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점점 게을러지고 있다.
가만히 있으면 종이 치고, 작은 숫자까지 다 외워버린 내용을 처음 말하는 것처럼 수업을 하고,
자리에 돌아와 앉으면 끊임없이 일들이 밀려왔다 밀려간다.
정신을 또렷하게 차리고 일을 하나씩 처리하고 있었던 건 분명한데,
어느새 유체 이탈한 것처럼 스스로 나의 혼백이 따로 나와,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나를 보고 있다.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크고 작은 파도가 무기질의 느낌으로 나를 통과해 들썩인다.
덕분에 나는 피로감을 느낄만큼 일을 하고 있지만, 전혀 머리를 쓰지 않는다.
오랜만에 그동안 읽은 책들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려고 메모장을 열었지만,
첫줄을 썼다지웠다 썼다지웠다 하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나는 퇴화하고 있다.
진짜 문제는, 이렇게 머리를 쓰지 않고, 내것은 한 마디도 창조하지 않으면서 퇴화하는 생활이,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
살짝 속도 편하다는 것, 그래서 살만 찌고 있다는 것.
쳇.
힘껏 도리질을 치며, 독고진처럼 충전을 하기 위해 이지형의 음악을 찾았다.
그래, 좋아.
오늘은 마구 느끼한 이지형을 듣겠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