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우리집엔 엄마가 처녀 시절에 읽었다는 낡은 책이 두권 있었다.
한권은 한국소설이었던 듯 한데 도통 기억이 나질 않고,
또 한권의 책은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이었다.  
폭풍 속에 위태롭게 서있는 저택이 그려져 있던 낡은 책.
어린 나이에 도시로 올라와 공장에서 힘든 일을 하면서도,  
침침한 불빛 아래서 이 소설을 읽었을 젊은 내 엄마. 

그래서 더 쉽게 읽히지 않는다.
퀘퀘하게 나무냄새가 나는 워더링 하이츠의 마루 바닥 켜켜이 내 엄마의 젊은 시절이 묻혀져 있는 것 같아서. 

오늘도 폭염이라는데, 마음이 서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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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1-06-20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고등학교 때 영어강독하면서 저'폭풍의 언덕'을 빨간 책으로 읽고 넘 재밌어서 다시 읽었었던 기억이 나네요.

음악은, 이따 저녁 때 들어야쥐.
들을 수 있으려나?^^

잘 지내시죠?^^

애쉬 2011-06-21 10:14   좋아요 0 | URL
저 잘 지내요~~
일 많다고 징징대고 있긴 한데, 다들 그렇죠 뭐.
저 힘들다고 그러면 여기저기 화낼 사람들 많을걸요.ㅋㅋ

<폭풍의 언덕>은 저도 고등학교에 처음 읽었었는데, 지금 보니 완전 새로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