정열을. 이건 마치... 얼핏봐서는 초등학교 남자아이들이 관심을 괴롭힘으로 표현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구. 물론, 초등학교 남자아이들의 괴롭힘은 애교스러운데가 있고, 인터넷 안티의 행위는 애교라고는 조금도 없다.  

부처님이 그랬다는데. 사랑하지 말아라. 보지 못해 괴롭다. 미워하지 말아라, 봐서 괴롭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지 못하는 괴로움은 그리움이라는 감미가 섞인다. 하지만 미워하는 사람을 봐서 괴로운 감정은, 이건. 그야말로 순수한 괴로움이잖아.

그렇게 싫으면 보지 않아야 정상아닌가.  

한때 내가 열심히 들락였던 여성 커뮤니티의 익명게시판에는 몇몇 연예인에 대한 끈질기고 지치지도 않는 안티가 있었다. 그들의 레파토리는 변하지도 않아서, 닉네임조차 보이지 않는 익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 그때 그 사람이구나, 쉽게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정도의 정열적인 미움은, 사적인 원한관계가 있어야만 생길수 있지 않을까 싶을만큼 질기고 집요한 욕질이었다.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것도 보통의 에너지로는 감당이 안되는 일인데.  

이 이야기를 돌려서, 안티질을 하는 사람을 중심에 두는 것이 아니라, 안티의 대상이 되는 누군가를 중심에 두고, 관점을 바꾸어보면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제3자의 입장에서 흠, 이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군, 하고 power off 하고 끝낼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이다. 우리는, 안티를 하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 라고 넘어가야 할 것이 아니라 안티를 당하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 책은 그 안티의 대상이 되는 사람의 이야기다.

누군가가 나를 미워한다. 그런데 나를 미워하는 그 사람은 허상이다. MR. blog씨 같은 완전한 제로는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한 실체도 아닌, 일종의 그림자나 입김같은 실체다. 있기는 있으나 맞붙어 싸울수가 없다. 형체를 가진 나는 상처를 입지만 그림자는 상처입지 않는다. 상처입힐 수 없다. 미움을 받는 나는 온전한 실체인데, 나를 미워하는 너는 그림자인 것이다. 물론 캐고들어가면 본체를 찾을 수 있겠지. 하지만 찾기까지란 너무 지난한 일이고, 너를 찾기 전에 나는 이미 상처입고 있다.  

 수순은 똑같다. 처음에는 분노하고, 그 그림자를 만든 몸뚱아리를 찾으려 한다.  

   
 

이들 중에 누가 '강철 심장 왕자' 일까? 흰 셔츠에 빨간 나비넥타이를 매고 뛰어다니는 레나르트인가? '섹스 피스톨'은 또 누굴까? 남자아이일까, 아니면 여자아이일까?
- p. 192 

 
   

그림자의 실체찾기는 당연히 실패로 끝나고, 다음 수순은 미움의 원인 찾기와 제거로 들어간다. 이쯤되면 이미 집요한 공격으로 자아는 파괴되어 판단이 흐려졌다고 보아야 한다. 안티의 원인은 언제나 안티쪽에 있다. 그 원인을 이쪽에서 찾으려고 노력하니 매번 틀린 답만 내놓게 되는 것이다.  

   
 

혹시 좋은 옷을 입으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 
오로지 비싸고 멋진 옷을 입어야만 사람 취급을 받는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찼다.
- p. 218 

 
   

그 불가능한 노력은 얼마나 눈물겨운가. 하지만 밟아도 밟아도 밟히지 않는 존재에 대한 증오는 점점더 커져가게 마련이다. 인간이란, 집단의 가면 뒤에서는 얼마나 어리석고 잔인한 존재인가.  

