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만 가지 죽는 방법 밀리언셀러 클럽 13
로렌스 블록 지음, 김미옥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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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면허 탐정 매튜 스커더.
그가 왜 온갖 사건들로 가득찬 음울한 신문을 매일 보는지 알겠다. 그가 왜 아무 감흥도 없는 금주 모임에 꼬박꼬박 나가는 건지 알겠다. 그가 왜 800만 가지 죽는 방법들이 득실대는 이 벌거벗은 도시를 떠나지 않고 있는 건지 알겠다. 그가 왜 정신이상자의 소행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이 살인사건에 매달리고 있는 건지, 이제 알겠다. 이 책에서 그가 한 마지막 말 한마디로 난 이 모든 것을 알겠다.
그의 걸음 하나하나가 왜 그렇게 내 마음 깊숙이에 발자욱을 남겼는지, 그가 술 대신 커피를 마실 때마다 왜 그렇게 내게 연민이 차고 넘쳤는지, 이제 알겠다.
'살고 싶다, 살고 싶다'는 그의 외침이 너무나 슬프다.

누구 하나 기다려 주는 사람도 없는 빈 방으로 들어서며 술의 유혹을 힘겹게 이겨내고 있는 무면허 탐정 매튜 스커더.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요새 속에서 성공한 사업가의 가면을 쓰고 살고 있는 챈스. 마약에 취해 사는 창녀와 시를 쓰는 창녀. 그들은 모두 외롭다. 죽는 방법이 800만 가지나 되는 이 도시에서 그들은 모두 800만 가지의 사는 방법을 찾고 있다.

추리 소설이란 이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죽음이 너무나 가까이 있기에, 탐정이란 언제나 그 죽음의 그림자를 쫒는 직업이기에, 더욱 삶을 갈망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탐정들은 '지독하게 외롭고 쓸쓸한 '사람들인가 보다.
'바닥 없는 우물의 덮개를 벗겨 버린 듯'한 이 도시에서 뜨거운 눈물같은 삶을 찾아나서는 이야기. 그게 바로 추리 소설이다.

술취한 매튜를 태우고 달리는 술취한 도시의 택시.
어지러운 불빛을 등대삼아 삶을 찾는 외로운 탐정.
Ann Dettmer [let's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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