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것에 감동하지 않는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아니,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는 걸지도.
그냥 익숙한 것, 낯익은 것들만 바라보고 게으르게 주저앉고 있다.
문제는 그게 너무 편하다는 거.
담임은 감정을 쓰는 것이 업무다. 끊임없이 퍼내고, 들여다보고, 달래고, 밀고 당기며, 이해해야 한다. 한 발짝 물러서면 확실하게 보이는 일들인데도, 어른인 나는 그것을 아는데도,
아이들과 엉켜 함께 고민하고 아파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어른의 균형을 잊으면 안된다.
권위를 강요하지 않는 담임이 되기 위해서는 그 백배 천배 쯤에 달하는 혼란과 어수선함을 이겨내야 한다. 간혹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나 자신을 아이들 틈에 숨기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자괴감도 들고,
이걸 어떻게 이끌고 가나 이걸 어떻게 이끌어내나 하는 답이 없는 싸움을 하면서도 짐짓 능숙한 척 짐짓 다 아는 척 하며 대단한 어른 흉내를 내야 한다.
그렇게 큰 그릇이 되지 못하는 나는 참 버겁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어렵다.
아침부터 쪽지시험이 있다고 궁시렁거리면서도 열심히 외워대는 아이들의 뒤통수를 보며,
이 녀석들 이렇게 예쁜데, 나는 어째야 하나 하는 생각이 새삼 든다. 아침부터. 왜 이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