   
 

이런식의 정신적인 폭력은 소량의 독이 담긴 음식을 매일 먹는 것과 같다. 한두 번은 몸이 정화해 낼 수 있다. 그러나 독이 오랫동안 몸속에 쌓이면 나중에는 쓰러질 수밖에 없다.
- p. 242 

 
   

이런식의 집단의 괴롭힘은 한도가 없다. 마치 컴퓨터 슈팅게임 처럼, 한단계를 지나면 또 한단계가 나오고, 괴롭힘의 대상이 강해질수록 강도도 점점 세어진다. 그 게임의 끝을 보려면 대상이 끝장이 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공격에 대한 죄책감은 모두가 함께 나누어 가진다. 마치, 군대 총살형에서 실탄은 단 한방이지만 아홉명의 사수가 총을 들고 누구의 총에 실탄이 들어있는지는 누구도 모르는 것처럼. 아홉명 모두가 내 총은 공포탄이었을거라고 굳게 믿는다. 처음엔 그저 험담이었고, 그 다음엔 가짜 합성사진이었으며, 마지막은 실제의 사진이었다. 누구나, 나는 그저 한줄 답글을 달았을 뿐이고, 나는 그저 침묵했을 뿐이며, 나는 약간 웃을 뿐이었다. 나의 책임은 딱 거기까지라고 믿는다.   

그리고 주인공 스베트라나는 정말로 끝장이 난다. 그리고, 아마도. 스베트라나가 끝장이 난 것에 대한 책임은 누구도 지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저 사진을 올렸고, 나는 그저 웃었고, 나는 그저 답글 한줄, 나는 그저 외면했을 뿐. 그 이상의 책임을 묻는 것은 나도 억울하다.  

이런 이야기를 읽으면 가슴이 답답해온다. 물론 이 책은, 청소년 소설답게 해피엔딩을 보여준다. 우리의 똑똑한 스베트라나는 건강하게 다시 일어섰고, 다시는 누구도 그녀를 괴롭힐 수 없겠지만, 제2 제3의 스베트라나는 어디에나 존재할 것이고 그 중 누군가는 자기 자신을 파괴하는데 성공할지도 모른다. 우리의 진실 언니처럼.  

난 정말. 궁금한 게. 그들의 심리다. 누군가를 그렇게 집요하게까지 따라와 괴롭힐 수 있는. 하지만 책은 언제나 피해자의 시선에서만 쓰인다. 왤까. 누군가 가해자의 입장에서 글을 한번 써 봐 줬으면 좋겠다. 읽고 좀 이해라도 해 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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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찬란한 나날
조선희 지음 / 실천문학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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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한참 읽다 문득, 2002년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이었던 정미경의 《장밋빛 인생》이 떠올랐다. 더 정확히 표현을 하자면, 그 책의 뒤 추천사가 실린 부분에 있던 심사 위원의 심사평이 떠올랐다. 이청준의 평으로 기억을 하고 있었는데 확인해보니 김화영이다. 김화영의 심사평은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이 작가의 글 솜씨는 노련하다 못해 눈부시다. 그래서 때로는 이 화려함의 광도를 다소 낮추었으면 싶을 정도다." 

(아니다, 내 기억속의 어딘가에서는 분명, 이청준 선생님이 정미경의 소설에 대해서 지나치게 계산을 해 너무 꽉 짜여 있다는 것이 오히려 단점이라는 말씀을 한 일이 있다고 말한다. 도대체 어느 소설에 대해서 언제 말씀하신거지? 이상 문학상 수상작에 대해서 하신 말씀인가 하고 찾아보니 그것도 아니다. 아 환장해. 이청준 선생님이면 동인상 심사위원이니까 그쪽을 뒤지나... 조선희 리뷰쓰다 말고 웬 정미경 뒤지기냐고. ㅠ.ㅠ 덴당. 일단 다시 조선희로 돌아가자. 자자자자. 

김화영의 정미경에 대한 이러한 평가는 2006년 출간 단편집 <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에 또 한번 실린다. 정미경의 글에 대한 김화영 선생님의 평가에는 대체로 나 역시도 동의하는 편이지만, 나는 사실 그런 느낌을 정미경의 글에서 보다 조선희의 글에서 더 많이 느낀다. 

조선희, 라는 이름은 일반독자(?)에게는 약간 낯선이름이다. 뜬금없지만, 아주아주 옛날에 이은혜의 만화책 <댄싱러버>에서 주인공 서지우를 두고 연예인들이 "스타들의 스타" 라는 표현을 하는데 그게 조선희에게 가면 딱 맞춤하다는 느낌이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데, 글밥 좀 먹는 다는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스타같은 작가. 물론 김훈이나 박완서나 박경리도 작가들의 스타같은 작가이지만, 그들은 일반 독자에게도 충분히 유명한 작가이니까 조선희와는 느낌이 좀 다르고.  

