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벌레(The Bookworm) (1850)
- 카를 슈피츠베크(Carl Spitzweg)

독일 사실주의 화가 카를 슈피츠베크(1808~1885)의 작품
개인소장

입을 쑥 내밀고, 책에 열중해 있는 모습.
귀여우면서도, 나름대로는 진지할 모습에 웃을 수가 없다.
무엇보다 저 벽에 가득 찬 서가가 무척 마음에 든다.
나도 높은 천장을 가진 서재가 갖고 싶다.
방을 잔뜩 채운 책 냄새를 맡으며,
사다리 타고 책 꺼내보고 싶다~

이 작가는 책 보는 모습을 종종 그렸는데, 다음에 또 소개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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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rait of Natasha Nesterova (On a Garden Bench) (1914)
- Mikhal Nesterov

러시아 화가 Mikhal Nesterov (1862-1942)의 작품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The Museum of Russian Art 소장

책이 등장하는 많은 그림들 중 가장 인상깊었던 그림이다.
반쯤 흘러내려 어깨가 드러난 자세에
길지도 짧지도 않은 머리를 내리고 책을 보는 모습.
그리고, 벤치위의 들꽃.
그러나, 내 머리 속에 가장 깊에 새겨진 것은, 고혹적인 그녀의 파란 드레스.

관련사이트 : http://www.abcgallery.com/N/nesterov/nesterov.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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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만 가지 죽는 방법 밀리언셀러 클럽 13
로렌스 블록 지음, 김미옥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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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면허 탐정 매튜 스커더.
그가 왜 온갖 사건들로 가득찬 음울한 신문을 매일 보는지 알겠다. 그가 왜 아무 감흥도 없는 금주 모임에 꼬박꼬박 나가는 건지 알겠다. 그가 왜 800만 가지 죽는 방법들이 득실대는 이 벌거벗은 도시를 떠나지 않고 있는 건지 알겠다. 그가 왜 정신이상자의 소행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이 살인사건에 매달리고 있는 건지, 이제 알겠다. 이 책에서 그가 한 마지막 말 한마디로 난 이 모든 것을 알겠다.
그의 걸음 하나하나가 왜 그렇게 내 마음 깊숙이에 발자욱을 남겼는지, 그가 술 대신 커피를 마실 때마다 왜 그렇게 내게 연민이 차고 넘쳤는지, 이제 알겠다.
'살고 싶다, 살고 싶다'는 그의 외침이 너무나 슬프다.

누구 하나 기다려 주는 사람도 없는 빈 방으로 들어서며 술의 유혹을 힘겹게 이겨내고 있는 무면허 탐정 매튜 스커더.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요새 속에서 성공한 사업가의 가면을 쓰고 살고 있는 챈스. 마약에 취해 사는 창녀와 시를 쓰는 창녀. 그들은 모두 외롭다. 죽는 방법이 800만 가지나 되는 이 도시에서 그들은 모두 800만 가지의 사는 방법을 찾고 있다.

추리 소설이란 이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죽음이 너무나 가까이 있기에, 탐정이란 언제나 그 죽음의 그림자를 쫒는 직업이기에, 더욱 삶을 갈망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탐정들은 '지독하게 외롭고 쓸쓸한 '사람들인가 보다.
'바닥 없는 우물의 덮개를 벗겨 버린 듯'한 이 도시에서 뜨거운 눈물같은 삶을 찾아나서는 이야기. 그게 바로 추리 소설이다.

