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워 죽겠다.  
20세기 초반의 영국의 분위기라든지, 사회적 관습과 통념에서 해체되어 가는 인물들이라든지, 여성성과 남성성 혹은 중세와 근대 등은 몰라도 좋다. 
(라고 하면 작가에게 너무 죄송스러운 일이려나)
하지만,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강둑에서 막 미끄러져 내려온 여인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
조그마한 동네 호수에서 벌거벗은 채로 나타난 환한 웃음의 청년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 
천진해서 더욱 아름다운 미소를 만면에 띄고 후광처럼 햇살을 받고 나타난다면 어찌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그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은 없지. 

사랑하는 모든 사람은 다 예쁘다.
자신이 마음이 어디로 가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도 두근두근거리는 연인들의 모습은 다 예쁘다.
정말이지, 귀여워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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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히가시노 게이고는 말이지. 제목짓는 센스하고는. 
이제는 일부러 그러는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제목에 모든 것이 드러나도록, 제목이 이러니 계속 이걸 염두에 두고 보라고,
혹은 제목까지 이렇게 지어 줬는데 그것도 몰랐느냐고 하는 듯하다. 

그.래.서. 순진한 맘으로 읽을 수가 없었다.
'악의' 라는 단어에 천착해서 보다보면, 글을 끌고 가는 가장 중요한 'why'가 너무 쉽게 드러나 버려서,  
뭐랄까, 약간 김이 샜다.   

사건은 다 밝혀지는 것처럼 보이는데, 왜이렇게 페이지가 많이 남은 걸까  
하고, 자꾸만 남은 페이지를 확인해보며,
음.. 뭔가 있군, 있는 게 확실해, 하고 생각하는 나쁜 버릇의 탓도 약간 있다.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는 잘난척하며 묻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거운 독서가 아니었냐고, 흥미로운 독서가 아니었냐고. 

흥! 얄밉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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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위해 총알을 뚫고 물을 길러 가면서, 눈앞에 널부러진 시체에 모자를 덮어주면서 그들은 자신이 살아 있음을, 자신이 사람임을 끊임없이 되뇌이고 있다. 유령의 도시에서 유령으로 살지 않기 위해선 어떻게 하든 삶을 살아내야 하는 것이다.    

그들이 그곳에서 삶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일들을 감내해야 했을지 나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 지금 우리는 아무도 구태여 내가 사람임을, 인간답게 살아야 함을 각인하며 살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이 얼마나 행복한 삶인지 나는 기억해야 한다. 그들을 위해서,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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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이어진 다른 세계에 대한 이야기는 늘 충분히 흥미롭다.  
그리고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 또한 대개의 경우는 흥미롭다. 
매력적인 요소를 두루 갖춘 책이지만, 

좀 더 풍성한 이야기가 열릴 수 있는 뼈대였는데 하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천둥 계절과 귀신조의 이야기만으로도 머리 속에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것들이 잔뜩인데 말이지.
특히 누나의 실종 이유를 단 한 줄로 해명하다니,
(쓰다 만 건가 하는 의심까지...)
게다가 그 어설픈 시점의 변동.
차라리 겐야의 시점으로만 진행되거나, 겐야와 아카네만으로 상호 진행되었으면 더 좋았을 뻔 했다. 
등장하는 주요인물의 시점을 모두 진행하려다 보니 오히려 몰입도를 방해하고 난잡해지는 느낌을 버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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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의 음모 1
데이비드 리스 지음, 서현정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고백부터 하자면, 이 책에 대한 리뷰는 쓸 생각이 없었다. 2권의 대략 290쪽 즈음을 읽기 전까지는. 풋. 
런던의 매력적인 옛모습, (오줌 냄새 풀풀 풍기는 칙칙한 골목마저도 매력적으로 보이다니)
좀도둑이나 외상값 떼먹은 놈들이나 잡으러 다니는 옛탐정, (떼인 돈 받아드립니다..냐)  
18세기의 위조 주식 사건이라는 신선한 소재와 친절한 설명 (금융스릴러라길래 어려울까봐 겁먹었었지만)
모두 즐거운 경험이었던 건 분명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얇은 책을 2권으로 분권한 대교베텔스만이 괘씸해서 맘보를 고약하게 먹었었다.
표지 디자인이 좋길 하나, 장정이 멋지길 하나, 뭐 하나 이렇다하게 만족스럽지도 못하면서 나오는 책마다 매번 분권을 해대니 좋게 볼래야 볼 수가 있어야 말이지. 그래서 왠만하면 여기 책 안볼려고 하고, 리뷰는 더더욱 안쓰려고 했건만, 에이, 대교베텔스만 출판사~ 이번엔 운이 좋았다. 재밌는 책 덕에 오늘도 연명하고 있구나. (으... 이번엔 내가 졌소이다)
에이, 악다구니는 여기까지. 

2권의 후반부부터 사건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하자 벤자민 위버에게 급격하게 동화되더니, 금새 호흡까지 격해지고 야단이었다. 어~ 헉~ 했다가 앗~ 이럴수가~ 하다가, 어서 가야해~ 이런 나쁨 놈~ 하면서 마구 페이지를 달렸다. 이야기가 끝맺을 때까지의 이런 몰입의 경험이 리뷰를 쓰게 된 첫번째 이유이다. 

이 흥미진진한 사건을 끌고 가는 벤자민 위버라는 남자는 유대인으로 잘나가는 권투선수였다가, 한때 어두운 뒷골목을 누비는 도둑이었다가 현재는 도둑을 잡거나 물건을 찾아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18세기 영국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직업을 전전한 이력도 매력적이지만, 그런 이력 덕인지 자신감과 자긍심이 약간 넘친다. 귀엽기까지 한 위버의 거들먹거리는 말투가 리뷰를 쓰게 된 두번째 이유이다. 

매력적인 주인공에게는 필연적으로 매력적인 벗이 있기 마련. 돌팔이인지 아닌지 심하게 헷갈리는 엘리아스가 바로 그 친구인데, 위버와 엘리아스 콤비는 코고쿠 나츠히코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세키구치와 에노키즈 콤비와 감히 견줄 만하다. 위버에게 잔뜩 화가 났던 엘리아스는 위버가 내민 돈을 보더니 '오늘 아침보다 자네를 미워하는 마음이 한결 줄어든 것 같네' 라고 하길래, 아 리뷰를 써야겠군 하고 세번째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리뷰를 쓰게된 마지막 쐐기는 이것이다. 1720년 남해 회사의 거품 붕괴를 설명한 대목이다. '1720년 여름, 런던이 제정신을 차리면서 '어째서 주식 가격이 이렇게 높아진 거지?"라고 자문하게 되었고, 그 순간 마치 마법에서 깨어난 듯 종이돈을 만들던 사람들은 현물을 찾았고, 막연한 약속을 현실로 바꿨다. ' 이게 정말 1720년의 이야기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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