이 책은 소설책으로는 조선희의 두번째 작품이다. 2002년 내가 처음 알게된 조선희는, 소설 그 자체보다 소설을 쓸 것이라는 것으로 더 유명한 사람이었다. 직장에서 한참 문학 관련 신문기사를 스크랩하던 무렵의 한 시기에 조선희의 이름은 거의 모든 신문에서 며칠동안이나 다루어졌었다. 씨네 21의 편집장이었던, 한겨레 신문의 기자였던 그녀가 소설을 쓴다는 것으로, 그녀는 이미 소설 그 자체보다 더 유명한 작가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나온 첫 소설 <열정과 불안>은 오, 꽤나 괜찮았지만, 흠. 

그야말로 "이 작가의 글 솜씨는 노련하다 못해 눈부시다. 그래서 때로는 이 화려함의 광도를 다소 낮추었으면 싶을 정도다." 라고 말하게 된다. 단어하나, 쉼표하나까지도 모든것이 완벽하게 계산되어 딱 있어야 할 그 자리에 있다. 단어와 쉼표가 이럴진대, 인물과 구성과 사건은 말할 필요조차 없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은 다시, 작가의 약력을 보게 되는 것이다. 신문기자 시절의 김훈이 소설가 김훈을 만들었듯, 조선희에게로 넘어오면 역시나 언론인 조선희가 소설가 조선희를 만들었다 싶다. 문체는 단정하고 빼어나고, 단순하고 평범할 수도 있었던 소재에서 뜻밖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솜씨도 훌륭했으며, 기 승 전 결에 대한 부분도 잘 짜여져 흘러가는데, 그래서 좀 답답할 정도다. 

우와, 이건 너무 잘 썼잖아, 싶은. 그 압도. 이건 흠잡을 데가 하나도 없잖아. 흠잡을 데가 하나도 없다는 게 흠이라니 이건 너무하다.

어떤 부분 정미경과 닮은데가 있다. 정미경이 좀 더 날카롭고 개인적인 느낌이라는 것이 차이랄까. 작품의 기저에 깔고 있는 냉소나 차가운 관찰자라는 느낌도 닮았다.  

   
 

자신의 현실을 떠나 있는 것은 모두 판타지다. 우주전쟁뿐 아니다. 비참이나 남루도 그렇다. 
 

누구나 자기 동네에 갇혀 살기는 마찬가지다. 울타리 바깥은 그저 책이나 신문이라는 종이 위에 건설된 판타지일 뿐이다.

 
 

<서울의 지붕 밑> p.97, 116

나는 이 말을, 니가 고생을 안해봐서 세상을 몰라,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알아야 니가 복받은 줄 알고 정신을 차리지. 라는 남편의 타박에 대꾸하는 말로 내질러 줬다. 내가 막말로 말이지, 그러는 니는 아느냐고, 그리고 니가 나에 관해 그렇게 잘 아느냐고 안 한게 다행이다. 당신이 아는 내가 나의 전부는 아니라는 말이지. 날 다 알고 있다는 그 오만은 어디서 튀어나오냐, 응?

   
  한국 사회가 좁아서 한두 사람 건너면 아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그건 학연과 지연이 엮어내는 범주 안쪽에 살고 있는 사람들 얘기다. 징검돌 몇개로는 건너갈 수 없는 아득한 바다가 K와 정자 씨 사이에 가로 놓여 있었다.  
 

<서울의 지붕 밑> p.114

 

이러한 현실인식, 그것이 조선희다.  

왜 이 작가가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는지, 나는 이해하지 못한다. 글 진짜 끝내주게 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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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계부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다. 네이버 가계부. 예전에 모네타 가계부 쓰기에 도전했다가 쓰디쓴 실패를 한번 맛봤고, 수기 가계부 쓰기는 매년 초가 되면 시도하던 일이었으나 항상 흐지부지. 그래서 나란 인간은 가계부를 여어어어어어엉 못쓰는 인간인가보다, 했는데, 웬걸, 발등에 불 떨어지니 쓰게 된다. 이 나라는 돈 단위가 너무 커서 한번 장보면 4-50만 루피아씩 펑펑 써대니 오히려 돈 감각이 사라져 버렸다. 도대체 내가 얼마를 썼고 얼마를 남겼는지 알수가 없어서. 결국은 가계부로 돌아간다. 쓰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지만, 한달을 잘 채워서 쓰고나면 반드시, 보고하겠습니다.  

ps. 알라딘에서는 가계부 시스템 제공 안하나요? 하면 좀 웃긴가? -_- 원스톱으로 뭔가를 해결하길 바라고 있는... 쩝. 