술취한 매튜를 태우고 달리는 술취한 도시의 택시.
어지러운 불빛을 등대삼아 삶을 찾는 외로운 탐정.
Ann Dettmer [let's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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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보다 오래 남는 사진 찍기
강영의 글.사진 / 북하우스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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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 차분하게 정독한 것은 아니다. 순서대로 빠짐없이 읽기는 했으되, 사진들을 쫒아가며 슬렁슬렁 읽었다. 여행 사진이라는 게 그렇다. 내가 가본 곳이 아닌 이상, 나와 털끝만큼이라도 인연이 있지 않은 이상, 그것은 그냥 기념사진에 다름아닌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사진들이 좋았던 것은, 그녀가 만나 짧은 인연을 맺었을 그 이름모를 사람들의 모습이 빛났기 때문이다. 또한 그녀의 글이 좋았던 것은, 여행에서의 사진찍기에 대해 그녀가 했을 많은 고민들이, 내가 고민했던 그 많은 것들과 너무나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짧은 여행의 경험에서 '꼭 보고 가야할' 관광지 다녀보았고, 그곳에서 여보란 듯 기념사진 찍어보았다. 그러나 그러한 사진은 여행이 끝난 후에 다시 들여다 보면 공허하고 메마른 것들이 되어 버렸다. 오히려 길을 잃고 우연히 들어간 작은 골목에서 생활의 맛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고, 아장아장 걸어다니던 이국의 꼬마와 엄마 를 담은 한장의 사진에서 여행의 참맛을 느끼기도 했다. 빠짐없이 관광 포인트를 돌아보겠다는 욕심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이었는지 깨닫기까지 꽤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했다.
이제 나에게 맞는 여행이 무엇인가 하는 것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그러나 여행사진에 대한 것은 아직도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그 책의 지은이, 그녀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용기가 아직은 많이 필요하다. 풍경사진보다는 인물사진이 훨씬 내게 의미있다는 것을 알게된 이상 교감하는 사진을 찍고 싶은데,그러한 사진을 찍기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한두번 촬영을 거부당하면 정말이지 땅끝까지 소심해져 버려서 한동안은 인물이 들어간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운이 좋아 촬영 동의를 받았더라도 그들을 촬영한다는 것을 너무 의식해 뻣뻣해져 버렸다. 열심히 치열한 삶을 살고 있는 땀흘리는 사람들 얼굴에 사진기를 들이댄다는 것은 너무나 죄스럽기도 했다. 때론 그들은 내게 모델비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경험들이, 고민들이, 그녀의 책에 모두 나와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내게는 큰 위안이었다. 내 고민이 나 혼자만 겪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그리고 언젠가는 그녀처럼 교감하는 사진을 잘 찍어낼 수 있을 거라는 안도감. 그것만으로도 고마웠다.
아직은 소심하고 소심해서 뒷모습만 찍어대고, 용기를 내도 좀더 쉬울 것같은 아이들 사진 뿐이지만 말이다.

내눈에는 내 여행사진 다 흐믓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사진은 이것이다. 작년에 신혼여행으로 갔던 베트남 무이네, 길을 잘못들어 도착한 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아이들이다. 학교 앞을 가득 메우고 군것질을 하는 아이들을 따라 함께 이상한 불량식품을 사먹으며, 서로 통하지도 않는 말을 지껄여 가며 사진을 찍었다.
예쁘다.



P.S. 그러나 사진에만 매몰되는 여행은 조심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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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
이제 하드보일드를 만나면 기분이 좋단 말야.
벌거벗은 도시 뉴욕, 황량한 범죄의 도시에
아무 것도 갖지 못한 황량한 탐정.
한때 형사 스커더 라고 불리웠던 이 남자는 오늘도 알콜의 힘을 빌어 잠이 든다.
어느 날 그의 앞에 나타난 미모의 여인,
그리고 악당, 이어지는 죽음.
캬~~
하나하나 등장할 때마다 오히려 신이 난단 말이지.

로렌스 블록의 1982년 작이라는데, 첨엔 잘못 본 줄 알았다.
레이먼드 챈들러가 필립 말로를 만들어 내던 때와 거의 다르지 않아 보였는데.
이 케케묵은 하드보일드가 불과 20년 전 작품이라고??

여하튼. 즐거운 마음으로 읽고 있다.
얼마나 더 많은 죽음이 나올 것이며,
얼마나 더 악독한 악당이 나올 것이며,
언제쯤 스커더는 편안한 안식을 취하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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