2. 실바니안을 아시나요? 

원래도 미니어처를 좋아하긴 했지만, 최근 실바니안 시리즈에 목을 메고 있습니다. 옆집 이과장네가 실바니안 2층집을 가지고 있어서 다인씨가 그걸 너무 좋아라 하는 바람에. 9월에 다인씨의 4번째 생일이 있는데 그걸 사 줄까 아니면 플랜 토이즈에서 나온 나무로 된 2층집을 사줄까 생각중입니다. 어느쪽을 선택한다고해도 한국돈 30만원 정도는 깨져야 웬만큼 가지고 놀정도가 될 것 같은데, 어떨지. 사실 다인씨는 실바니안 집을 두채 가지고 있습니다. 다인씨가 아주 어릴때에 누군가에게 물려받은 거지요. 나름 가구도 많이 갖춰져 있었는데 칠칠치 못한 엄마가 다 잃어버리고 이제는 집과 서랍이 없는 책상, 부서진 사다리 등만 있습니다. 그래도 집은 튼튼하게 갖추어져 있는데 커다란 2층집을 사주는 게 옳은 일인지 작지만 이미 있는 집 두채에 내용물을 챙겨 넣어주는 게 옳은 일인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남편은 아무래도 나무로 된 돌 하우스 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모양이구요.  

고급스러워 보이기는 아무래도 플랜 토이즈의 나무로 된 돌 하우스 쪽인데, 아기자기 이쁘게 가지고 놀기에는 실바니안 시리즈가 더 좋아보입니다.  

그리고 사실은... 실바니안 시리즈는 아이를 위한 장난감이기 보다는 엄마를 위한 장난감 같습니다.  ㅎ 

3. 문화라는 것. 

새삼 문화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국수주의적 마인드는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한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대단한 나라인지에 관해서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장난감 가게와 서점을 갈 때마다 한국의 그 풍요롭던 환경을 떠올리게 됩니다. 한국이나 이곳이나 장난감은 비슷해 보입니다만, 한국에는 미미월드가 있고 햇님토이가 있지요. 그것 말고도 몇몇개의 질 좋은 국산 장난감 브랜드들이 있는데 이곳은 오직 수입 장난감 브랜드 밖에 없습니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브이텍이니 피셔 프라이스니 스텝2 등등. 그리고 이 장난감들은 너무 비싸서 현지인의 월급으로는 사기가 너무 힘듭니다. 어쩌라는 건지. 같은 물건이 한국에서 사는 가격의 1.5배쯤 됩니다. 헐.  

이 나라의 어린이 정서를 지배하고 있는 건 디즈니입니다. 아니, 어쩌면 전 세계의 어린이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 디즈니인지도 모르지요. 그 디즈니가 오직 한국에서만 뽀로로와 디보와 치로에 밀려서 맥을 못추고 있습니다. 이곳의 어린이 채널에서 영어로 더빙된 뽀로로와 디보가 나올때면 때때로 살갗에 오소소한 소름이 돋습니다. 올해 14살이 된 제 조카가  지금의 다인씨의 또래 였을때 우리나라를 휩쓸었던 것은 영국에서 온 텔레토비였습니다. 그때로부터 고작 10년, 한국 아이들은 한국에서 만든 것을 즐기며 놉니다.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저도 몰랐는데 여기와서보니 알겠어요. 디즈니 일색인 이곳의 장난감들이며 책을 볼때마다, 많은 생각을 합니다.  

특별난 장난감과 책이 없다보니 이 나라는 유난히 미니어처와 피규어가 발달했습니다. 어디를 가든 돌하우스나 피규어가 장난감 가게의 중심에 놓여있지요. 이곳의 동물 피규어는 무척 정교합니다. 물론 이 나라의 솜씨는 아니고, 독일의 유명 회사 제품을 갖다놓고 파는 것입니다. 상상의 여지가 전혀 없는 지나칠만큼 정교한 피규어들과 미니어처와 돌하우스를 보면서 제가 느끼는 것은 문화의 빈곤입니다. 도대체 이 나라는 왜 이모양이 되었을까요? 한국이 대단했던 건지 이 나라가 문제가 있었던 건지 전 정말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한국이 대단한 나라고 어쩌고 한다고 해도 어느정도는 비슷하게 가야하는 거 아닌지.  

4. 점 

저는 점이 잘 생기는 피부입니다. 얼굴에 있는 점은 아마 한 4-5번 뺐을 거예요. 빼도 빼도 점이 다시 올라오는 피부라더군요. 상처가 잘 아물지도 않고, 흉이 잘 지는 피부이지요.  

그런데, 요즘들어 갑자기 선명할만큼 새카만 점들이 팔과 다리에 생기기 시작했어요. 크지는 않지만 색깔이 얼마나 선명한지 깜짝깜짝 놀랍니다. 점이 갑자기 많아지는 건 뭔가 문제가 있는 건가요? 아는 분의 제보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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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0-07-11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그 나라도 20년쯤 흐르면 자기만의 캐릭터가 생겨나지 않을까요. 헐리우드 키드가 자라나 세계적인 한국감독이 된 것처럼요. 뽀로로를 만든 '오콘'이라는 곳을 개인적으로 아는데, 일요일 아침이면 하던 만화극장에서 '톰과 제리'를 보던 세대더라구요. *^^*
아, 점은... 아무래도 자외선이 강해서 그런 거 아닐까요? 오존층 파괴로 피부암 환자도 늘어나고 있다니 아낌없이 전신에 선크림 바르시길.

아시마 2010-07-11 12:20   좋아요 0 | URL
흠... 제가 생각하는 건 그 부분이예요. 왜 너희는 우리보다 20년이 늦니? 라는 거. 한국인의 빨리빨리는 문화적 성취라는 것도 빨리빨리 이루게 만든걸까요? 톰과 제리를 본 세대는 이 나라에도 있을텐데 말이죠. 이 나라의 이 수많은 인구들 중에서 왜 한국의 오콘같은 회사가 생기지 못했을까요?
아. 회사하니...
우리나라에는 있고 이 나라에는 없는 회사가,
자동차 회사, 전자 전기 회사, 철강회사 등등이 없어요.
이 나라의 자동차는 100% 수입품이예요. TV 냉장고 세탁기도 물론 마찬가지구요. 저희 작은 식모는 자동차를 타고 안전벨트를 할줄 모르더군요. 헐. TV를 식모살이 하면서 처음으로 가져본 애들이 태반일거라고 하고요.
제가 묻는 건 그거죠. 아니 왜?
이 나라가 얼마나 엄청난 자원부국인데요. 석유 매장량도 엄청나죠. 천연가스며 금도 엄청나구요. 하나도 없던 우리나라도 했는데 니들은 왜 못했니, 안했니, 전 너무 신기한 거 있죠.
물론, 우리나라의 그 급속한 경제발전에 따른 부작용을 무시하는 건 아녜요. 삼송 횬대 SK LG 기타 등등등의 대기업 위주의 발전 정책에 그 엄청난 비리와 특혜들. 모르지 않죠. 순기능과 역기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죠. 그러니까 우리는 박정희가 있었어도 이만큼 왔는데 너희는 그래도 박정희는 없지 않았냐구요.
물론 이 나라도 다르지 않아요. 여기도 딱 부정부패에 관한 한 박정희 같은 놈 있었거든요. 박정희는 친일파였고, 수카르노는 일제에 대항한 인니 독립군의 우두머리였다는 점은 차이가 있겠지만. 군부 독재가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도 아니구요. 특정인이나 특정 기업에 대한 비리와 부정부패도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예요. 부작용을 무시하고 기업을 키우려하지 않았다는 게 아니예요. 수카르노니 수하르토니 딱 박정희 찜쪄먹을 인간들이었다는데 말이죠. 여기도 메가와띠라고 수첩공주랑 똑같은 여자 하나 있어요. 수카르노 딸이라나 수하르토 딸이라나. 메가와띠는 대통령까지 해쳐먹었다는. 악. 박근혜가 대통령 되면 진짜 한국은 말세가 오는 걸 거예요. (도대체 말이 어쩌다 여기까지 갔죠? -_- 뭐냐.)

에에, 그래서 결론은, 대한민국 만세인거죠. 하하하...

마녀고양이 2010-07-11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가계부를 엑셀에 쓴답니다.
온갖 사이트와 프로그램을 사용해보고 내린 결론이죠..
저는 맘대로 할 수 있는 엑셀이 젤 편해여~

문화적 차이... 많이 느끼시겠어요. 신기해요.
아이들 사진 너무 이쁘네요,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절대 안 깨물어여.. ^^)..

아시마 2010-07-11 11:50   좋아요 0 | URL
네, 여러 사이트를 이용해보신 분들 대부분 결국 엑셀로 회귀하게 된다고 하더라구요. 특히 엑셀을 좀 다룰줄 아는 분들은, 웬만한 가계부 프로그램보다 낫다고요. 저는 엑셀에 젬병이라... ㅠ.ㅠ 사실 제가 가계부를 쓰게 만드는데 최고의 영향을 끼친 분도 각종 사이트와 프로그램을 돌고 돌아 엑셀로 안착했다고 하더라구요.
뭐가 되었건 한번 열심히 써 보겠습니다, 불끈!

ㅎㅎㅎ 깨무셔도 됩니다. 사실 애들 키우면서 많이들 깨물면서 키우지 않나요? 저희 애들은 하나는 찹쌀이고 하나는 밤이지요. 찹쌀떡과 밤토실. 먹는 것과 관련된 별명이 괜히 붙었겠습니까. 하루에도 열두번씩 깨물어요. 특히 작은놈 볼때기는, 아주... 흐흐흐흐흐흐........ 스읍.
빨리 좀 커라, 싶다가도 아이들 크는게 아까워요, 정말!

루체오페르 2010-07-11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접근성이 가장 중요하기에 네이버 가계부도 괜찮을것 같습니다. 작성만 열심히 하고 다시 보지 않을거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수업시간 노트 필기 열심히 한다음 다시 안 펼쳐보는 것처럼요.

2.실바니안...이라는건 처음 들었는데 찾아보니 미니어처 집 장난감인듯 하군요. 2층집 단면으로 보면서 가구나 인형 가지고 노는거요. 여자아이들이 많이 가지고 놀았던것 같습니다.

3.확실히 문화라는 것은 소리없는 전쟁입니다. 문화가 없는 나라=힘이 약한 나라, 문화가 강한 나라=힘이 강한 나라 죠. 우리도 한류처럼 힘을 키워야 그와 같은 상황이 안되겠죠.

4.예방 차원에서 말씀드려보면 흑색종이란 것이 있습니다. 그건 아니겠지만...
[진단] 검은 점이 새로 생긴다든지 이미 있던 색소 모반의 모양이 불규칙하고 비대칭적으로 변하거나 크기가 0.6cm 이상으로 자라거나 색소성 반의 색깔이 균일하지 않은 경우 의심할 수 있으며, 정확한 진단을 위해 병리 조직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예방] 자외선 노출과 흑색종 발생의 관련성이 인정되므로 과도하게 햇빛에 노출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권장된다.

ps : 앗 그러보니 아이들 사진이 바뀌었군요! 이번 사진도 참 예쁘네요. 자주 보여주세요. 하핫

아시마 2010-07-11 11:45   좋아요 0 | URL
네이버는 늘 들어가는 곳이니까 편하겠더라구요. 열심히 한번 해 보려구요. ㅎㅎ

네. 실바니안은 미니어처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수제품의 정교한 미니어처류들을 제외하구요. 실바니안의 모든 서랍은 다 열리고 목욕세트에는 갓난아기의 손톱만한 스폰지까지도 포함이 되어 있지요. 물론... 산지 사흘만에 잃어버릴 확률이 89.5%쯤 됩니다만. ㅎㅎ
문화에 관해 생각이 많아요. 얼마전에 진경혜(누군지 아시나요? 미국의 유명한 아인슈타인 남매의 엄마라지요.)씨의 책을 읽다보니 그런 구절이 있더라구요. 한국 사람들은 어릴때부터 어학연수를 보내고 영어를 배우는 것에 목숨을 거는데, 일본은 그러는 대신 일본의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데 집중했다구요. 덕분에 미국의 주요대학 대부분에서 일본어를 주요 외국어의 하나로 취급을 하고 배우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구요. 이건 제가 지금 고민하고 있는 부분하고는 조금 다른 부분이긴 한데요. 한류나 자문화 홍보... 이런것도 일단 문화라는 것 자체가 존재를 해야하는 거잖아요. 한류를 일으키려고 하면 우선 대장금이나 겨울연가가 있어야 한다는 식으로. 자문화 홍보라는 것도, 일본으로 치자면 기모노나 사케, 우동과 초밥도 있지만 원령공주도 있고 실바니안도 있고요.(네, 실바니안은 일본겁니다. ^^) 그러니까... 알린다는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문화라는 그 자체가 존재를 해야 한다는 거죠. 길 닦아 놨는데 달릴 자동차가 없으면 그 길조차 무용지물 잊혀진 길이 되어 곧 사라져버릴테니까요.
문학의 차원에서 생각해보면, 작년 연말쯤에 닉혼비의 <런던 스타일 책읽기> 읽고 좀 복잡한 생각이 들었어요. 거의 6개월에서 2년의 차이정도를 두고 미국과 영국의 현대문학이 한국으로 바로 입수되잖아요. 일본 문학도 마찬가지구요. 그들은 그렇게 하는데 우리는 뭐냐... 뭐 이런 생각은 너무 저차원적이지만, 그래도... 우리 다들 알잖아요. 문학이라는게 인간의 정신 기저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영어 최고!를 외치기 때문에 이렇게 된 건지 이렇게 되었기 때문에 영어 최고!를 외치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어요. 뭐 그런... 별의 별 생각을 다 하며 사는 거죠 뭐.

그리고 흑색종 검색했어요. ^^ 저의 점과는 조금 다른 것 같지만 어쨌든 자외선은 조심하겠습니다. 이 나라가 워낙 자외선이 강하다고 하더라구요.

ps. 전 못생긴 건 안낳습니다. 하.하.하.

루체오페르 2010-07-11 12:09   좋아요 0 | URL
실바니안 같은 제품은 성인남성도 즐길 수 있을것 같네요.하핫 요즘은 키덜트 라고 해서 어른용 완구(?)문화도 확산중이죠.

문화에 대한 관심과 식견이 느껴집니다. 공감도 많이 가고요. 그렇죠, 문제는 콘텐츠죠. 왜 우리는 닌텐도, 아이폰을 못만드냐 하는 질문도, 해리포터가 안나오느냐, 전자제품의 하드웨어 아무리 뛰어나도 안팔리는 이유도 소프트가 없으니까겠죠. 그래도 체계적으로 하려고 노력중이니 기대해 볼만합니다.

진경혜씨...이름만으론 몰랐는데 혹시하고 찾아보니 역시 그 남매 어머니군요. 예전에 방송에서 자주 봤던 기억이 납니다. 대단한 남매, 어머니 인것 같습니다,최근 정보들 다시 보니...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그들에 대한 열풍이 분 것에 대해선 한번 더 생각해 봐야할듯 합니다. 먼저, 홈스쿨링 자체가 천재성을 만든 것인지, 원래 타고난 천재성이 그걸 통해 나타난 것인지...홈스쿨링을 통해 명문대에 갔다는 이유로 우리 자녀도 홈스쿨링->명문대 의 희망을 가지고 관심을 가졌을텐데 그들이 명문대를 가지않았더라도 홈스쿨링을 통해 희망과 행복을 찾았다 하면, 하지만 그땐 이정도의 이슈는 없었겠죠. 교육철학은 공감하나 현실적인 면에선 하나의 경우로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같은 경우는요.^^;

건강 조심하세요~ 의료환경도 한국보다 좋지 않은것 같은데 병나면 큰일입니다.

따님들의 미모를 보니 어머님의 미모가 궁금해지는데 예전 페이퍼 어디에 있을려나요?ㅎㅎ

blanca 2010-07-11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시마님, 저도 모네타 쓰다가 네이버로 옮겨 탔어요. 은근 심플하고 괜찮긴 한데 보안이 조금 취약하다는 얘기가 있어서...비밀번호 복잡한 걸로 변경했어요.

실바니안 ㅋㅋㅋ 안그래도 그거 제가 사라고 자꾸 딸래미한 부추겼는데 정작 관심 안보여서...아직 세 돌이 안되서 그런가.. 제가 좀 사서 갖고 놀라고 했더니 말이에요. 저는 실바니안 추천이요! 실바니안 사진좀 보여주시면 좋겠어요^^

점,, 저도 점순이에요...점이 온 몸에,,,얼굴 점은 엄두도 못내고 있어요...그런데 점이 새로 생기는 것은 별로 안좋다는 얘기를 듣긴 들었는데 로체오 페르님이 잘 적어 주셨군요.

아시마 2010-07-11 11:23   좋아요 0 | URL
엥? 보안이 취약하다는 건, 내 가계부가 통째로 아무데나 돌아다닐 수 있다는 이야긴가요? 남의 가계부 봐서 뭐한대... 일기도 아니고. -_-;; 아, 이 사람 저축액이 얼만가 확인해서 범죄에 이용하는건가요? 오, 뭔가 스펙타클한 이야기가! ㅎㅎㅎ
근데 제 가계부는 보면 너무 웃길거예요. 이나라 돈 단위를 그대로 써서 우유 1000ml 두통에 41000원, 막 이러고 있거든요. 어느날 애 장난감 310000원. 누가보면 갑부인줄 알기 딱 좋은... ㅋ

아, 실바니안 보니까요. 4+ 라고 써놨더라구요. 만 4세 이상을 위한 장난감이라는 거죠. 그리고 제가봐도 특별히 꼼꼼하고 섬세한 아이가 아닌 다음에야 4돌 이전엔 사주지 않는게 좋을 것 같아요. 옆집 이과장네 딸은 두돌무렵부터 하나도 흐트리지 않고 잃어버리지 않고 잘 가지고 놀았다고는 하는데, 우리 다인씨를 봐서는... ㅎㅎㅎ 실바니안을 사든 뭘 사든 사진, 꼭 한번 올리겠습니다....... 만, 이 나라 인터넷환경에서 사진 한장 올리기란... 헐.

점은 60살까지는 계속 새로운 점이 생긴대요. 아직 블랑카님네 공주님은 점이 안생겼나요? 아기들 점 하나씩 올라오는 거 보면 신기하죠. 저희는 다인은 아직 클리어한데 해인이가 등짝과 다리에 점이 하나씩 생겼어요. 원래는 없던 점이. 전 워낙에 점이 많아서 신경도 안쓰고 있었는데 최근에 너무 선명한 까만색의 점이 몇개 생겨서, 이건 뭔가 비정상아닐까 생각하던 중이었어요.

덕수맘 2010-08-07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또한 가계부를 액셀로 한답니다. 한번 수식 입력하면 계쏙해서 쓸수있는 장점도 있고..글구 저는 다시 가계부를 기재하조 번거롭기는 해도 그게 나은듯 그러면서 한번더 인지를 하는거죠 제가 얼마나 돈을 쓰나 저는 ...방법이..통장잔고를 맞추어서 가계부를 써여. 그럼 아무래도 돈이 딱 맞거든요 그래서 한햬를 마무리 할떄는 내가 지출과 수입이 얼마구나 하고..ㅋㅋ매일이 적자지만 그래도 이케 해놓으면 나중에 이때는 얼마얼마가 나왔구나..우선 월초가 되면 포스틱에 고정지출을 정리를 해놓고 자동이체될 통장에 돈을 넣어서 안쓰도록 하고요
통장분리를 하죠...돈 빼야할통장은 따로 만들어서..ㅋㅋ여튼 가계부를 쓰는건 참 좋은듯 해여

아시마 2010-08-11 12:15   좋아요 0 | URL
좋다는 걸 알면서 또 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별로 없는 거 맞죠? 흑흑. 그렇다고 해 주세요.) 것 같아요. 전 아직도 가계의 돈 흐름을 통째로 파악하는 수준까지는 못가고, 정해진 생활비를 어디에 썼나 기록하는 수준이예요.
뭐, 이것도 제겐 대단하다는. 흑흑흑.

덕수맘님 정말 대단하고 꼼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